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단편 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장류진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라서 약간 불편하지만 그 이유를 잘 몰랐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매일 마주치는 작은 돌부리가 약간은 거슬리지만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었는데, 장류진 작가는 특유의 세심한 관찰력으로 그 돌부리를 낱낱히 파해쳐서 땅에 파묻혔던 뿌리까지 드러내려 한다. 내게도 익숙한 일상 속 돌부리라며 편하게 읽었다가, 챕터를 마칠 땐 '이게 뭐지' 싶어서 머리가 띵해졌다. 뭔가 시사점이 있을텐데, 그게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메시지일텐데 싶어서 챕터마다 고민했다.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노트에 적어봤다.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인지 혹은 내 안의 자아가 책을 읽고 토해낸 메시지인지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일과 육아를 벗어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보람있고 좋았다.
1. 연수: 30대 중후반이 생각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 = 결혼, 출산'을 벗어났다는 우려가 운전 미숙으로 반영된건 아닐까? (혹시 작가가 아직 흔들리는 비혼주의인걸까?)
2. 펀펀 페스티벌: 우리 나라는 유독 외향적인 성격을 좋아한다. 외향인은 사회적으로 소통을 잘하는 좋은 성격인 반면 내향인은 뭔가 소극적이고 답답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나도 내성적인 성격인데, 사람들 앞에 잘 나서는 외향인을 부러워하면서도, '왜 저래? 난 절대 못해'라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찬휘를 바라보는 지원이의 이중적인 마음도 나와 같은 건 아닐까?
3. 공모: 성공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현실에 꾸역꾸역 맞춰가며 버텼던 현부장. 그런 자신이 안쓰러웠나보다. 현부장이 천사장을 싫어했던 이유는, 천사장의 삶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4. 라이딩 크루: 어떻게 여자 작가가, 젊은 수컷들의 치기와 허세를 이렇게 잘 뽑아낼 수 있지??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2020년 10월 우연히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받았습니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췌장암을 1기에 진단받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건 큰 행운이었지만, 수술이후 합병증으로 3개월 넘게 병원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몇 번이나 죽을고비를 넘기셨고 1년동안은 불편하게 장루도 달고 지내셨습니다. 장루 복원술을 한 뒤에는 통증으로 고생하셨지만 올 봄에는 통증도 나아지고 기력도 회복해서 포도밭에서 일도 하실 수 있었습니다. 포도밭일을 하고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췌장암이 재발한걸 알게 되었고, 결국 7월 23일에 집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수술 후 중환자실에 계시는 내내 저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것인가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툴 가완디가 아버지를 암으로 보내드렸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쓰게 된 책입니다. 원제는 Being mortal 입니다. 직역하면 '죽는다는 것'정도 되려나요?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차피 질 수 밖에 없는 죽음과의 싸움을 너무 오래 끌다보면 정작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삶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을 못 쏟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임종을 맞지 못하게 되실까봐 너무 두려웠습니다.
3월에 암이 재발했을때는 항암치료도 받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를 설득한 담당의사는 생명을 늘리기 위한 항암치료가 아닌 췌장암이 담도를 막거나 십이지장을 막아서 고생스럽게 돌아가시지 않게 하기위한 항암치료라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3일전까지 조금이나마 식사도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본인이 나고 자란 동네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하고싶은 얘기도 하고, 오랫동안 못 봤던 지인들도 만나보고 가족들이 함께 있는 동안 임종을 맞이하셨습니다.
췌장암은 1기에 진단받아서 수술을 해도 5년을 넘겨서 사는 사람이 5명중 1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당연히 아버지가 그 1명일줄 알았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하고 합병증으로 고생하시게 되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의사인 아들 때문에 VIP 증후군으로 잘 못된게 아닌가 생각을 너무 많이 했지만 아버지를 집에서 편안하게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린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픕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죽는 기술(아르스 모르엔디, ars moriendi)'에 대해 알게 되셨으면 합니다. 질 수밖에 업는 죽음과의 싸움에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후퇴해서 잠깐이나마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장편소설을 꼽는다면 어떤 책을 선택할 건가요?
내일의 고전이 될 장편소설을 찾기 위해 6인의 평론가들이 함께하는 <이 계절의 소설>. 지난 7월 1일 <그믐>에서 진행된 첫 번째 모임이 마무리되었는데요. 과연 더 깊은 논의를 위해 선정된 두 권의 책은 어떤 소설일까요? 그리고 두 권의 장편소설이 선정되기까지 평론가들은 어떤 책들을 추천하고 의견을 나눴을까요?
