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다른 방식의 Happily Ever After.
정보라 작가 책은 단순하게 읽어도 재밌고, 레이어를 떼어 살펴보면 더 재밌다. 의외로 전자가 어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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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저쪽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은 피로가 따라온다. 회색분자 같은 유치한 말은 무시해도, 명확한 입장이 없다고 보이는 일은 괴롭지. 양시론의 수렁 앞에서 분명한 설득이 보이는 글이다.
문학과지성사 (231003~231005)
❝ 별점: ★★★★
❝ 한줄평: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갈망
❝ 키워드: #소나티네 #살인 #죽음 #욕망 #일탈 #술 #목련 #바다 #정원 #석양
❝ 추천: 판에 박힌 권태로운 삶에서의 비밀스러운 일탈이 궁금한 사람
❝ 목련꽃은 오늘 밤 활짝 필 것이다. 그 여자가 항구에서 오는 길에 꺾어 온 것을 빼놓고는. 시간은 이 잊힌 꽃봉오리 위로도 한결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
🎼 첫 문장: “악보 위쪽에 뭐라고 써 있는지 읽어볼래?” 피아노 선생이 물었다. (p.7)
📝 (23/10/07)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여름밤 열 시 반』을 읽은 후 바로 이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집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조금 더 좋았다.
결혼한 이후 아이를 낳고 안주인 노릇을 하며 10년 간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을 살던 안 데바레드는 집과 반대편, 시끌벅적한 부둣가 근처에서 아이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는 작은 일탈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이를 죽인 남자를 목격하게 되고, 절대적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라메르가의 저녁 만찬 장면을 담고 있는 7장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주인마님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어딘가 매우위태로워 보이는 안 데바레드와, 상상인지 실제인지 모르지만 라메르가의 집 밖에서 배회하며 정원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보는 쇼뱅의 모습이 교차되고 목련꽃이 ‘한 시간 만에 한여름을 겪어낸’ 듯 완전히 시들어버린 모습이 그녀가 갈망하던사랑이 불가능해졌고, 그 저택에서 앞으로도 판에 박힌 삶을 살며 시들시들해져 갈 것임을 암시하는 듯해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모데라토 칸타빌레’의 뜻은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라고 한다. 안과 쇼뱅의 만남을 잘 설명하는 듯하다. 그들의 만남은 결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저 일상에서 흘러가는 속도대로 진행되고, 안의 아이가 연주하는 소나티네가 책속에서 계속해서 배경음으로 흐른다.
쇼뱅과의 마지막 만남 후 ‘그날의 종막을 고하는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진 안 데바레드. 안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까? 아니면 이미 죽은 마음으로 라메르가에 못 박힌 채 멍하게 살아갈까? 그것도 아니면 죽은 여자처럼 자신을 사랑해서 죽일누군가를 다시 찾아 나설까? 석양의 아름다움보다 석양의 씁쓸함과 고독함을 더 많이 느낀 뒤라스의 소설 두 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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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 도시에서 바람이 그치면 숨이 막힐 것 같은 게 사실입니다. 전 벌써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안 데바레드는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그 여자는 기쁜 듯 미소 짓고 있었어요." 여자가 말했다. (p.59)
| 그 여자는 소나티네에 귀 기울였다. 아이가 빚어내는 음악이 세월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그녀에게로 오고 있었다. 그걸들으면서 기절할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p.72)
| 그 여자는 이번에도 그것을 알고 있다. 가슴 사이에 꽂은 목련꽃은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한 시간 만에 한여름을 겪어낸것이다. 사내는 곧 정원을 지나쳐 더 멀리 갈 것이다. 그가 지나갔다. 안 데바레드는 가슴에 꽂은 꽃을 비틀어대는 끝없는몸짓을 계속하고 있다. (p.101)
|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다시 흘러나와 더 커졌다. 그녀는 다시 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는 여자의 행동을 눈으로 좇다가, 결국 고통스럽게 알아차리고, 납덩이처럼 무거운 손을 들어 그 여자 손 위에 포개놓았다. 그들의 손은 너무도 차가워서 오직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 속에서만 환각으로 서로 스쳐 갔다. 지금과 같이 소망 속에서 말고는 달리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들의 손은 죽음의 포즈로 굳어진 채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그러자 안 데바레드의 신음 소리가 그쳤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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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231003~231003)
❝ 별점: ★★★★
❝ 한줄평: 나의 것이 아닌 사랑을 좇을 때의 공허함
❝ 키워드: #여름 #살인 #소나기 #폭풍우 #서늘함 #지붕 #기다림 #침묵 #술 #밀회 #새벽 #태양 #잠
❝ 추천: 사랑의 강렬함과 서늘함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
❝ 밤 열 시 반. 그리고 여름.
