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야심찬 기획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을 3개월 안에 다 읽자는! 이 어마 무시한 계획!
‘도박사’라는 이름을 처음 생각해 내신 수북강녕 책방지기님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안 읽으면 그냥 우리 둘이 읽으면 된다는 책방지기님의 호쾌상쾌한 결단에 3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이름만 들어보고 책 한 권 안 읽어본 사람. 많지 않을까?
는 바로 저! 하하하.
그래도 <죄와 벌>은 어떤 청년이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다는 대략적인 줄거리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악령>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전혀 모르고요. <악령>은 영화 <엑소시스트>와 비숫할까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느낌인가 싶습니다만…
다른 그믐밤은 제가 스탭과 진행 요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번 그믐밤은 참가자의 한 명으로 저 역시 열심히 읽고 달렸습니다.
그믐밤 당일 방문한 수북강녕 벽에는 도 선생님의 커다란 포스터가 쫘악! 독서 토론을 하다 저게 누구냐며 작은기적 님은 흠칫 놀라시기도 하셨고요. 계속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다소 섬찟했습니다만 원래 도박판은 쫄리는 맛이지요?
후시딘 모임지기님의 매끄러운 진행에 이끌려 홀린 듯이 저희들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시간 토론이면 그래도 모자라진 않겠지 싶었는데요 역시나 등장인물 캐릭터 좀 나누니 1시간이 이미 훌쩍. 진공상태 님이 당일에 동대문 러시안 상가까지 직접 출동하셔서 구해오신 러시안 케이크와 과자를 먹으며 출출함을 달래고 2부로 이야기를 넘어갔습니다.
2부에서는 이 책의 다른 제목으로 ‘죄와 벌과 구원’ ‘소냐의 사랑’ ‘불쌍한 사람들’ ‘살인과 8년형’ ‘인간의 조건’ 등등의 제안이 나왔고, 역시나 누구 한 사람 치우침 없이 다양하게 생각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각자의 한줄평을 나누며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본 구원의 의미, 현대 한국의 거주불안과 희한하리만치 비슷한 당시 러시아 시대상, 마광수 교수의 <죄와벌> 칼럼 등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세상살이에 바빠 죽겠는 월요일 저녁 시간, 부동산 값 오르는 것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이러한 독서모임에 늦은 시간까지 참여하여 죄를 이야기하고 벌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온라인 그믐밤에서 끝까지 발제문에 답하며 생각을 나눠주신 온라인 도박사님들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고난의 행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악령>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하오니 2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건조하면서 축축한 소설, 이라고 불러도 될까. 문장과 묘사는 건조한데,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정서는 축축하다. 좋은 축축함이다. 사회 구조의 병폐와 개인의 오래 묵은 감정들이 만나 벽에 곰팡이 피듯 악의가 자란다. 트릭의 허점을 따지고 들자면 끝이 없겠지만 나는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저자는 30년 동안 꾸준히 독서 모임을 운영해 왔다. 그런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이 도움이 됐다. 독서모임 멤버나 토론 수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말라는 것, 독서모임에도 생명 주기가 있어서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는 것, 운영규정이 있어야 모임이 활발해지고 건강한 긴장감이 생긴다는 것 등. 첫 번째로 필요한 운영규정은 참가 기준에 대한 것, 두 번째는 회원 자격 상실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2021년 제주 여행 첫 번째 숙소와 두 번째 숙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좋았다. 첫 번째 숙소는 호텔이었고, 해안 절벽가에 위치해 있었고, 새 것 느낌이 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복층 객실이었다.
두 번째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펜션 하우스였다. 첫 번째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주변 풍경은 꽤 달랐다. 땅은 낮았고 바다는 가까웠다. 펜션 하우스는 2층짜리 아담한 목조 건물이었는데 흰색과 녹색으로 도장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든 유럽풍을 내보려 했으나 결국 한국 사람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는 분위기의 모습이었다.