‘이 계절의 소설’ 첫 번째 모임에서 오고 간 평론가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보고 최종 선정된 두 권의 소설을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선정된 두 권의 소설을 함께 읽으며, 29일간 진행될 두 번째 모임 속 평론가들의 더 깊이 있는 비평과 논의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그믐’에서 진행중인 <이 계절의 소설> 모임
ꔛ 𝟲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2
<이 계절의 소설>은 소전서림이 속해 있는 소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시대를 넘어서는 장편소설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𝟭년 동안 독자와 𝟲인의 평론가가 함께 ‘내일의 고전’을 찾아가는 여정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6명의 평론가들이 모여 3개월마다 두 차례씩, 여기 그믐에서 독서모임을 열고 29일간 좌담을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발견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자기계발서. 새로운 통찰을 준다기보다는 이미 들었던 지혜로운 조언들을 다른 용어로 말해준다. 그래도 딱 책을 들었던 그 순간 내게 필요한 말들이 많았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비하면 꽤 딱딱하고 읽는 맛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준채식인으로서 정말 많은 참고가 되었다. 동물윤리에 대해 여태까지 읽은 책 중 가장 논리적이었고, 여러 딜레마들을 뚫고 반걸음이나마 의미 있게 나아갔다고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이 책이 ‘현재의 동물윤리는 미완성’이라고 선언하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제한적 계층주의에 나도 동의한다.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에서 여자 셋이 세시간 여 수다 💬 + 피아노덕후2의 간이 피아노배틀☆
저자가 안전가옥 PD인 관계로 안전가옥에서 개발되었던 작품들이 두루 예시로 활용. 1시간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얇고 비교적 2023년 시점의 컨텐츠를 다룬다.
회사에서 상사와의 공감 정확도는 매우 높지만, 가정에 돌아오면 공감 정확도가 매우 낮아지는 남성들의 특성
산책을 좋아한다. 아무 이유 없이 거리를 구경하고 자연을 느끼며 걷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혼자 길을 나서 걷다 보면 머릿속에 두서없이 부유해 다니던 생각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것이 느껴진다. 산책을 단순한 운동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던 내 일상에 어느 순간부터 '산책'이 실종되었다. 그 정확한 시점은 아마 출산 후부터 일 것이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책도 즐겁다. 아이들과의 산책은 혼자만의 산책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나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던 많은 자연물들을 관찰할 수 있고 더불어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하지만 뭐랄까. 이전의 산책에 누릴 수 있었던 사유의 시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차를 조심시키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머릿속에 먼지처럼 떠돌던 생각의 단편들이 강한 바람을 타고 흘러가버리게 된다. 그래서일까. 인생에 자식이라는 존재가 얹어진 시점부터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졌다. 사유를 동반한 산책의 부재가 준 생활은 어쩐지 지나치게 명료하다. 정확하게는 명확히 답이 나와있는 것들만을 고려하게 된다. 사실상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출산 후, 나는 주어진 것들을 따르는 일상들이 나열된 날들을 살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내게 사유를 위한 방해물이 너무나 많았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주어진 틀에 나를 잘 재단하여 지난 몇 년을 살아왔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결핍 속에서 깊이 사유하지 못하고, 사물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일상들을 살고 있었음을 느꼈다. 나도 나만의 작은 방을 열망한다. 이제는 그 틀을 벗어나야 할 시간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에 익숙해지지 못 한 초반에는 '문장의 끝이 어디야.'하며 헤매는 일들이 있었다. 읽기 어렵다는 말이 내용이 아니라 문체를 이야기하는 것이구나 느끼며 차츰 의식의 흐름대로 풀어내는 문장에 익숙해져가니, 눈앞에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하는 그녀가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은 어느 분이 '연필을 세 번 깎았다.'라고 하셨는데 나 또한 홀린 것처럼 줄을 치며 읽어나갔다. 씨실이라는 시대의 역사와 날실이라는 개인의 역사가 얽히며 과거의 수많은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타인에 의한 자유 박탈과 불평등을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여성'의 몸으로 혼자 하는 산책조차 '길거리의 여자'라 비하되며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에게 절로 경의의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 그녀들을 살게 했을까. 지금도 여전히 크고 작은 불평등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적어도 내가 끼적이거나 생각하는 일들이 타인에 의해 비효율적이라며 지탄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다행인 걸까. 그 정도에 만족하며 살아야 할까. 아니, 나는 단연코 이 자유에 만족하지 못한다. 위 세대의 눈에 가시가 되더라도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기성세대와 가부장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털어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여성들이 지난 세기보다, 그리고 지금의 나보다 더 자유롭게 불합리한 것을 말하고 토론하고 또한 안전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결코 여자가 남자처럼 되며 얻어지는 것이 아니길 울프와 같은 마음으로 바란다. 여성이 가진 다양한 능력과 개인이 가진 개성으로 평등을 이루어 내기를 아주 오랫동안 소망하게 될 것 같다.
