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통찰과 느린 문장. 120년 전의 세태 평가가 지금과 너무 똑같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얘기처럼 완전히 허황되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어른이란? 나이 상으로 20살이 넘으면 성인이고, 이때부터 어른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했지요. 그래서 어릴적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20살을 꿈꾸곤 했나봐요. 이제 20살에서 엄청 많은 나이를 보탰었지만 어른인가 되돌아 보게되네요. 정말 어른이 무엇일까? 어른의 기준은 무엇일까? 책의 저자도 이런 궁금증에서 이책을 쓴것 같아요. 사회에서 생각하는 어른과 세상이 인정하는 진정한 어른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물리적인 기준이 아닌 어른의 진정한 기준을 알 수 있겠죠.
우리 가운데 자신이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참이었다. 그는 우리의 자기인식은 타인의 인정에 달려있는데, 우리는 그런 인정을 정규직, 자기 소유의 집, 인간관계, 부모 되기 같은 사회적 표지들을 획득하는 일을 통해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다움은 하나의 '사회적 산물'이다. 13쪽
여태 올린 음식들을 보면 안 믿어질 수도 있지만 원래 나는 국물을 잘 안 먹었다.
나트륨이 들어간 국물 요리는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볶음밥이나 찌개류 등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몸이 지치고 힘든 저녁 시간에 뜨끈한 국물을 먹으면 몸이 노곤하게 풀리면서 기운이 조금씩 돈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 자연스레 "여기 소주 한 병이요"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위치는 서울시 동작구 대림로 8
원래는 여기를 가려던 것이 아니고 인근의 "연가정"을 가려고 했는데 12시 10분에 갔지만 이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대신 간 곳인데 하연옥은 공간도 넓고 자리도 여유만만.
원래 냉면집이라 여름에는 줄을 서서 먹는 곳이라는데 겨울이라 그랬는지 손님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편하게 먹었지만.
거홍면을 시켰는데 (처음 들어본 메뉴인데 따뜻한 게 이 것 밖에 없었음) 고기도 많이 들고 면도 쫄깃하니 맛있었다. 육전도 시켰는데 거홍면 자체도 양이 적지 않다. 위치는 서울 마포구 동교로 136 1층
때때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어가고, 아침을 알리는 연분홍빛이 짙은 먹구름 뒤에서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은 온통 아내 모습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머리 속으로 그렸다.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웃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진솔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실제든 아니든 그때 그녀의 모습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77쪽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78쪽
나는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런 다음 할 일이 있었다. 유언을 하는 것이었다.
"잘 듣게. 오토. 만약 내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리고 자네가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녀에게 이렇게 전해 주게. 내가 매일 같이 매시간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게. 두번째로 내가 어느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 세번째로 내가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짧은 결혼생활이 이 세상의 모든 것, 심지어는 여기서 겪었던 그 모든 일보다 나에게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전해 주게."
오토. 자네는 지금 어디에 있나? 아직 살아있나? 우리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 후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자네 아내를 다시 만났나? 그리고 기억하나? 자네가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자네에게 내 유언을 한마디 한마디 외우게 했던 것을. 105쪽
만약 강제수용소에 있는 사람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이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으면, 그는 자기가 하나의 인간이라는 생각, 마음을 지니고 내적인 자유와 인격적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생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거대한 군중의 한 부분에 불과한 존재로 생각한다. 존재가 짐승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양떼처럼 무리지어 - 때로는 여기에 있다가 그 다음에는 저기로, 때로는 함께 몰려다니다가 때로는 서로 떨어져 다니는 - 다니게 된다. 96쪽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입증해 주는 예(이런 이야기는 종종 영웅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120쪽
병든 사람의 경우, 특히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언젠가 병에 걸린 한 젊은이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편지에서 젊은이는 친구에게 방금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수술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그 젊은이는 언젠가 자기가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아주 용감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죽음을 그렇게 의연하게 맞는 것이 인간으로서 참 위대한 성취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제 운명이 자기에게 그와 똑같은 기회를 주었다고. 124쪽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138쪽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139쪽
나는 누군가가 - 친구나 아내, 산 사람, 혹은 죽은 사람, 혹은 하느님 - 각각 다른 시간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 사람은 우리가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의연하고 비굴하지 않게 시련을 이겨내고, 어떤 태도로 죽어야 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고. 147쪽
나는 더듬거리면서 어린 농작물을 짓밟지 말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짜증을 냈다. 화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그런 말 하지 말게. 그만큼 빼앗았으면 충분한 거 아니야? 내 아내와 아이는 가스실에서 죽었어. 그것으로 더 이상 할 말 없는 거 아니야? 그런데도 자네는 내가 귀리 몇 포기 밟는다고 뭐라고 하다니!"
이런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평범한 진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옳지 못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158쪽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첫번째를 완수하고 달성하는 방법은 아주 분명하다. 하지만 두번째와 세번째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두번째 방법은 어떤 것 - 선이나 진리, 아름다움 - 을 체험하는 것,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거나 (마지막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184쪽
참여 모임 링크 https://gmeum.com/meet/304
단순한 잘못이 아닌 사악함에 대해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는 책 소개에 끌렸다. 악의 매력을 다루는 앞부분이 재미있다. 화해를 얘기하는 뒷부분은 긴장감이 덜함.
이 책도 『재수사』를 쓰면서 참고하려고 읽었다. 순경으로 시작해 경찰서장까지 지낸 저자가 고발하는 경찰조직 이야기. 특히 수뇌부의 구태와 적폐를 강하게 비판한다. 일선 경찰들이 너무 안 됐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이 출간된 것은 2015년인데,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몇몇 대목은 다소 감정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믐이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분들의 인생책 이야기를 들어보는 그믐 인터뷰 [인생책 5문5답]입니다.
