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을 자주하는 편인데 나같은 혼밥러들이 신경쓰는 것은 남의 시선보다는식당의 회전율이다. 그래서 4인 좌석만 있는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식당 입장에서는 점심 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2,3시 넘어 한적할 때 점심을 먹은 적도 많은데 요즘은 식당들이 대부분 브레이크 타임을 운영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고...
이 곳은 9,500원 런치세트를 혼자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맘이 편했다. 커리는 좀 달긴 했지만 사실 그래서 더 맛있었다.
샘터 (230825~230826)
❝ 별점: ★★★☆
❝ 한줄평: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들
❝ 키워드: #샘터동화상 #초등동화 #샘터어린이문고 #특등이피었습니다 #리광명을만나다 #연두색마음
❝ 추천: 힘듦과 슬픔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희망을 얻고 싶은 사람
🌿 첫 문장: 올해는 이상하게 마당에 핀 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p.9)
강난희, 「특등이 피었습니다」
📝 (23/08/25)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준이. 남들은 ‘툭등’이라고 부르지만, 준이는 ‘따뜻하고 포근해서 둥글둥글한 할아버지의 등’을 ‘특별한 사랑의 등’이라 말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 "할아버지는 '툭등’이 아니라 '특등'이에요. 제게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사랑의 등‘이에요.” (p.15)
할아버지는 열매가 많이 열리기 위해서는 ‘회복’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해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 "준아, 해거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꽃을 더 떨어뜨리고, 달려 있던 감도 더 떨어뜨리면서 다음 해를 준비하는 거지. (...)" (p.21)
할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가시게 되자 준이는 할아버지는 지금 해거리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며 할아버지와 둘만의 암호인 자전거 종소리를 계속해서 울리며 할아버지에게 힘을 보내는 듯하다. 함박눈이, 감꽃 향기가 퍼져 나가는 것처럼, ‘툭등 할아버지’가 아닌 신건수 할아버지의 병실까지 자전거 종소리가 울려 퍼지길, 그래서 해거리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다시 돌아오시길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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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혜영, 「리광명을 만나다」
📝 (23/08/26)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던 찰나 몽골인 아버지의 북한 무료 의료 진료를 따라가게 된 아이, 초록이. 미술 대회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엄마와 미술 선생님 때문에 미술을 그만두겠다고는 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듯하다. 초록이 아버지 덕에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어머니를 둔 광명이도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다.
🖋️ "저기, 구름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네."
"아니디. 구름은 바람 따라 움직이는 거디. 그림도 마찬가지고. 마음 따라 기케 붓이 움직이는 거디." (p.62-63)
아끼던 영국산 핸드메이드 물감을 잃어버렸지만, 구름이 바람을 따라 움직이듯, 마음을 따라 그림을 그리겠다는 초록. 초록이 앞으로 그려 나갈 그림이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
🖋️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는 거라면, 물감이 없어진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새롭게 쓸 이야기가 생겨서일까. 갑자기 가슴이 도근거린다. 저 멀리서 줄렁이던 파도가 하얗게 부서졌다 다시 일어났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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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하, 「연두색 마음」 🌿
📝 (23/08/26) 공장에서 만들어져,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 깨어나게 되어 있는 로봇들. 그중 하나인 연두가 눈을 뜨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의 손자가 되어 건강과 감정을 살피고, 집안일을 돕는 것이 연두의 임무. 하지만 할머니는 연두를 진짜 손자처럼 대해주시며 방도 마련해 주시고 정성을 다해 연두를 돌보신다.