그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흐른다. 드디어 밤이 찾아 온다. 그러나 오늘 밤 이 마을에는 사랑을 위한 장소는 없다. ❞
⛈️ 첫 문장: “그의 이름은 파에스트라예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p.7)
📝 (23/10/04)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여름밤 열 시 반. 여름의 어느 달인 지에 따라 강렬한 태양열이 남아 후덥지근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기온이 높지 않아서늘한 바람이 불기도 하는 시간. 이 소설은 그런 변덕스러운 여름의 강렬함과 서늘함을 모두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살인은 전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소설은 철저히 마리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마리아는 왜 그렇게 ‘폭풍우 속의 살인자’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구해서 프랑스로 데려가고 싶어 했던 걸까? 어쩌면 자신처럼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마주한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걸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가 자신과 같이 공허함을 느끼고 그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무언가를 잊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기 위해서인지, 혹은 무언가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인지 마리아는내내 술을 마신다.
기다림, 그리고 침묵. 마리아는 자꾸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에르와 클레르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또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피에르 모두 상대가 대답을 하길 원할 때 침묵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다림과 침묵은 오히려 긴장감을 계속해서 고조시킨다.
하루 사이에 참 많은 일이 벌어졌다. 로드리고 파에스트라가 죽인 두 사람의 시신이 발견된 후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한 저녁 무렵부터, 피에르와 클레르가 비밀스럽게 사랑을 속삭이는 밤, 마리아가 지붕 위의 남자가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임을 확인한 한밤, 그를 차에 태워 마드리드행 국도를 달려 밀밭에 내려두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새벽, 비몽사몽으로간신히 돌아온 호텔에서 잠을 청한 후 맞은 아침, 총으로 자살한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마주하게 된 정오, 마드리드로가는 길에 들른 파라도르에서 결국 피에르와 클레르가 사랑을 나눈 오후, 그리고 마드리드에 도착해 마리아가 피에르에게 그들의 이야기의 끝을 고하는 저녁. 변덕스러운 여름만큼이나 변화무쌍했던 하루의 이야기. 영원한 사랑이란 없는 걸까? 인간은 은밀하고 금지된 사랑에 대한 욕망을 참을 수 없는 걸까? 공허하고 권태로운 마리아의 마음이 전달되어 씁쓸하고 서늘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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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줄기는 가벼워졌지만, 빈 지붕이 비에 젖어 있는 모습만 보일 뿐 마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남아 있는 것은 꿈에 그리던 고독의 추억일 뿐이다. (p.24)
| 진흙과 밀 냄새가 복도로 흘러 들어온다. 호텔도, 마을도,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와 그에게 살해된 사람들도, 베로나에서의 사랑의 하룻밤, 그 마르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도 공허한 추억도, 그 냄새 속에 잠겨 있다. (p.53)
| 그녀는 구역질이 날까 두려워 너무 깊이 숨을 쉬지 않는다. 분명 새벽에 마신 코냑의 마지막 한 모금 탓이다. 끊임없이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흐느낌처럼, 그것은 목구멍 밑에서 치밀어 올라온다. (p.97-98)
| 그들은 길 한복판에서 서로 마주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 결말을 낼 말이 상대에게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피에르는 마리아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를 부른다.
"마리아." (p.135)
| 마리아는 다시 눈을 감는다. 일이 벌어질 것이다. 30분 안에, 또는 한 시간 안에. 그렇게 되면 세 사람의 애정 관계는 역전될 것이다.
이번 일만은 확실히 알아두고 싶어진다. 그녀는 자기도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베로나에서 어느 날 밤 그녀 자신이 직접그 관계를 만들어낸 그날 이후 그녀가 그들에게 남겨 준 세상에 자기도 입회할 수 있도록, 두 사람 사이에 진행되는 사태를 보고 싶은 것이다.
