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을 위한 3만원권 지폐 발행으로 유명한 이적의 인스타글을 모아놓았다. 소셜미디어의 글들이란 게 일회용품 같은 면이 있는데 이걸 애써 종이책으로 출간해놓으니 기이하다. 페트병과 라벨을 분리한 일회용품 수거함의 재료들을 감상하는 느낌.
애덤 샌들러가 제작한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오는 넷플릭스 코미디 영화. 주인공 약혼녀가 요가 선생이라서 아기 자세가 나오는데 아기 자세를 child's pose라고 지칭하더라. 지금까지 baby's pose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음.
최근 플레이그라운드에 챗GPT 4 모델이 적용되어서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해줌.
"Baby"는 주로 출생부터 약 2세까지의 아주 어린 아이를 지칭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부모나 보호자에 의존합니다. 아직 말을 하거나 걷지 못하고, 기본적인 생활 습관도 배우는 중입니다.
"Child"는 더 넓은 범위의 연령대를 포함하며, 일반적으로 출생부터 성년기(법적으로 18세)까지의 모든 아이들을 묶어서 부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Child"를 사용하여 보통 2-3세부터 걷고 말할 수 있게 된 아이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즉, 모든 baby는 child에 포함되지만, 모든 child가 baby는 아닙니다.
몇 년 전 어느 장르소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좀비 소설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규칙을 강조하기에 속으로 답답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장르 규칙들은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 위한 용도이지, 경외하며 수호해야 할 율법이 아닐 텐데.
전통과 규칙을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이는 게 변방의 마니아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 같다.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다는 콤플렉스 때문에 ‘순수한 본질’이라는 허상에 집착하고 나는 진짜, 너는 가짜라며 인정투쟁을 벌이게 되는 것 아닐까. 1990년대 한국의 록 마니아들이 그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후기 사대부들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싶다.
지금 누가 내게 다시 좀비물의 규칙을 강조하면 “혹시 『THE 좀비스』 읽어보셨나요?”라고 슬쩍 물어보련다. 이 책은 휴고상 수상자이자 장르소설 전문 편집자인 존 조지프 애덤스가 엮은 좀비 소재 단편소설 작품집이다.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클라이브 바커, 닐 게이먼, 댄 시먼스 등 그야말로 현재 최고 작가들의 글을 모았는데, 이 거장들은 장르 규칙을 신나게 뒤틀고 놀려대고 무시한다.
그러다 보니 34편에 이르는 수록작들이 모두 같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이라는 느낌은 전혀 주지 않고 저마다 독특한 주제와 개성을 자랑한다. 날선 정치풍자물이 있는가 하면 애틋한 로맨스가 있고, 인간 실존의 조건을 묻는 작품, 전위적인 실험소설도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좀비는 죽음과 부활, 생존경쟁, 영혼과 껍데기 같은 거창한 관념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전달하는, 대단히 강력하고 매력적인 비유 아닌가. 그런 상징물을 특정 시공간이나 서사 문법과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좀비처럼 생기 없는 관성에서 비롯된 아집 아닐까.
이 책은 참여 작가들의 위상도 그렇지만 분량도 ‘끝장판’스럽다. 한국어 번역본은 무려 920쪽이다. 출판사 북로드는 이 두툼한 원고를 나누지 않고 한 권으로 펴낸 이유에 대해 “‘좀비 문학의 바이블’이라는 느낌을 줘서, 마니아들이 소장용으로 사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전략이 맞아 떨어져 출간 두 달 만에 2쇄를 찍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애덤-트로이 캐스트로의 단편 「나처럼 죽어봐」를 특히 인상적으로 읽었다. 좀비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비 흉내를 내는 사나이의 이야기다. 작가는 묻는다.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가?’
엄청나게 흡인력 있게 시작하는데 조금 지나면 재미는 있지만 개연성은 없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요란해지고 정신없어진다. 마지막은 아주 사랑스럽게 끝난다.
이 기관이 세계 곳곳에서 법을 어기며 저지른 여러 공작들의 일화를 다 읽고 내 머리에 남은 건 거기에 참여한, 혹은 희생된 개인들의 기구한 운명이었다. 공저자 미카엘 바르조하르는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첩보 소설 『죽음의 문서』 작가인 ‘마이클 바조하’와 동일 인물인 것 같네.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해 책을 읽자’(a)는 말은 ‘독서는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다’(b)라는 말과 다릅니다. (a)를 (b)로 읽고 자꾸 (b)를 반박하시는 분들 께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VR 게임으로 PS VR의 주력 컨텐츠. 초반 5분까지의 압도적인 경험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VR 멀미를 극복할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폭력은 인간 존재의 필요조건이며, 국가는 폭력을 바탕으로 성립한다고 역설.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이야말로 성찰 없는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는 것.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용은 여러 서평 기사에 너무 잘 요약이 되어 있는 바람에 그다지 새롭지 않았고, 엉뚱하게도 ‘경찰이 경범죄보다 금융권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목에 가장 공감했다. 교도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