첫째 그들이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둘째 돈 버는 일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번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혼 여성 제산 법'이 통과된 해는 1970년이다.) p38
한 성(性)의 안정과 번영, 다른 성의 가난과 불안정을 생각했고, 작가의 마음에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마침내 그날의 논의와 인상들, 분노와 웃음과 함께 그날의 구겨진 껍질을 말아서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 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40
양을 우리로 몰듯 물음들을 흐트러지지 않게 다독거려 곧장 해답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겠지요. p45
왜 여성은 가난한가? p45
우리의 나태함에서, 우시의 헛된 공상에서 가라앉았던 진실이 때로는 표면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p51
어느 성에게나 삶은 힘들고 어려운 영속적인 투쟁입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용기와 힘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우리 같이 환상을 지난 피조물에겐 그것은 아마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필요로 할 겁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우리는 요람에 누운 아기와 마찬가지이지요. 이 측정할 수없이 가며 운, 그러나 무한한 가치가 있는 자질을 어떻게 해야 가장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을까요? p55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난 거울 노릇을 해 왔습니다. p56
또한 돈을 벌어 그 돈에만 의존해서 사는 어려움도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애를 써 보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지금도 여겨지는 것은 그 당시 내 마음속에서 싹튼 두려움과 쓰라림의 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하지 않는 일을 늘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항상 부득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고 또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노예처럼 아부하고 아양을 떨며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것이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단 하나의 재능이(작은 것이지만 소유자에게는 중요한) 소멸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나 자신, 나의 영혼도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들이 나무의 생명을 고갈시키며 봄날의 개화를 잠식하는 녹과 같았습니다. (중략) 그 당시의 쓰라림을 기억하건대,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요. (중략)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중략)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중략) 이런 본능은 삶의 조건에서 다시 말해 문명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라고요. 내가 이러한 결함들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두려움과 쓰라림은 점차 완화되어 연민과 관용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일이 년이 지나자 연만과 관용도 사라지고 가장 커다란 해방, 즉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는 자유가 생겨났습니다. p60
누군가 어느 순간에 어떤 재능의 가치를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가치들은 변화할 것입니다. 백 년이 지나면 이 가치들은 완전히 변하겠지요. (중략)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둘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한때 자신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모든 활동과 힘든 직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p 63
픽션은 거미집과 같아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구석구석 현실의 삶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p66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량의 정보입니다. p71
16세기에 태어난 위대한 재능을 가진 여성은 틀림없이 미치거나 총으로 자살하거나 또는 마을 변두리의 외딴 우두 막아서 절반은 마녀 절반은 요술쟁이로 공포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일생을 끝나쳤을 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적 재능을 발휘해 보려고 시도한 천부적 재능을 지난 여성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해받고 지지되었으며 자기 내면에서 상충하는 충동들로 고통받고 갈가리 찢겨서 틀림없이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잃었을 거라고, 심리학에 대한 지식의 거의 없어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 78
커러 벨, 조지 엘리엇, 조르주 상드, 이들의 작품이 입증하듯이 이 내면적 투쟁의 희생자들은 남성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비효과적으로나마 자신을 베일로 가리려 애썼습니다. (중략) 익명성이 여성의 핏줄에 흐르고 있습니다. p79
위대한 작품이 작가의 마음에서 완전하고 총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거스르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물적 환경이 그것에 적대적이지요. p81
세상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보상을 치르지 않겠지요. p81
여성이 월등하기보다는 남성이 우월하기를 바라는 뿌리 깊은 욕망으로서, 남성을 예술의 전면뿐 아니라 도처에 서 있게 함으로써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도록 합니다. p86
문학은 사리 분별을 넘어설 정도로 타인의 의견에 신경 쓴 사람들이 파멸한 잔해로 온통 뒤덮여 있습니다. (중략) 자기 속에 내재한 작품을 흠 없이 완전하게 풀어놓으려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마음처럼 작열해야 합니다. p88
슬프게도! 펜을 드는 여성은 주제넘은 동물이라 간주되어 어떤 미덕으로도 그 결함은 구제될 수 없다네. p91
그녀는 남편의 죽음과 몇 가지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서 자신의 기지로 생계를 꾸려 가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과 대등하게 일해야 했지요. 열심히 일함으로써 그녀는 먹고 살 만큼 충분히 벌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지니는 중요성은 그녀가 실제로 쓴 것들 <수천의 순교자들을 만들었네>와 <사랑은 환상적 승리 안에 앉았지>같은 그 빛나는 작품들보다 더욱 귀중한 것입니다. p98
"그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언제나 책임감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p99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채 삼 십분도 되지 않는다." 여성은 언제나 방해를 받았지요. p103