마리아는 자고 있을까? (p.152)
| 쥐디트는 자고 있다. 클레르와 마리아는 각각 다른 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피에르의 머리에 베로나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와 아내의 방문을 두드린다. 그는 죽어버린 애정을 되살리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마리아의 방에 들어서자 그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애정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 그가 미처 몰랐던것은 그로 인해 야기된 마리아의 외로움, 오늘 밤 그녀로 인해 야기된 그 자신의 미안함,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이 슬픔이얼마나 매혹에 찬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마리아."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아줘."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몸에 뿌린 향수는 그녀 자신에 대한 그녀의 절대권,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떠나간 그의 배반, 그녀에 대한 그의 동정심, 이런 것들을 담고 있는, 다시없이 소중한 향수였다. 즉 그녀는 사랑의 종말을 예고하는 향기를 몸에 묻히고 있었던 것이다. (p.168-169)
| "어떡하면 좋지?” 그녀가 묻는다.
"당신은 내 삶이야." 그가 말한다. "한 여자의 단순한 새로움 같은 걸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당신 없이는 살아갈수 없어."
"우리 이야기는 끝났어." 마리아가 말한다. "피에르, 이젠 끝났어.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야."
"아무 말 하지 마."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피에르, 이젠 끝났어." 피에르는 그녀 쪽으로 다가가서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겁을 내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부터?”
"방금 깨달았어.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도 몰라." (p.170)
아주 강렬한 문학 에세이.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그리스 영웅들을 깡패 집단으로 분석하는데, 이는 결코 『일리아스』에 대한 폄하가 아니다. 『일리아스』는 실제로 야만적인 남자들이 벌인 전쟁에 대한 매혹과 환멸의 기록 아닌가. 저자 자신의 강간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그저 얼얼할 뿐. 서사시가 어떻게 구전됐을지 추측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주인공이자 화자는 브리세이스. 연달아 읽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비교하게 됐다. 나는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이 소설에서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보다 어른스럽고 그 슬픔과 분노, 당혹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인간들이다. 브리세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도 더 진짜 같다.
지난 회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소개하며 예고한 대로 이번 회 벽돌책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다. 똑같이 책에 대한 책이고 환상의 세계가 배경인데,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반면 『끝없는 이야기』에서는 현실과 환상이 보다 복잡하게 얽힌다.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책을 읽다가 읽던 책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들과 함께 모험을 벌이는 소년 이야기다. 약골 청소년이 다른 세계에 가서 초능력으로 ‘깽판’을 치는 소원성취 오락물의 쾌감도 담뿍 담겨 있다. 그런데 뒷부분에서는 꼭 그 반대인 주제를 다룬다. ‘픽션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늘 좋은 일인가, 허구와 현실은 어떤 관계여야 하나’를 진지하게 묻는다. 어떻게 보면 다독가, 애서가를 이렇게 추켜세우고 동시에 이렇게 신나게 놀려대는 소설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베르톨트 브레히트나 2차 세계대전 뒤 누보로망을 주창한 프랑스 작가들과도 닿아 있지만, 엔데의 소설은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를 유지하면서 여러 층에서 감동적인 서사를 풀어 간다. 국내 번역서를 펴낸 비룡소의 박지은 편집장은 “한 소년이 환상 세계를 구해가는 영웅담이자 치유의 이야기이고 한편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1984년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는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흐뭇하게 추억하는 작품이다. 주제가도 인상적이고. 그러나 소설의 앞부분 절반만 다루기에 원작의 심오한 고찰은 빠졌다. 엔데가 자기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영화 제작자들을 공개 비난한 것도 이해가 간다.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이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 속의 책을 계속 언급하고 묘사하는 구성이므로 편집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이 바로 그 책 속의 책이라는 느낌을 독자에게 줘야 하므로. 표지와 디자인, 레이아웃에 공들인 비룡소 번역본은 그런 점에서 아주 흡족하다. 비룡소에서도 처음에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세 권으로 나눠 발간했다가 2003년에 소설 속에서 묘사된 것처럼 한 권으로 합쳤는데, 역설적이게도 700쪽이 넘는 두께가 된 뒤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이 번역했다.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그믐에서는 성북구 한책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4권을 함께 읽는 책 모임을 진행했어요.
▷ 관련 공지사항 : [성북구립도서관x그믐]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최종 후보 도서 4권이 선정되었습니다.
