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김춘수 _
김춘수 시인의 들림, 도스토예프스키
이미 절판된 시집인데 중고로 상태 좋은 놈을 구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들로 쓴 시들을 묶었다.
제주 여행 세 번째 숙소는 여러 면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숙소와 달랐다. 이 숙소는 산방산 아래 있는 펜션이었는데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커다란 종처럼 볼록 솟은 산방산이 방 정면으로 보였다. 두 번째 펜션보다 더 고급스러운 자재를 썼고 디자인도 세련되었다. 방에 들어설 때 HJ는 “아, 편백나무 냄새”라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복층 객실에 묵었는데 첫 숙소였던 호텔 객실과 달리 창문이 벽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통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고 위 아래로 따로 떨어져 있었다. 산방산은 아래 창문을 가득 채웠는데 그 전망도 훌륭했다.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우리는 오후 내내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산방산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숙소는 건물 앞에 근사한 올레길이 있었고, 동으로든 서로든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보행자 전용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주변에 걸어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도 많았다. 길이 편해서 꽤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숙소는 그렇지 않았다. 앞에는 차도였는데, 한 쪽에 보행자들이 걸으라고 만든 공간이 있었지만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제 거리는 멀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일이 불편했다. 조금 멀리 나갔다 돌아오려면 그때마다 택시를 불러야 했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카카오택시로도 차를 부르기 어려웠다.
16년 전인지 17년 전인지에 HJ와 제주도에 처음 같이 놀러왔을 때에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빌렸다. 11년 전에는 자동차 담당 기자를 하며 제주도에 와서 신차 시승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그때도 운전을 좋아하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싫어하게 됐다. 내가 인명 사고를 낼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다. 차로 사람을 치는 것과 내가 차에 치이는 것 중 굳이 선택하라면 후자를 택하련다.
그러나 40대 남자가 대한민국에서 자가용 없이 살면 자신이 퍽 비루하고 궁상맞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 숙소에서도 그랬는데, 편의점이라도 가려고 차도 옆을 걷다가 달려오는 차를 피할 때면 조금 어이없지만 서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펜션 주인은 왜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느냐며 우리를 이상하게 여겼다.
세 번째 숙소의 주인 부부는 골든 리트리버를 두 마리 키웠다. 골든 리트리버 치고도 아주 큰 녀석들이었다. 처음에 우리를 보고 한 번 짖은 뒤로는 내내 온순하게 굴었고, 나는 세 번째 숙소에 머무는 동안 이 개들과 자주 놀았다. 놀았다고 해봐야 쓰다듬거나 안거나 곁에 붙어 커피를 마시는 정도였지만.
큰 개들과 그렇게 가까이 있어 본 건 처음이었다. 두 마리 개 중 어느 한쪽만 쓰다듬으면 다른 한 마리가 자신도 만져달라고 머리를 거칠게 들이밀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들이 나에게 완전히 경계심을 푸는 것 같지는 않았다. 주인 부부와 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긴장해 있음이 분명히 느껴졌다.
개들과 놀다 보면 갑자기 무서워지는 순간도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보던 셀럽 골든 리트리버들과 달리 이 녀석들이 무표정한 편이어서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개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고, 눈동자를 통해서 어떤 생각도 읽을 수 없을 때, 이 녀석들이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거나 나를 물어뜯으면 꼼짝없이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개 등에 한 팔을 올려놓고 앉아서 먼 곳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주인 부부는 이 개들을 거의 묶어두지 않아서, 두 녀석들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고 옆집의 밭이나 멀리 차도까지 나갔다. 밖에서 택시를 잡다가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가로지르는 이 골든 리트리버들을 마주친 적도 있었다.
손님 중에도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개가 차에 치일 수도 있는데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런 걱정보다 매이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는 대형견의 모습을 보는 데서 오는 흐뭇함이 더 컸다. 두 번째 숙소의 진돗개 잡종견과는 아주 딴판인 삶을 살고 있었다.
혹시 이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개들을 그렇게 풀어 키우는 데 관대한 건가? 펜션의 골든 리트리버 외에도 목줄 없이 활보하는 개들을 두 마리나 더 봤다. 마당 계단에 궁둥이를 깔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웰시 코기 한 마리가 멀리서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나는 난리법석을 피우는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와 웰시 코기 한 마리 사이에 몸이 끼었다. 식당 근처에서도 황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걸 봤다.
