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에서 원래 인간의 고유함이라고 여겨지던 영역, 예를 들어 창작과 같은 영역마저 인공지능에 침범당하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읽은 적이 있다.
의도한건 아닌데 요 며칠,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는 책 두 어권을 읽다보니 역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기에 아직 인간도 다 헤아릴 수 없는 두뇌기능, 감정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의식의 모든 부분을 다 탑재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과 어느 정도 엇비슷하게 만들어질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들에게도 의식이 프로그래밍된다면 과연 인간과 기계를 나눌 선은 어디에 그어질 것인가. 과연 그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수많은 질문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책이다.
십대 때 신일숙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본 "삶은 예측 불허. 그리하여 그 의미를 갖는다"라는 강렬한 문장을 좋아했었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p119)고.
그러고보면 과학자나 작가 혹은 인문학 또는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경지에 이르면 공통의 통찰력을 내놓게 되는가보다. 그 통찰력에 닿게되는 과정이 다를뿐.
그 통찰력을 내놓는 인간의 뇌를 들여다 보는 것...그를 통해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고, 사회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의 단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제목에 끌려서 빌렸는데, 다 읽고보니 정말 탁월한 제목이었구나 싶다. 등장하는 모든 음식은 맛있게 묘사되고 있고, 하루하루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내는 그 마음은 깊어진 인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게 아닌가. 그 어떤 현자의 말씀만큼이나 평범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통찰력있게 전달한다. 그러니까 인생이란...맛있는 음식을 혼자 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그리고 보통은 한잔의 술을 곁들여) 살아볼만 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