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작가가 무려 cf도 찍는다고^^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등장하신 세 편의 광고도 보고~ 스펙트럼이 넓으셔서 대표작이신 침묵 외 종교작품을 넘어 생활소설 등 가벼운 작품들도 쓰시고 이 중에는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이평춘 번역가님 말씀.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면 직접 빚으신 초콜렛도 주시는 초콜렛 🍫 책방 대표님과 의기투합하여 독서모임을 진행 중이신 망원베이스의 김혜나 작가님까지 모두 한 큐에 뵈어서 좋았던 그믐 참여자 1인:)
[책처방] 4. 독서모임에서, 누구나 읽어도 공감할 문학 작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책을 좋아하여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제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문학인데요, 저는 지금까지 읽은 책의 9할이 비문학 서적입니다. 전문서나 원서나 지식을 깊이 요구하는 분야의 서적은 아주 친숙하고 좋아하는데 (모르더라도) 제가 문학적인 부분에 무지하여 책 선정이나 모임의 실질적인 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읽을 좋은 문학작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믐책처방은 책을 추천하고 추천받는 그믐의 상설 이벤트입니다. 그믐에서 책처방을 받고 싶은 분들은 사연을 적어서 contact@gmeum.com으로 보내주세요.
그믐약국에서 29일간 모임을 열고 지금 당신이 읽으면 좋을 책을 그믐 회원들로부터 추천 받습니다. 사연 외에 다른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개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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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체험기. 익숙한 대학원의 풍경이 일본 대학을 배경으로 똑같이 펼쳐진다.
침묵을 읽으신 후 평생의 키워드로 엔도 슈사쿠의 문학과 함께하신 이평춘 번역가님과 작년 <깊은 강> 모임을 열어주셨던 김혜나 작가님 콜라보로 1부는 책으로 다과와 직접 빚으신 술과 함께한 2부는 수다로♡ 감사한 저녁!
@ 신촌 어귀
자음과모음 출판사는 설립 이후 20년 동안 책을 3000종 이상 펴냈는데, 그 중 가장 두꺼운 책이 오늘 소개할 이 책,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 철학사』라고 한다. 『세계 철학사』는 자음과모음에서 절판하지 않고 현재 판매 중인 단행본 중 가장 비싼 책이기도 하다. 정가는 3만9900원.
1208쪽이면 동서양 철학의 역사를 요약 정리하기에 넉넉한 분량일까? 동양철학 부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은 할 수 있겠다. 중국철학 전체를 다룬 분량이 이마누엘 칸트 한 사람이 차지한 페이지 수에 못 미치니 말이다. 그러나 내용이 헐겁다는 얘기는 못한다. 서양 저자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색다른 관찰도 눈길을 끄는데, 예컨대 모든 중국철학은 정치학 또는 사회철학이라는 진단이나, 정치사상가로서 맹자를 루소에 비유하는 대목 등이 그렇다.
서양철학 부분에서도 그런 날카로운 평가와 비판이 재미있다. 많은 철학 입문서들이 한 사조(思潮)의 한계를 논할 때 바로 다음 세대 철학자의 주장을 빌려오곤 한다. 『세계 철학사』는 그런 쉬운 접근방식을 지양하고, 대상이 되는 학자의 시대 안에서 한번, 그리고 독자가 있는 현대의 관점으로 다시 한번 그 사상을 살핀다.
어떻게 보면 책의 구성 자체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 조금 닮았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사상을 소개한 뒤 이렇게 묻는 식이다. 플라톤은 도덕적인 양자택일에 몰두해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 문화와 예술을 무시했던 것 아닌가? 플라톤이 꿈꾼 ‘전능한 국가’는 전체주의의 시조 아닐까? 저자는 따로 설명하지 않으며, 독자가 답변을 궁리하는 동안 이 책은 ‘철학사 서적’에서 ‘철학 서적’이 된다.
말미에 이르면 책의 질문은 철학과 철학사 자체를 향한다. 지금 철학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여태까지의 모든 윤리학은 인간중심적이었던 것 아닐까? 이제 우리에게는 동물이나 환경에 대한 책임도 있지 않을까? 신경과학과 컴퓨터공학이 인간 의식이라는 수수께끼에 맹렬하게 달려드는 시대에, 논리학과 인식론의 몫은 뭘까?