10월에는 최종후보도서 작가님들과 직접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있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일정순
① <에이징 솔로> 김희경 작가와의 만남 ( ▷신청 링크)
일시 : 10월 6일(금) 저녁 7시 30분
②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이인규 작가와의 만남 ( ▷신청 링크)
일시 : 10월 7일(토) 오전 10시 30분
③ <동물권력> 남종영 작가와의 만남 ( ▷신청 링크)
일시 : 10월 12일(목) 저녁 7시 30분
최종후보도서 중 한 권인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쓰신 이상헌 작가님과의 만남은 지난 8월에 있었어요, 스위스에 살고 계신 작가님이 잠시 한국에 오셨을 때 강연을 하고 영상으로 촬영했습어요. 10월 20일 성북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채널 링크) 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2일,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NASA는 2040년까지 달에 거주 가능한 주택지구를 만들 계획이다. 달에 존재하는 돌 조각, 광물 파편, 표면에 쌓인 먼지 등 현지 자원을 건축 자재로 활용해 3차원(3D) 프린터로 집을 찍어내는 구상이다. -ytn
작년에 이어 나사에서는 달에 집을 지어 이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달로 이민을 간다라.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하지만 현실이 된다면 생각만큼 아름다운 결말이 될 것인지는 저도 회의적 이에요.
인류가 달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부터가 아주 큰 난관이 될 테니까요.
이 뉴스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오른 책이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이였어요.
무려 1966년 첫 출간된 책으로 국내에는 2009년에야 소개가 되었습니다.
지구의 식민지인 달의 독립을 다루고 있어요.
무려 60년대에 쓰여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과학적 개념이 발달해 있습니다.
지금에야 누구나 사용하는 말이지만 우주복이니 강화수트, 중력 터널 등을 최초로 사용/ 도입한 작가로 알려져 있죠.
어쩌면 내용은 조금 진부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이미 이러한 용어들을,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6-70년대 SF에 큰 발전을 가져온 혁명적인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세요 하인라인 월드!
저자, 藤岡 換太郎칸타로 후지오카는 일본의 지구과학자다. 원제목은 ‘천변지이의 지구학(天變地異의 地球學)’이다. 한국에서는 천변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진과 같은 재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진을 비롯해, 태풍과 쓰나미 같은 다양한 재해가 지구의 그 어느 곳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강은 한국의 강들처럼 완만히 평화롭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폭포처럼 흘러 내린다. 때문에 농사를 짓기 위한 治水치수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지배계급 사무라이들의 절체절명의 책임과 과제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와 같은 자연적 환경이 현재, 일본인들의 국민성 및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번 '중국근대사'의 오토모토 타카시는 송대 이래 전근대 중국사회를 사대부와 서민계층의 이중구조 사회로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입문 주자학과 양명학'의 저자는 조선사회를 주자학을 신봉하는 양반 사대부 계급과 무속을 신앙하는 피지배 계급으로 양분되어 있었다고 포착한다. 반면, 일본의 전통사회는 천황도 かみ [神]카미, 일반 농민이 신봉하는 애니미즘도 かみ [神]카미 그래서 상하 구분없이 숭배하는 신들의 지위가 동등했다고 한다. 빈번하게 일본열도를 휩쓸고 지나가는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하가 총력을 합쳐 재난을 극복해야만 했기 때문에 상하가 단결하는 사회적 전통이 만들어졌다는 유추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오토모토 타카시는 중국근대사에서 세 번의 한랭기를 언급하며 그 때마다 왕조교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後漢末(후한말), 元明(원명)교체기, 明淸(명청)교체기가 그것이었다. 이와같이 기후변동과 같은 천재지변은 인간의 역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그 물줄기를 바꾸게 만든다.