당신의 인생책은 무엇인가요?
그믐이 참 좋아하는 질문이고 그래서 여러분께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죠.
각자의 인생책이 다르듯 인생책의 의미 역시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믐이 준비한 새 코너에서 인생책의 의미란,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 책,
좋은 삶을 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용기를 주는 책으로 정해보았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인생책으로 답을 해준다면,
보다 깊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초대 손님은 동아일보 이지훈 기자님입니다.
두 번째 초대 손님은 강덕구 사회평론가님입니다.
15일 동안 진행되는 문답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 [인생책 5문5답] 코너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외에는 참여할 수 없는 모임입니다.
본 코너를 통해 자신의 인생 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gmeum@gmeum.com으로 메일 주세요.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떨어진 ㅋ 아마추어 콩쿨 주최측에서 초대를 해주어 공연 다녀왔네~ 당타이손 신청했지만 모친상으로 급 취소되어 아 🤦 뽑기를 잘못했구나 아쉬워하던 차에, 그렇다면 다른 공연을 볼테냐? 메일이 와서 두 명 신청해도 되는 것 같았지만 한 명 신청☆ 혼쟈 그믐책에 kt vip라 무료 ☕️ 에 최애 작곡가! 슈베르트에 아쥬 공짜로 잘 즐기고 왔네. 뭔가 성격좋고 유려한^^ 슈베르트를 만나고 왔음:)
그런데 가는 길에 마주한 저 문구, 업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을테지만. 그래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노동자에 연주자들도 포함이었음을 이제야ㆍㆍ
토지문화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신청한 대로 7월과 8월에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7월 1일 오후 3시에 새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고 한다. 명단에서 나와 같은 기간에 토지문화관에 머물 다른 작가들을 살펴봤는데 아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입주 작가 발표가 나기도 전에 기타 코드 연습기라는 물건을 샀다. 30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나무 막대기에 쇠줄을 여섯 개 달아 기타의 왼손 운지 연습을 할 수 있게 만든 물건이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들고 다니기 편하다. 차도 없는 내가 원주까지 기타를 들고 가기는 힘들 것 같아서 묘수가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물건이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주문해 막상 배송을 받아 보니 이걸로 과연 연습이 될지 의심스러웠다. 쇠줄과 나무판의 간격이 멀어서 기타를 잡을 때와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오른손 핑거링 연습이야 그렇다 쳐도 코드를 잡거나 바꾸는 왼손 훈련도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지는 않을 듯했다. 그냥 원주로 기타를 들고 갈까……? 가는 날과 오는 날 그렇게 이틀만 고생하면 되는 것 아닌가……. 고민 중이다.
기타를 배우기로 한 건 참 잘한 일 같다. 전에 망설였던 게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내가 이 악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은 든다. 20년쯤 연습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아마추어 연주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화 영어 수업도 만족스럽게 잘 받고 있다.
토지문화재단의 연락을 받은 다음날에는 집 바닥을 청소하고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앤솔로지 단편소설 원고를 최종 교정하고 출판사에 연락했다.
방송 출연료가 들어왔는데 약속했던 금액보다 60만 원이 적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담당 작가에게 문의했더니 착오가 있었다며 추가 입금해주겠다고 답장이 왔다. 다들 왜 이러냐, 진짜.
그러고 보니 올해 2월에는 강연 수입이 전혀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보다는 원래 강연 비수기라 그런 것 같다. 장부를 뒤져보니 지난해에도 2월에는 외부 강연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을 읽었다. 컬러가 핍진성이라는 개념을 정교하게 더듬었다는 말을 듣고 그에 대해 관심이 생겨 찾아 읽은 책인데, 정작 책에 핍진성 얘기는 안 나왔다.
이날 저녁에는 브루도그 인디 페일에일과 수퍼 스윙 라거,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셨다. 브루도그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회사다. 푸틴의 얼굴을 라벨에 넣는다든가, 로드킬을 당해 죽은 다람쥐와 청설모 박제로 병을 만드는 식이다. 2010년 전후로는 독일의 브루어리인 쇼르쉬와 누가 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를 만드는지 경쟁을 벌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악동 같은 회사 이미지와 달리 인디 페일에일은 그냥 무난한 페일에일이다. 인디아 페일에일을 떠올리도록 이름을 지었지만 실제로는 IPA가 아니라는 말장난이 약간 재미있달까. 가볍게 마시기에 괜찮다.
언제부터였을까
논쟁이 싫어진 게
타협도 싫지만
다음날 오전에는 HJ와 함께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치위생사가 처치를 시작하기 전에 의사가 무척 상세하게 내 치아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병원에서 그렇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들어본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잇몸뼈 일부가 약간 녹았다고 했다. 병원을 나오려는데 의사가 접수대로 나와 다시 말을 걸었다.
“스케일링을 1년에 몇 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네?”
의사는 자신은 작년에 스케일링을 12번도 넘게 받았다며, 치아는 클리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클리닝을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는 뽑는 수밖에 없다며. HJ와 달리 나는 이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고 아마 이게 우리 집안 내력인 듯하다. 아버지도 임플란트를 여러 개 하셨고, 조카도 이가 안 좋다.
병원을 나오면서 앞으로 스케일링을 3개월에 한 번씩 받겠다고 말했더니 HJ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과 의사의 지시는 멋대로 무시하면서 치과 의사의 한 마디는 그토록 무겁게 받아들이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좀 웃기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