🖋️ 나는 웃음을 통해 전해지는 할머니의 행복한 마음을 입력하고 배웠다. 행복을 배우면 나도 행복해졌다. 새로운 마음을 배울 때마다 내 마음이 점점 자라는 것 같았다. (p.76)
새로운 것을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도록 자동 업그레이드되는 최신 로봇인 연두는 할머니를 통해 행복과 새로운 마음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호야라는 개를 통해 할머니를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친밀감‘과는 또 다른 감정인 ‘이상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아니어도 행복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혹여나 쓸모없어진 자신을 반품할까 봐 슬프고 두려워진 연두는 스스로 전원을 내리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찾고 걱정하는 할머니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 할머니는 나를 와락 안았다. 안심과 기쁨이 할머니의 감정이었다. 좋은 감정인데 눈물을 흘리며 우셨다. 눈물은 슬플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기쁠 때도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93)
언젠가 정말로 도래할 수도 있을 미래. 연두가 새로운 마음을 배워가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잊고 지내는 감정들이 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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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준, p. 20)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에 의하면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에 출현했다. 3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에 익숙했던 뇌가 정보와 소음으로 가득 찬 인공적인 생활공간에 적응하기에 200년(산업혁명)이라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았다. 환경은 초록에서 회색으로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의 뇌는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뇌의 많은 부분이 구석기 시대 푸르른 대평원을 달리던 수렵 채집민의 상태를 간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용마산 데크길을 얼른 걷고 싶어졌다. 마음이 복잡할 때, 삶이 의미없는 것 같을 때, 남편과 싸웠거나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까지 울적할 때마다 내가 왜 중랑천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고 싶어했는지 알게 됐다. 사람은 원래 자연이 가까워지도록 설계된 생물이고, 일때문에 부득이 도시로 몰리게 된 현세대는 더더욱 자연을 그리워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주말엔 꼭 몸을 일으켜서 용마산 데크길을 걸어야겠다.
올해 알게된 또 한명의 소중한 작가.
모국어는 너무나 당연한 공기 같아서 단어 하나 하나 혹은 문장의 만듦새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사용한다. Hi 나 Hello 에 상응하는 한국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매번 '안녕하세요' 또는 '안녕'이라고는 알려주면서도 '안녕'의 뜻이 무엇인지는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건 그냥 인사말일 뿐이라고, 별다른 의미는 포함하지 않은 '누군가 만났을 때 처음 하는 말' 뿐이라고.
'안녕하세요'를 'Are you in piece?' 의 의미로 생각하고 말하는 순간 한국어라는 모국어는 또다른 세계로 확장된다. 문장의 주어가 상대방인 'you'로 분명해지면서 내 앞에 있는 (혹은 지금 내가 떠올리고 있는) 당신의 안부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더 나아가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담기게 되는.
모국어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처럼 소설 속 화자는 끊임 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데, 외국이라는 소설 속 배경 덕분에 그 불안감, 자조 섞인 실망감, 막막함이 훨씬 더 잘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웃고 재미난 순간들이 많음에도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나 역시 언젠가 느꼈던 그 막막함이 고스란히 기억나서인것 같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건지.. 열심히 해온 것 같은데 고작 이것 뿐인 현실이 혹시라도 끝인거면 어떡하나.. 했던 시간들.
그래도 가끔씩은 소설 속 화자와 같은 인물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끝없이 고민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그 일을 너무나 잘 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서.
마지막 결말은 <젊은 근희의 행진> 과 함께 올해 읽은 최고의 마무리 문장이었고, 이 작품에 이보다 더 훌륭한 마무리가 있을까 싶을 만큼 작가의 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여러 번 소리 내어 곱씹어 읽은 문장들이다.
p.184
나는 소설이 꾸며 낸 이야기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을 반영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보다 작지 않고, 소설이 삶에 속한 게 아니라 삶이야말로 우리가 부지불식 간에 '쓰고 있는' 소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우주와 영원이 써 내려가는 거대한 소설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소설을 쓴다는 건 일종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이며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과 소설은 둘로 갈라져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다.
양자물리학자가 쓴 과학 교양서. 우연이라는 열쇠말로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천문학, 통계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질문 형태인 제목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아주 많이’다.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한 기업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우연이 개입하지 않은 사건이 없고, 기실 인생 자체가 우연 게임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얇은 책인데 내용이 무척 알차다. 포퓰리즘의 핵심에는 ‘순수한 민중 대 부패한 엘리트’라는 피해망상적인 구분 짓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분 짓기는 이데올로기로서 홀로 설 정도의 중심이나 내용이 없다. 그래서 포퓰리즘은 ‘숙주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며, 그때 좌파 포퓰리즘이냐 우파 포퓰리즘이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