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였다. 어쩐 일인지 차가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푸드덕 거리고 있었다. 깃털이 날아다니는 것으로 보아 조금 다친 모습이었다. 숲세권이라 고도도 높고 선풍기만으로도 이미 시원한 지경이지만, 그래도 한낮의 폭염은 효율도 안 오르고 하여 마침 쿠폰도 생겼겠다 쓰려고 킥보드를 끌고 나와서는 쾌적한 공간에서 잘 시간을 보내다가 가는 길, 녀석을 만났다.
못 보았으면 모를까~ 크게 바쁜 일도 없고 무엇보다 쟤 그냥 두면 100% 죽는데? 마침 차도에서 신호로 인해 차들도 지나지 않고 그냥 가면 눈에 밟힐 것 같아 대충 세워두고 스벅에서 남은 냅킨 몇 장 주머니에 넣은 걸 꺼내들고 그 살려고 발버둥 치는 비둘기에게 접근했다.
길가던 다른 사람들도 쳐다 보기만 하고 안타까워 하기는 했지만 다가가는 사람은 없어. 예전에 한창 단편 만든다고 기웃거릴 때 같이 작업하던 알던 언니 하나는 저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 아니고 닭둘기로 아주 비호감적 존재로 묘사한 적이 있었는데, 한 이십 년 전 쯤.
사람은 아니지만 동물권도 갈수록 소중해지는 마당에, 아니 모르겠고 선한 사마리아인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겐 시간도 있고 냅킨도 있었으므로 다가갔는데 이 녀석이 자기를 구해주러 온 것인줄도 모르고 반항하는 것이었다.
날개를 다쳐 잘 날 수도 없고 어찌어찌 더 보도블록 쪽으로 기특하게 푸드덕 거리면서 이동하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위험해! 그 와중에 차가 두 대는 지나갔지만 다행히 비껴갔고 ㅠ 그리하여 다음 신호가 다시 왔을 때 딱 잡아서 얘를 이제 어쩌지? 하는데 저 건너편에 어머님 한 분이 길을 그냥 지나지 못하시고 걔를 주차장에 맡겨 놓자고 하시는 거였다. 아니 주차장 관리인은 차를 관리하시는 것이고 얘는 어디 개천가에 흙 있는 곳에 풀어 놓아주면 날개를 아주 조금만 다쳤고, 저 차도에서도 기를 쓰고 본능적으로 갓길로 이동하려던 의욕적이고 '새' 치고는 판단력 있는 녀석이기에 딱 거기까지만 데려다주면 될 것 같은데 아주머니 생각은 다르셨다. 자신이 주차장에 얘기 했으니 거기 맡겨서 물이나 먹이자는 말씀이셨다.
내가 이 동네를 아직은 잘은 몰라도 분명 개천이 있는 다리 밑을 저 사진에서 처럼 지났었는데 문제는 도보가 아니라 킥보드였으므로 아직 살아 푸드덕 거리는 녀석을 두 손도 아니고 한 손으로 잡아서 거기까지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번 시도했는데 벌써 도망가서 다시 잡아오긴 했는데, 설령된다 한들~ 한 손 킥보드는 나름 시속 30km는 나오므로 나도 위험하지. 끌기엔 거리도 멀거니와 한 손으로 새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끌었다간 또 도망가게 생겼고;;
하여 그 분 말씀대로 주차관리원분께 맡겼는데 어디 천가로 데려다 주면 좋겠는데 못하고 있다고 하니 선량해 보이시는 분이 알겠다고 하시며 물도 먹여주겠다는 대답이셨다.
그리하여 그 날개 다친 새 🐦 는 살 수 있을거라 예측해 본다는 오늘의 새 동네 에피소드☆
12페이지까지는 남다른 필력에 몰입해서 오호하면서 읽다가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책 읽기를 포기하게 되었다.
저자는 대기업에서 회계 일을 하다 중소기업 CEO를 지내고, 태국에서 대안학교 교감을 하고, 대학 겸임교수 자리도 얻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에는 일자리가 없어 에어컨 설치 보조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때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책 한 권 읽고 그게 전부라고 여기면 안 되겠지만, 조선시대 서울과 민주공화국 시민의 서울을 구분하자는 주장에 매우 동의하게 되었다. 한양 도성을 복원하기 위해 남산 식물원을 철거하고, 사직단을 원형 복원하기 위해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과 종로도서관 건물을 철거하려 했던 시도 같은 건 확실히 이상하다. 저자는 “조선 왕조로부터 현대 한국을, 조선 시대로부터 현대사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썼다.
더 하우스 콘서트 대표 박창수님의 기획으로 시작된 one month festival로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여름날의 공연축제는 어느새 7월의 축제인 July festival로 혜화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20년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전곡을, 이듬해에는 브람스를 테마로 전곡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매일의 공연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20주년이었던 작년에는 바르톡으로 올해는 최애 작곡가인 슈베르트를 테마로 진행했는데 작년엔 갔었으나 정작 올해는 슈베르트!였음에도 한 번을 못갔네 ㅠ 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주일 간 열린 Dear Schubert는 세 번을 가고 음악후기까지 남기고서. 재작년 브람스 때 전편을 정주행했던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고로, 올해는 이사라는 빅이슈로 인해 그랬던 걸로.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피아노곡으로 전반부를 같은 곡들을 이어 성악과 함께 두겹의 레이어로 들려주는 공연에서는 끝나고 바로 다시 봤을 정도로 감명받았고, 방금 끝난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19, 20, 21번 피날레에서도 차원이 다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감동을 받았네!
소나타를 베토벤과 모차르트 곡들만 쳐왔는데, 최애 작곡가 치고는 즉흥곡들만 몇 곡 겨우 치는 것을 회개?하며 가곡의 왕이지만 노래까진 어려워도 어떻게 좀 슈베르트 소나타는 배워보는 것으로^^ four hands도♡
김정운 전 교수의 책을 일전에 몇 권 읽은 거 같긴 한데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었고 자의식 과잉의 중년 남자라는 인상만 받았던 거 같다. 창조적 시선은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출간했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책에 사진이 많고 바우하우스에 관한 내용이라지만 학술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일부는 신문 연재 칼럼을 옮겨온 경우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세고에 켄사쿠 9단과의 일화들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는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나는 담이 작아 승부가 명확한 일을 오래 못할 것 같다. 아니, 그런 일을 오래 했더라면 담이 커졌을까? 이 책을 내고 얼마 뒤 조훈현 9단은 정계에 들어간다. 바둑진흥법은 만들었지만 정치 활동은 많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