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활용법부터 블로그 자동화, 유튜브 콘텐츠 생성, 미드저니와 ChatGPT API 사용법까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러니까 챗지피티를 거대언어모델로 개발했는지 머신러닝인지 그런 거 나는 잘 모르겠고, 당장 내 할 일 어떻게 줄여줄 수 있냐고요! 현기증 나니까 빨리 가르쳐 주세요. 라는 사람들의 수요가 폭증할 터. 이를 돕고자 만든 책이라 할 수 있다.
프롬프트를 이용한 활용방법들을 알려주고 있고 작업물 수준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이러한 업무를 자주 수행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블로그 글 쓰기, 유튜브 만들기, PPT 파일 만들기를 내가 한 달에 한 두 번 할 경우 이 때 챗지피티 이용해서 한다고 하면 지금 상태로는 조금 답답하고 복장터질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예로 들어 내가 직접 쓰면 1시간인데, 챗지피티와 실랑이하면 50분만에 작성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글이 내가 쓴 글보다 딱히 더 월등하지도 않다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듯.
기대하는 바는 챗지피티와 소통하는 것이 훨씬 편해지고 니가 맞네, 내가 맞네 에서 최종 산출물이 나오는 시간이 50분에서 20분 이하로 짧아지면 정말로 우리네 평범한 직장인들의 회사 생활도 달라지긴 할 것 같다. 챗지피티가 약속하는 미래도 이 부분이겠지? 50분에서 20분, 10분 결국 그 보다 더 짧게.
토머스 호켄베리 박사는 미국 인디애나대학 고전학과 학장이고, 전문 분야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다. 그는 2006년 암으로 사망하는데, 수천 년 뒤 부활한다……. 트로이 전쟁이 한창인 고대 그리스를 꼭 빼닮은 세상에서.
그를 부활시킨 건 올림포스의 신들이다. 이 세계에는 아폴론, 아테나, 아프로디테와 같은 신들이 정말로 있고, 호켄베리 박사는 그들을 위해 종군기자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그리스 신들의 초능력은 아무래도 나노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미래 과학의 산물인 것 같고, 그 신들은 『일리아스』의 내용을 알기는커녕 글자도 읽지 못한다.
댄 시먼스의 대작 SF 소설 『일리움』의 도입부다.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이렇게 시작한다.
두 번째는 자신들이 하늘에 있는 ‘후기-인류’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믿는 ‘고전-인류’의 얘기다. 이들은 순간이동장치로 세계 곳곳에서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소일한다. 질병도 노화도 없는 낙원 같은 세상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화성이 갑자기 지구화한 것을 의아하게 여긴 목성의 유기체(有機體) 로봇들이 탐사를 떠난다. 이 로봇들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셰익스피어 애호가들이기도 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로 연결되며, 세 이야기는 중반부터 한데 섞인다. 아킬레스와 오디세우스의 모험 사이에 마법사 프로스페로와 괴물 캘리반이 끼어드는 식. ‘도대체 이런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작품의 핵심 미스터리다.
가볍고 정신없는 패러디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인간성이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은 묵직한 소설이다. 실제로도 무겁다. 1부에 해당하는 『일리움』은 942쪽, 2부인 『올림포스』는 1088쪽이고, 두 권 모두 하드커버라 합하면 무게가 3킬로그램이 넘는다.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로저 젤라즈니를 떠올리게 된다. 신화와 SF를 결합한다는 아이디어, 교양을 현란하게 과시하는 스타일, 미국식 유머와 마초스러운 분위기, 폭력성과 선정성이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댄 시먼스가 덜 우아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일리움-올림포스』는 각각 그리스와 인도 신화를 소재로 삼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나 『신들의 사회』보다 야심이 훨씬 더 크다.
원래 벽돌책들은 모두 야심작이다. 소설과 비소설에 다 해당하는 얘기다. 야심작에는, 깔끔하고 완벽한 소품에는 없는 박력이 있다. 그 힘을 맛보려고 벽돌책을 찾아 읽는다. 『일리움』과 『올림포스』의 박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분노한 제우스가 내리치는 천둥 수준이다.
내가 이해하는 잡스는 본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아이폰이 소아마비 백신이나 3점식 안전벨트에 견줄 수 있는 발명 같지도 않다. 하지만 잡스의 일대기는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시스템이 촘촘해지고 개인은 왜소해지는 시대에, 그는 우리가 꾸는 꿈이다. 홀로 운명에 맞서 기어이 자기 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 1981년에 발표한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받았고, 1988년에 『악마의 시』를 냈다. 1989년 호메이니가 그를 죽이라는 칙령을 내렸다. 루슈디는 10년 넘게 도피 생활을 했고, 2012년 이 자서전을 냈다. 그리고 10년 뒤 강연장에서 결국 칼에 찔렸다. 소설가의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냐, 타 종교에 대한 존중이 먼저냐. 내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
최근 세미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두 번째 시도다). 채식과 동물권에 대한 에세이를 아마 쓰게 될 것 같은데, 그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은 갑각류가 마음을 가졌다는 의미는 아니며, 꺼림칙하게도 갑각류의 자리에 보다 고등한 동물을 넣어도 그 진술은 성립할지 모른다.
『괴델, 에셔, 바흐』보다 훨씬 쉽고 『사고의 본질』보다 훨씬 재미있다. 몸과 머리를 분리한 상태에 대한 사고실험은 SF 단편 「당신은 뜨거운 별에」의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스타틴」을 쓸 때도 조금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정체성을 가지고 노는 이야기이니.
30대 초반에 석 달가량 붙들고 읽었다. 내용도 형식도 충격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기묘한 아이러니 하나를 『뤼미에르 피플』의 한 단편에서 써먹기도 했다. 국내 번역서가 원래 두 권짜리였는데 1,100페이지가 넘는 한 권으로 개역판이 나왔다. 한번 더 읽고 벽돌책 칼럼에서 소개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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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책 읽는 우리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그날까지, 저는 또 유용한 정보를 들고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유인원과의 산책』에서 유달리 새롭게 다가온 인물은 아마 비루테 갈디카스가 아닐까요? (사실 저도 이 책을 통해 영장류학자 삼인방의 존재를 처음 접했답니다.🙈) 비루테가 연구한 오랑우탄이라는 동물도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가족이나 집단별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침팬지, 고릴라와 다르게 오랑우탄🦧은 다른 오랑우탄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한 달 이상을 지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쉽게 마주치기 어렵기 때문에 비루테는 연구를 시작한 지 8년이 지나서야(!) 오랑우탄이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죠. 연구 초기 지독한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야생 오랑우탄을 보고, 비루테는 그들에게 약을 주입한 과일을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심의 여지도 없이 그들을 도우려고 애쓴 비루테의 노력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 주는 듯해요.
📌 (p.295) 그녀는 “이들 오랑우탄에게는 살아남을 권리와 숲으로 다시 돌아갈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대다수 과학자의 관점에서 이탈한 채 비루테가 외롭게 고수해 온 관점이다. 어스워치 탐험에 관해 요약 보고서를 작성할 때면 그녀는 매번 그 문서에 리키 캠프의 기본 규칙을 적어 넣는다. “캠프에서는 오랑우탄이 ‘첫째’요, 과학이 둘째요, 지역 직원과 지역민이 셋째요, 우리 외국인 연구자는 ‘맨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라.”
퇴근 후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예뻤다, 너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