공원 한가운데 마치 그림처럼 존재하는 도서관.
3층에 있는 뒷문을 열면 바로 광교 호수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서초구립양재도서관, 군산금강도서관과 함께 도서관 건물이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대한민국 도서관 탑3에 뽑힌다. (물론 선정자는 나)
"... 다음 모임을 시작하자마자 민소림이 말하더군요. 자기는 성범죄자와 독서토론을 할 수는 없다고, 제가 나가지 않으면 자기가 나가겠다고."(p.303)
→등장인물 중 이기언의 대사.
작가님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지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이 홍준표 후보와 토론하기를 거절했던 토론회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만일 작가님이 그 때 후보들의 태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싶으셨던 것이라면,
나는 책 속의 이기언의 행동과 홍준표의 행동은 달랐다는 반박을 하고 싶다.
이기언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잘못한 일을 한 가지씩 말하기로 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추행을 이야기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은 이기언과 대조적으로 그 때 당시 자신이 했던 성폭행이 얼마나 중범죄인지도 알지 못한채 '한 때 젊었을 때의 치기', '영웅담' 정도로 생각하고 자서전 같은데에 그 이야기를 버젓이 떠벌려 놓았다.
성범죄가 성범죄인줄도 모르고 오히려 추억쯤으로 생각하는 생각없음, 지금껏 권력의 자리에 있는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성을 과시할 수 있는 경험으로 생각해왔던 관습, 그런 여러 요소들 때문에 다른 후보들이 당시 홍준표 대표와의 토론을 거절할 정도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기언에 대한 민소림의 토론 거부보다, 지지난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홍준표 후보와 토론을 거부했던 태도는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들 다 예술적 기질이 있었어요. 허영도 있었고. 같은 말이겠죠." (p.325)
→ 정말 공감이 되면서도 나에겐 여전히 숙제같은 등장인물 구현승의 말.
때로는 예술적 기질이라는게 있나 싶기도 하고, 예술적 기질을 허영과 어떻게든 분리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 실체를 정말 모르겠다.
"다섯 사람의 목숨은 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가.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구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다른 한 사람은 죽게 해야 할 때 살려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끊임 없이 맞닥뜨린다. 그리고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트롤리 딜레마가 계몽주의 윤리의 빈틈을 폭로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 미국 독립선언문이 멋있으면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트롤리 딜레마도 많이 들어봤지만, 둘을 이러한 관계로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좋은 문제제기라고 생각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데미안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데미안을 좋게 기억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도 내 입장을 변호해보고 싶다. 에바부인이 비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거나 전쟁에 동조하기도 한다는 등장인물들의 비판을 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그 작품을 전체적으로, 체계적으로 비판해보고 좋은 평가를 받기에 마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다. 스쳐가는 한 두 장면, 한 두가지 대사가 인상에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른들은 흔히 어린시절, 학창시절을 어떤 어려움도 없는 해맑은 인생의 시기로 표현하거나 기억하고 싶어하는데,
그 청소년기에 드리워져 있는 그늘의 한 단면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던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지내던 주인공이 음침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이름 정확히 기억 안남)
나중에 그 친구에게 자기도 모르게 친구가 털어놓았던 내밀한 이야기를 이용해서 상처를 주게 된다.
상처를 주자마자, 이것이 그 친구가 제공한 무기였다고 자각하게 되는데
때때로 인간은 자신에게 친밀했던 사람에게 그 친밀함으로 알게 된 것을 무기삼아 공격하게 되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장면을 그려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예리한 인간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그 밖에,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몇 개 읽어보지 않았는데, 정말 다 읽고 싶게 만드는 본격 도스토예프스키 영업소설!로 느껴지기도 하고(농담),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2권도 꼭 읽어보고 싶다.
드디어 대단원. 시리즈 후반부는 조금 압축하거나 몇몇 에피소드를 건너뛰어도 됐을 것 같고, 한 사건을 여러 시대의 시선으로 서술하는 방식이 썩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겠고, 위쳐는 여자들과 좀 덜 엮였으면 좋았겠고, 몇몇 인물들은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퇴장한 것 같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멋진 시리즈.
역시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제 좀 지친다. 전쟁은 끝이 안 나는데, 주요 등장 인물이나 사건은 결국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모든 세력이 중심 인물을 쫓고 있는 이유나 새로 등장한 악당에 대한 묘사는 급조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여정은 끝이 없고, 일행이 늘어난다. 새로운 동료들은 대체로 설명이 더 필요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어라 고생하는데, 특히 한 캐릭터의 정신적 추락이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위쳐 시리즈 본편보다 초반부 단편집들이 더 좋다.
전쟁은 벌어졌고, 작품의 톤은 훨씬 어두워졌다. 동화적인 분위기를 조금 풍겼던 단편집들과는 딴판.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묘사도 많이 나온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큰 시리즈구나. 제목의 뜻은 마지막에 설명된다.
앞선 단편집들에 비해 훨씬 더 깊이가 있다고 느꼈다. 인간과 비인간들이 서로 미워하는 경로, 박해 받던 이들이 선을 넘어 잔인해지고 정의가 어느 편에 있는지 따질 수 없게 되는 과정을 잘 그려낸다. 물론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멋졌다. 가벼운 느낌이던 상편의 단편들이 뒤에서 맞물리며 점점 무겁고 진중하고 큰 이야기로 발전하는 구조에 탄복. ‘그런 다음, 그들은 그것을 했다. 그녀와 그는 그것을 했다.’ 이런 문장도 좋다.
그믐달은 보통 이른 새벽에 볼 수 있어 사진찍기 어렵다.
반면 초승달은 초저녁에 종종 걸려 있어 어제처럼 가끔씩 선명하게 보이는 때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시리즈를 전부 다 읽지 않으면 안 되겠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익숙한 전설이나 동화를 패러디하는 방식이 기발하다. 소설집을 구성한 방법도 인상적.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뒤튼 「티끌만 한 진실」이 특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