세 번째 숙소에서 머무는 동안 송악산 둘레길을 걷고 근처의 탄산수 온천에 갔고, 배를 타고 가파도에 가서 청보리밭 사이 길을 걸었다. 송악산은 커다란 분화구 안에 작은 분화구가 있는 구조의 오름이다. 산책로는 바깥쪽 분화구 벽 위를 한 바퀴 도는데, 바다 쪽으로는 해안 절벽이 이어지고 산 정상 쪽으로는 나무 없는 초지가 펼쳐졌다.
우리가 하늘에 구름이 많고 바람이 제법 불던 날 올라서인지 평화로우면서 쓸쓸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었다. 처음에는 3분의 1 정도만 걷고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경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한 바퀴를 다 돌았다. HJ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고, 나는 새 소설을 구상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은 날 저녁에 편의점에서 산 금성맥주와 다른 맥주들을 마셨다. 금성맥주는 얼마 전 GS25에서 GS리테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벤트 맥주다. GS그룹의 전신인 옛 골드스타 브랜드 로고를 라벨에 그렸고,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당시 광고 문구를 ‘순간의 선택이 오늘을 좌우합니다’라고 바꿔 넣었다. 그런 복고 감성이 MZ 세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해서 출시 이틀 만에 10만 캔이 팔렸다고 한다.
GS25와 손잡고 실제로 맥주를 만든 업체가 제주맥주이고, 제주산 황금향이 첨가되어 있다고 하니 제주도와도 그럭저럭 관련이 있다. 그냥 포장을 재미있게 했을 뿐 내용물은 특징 없는 보통 라거겠거니 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꽤 괜찮았다. 바디가 가벼운 골든 에일이었다. 하긴, 골드스타라는 이름에는 골든 에일이 어울릴 것 같기는 하다.
순간의 선택에
몇 년이 좌우된다면
무섭지 않은가
탄산수 온천에는 거대한 실내 목욕탕과 혼탕인 노천 온천이 있었다. 노천 온천에는 너무 추워서 우리가 들어가지 못한 작은 수영장 크기의 냉탕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탕이 다섯 개 있었다. 밤이 되자 손님들도 거의 다 빠져나가서 느긋하게 여러 탕을 돌아다니며 몸을 물에 불렸다.
한쪽 벽에는 보름달 모양의 커다란 조명 기구가 한쪽에 설치돼 있었다. 그 조명 기구는 은은한 노란 빛을 내고 있었는데 달의 바다와 분화구도 제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뜨끈한 탕에 수영복을 입고 앉아 조명 기구 앞으로 수증기가 물안개처럼 피어올라 바람에 쓸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최면에 빠지는 듯했다.
온천탕 대표가 온천수를 발견하게 된 경위가 한쪽에 비석으로 적혀 있었는데 약간 과장이 있는 듯했지만 재미있었다. 옛날 옛적 제주도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책임감 강한 사또가 약을 찾아 헤매다 산신령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산신령은 ‘붉은 박쥐 깃털’을 찾으라고 했다. 아, 신령들은 왜 매번 그렇게 애매하게 힌트를 주는 거냐.
그러던 어느 날 사또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단산 아래에 이르렀다. 세 봉우리가 거대한 박쥐가 날개를 편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바굼지 오름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고, 산은 석양에 붉게 물들었다. 사또는 산신령이 말하던 ‘붉은 박쥐 깃털’이 바로 이 산을 가리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거기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다 사람들이 마시고 몸을 씻게 했더니 역병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온천탕 대표는 이 전설을 믿고 첨단 지질탐사 장비를 동원해 이 부근을 탐색하다가 지하 600미터에 있는 섭씨 31도의 탄산 온천수를 발견했다나.
신기하지. 공간, 마케팅, 기획에 관한 책을 읽으며 관계를 고민한다는 내가 신기하다.
책에서 'CCC와 함께해서 좋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는 사람이 최근에 듣고 보람을 느꼈던 말과 같아서 개인적으로 관계에 대한 지향하는 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친구여서 좋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사실 관계 목적이 없어진 지가 오래되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그저 좋아했고, 그러나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모두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누구든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되었던 거 같다.