최근에는 그 어느 때보다 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라고 하는 기후위기가 강조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주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지나치고 과도하게 느껴져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탄소 위기는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의 좌파들도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맹렬하게 주장해 왔다. 탄소의 배출을 제한한다면 산유국들과 제조업을 먹거리로 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은 식량이면 식량, 에너지면 에너지 그리고 하이테크 테크놀로지, 금융 서비스 등 모든 패를 가지고 있으니 민주당과 공화당은 오락가락하며 이 패를 내밀었다 저 패를 내밀었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농작물과 같은 상품(commodities)도 깊은 관계가 있다. 현상적으로 현재 지구의 이상 기후를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엘니뇨, 라니냐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두가지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의 변화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전지구적 날씨 변화를惹起(야기)하며 농작물의 작황, 에너지 수요 등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보다는 곡물 가격, 난방을 목적으로 하는 에너지 수요의 변화와 같은 경제의 변동성이 인간의 삶에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칸타로 후지오카의 이 책은 천변지이의 주기를 중심으로 짧은 주기부터 3억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해 지구의 천재지변을 소개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년, 달의 나이는 45억년에 해당한다. 달의 출생은 화성만한 크기의 별이 지구에 부딪히면서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지구 주위를 떠돌다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태양계에서 달은 母天體(모천체)에 비해 비율상 가장 큰 위성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탄생이후 매년 3cm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해서 계산해 보니 달의 탄생 이후 13,500km나 멀어지게 되었다. 달에 의한 조수간만 뿐만 아니라 12시간씩 반복되는 규칙성 때문에 ‘게’들은 이 자연시계에 맞춰 한꺼번에 산란을 하는 신비를 연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지난 200만년 전 부터의 빙하기 사이클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현재 시기는 10만년 주기의 빙하기 중 약 2만년 전부터 시작된 간빙기의 초기 국면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만들어지는 원인으로 세르비아 출신의 물리학자 밀란코비치의 歲差(세차)운동설이 가장 딱 들어 맞아 떨어지는 이론이라 소개된다. 예를 들면 케플러의 법칙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의 空轉(공전) 형태가 정확한 원형이 아니라 楕圓形(타원형)을 이룬다고 했다. 이와 같은 궤도를 그릴 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 양의 격차는 매우 커지고 그것이 기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의 離隔(이격), 즉 지구의 自轉(자전)과 空轉(공전) 형태의 변화가 지구환경을 결정하는 전부가 아니다. 지각운동으로 인한 초대륙 곤다나와의 분열과 그로 인해 해류의 변화가 가져온 지구날씨의 변화를 심도 있게 설명한다. 특히, 3가지 사건이 지구의 기후를 크게 결정했는데
첫째는 남극해류의 환류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남극대륙으로부터 남미대륙과 호주가 떨어져 나가면서 남극대륙은 고립된다. 적도로부터의 해류가 남극대륙에 미치지 못해 남극 주위를 차가운 바닷물만이 계속 맴돌게 되고 평균 2400미터나 되는 얼음에 뒤덮인 동토대륙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黑潮흑조라고 표현하는 우리나라 동해로 흐르는 해류를 의미한다. 곤다나와로부터 떨어져 나와 밀고 올라온 호주 인도네시아 등 플레이트가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면서 서진하던 적도 해류가 일부 우리나라의 동해쪽으로 환류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를 사람이 살기 적당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셋째는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이다. 이것으로 인해 동아시아는 겨울에는 북서풍, 여름에는 남동풍이 부는 환경이 되었고 여름철 장마와 같은 몬순 기후를 형성해 벼농사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 이와 같이 지구환경은 역사적으로 지각운동과 같은 내부적 요인과 태양,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충돌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의 말을 빌자면 공상지구과학이라고 하면서 현재 우리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고 은하계의 핵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공전주기는 2억 4천만년 가량이 되는 데 그것은 우리가 지구가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은하의 핵을 태양계가 공전하면서 맞딱드리는 변수들이 지구의 환경을 결정한다는 가설을 소개하기도 한다.
21세기는 권력이 디지털 전체주의를 企圖(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게 만들 때가 있다. 특히, 지난 번 팬데믹 위기 때는 심각한 디지털 통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과학자들은 중세의 가톨릭 교회의 도그마를 설교하고 강요하는 司祭(사제)들처럼 행세하는 듯 했다. 무지한 대중은 항상 지배계급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시민과 대중을 나누는 기준은 覺醒(각성;woke)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서구 좌파에 의해서 그 覺醒(각성;woke)의 의미는 제 입맛대로 해석이 된다.
이 두껍지 않은 ‘과학책’ 한 권이 여기 迷夢(미몽) 속에 방황하는 고립된 한 개인 대중을 市民(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救援(구원)의 길잡이 되길 희망해 본다.
헬리오스의 딸이자 메데이아의 고모이고 오디세우스와 동거했던 그 키르케가 주인공이자 화자다. 데뷔작인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습작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소설이다. 막장 서사시 『텔레고네이아』가 이렇게 근사한 치유의 이야기가 되다니. 오디세우스가 등장한 다음부터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