어려운 주제들이 마술처럼 쉬운 언어에 실려 있다. 철학박사이면서 출판 편집자로 오래 일한 저자의 이력 덕분인 듯하다. 본국인 독일에서는 60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이고, 20개국으로 번역됐다. 한국에서도 누적 판매량이 2만 부가 넘는다고. 매끄러운 번역과 함께 만화풍의 친근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한국판 표지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인생은 한 방이다’라는 부제가 붙은 ‘성공의 속성’ 챕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교 평준화, 실력주의는 차별을 없애지만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주장과 ‘전략적일 수 없다면 철학적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책을 읽고 얼마 뒤 저자는 정치에 뛰어들었고, 대통령비서관이 되었다. 좀 뜻밖이긴 했다.
부실 판정을 받은 지방 사립대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굉장히 독한 소설이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정말 현실이 이런가’ 하고 여러 번 중얼거렸다. 모르고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저자가 지방대에서 교직원으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는 터라 안 믿을 수가 없긴 하다.
이 책이 주제도서였던 그믐 모임에서 심금을 울리는 명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뒤늦게나마 개인적으로 손에 잡았다.
https://www.gmeum.com/meet/423
베스트셀러 저자로만 알았는데 실은 이 에세이가 먼저라고 한다.
책에 진심인 저자의 53편의 에세이.
생각만 해도 지루한 게 책인데, 책에 관해 50개가 넘는 이야기 거리가 나온다고?
저자는 머리를 드라이어로 잠깐 말리는 순간에조차 책을 눈에서 떼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언제나 궁금해 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이 정말 찐이라는 그 사실은 내가 알겠다.
3년 전 한 독립 서점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책을 골랐어. 책을 산 후 들른 지인이 강력 추천한 탓에 큰 기대를 했지만, 사실 책을 읽은 후 느낀 감정은 ‘우울’ 그 자체였지. 그렇다면 인생이란 슬픔의 연속이란 말인가, 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 실직 후 떠나온 곳에서 불안과 고민이 계속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선물한 친구 역시 좋다는 느낌보다는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어.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3년 후 다시 읽어본 책의 느낌은 정반대더라. 담담해서 좋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긍정과 부정이 오히려 낙담에만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 같았지. 3년 만에 더 단단해진 것일까? 참 신기한 일이야, 같은 책을 읽어도 감상이 뒤바뀔 수 있다니 말야. 앞으로 준이가 때때로 겪게 될 경험일지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수술을 알리지 못한 건 그 의사를 존중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할아버지는 대전, 청주보다 더 먼 헝가리로 떠난 준이의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했고, 사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어. 무엇이 맞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책 속 문장처럼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문제를 맞닥뜨리면 금세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보니 선택과 후회의 문제인 거 같아. 책에는 주인공은 선택하거나 후회하는 장면이 잘 나타나지 않아 다만 받아들일 뿐이지. 내 앞에 놓인 문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일 거야.
학창시절 수학 문제집을 풀 때마다 쉬운 예제에 풀이를 달아놓고 어려운 유제를 풀게 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 아니, 어려운 문제에 풀이를 달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던 거지. 예제는 풀이가 없어도 쉽게 풀 수 있을 거 같았거든. 그런 생각을 가끔 하게 돼. 진짜 어려운 문제는 결국 본인이 풀어야 하는구나. 할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모든 가족들은 각자의 문제 앞에 놓이게 됐어. 고모는 정답이 없는 답안지를 좋아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꼭 간결한 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해. 하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지. 정답이 없다는 것을.
혹시 앞에서 뒤섞여있는 긍정과 부정 오히려 힘을 주는 듯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니? 산다는 건 스트레스 그 자체이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안도할 수 있게 되더라. 책에 보면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될 거란 말이 나오잖아. 사람이 성장하는 건 보통 어려움을 겪은 후더라. 가족이 아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이 시기를 넘기면 함께 더 감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지리라고 믿어. 10살의 준이와 7살의 동생 준이. 준이에게 가장 큰 행복과 지혜를 주는 것은 어떤 장면일까 상상해본다. 사랑하고 이별해야 하는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각자만의 풀이를 통해 다음 페이지로 계속해서 나아가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