나라는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사고 방식이 달라서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에게는 경험이라는 게 굉장히 소중했다. 경험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내가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도 중요했다.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 나를 불편하게 사는 사람,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은 빠르게 판단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더 신경쓸 필요가 있었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다. 사업에 관한 책을 읽으며 관계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는 나만 봐도 그렇다.
오늘 한 친구를 2년 만에 만났다. 결코 우리가 친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지만 2년 동안 보지 않았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친하지 않은 관계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친구의 사정으로 서로가 긴밀하게 연락하지 못했고 만나는 빈도수도 적었고 어찌 보면 나보다 그 친구를 더 신경 써준 친구들이 있기에 내가 그 친구와 제일 친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굳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 끝이 공감이 될지 실망이 될지는 장담을 못하기에.
세상 모든 것은 정의될 때 분명해지나 정의하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오류가 있다. 그 오류 하나하나를 내 방식대로 수정해나가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이다. 나의 삶의 끝에는 내 삶에 대해서 온전히 의미가 전해질 수 있게 설명할 수 있기를
월 부수입 500만원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저의 올해 목표를 되새기며 공유해볼까 해요.
바로 월 부수입 500만원 만들기입니다.
자기 계발, 성공이라는 단어에 미친 듯이 이끌렸던 터라
돈 주고서라도 열심히 배우며 성장에 목이 메여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건 이래서 싫어,' '저건 저래서 못할 것 같다.'하고 걸러내며
결국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자신에게 실망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매년 조금씩 저의 본 수입이 높아지는 걸 체감하기 시작했어요.
아 어쩌면 내가 공부한 것들이 마음 먹은 것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겠구나 생각했지요.
(왜냐, 저는 본 수입을 올리고 싶은 욕구가 강했는데 그게 이뤄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맘대로 DREAMS COME TRUE실현 하하)
그래서 본업의 수입을 제외하고 부수입 월 500만원 만들기를 목표로 삼으며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카테고리를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성인 영어 회화 티칭 월 100만원
본업이 영어 강사인지라 영어로 부수입을 버는 게 가장 쉽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홍대에서 진행하고 있기도 하구요. 규모를 조금 더 키워서 진행할 수 있도록 비전을 세워야겠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올해 안에 지역아동센터나 NGO단체에서 영어 티칭 재능 기부도 꼭 하고 싶어요.
영단어 어플 운영 월 50만원
영어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문법 다음, 영단어 암기인 것 같아요. 사실 읽고 말하기 위해서는 문법과 어휘 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니 이 두 개는 불가피하잖아요. 그래서 꼭 저만의 영단어 어플을 개발하려고 해요. 시중에 나와있는 어플들이 많지만 딱 이거다!하고 느낄 만큼 쓰기 편하고 유용한 어플이 아직 없었거든요. ONE AND ONLY가 되어볼게요!
영어원서 스터디 운영 월 50만원
제가 그동안 지인들끼리만 영어원서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제 공개적으로 모집해볼까해요. 제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PDF파일도 함께 공유할거라 아낌없이 주는 영어원서 스터디가 될거에요 ㅎㅎ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읽기도 필수인거 알고 계시죠?
영어 표현 쉐도잉 채널 운영 월 50만원
제가 지금 성인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거기서 하루에 가르치는 표현들의 예문만 간단히 공유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하루에 한 문장의 표현만 익혀가도 1년에 365개 인 데다가, 그 속의 문법과 어휘는 그 이상이겠지요? 영어 제대로 된 표현들로 꾸준한 노출 및 아웃풋을 낼 수 있다면 영어 실력이 느는 건 순식간!
플레이리스트 채널 운영 월 50만원
드럼과 작곡을 배운 지 조금 되었어요. 취미 생활로 시작했지만 꽤나 진심입니다. 그래서 그걸 살려서 플레이리스트를 운영해보려고 해요. 이건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전자책 판매 월 50만원
예전부터 제가 영어 공부를 해온 과정과 꿀 팁, 그리고 삶을 살아오면서 너무나도 다른 우리 가족과의 관계를 해결해나간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평생의 숙제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ㅎ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공감하는 컨텐츠이길 바라요.
