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읽든 가장 무책임하고 안이한 말, 즉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말에 낚이지 마라. 권리를 얻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의 빈정대는 말을 기억하라. "소수만이 사유하지만 모두가 의견을 가질 것이다.""
- 에드워드 크레이그, «철학», 교유서가(2015), 23쪽
*입을 벌려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사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도 마찬가지. 사유는 때로는 무겁고 깊은 침묵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의견을 가지기 위해서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버클리의 저 말은 '니 말은 알아는 듣겠는데, 나 처럼 깊은 사유의 결과로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라는 것.
네! 알겠습니다. 버클리 선생님. ㅠ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예습을 위해 읽었는데 갈수록 그래픽노블 문해력이 떨어져서 힘들었다.
자기개발서 감성의 작법서. 플로터 Plotter, 플랜스터 Planster, 팬처 Pantser 등의 라이팅 유형에 따르는 작가 구분 워딩을 처음 알았다.
오늘 책이 왔다.
예약이 걸린 책이라 주문한 지 열흘 만에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책을 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242쪽 이후에 그 사건(?)의 내막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지난 1월 인터넷 매체 를 통해 알게 된 사연인데, 책을 살펴보니 동일한 내용이 거기에 실려있었다. 유명 작가의 표절 사건을 비판한 대목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한 출판사의 스토리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출판사의 원고 수정 요구에 맞서 작가는 계약해지를 요구했고, 담당 편집자는 퇴사 후 출판사를 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올바름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책을 주문했다.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들어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다.
산문도 깔끔하고 좋다.
소설가의 여러가지 '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손바닥 크기의 초단편 소설이 부록으로 딸려왔다.
* 책을 읽는 도중에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 가입했다. ^^
2023/2/10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 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볼 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 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 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 장강명, «댓글부대», 은행나무(2015), 57쪽
* 위의 글은 하나의 공식이다. 인터넷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유튜브나 유튜브 채널로 바꿔 넣으면 2015년이 2023년으로 스르륵 바뀐다. 시차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장강명 작가의 사회파 공식이랄까.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 대열에 합류한 지 꽤 오래다. 힐링을 위해 전원주택 부동산 채널 영상을 주로 보는데, 나도 모르게 확증편향이 생기는 건 아닐까.
눈을 감으면 전원주택이나 프리미엄 복층 농막이 막 아른거린다.
2023/02/14
진한 커피가 필요하다면 샷이 무려 4개가 들어가는, 스벅 바닐라 플랫화이트, 콜!
전체적으로 평전의 분위기가 카버에게 우호적임에도 불구하고 카버의 삶 자체가 읽기 고통스럽다. 그는 적어도 한동안은 그냥 술꾼이 아니라 상습 가정폭력범이었다. 첫 번째 부인 메리앤에게 행사한 폭력의 수위는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옮겨 적기 끔찍할 정도.
잭 리처 시리즈 『네버 고 백』 다음 편. 영국 작가가 만든 미국 영웅이 영국에서 영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처럼 활동하고, 주연이나 엑스트라나 ‘여기는 영국이니까’ 같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범인 추적 과정도 상당히 엉성하고, 흑막의 동기도 너무 억지스럽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길티 프레져처럼 또 읽게 된다. 건강 염려증 환자들에게 묘한 자극을 주는 포인트가 있는 듯.
선택에 드는 정신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이걸 줄이도록 신경쓰라는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최근 채용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하고 있는 기간이라 이런 뻔한 이야기에 또 공감하고 내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지 골몰한다.
한편으로 일주일 내내 같은 데일리 루틴에 식단도 정해진 것만 먹고 있는데 이런 패턴화된 인생이야말로 AI에 의해 대체되기 가장 쉬운 개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역으로 에너지를 방만하게 흥청망청 랜덤하게 소진해야 AI를 상대로 그나마 몇 년 더 오래 버티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원서는 2021년에 출간되었는데 국내 번역이 2023년에 이뤄졌다. 불과 만으로 1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 낡아보인다. 요즘의 AI 속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