삶은 삶이 아닌 어떤 것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부분적으로는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삶으로 판단합니다. p110
나는 과수원에 나뒹구는 얽은 자국이 있는 작은 사과들처럼 런던의 중고 서점에 산재한 여성들의 소설을 생각했습니다. 그것들을 썩게 한 것은 중심에 존재하는 바로 그 흠집입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경의를 표하려 자신의 가치를 변절시켰던 것입니다. (중략) 순전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그런 비판에 직면하여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이 본 그대로의 사물을 고집하는 일은 대단한 재능과 성실성을 요구했겠지요. 그 일을 해낸 것은 오직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뿐이었습니다. p114
나는 비록 당신이 교구 관리라 해도 나를 잔디밭에서 쫓아내도록 용인치 않겠어. 그리고 싫다면 당신의 도서관을 잠그라고, 그러나 당신은 내 자유로운 마음에 문이나 자물쇠, 빗장 따위를 달 수는 없어 p116
여성의 정확한 크기를 잴 수 있는 벽 위의 눈금도 없습니다. 훌륭한 어머니의 자질이나 딸의 헌신, 누이의 신의, 또는 가정주부의 능력을 젤 수 있는, 1인치보다 더 작은 눈금으로 세밀하게 구분된 야드 자도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대학에서 평가를 받아 본 여성이 거의 없습니다. 육군, 해군, 무역, 정치, 외교 등 전문직의 위대한 시련은 여성을 시험해 본 적이 거의 없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은 거의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p131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거나 남성과 같은 생활을 하거나 또는 남성처럼 보인다면, 그것도 천만번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세계의 광대함과 다양함을 고려해 볼 때 두 가지 성으로 너무나 불충분할진대, 하나의 성만 가지고 어떻게 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교육은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을 이끌어 내고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p134
무한히 불명료한 이 모든 삶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내 앞에 있기라도 하듯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p136
무엇보다도 당신은 당신 영혼의 깊은 곳과 얕은 곳을, 그것의 허영과 관대함을 밝혀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름다움 혹은 평범한 용모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조 대리석이 깔린 포목점들 옆 약국의 약병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냄새 속에서 위아래로 흔들리는 장갑, 구두, 잡동사니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와 당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p137
나는 마음의 재능이나 성격의 특징이 설탕과 버터처럼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p159
칭찬은 비난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아니,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무리 즐거운 소일거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더없이 무익한 일이며, 가치를 측정하는 사람들의 규정에 복종하는 것은 가장 굴욕적인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중략)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를 든 어떤 교수님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당신의 비전을 머리카락 한 올만큼이라도, 그 빛깔의 미묘한 색조라도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가장 비굴한 변적입니다. 이에 비교하면 인간에게 가장 큰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재산과 정조의 희생은 그저 사소한 고통일 뿐이지요. p161
우리는 입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지만, 실제로 영국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위대한 작품을 산출하는 지적 자유로 해방될 희망이 아테네 노예의 아들만큼이나 없는 것이다.(중략)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중략)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p162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원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 싶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을 픽션에만 한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니니까요. p164
여성이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위한 전주곡으로라도 여러분의 그러한 행위는 무한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p165
작가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풍부하게 이러한 리얼리티 속에서 생활할 시회를 갖게 됩니다. 리얼리티를 찾아내어 수집하고 그것을 여태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지요. (중략) 리얼하지 않은 것과 반목하며 사는 사람은 부러워할 만한 사람들입니다. (중략)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기를 권할 때, 나는 여러분이 리얼리티에 직면하여 활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p166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말할 겁니다. (중략)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p167
존 랭던 데이비스 씨는 "아이가 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나이가 될 때, 여성도 전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라고 여성들에게 경고합니다. 여러분이 이것을 기록해 두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자신의 일에 매진하라고 이 이상으로 격려를 할 수 있을까요? p168
이 강연의 중간에서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다고 여러분에게 말했지요. 그러나 시드리 리 경의 시인전에서 그녀를 찾지 마십시오. 그녀는 젊어서 죽었고 슬프레도 글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지금 엘리펀트 앤 캐슬 맞은편 버스가 정류하는 곳에 묻혀 있지요.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의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앞으로 백 년 정도 살게 되고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가 공동의 거실에서 조금 탈출하여 인간을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관련하여 본다면, 그리고 하늘이건 나무이건 그 밖의 무엇이건 간에 사물을 그 자체로 보게 된다면 (중략)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그때에 그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