부동산 월세 월 50만원
부동산이라는게 참 공부를 해도 실행하지 않는 이상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부동산에 대해서 좀 아시나요? 행동하지 않으면 일어나는 것은 없기에 올해는 꼭 수익형 부동산 계약을 한 건이라도 해내고자 합니다!
+이건 당장은 아니지만 제가 연습할 드럼 및 댄스 연습실, 그리고 저의 머릿속을 담은 제 책장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쉐어책방도 5년 안에 꼭 이루어내고 싶어요.
총합이 500만원이 되지 않아 당황하셨죠? ㅎㅎ 여기서 조금 더 개발하며 수익을 늘려나가는 게 목표에요. 카테고리 및 첫 목표를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부수입에 대한 목표가 있나요? 겹친다면, 혹은 다른 게 있다면 공유해주시면서 서로 으쌰으쌰 힘내보아요. 좋은 자극은 환영합니다 :)
악령에서 스테판의 모습과 닮은 네스토르 쿠콜니크의 초상
제목보다 영어 부제 ‘Real things and why they matter’가 주제를 더 잘 설명한다. 아날로그 유행의 핵심은 ‘삶이 가상화되는 듯한 느낌’에 대한 반감이라고. 그런 유행이 있다는 사실은 물론 인정하지만, 그것을 위력적인 반격으로 봐야 할지는, 나는 모르겠다.
음모론이나 추측 없이, 실명 인터뷰와 공식 기록으로 쓴 CIA의 역사. CIA는 기괴할 정도로 무능한 조직이었다. 미국 대통령들은 그 실상에 경악하고 분노하고 좌절했다. 그 자신이 CIA 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아버지 부시는 대통령이 된 뒤 “CIA보다 CNN이 더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딸기를 으깨면서, 나는 생각에 잠겨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혼자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극치가 아닐까?(중략)
정말이지 요즘 들어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가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오늘 아침처럼 창백한 여름 하늘에 창 너머로
오사카성 공원의 녹음이 보이면, 이 경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기쁨에 눈앞이 다 캄캄해질 지경이다.
옛날에는 슬플 때나 언짢을 때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요즘에는 기쁠 때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 크나큰 차이는 옛날에 슬퍼서
눈앞이 캄캄해질 때는 그 어둠이 쭉 지속되었지만,
지금은 일순 캄캄해졌다가 다음 순간
그전보다 훨씬 더 환해진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딸기를 으깨며> 중에서
이 책은 아직 읽은 책은 아니며, 서평을 보고 향후 읽으려고 메모해 놓은 것이다.
대책없는 긍정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서,
소설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궁금해진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피터 라마르크, ⟨예술의 인지적 가치: 경계 긋기⟩
Cognitive Values in the Arts: Making the Boundaries
예술 인지주의는 다양한 예술이 우리에게 ‘지식’ 내지 ‘앎’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고든 그레이엄Gordon Graham은 모든 주요 예술 형태가 인지적 평가의 잠재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는 ‘참(Truth)’의 측면이 아닌 ‘이해(Understanding)’의 측면이라고 접근한다. 피터 라마르크는 인지주의에서 ‘인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예술 인지주의를 반박한다. 예술 작품에서 알게 되는 ‘참’은 무엇인지를 뭉뚱그려 접근하는 것이 아닌(경계를 그으며), 정확한 앎을 구분해야한다고 예술의 비인지주의를 옹호한다.
일반적으로 ‘안다’에 대해 세 가지 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절차적 지식이며, 둘째는 체험적 지식이다. 이들은 비명제적 지식에 해당한다. 셋째는 명제적 지식으로 ‘표상적 지식’이다. 이때, ‘참’인 지식에 해당하는 것은 표상적 지식에 속한다. 예술, 특히 문학은 절차적과 체험적 지식을 갖으나 명제적 지식의 앎을 전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주제는 오랜 시간 변주로 이어온 일반화이며, 다른 학문에서 참이라 여겨지는 명제와 같은 의미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은 참이 아니라 의의, 혹은 의미를 위한 학습이다. 물론 예술의 비인지주의에는 예술은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피터 라마르크는 인지적 측면에 경계를 그으며, 문학이 단지 인지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 뿐, 지식과 그 앎 너머 다른 가치가 풍부함을 명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