널찍한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야자수와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한 켠에는 바베큐 공간이 있고 반대쪽에는 진돗개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나는 그 개와 종종 놀았다. 우리가 머문 3박 4일 동안 개가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펜션 주인 가족을 탓할 수도 없는 게, 그들은 해야 할 할 업무가 너무 많았다. 2층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펜션 운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방 일곱 개에 하루도 빠짐없이 숙박객이 든다 해도 벌 수 있는 수입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우리는 2층에 묵었다. 테라스에는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거기에 앉아 있으면 남색 바다가 정면으로 보였고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식사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고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면 까치나 되지빠귀 같은 새들이 곁에 날아와 앉아 있다가 떠나곤 했다.
그 테라스만 한 카페를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 체크아웃 할 때까지 우리는 다른 카페는 가지 않았다. 다른 이용객들과는 참 달랐다. 사람들은 오후에 차를 몰고 와서 저녁에 바비큐를 해먹고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났다. 우리는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끼니때가 되면 바닷가 산책로를 걸어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특히 노을이 질 때는 꼭 나갔다.
그렇게 회국수, 해물파전, 전복돌솥밥, 전복해물뚝배기, 족발, 보말칼국수, 고기국수를 먹었다. 다 맛있었고 모든 가게가 친절했다. 회국수와 해물파전을 먹은 바닷가 식당은 전망이 끝내줬고 족발가게에는 젊은 해군 병사들이 벽에 남긴 낙서가 재미있었다. 제주 김만복김밥은 포장해 와서 숙소 테라스에서 먹었다.
주변에 딱히 관광 지점은 없어서 그냥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포구에 가보기도 하고 해군 기지 근처까지 가보기도 했다. 포구나 바닷가 바위 아래에서 내려다보면 몇 미터 바닥이 잘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체크아웃을 하는 날에는 멸치 떼가 해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바위 사이에 갇힌 멸치들을 잡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다른 보행자를 앞지르지 않았고 다른 행인들은 우리를 부지런히 추월했다. 우리보다 걸음걸이가 느린 사람들은 딱 한 쌍 보았다. 저녁 시간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젊은 남녀가 많았고, 벤치에 앉아 혼자 기타를 치며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도 있었다. 개들은 경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땅과 풀의 냄새를 맡는 데 열중했다.
우리도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HJ는 이곳에 와서야 제주공항에 내린 뒤 처음으로 시간이 남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제주도 푸른밤〉을 여러 번 불렀다. 최성원 가수가 그 노래를 만들 때 살던 친구 집이 지금 서복전시관 자리라고 했다.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라는 가사에서 푸르메가 그 집 딸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 ‘푸르매’가 정확한 이름인데 가사를 잘못 적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마을이라고 했는데 해녀들이 잠수복을 입고 물질을 하거나 길을 걷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해녀들은 매우 자신감 있고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소라 요리 전문 식당 주인이 걸어가는 해녀에게 “오늘은 미역이랑 해삼”이라고 말하면 그 해녀는 “미역이랑 해삼”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마치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 같았다.
야외 벤치에서 비어리카노와 남산 에일을, 족발집에서 테라를 마셨다. 비어리카노는 스타우트에 콜드브루 커피를 섞어서 만들었다는 맥주인데, 몇몇 호프집에서 선보이는 더치 맥주보다 더 낫다고 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신제품 기획에 참여한 유동커피는 이중섭 거리에 있는 유명한 카페라고 한다.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거리를 걸었네.
‘나에게는 수천 번째 커피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던 한 잔의 커피일지 모른다.’ 비어리카노 캔 라벨에 그런 문구가 인쇄돼 있다. 이게 감동을 주자고 고른 문구인지, 웃자고 적은 패러디인지 알 수가 없다. 비어리카노라는 제품 이름도 좀 당황스럽다. 가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면 온갖 감성 글귀가 가득했는데 처음 몇 번은 재미있었지만 나중에는 느끼해서 어지러웠다.
커피 맛 맥주
시간 감각이 흐려지네
해녀 마을 느린 삶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사토루가 쓴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와 독일 뇌과학자인 게랄드 휘터의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었다. 『나는 왜…』는 목차를 보고 마음이 동해 펼쳤는데, 막상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조언에 방점이 찍힌 책인데 내가 원한 것은 그 조언들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근거였다.
