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과 가해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떻게 인간의 뇌를 파괴하고 아이큐를 저하시키는가를 보여준다. 왜 멀쩡한 이들이 군대만 가면 아이큐가 돌고래 수치에 가까워지는지 납득. 아울러 더 글로리의 송혜교가 임용고시를 합격한 건 너무 판타지.
‘기구崎嶇하다’라는 말의 ‘기구’는 ’험한 산 길‘을 뜻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다 끝나갈때까지도 산기슭 온종일 해조차 들지않고 이끼로 무성한 후미진 곳에서 잠시 지척에 머물렀다 스쳐지나갈 뿐이었던 그들의 기구한 인생, 인연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중간 메모
35장 마지막 대사로 나타난 구이민의 예상
“제 생각에는 모두 남아서 북양군을 친절히 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패해서 달아나고 있지만 어쨌든 북양군은 군인이지 토비가 아니니까요.” 와 달리
군인이나 토비나 똑같은 놈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을 거라 짐작한다. 36장에서의 군인(북양군)들이 시진에서 벌인 집단 성적 유린 만행 장면과 68장에서의 토비들의 치자촌 학살 참상을 보면 지옥이 이보다 끔찍할까하는 생각과 비참함, 잔혹함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그 묘사를 읽는 순간순간 가슴이 답답해 숨을 내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면 왜 작가 위화는 이렇게 지독할 정도로 묘사한 것일까. 실제로 그러했거나 혹은 대다수 기록물의 작가가 언급하듯이 실제 수준의 1/10도 안되는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당시 역사적 상황은 더 끔찍했음을 독자에게 주지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역사적 상황이 그토록 혹은 그이상 끔찍했다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작가를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참상이 과장이 아니기에, 더욱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아직 68장을 읽는 중이지만, 무수한 인물들이 이 소설에 등장한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은 작가 위화다.
위화 작가님의 첫 책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15세기 말, 16세기 초 이탈리아를 박식하고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며 멋진 그림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는 기분. 두께도 내용도 포만감이 든다.
조금 과장하면 한 학문의 시조인데 재미도 있다. 책장을 덮을 때쯤 인간의 비이성을 이제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기고, 행복에 대한 뜻밖의 통찰도 얻는다. 초판 번역이 상당히 문제가 많은 터라 꼭 개정판으로 읽기를 권함.
누군가를 그토록 원해서 아플 수도 있다니.
대화형 인공지능과 시인, 기술 분야 작가가 함께 내놓은 책. 인공지능이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인간이 쓴 책이었다면 집어 들지 않았을 잠언집(긔리고 모든 잠언집에는 잠꼬대 같은 얘기가 있다). 인공지능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주제가 ‘인간의 삶에 대한 답일 거라는 점도 역시 아이러니하다. 기획자들이 사용한 대화형 인공지능은 정확히는 챗GPT는 아니고 GPT-3 버전인데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역사의 시초부터 전쟁이 있었고, 그 발생은 필연적이었고, 문명과 전쟁은 공진화했다고 한다. 기병을 유지하기 위해 봉건제가 등장했다는 분석 등이 눈길을 끈다. 후속작인 『전쟁과 평화』가 더 흥미로워 보이지만 당장은 읽지 않기로.
매일 시켜 먹고 외식 하는 사진만 올리지만 실은 집에서도 밥을 종종 먹는다. 일주일에 그래도 이틀 정도는 집에서 무언가 차려 먹는 듯하다. 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 반해 요리에는 취미도 관심도 없는 편이라 조리 과정이 짧고 간단한 반찬이나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배추는 적당히 썰어서 쌈장에 찍어 먹고 (배추의 대체제로 오이, 양배추 등) 자주 먹는 반찬은 참치나 스팸, 김 그리고 만만한 계란 후라이이다. 이래 보여도 꽤 맛있다. 사실 웬만하면 그냥 뭐든 맛있다.
블로그의 카테고리는 '책과 일상'인데 먹는 것만 올리고 있다. 먹기, 일하기, 책 읽기 말고 다른 대단찮은 일상이 워낙 없는 편이라 그렇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고냥 시간만 질질 끌고 했노라~ 시늉만 하는 모습이 딱 행정학 시간에 배웠던 무의사 결정이론 non decision making인 것만 같아서^^
구년!이나 지났지만 참여는 해 보았습니다.
그 사회적 참사의 아픔에 우리는 이태원까지 맞이했네요. 안 잊을 거에요.
#기억은힘이세지
#당이떨어졌을지언정
#keepgoing
내 인생 책 중 한 권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에게서 빌려 읽었고, 보름가량 이 책을 병처럼 앓았다. 정말로 어딘가에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책을 펼치면 책 속으로 들어가서 어린 왕녀를 만나고, 모험을 벌이고, 나의 우주를 건설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소설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소원이 수십년 만에 매우 기묘한 방식으로 이뤄진 것 같다는 생각은 가끔 한다. 읽고 쓸 때에는 아무것도 남지 못할 감각의 세계를 떠나 의미와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어린 왕녀를 만나고, 모험을 벌이고, 내 세상을 세운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