책 앞부분에 죄책감 지수 자가 진단 테스트가 있다. ‘예, 아니오’로 답해야 하는 질문 19개에 대해 ‘예’라고 답한 횟수가 7개가 넘으면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나는 무려 17개에 해당했다.
『존엄하게…』는 뭔가 간질간질했다. 중요한 얘기를 할 것 같지만 끝까지 안 하는, 혹은 못하는 느낌. 통섭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에는 모자란다. 같은 저자가 좋은 삶을 주제로 쓴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도 실망한 기억이 있다.
이 버전으로 읽었다. 니뽄온센trip
일본이 후쿠시마 방류를 우리나라에다 하는데도 별 반응없이 저쪽 편인가 😂 우호체결을 했는지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고 안봐도 비디오고 또 예술망명을 하며 살 길?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가 왔나본데ㆍㆍㆍ 그 와중에 서가에서 딱 눈에 들어온 이 힐링서적♡ 최신판이 또 나왔나본데 나는 이걸 보았으므로:)
코로나 2년 전에 후쿠오카에서 하카타역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45분인가 들어가면 있던 세이류 온천에 혼자 여행갔다 간 일이 있었다. 당시 사귀던 남친과 헤어지고 혼자갔는데 아주 꿀맛이야! 😆
이 책에선 료칸위주로 나오던데 거긴 혼쟈가기 쉽지 않으므로 뭐, 이 웃기는 일본이슈가 지나거든 료칸말고 좀 가볼 것인가~ 참, 이사먼저 하고ㅜㅜ
2023년 3월 20일 (음력 2월 29일) 19시 29분에 은평 한옥마을의 '수북강녕’에서 모여 2시간 9분이 넘는 시간 동안 <죄와벌>을 가운데 두고 이보영 작가님과 도박사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도박사: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박”식한 “사”람들의 모임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믐밤 8회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 그믐밤이란?
그믐밤 간단 소개 블로그입니다. => https://www.gmeum.com/blog/40/364
매월 음력 29일 저녁 7시 29분에 전국의 동네 책방 한 곳에서 우리끼리 만나는 그믐의 오프라인 모임,
날짜는 정해져 있지만 장소는 미정.
함께 달빛을 비춰주실 동네 책방지기님들은 contact@gmeum.com 으로 연락 주세요.
1996년에 국내 첫 번역본이 나왔을 때 사서 읽었고, 바로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 시삽이었나 전 시삽이었나에게 넘겼다. 피자 배달하는 메타버스 검객 해커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설정들이 농담 같았다. 소설의 내러티브도 농담 같았다. 『뉴로맨서』의 엄숙함(후까시)에 대한 의도적 반발이라는 해석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020년대가 되어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이 소설이 다시 소환되는 모습도 좀 농담 같다.
마음 먹은 것을 바로 실천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 친다.
맘 먹은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을 실천하고 성공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다. 많은 사람들은 맘에 있는 것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 이유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이겠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 사람은 성장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예측하지 못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면 심장이 고장 나기도 한다. 그 느낌을 느꼈던 나는 ‘노력하면 다 된다는 것은 어디까지 일까.’, ‘사람이 공황장애라는 것은 내가 나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의 한계 이상의 상황에 나를 내던졌을 때 생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었다.
경험의 소중함을 안다. 그래서 경험을 지향한다. 근데 그게 꼭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성장이 욕심은 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우선이기에,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경험과 인맥을 얻을 것이다. 그 속에서 비록 실패를 맛볼지라도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그로 인해 또 다른 성공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내가 딛고 올라설 수 있는 실패여야겠지.
참, 인간의 삶은 섣불리 정의할 수 없게, 확신할 수 없게 돌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도전과 역경을 이겨나가면서 이루고 싶은 길 끝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끝에는 온전히 나로 차있기를.
옛 선사(禪師)들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저자의 해석을 붙였다. 특정한 일화나 명언이 확 다가왔다기보다는, 인간은 참으로 답 없는 문제로 아주 오래 전 부터 고민이 많았구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위안이 됐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어쩌면 사서가 주인공일지도 모를 소설을 구상하면서 제목에 ‘도서관’과 ‘사서’가 들어가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읽다가 만난 전자책 단편. 내용은 딱히 특기할 만한 게 없다. 귀엽고 단순하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