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베르호벤 형사반장 시리즈 2편. 이때까지 르메트르는 내게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와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전시하는, 취향 안 맞는 추리소설 작가였다(그런 평가는 『오르부아르』에서 확 바뀌게 된다). 이 소설이 영국 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 널 대거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
르메트르는 2006년에 이 소설로 데뷔했고, 이후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카미유 베르호벤 형사반장 시리즈’를 쓴다. 솔직히 반전도, 범인의 동기도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중간에 베르호벤이 “이 생각을 아무도 못했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정도 유사성은 사건 다음날 바로 알려질 텐데.
으르신 광고 기획자의 브랜딩에 관한 QnA. 미디어가 변화했고 광고의 결도 바뀌었다. 광고 기획자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기획자들이 갈피를 잃기 딱 좋은 타이밍.
행복에 관한 뇌의 처방을 심리적인 처방을 비롯해 뇌의 피지컬적인 관점에서 기술한다. 아이허브 중독자의 입장에서 뇌의 유형별 분류에 따르는 영양제 추천이 괜찮았다.
"통증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는 체형을 만든다. 반복된 행동은 버릇과 습관으로 남는다."
스피치 수업을 들을 일이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의 80퍼센트가 몸짓과 목소리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이다보니 스피치 선생님은 말하기의 태도만 보고도 점쟁이처럼 그 사람의 배경을 짐작해낸다. 저자의 인터뷰집에 선별된 베테랑 장인들은 구태여 스피치 선생님같은 훈련된 관찰자 가 인지하지 않아도 베테랑의 자세와 체형이 만들어진 사람들. 관점에 따라 행복해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스무 살이 넘으면 낯선 사람들과 무작위로 섞이는 기회가 극히 적다. 비슷한 가방을 들고 비슷한 메뉴를 고르며 비슷한 드라마를 보는 사람끼리 어울린다. 그런데 동류 집단을 벗어나 낯선 배치에 놓이는 기회가 글쓰기 수업에서 주어진다. p.47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혼자 덮는 것은 일기다. 글쓰기가 아니다. 비밀이 한 사람에게라도 발언할 때 생겨나는 것이듯 글쓰기라는 것에는 어차피 '공적' 글쓰기라는 괄호가 쳐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p.60
대다수 사람들이 보는 책, 인구의 사분의 일이 선택하는 영화라는 게 얼마나 자기모 순적인가.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경제의 법칙이다. 문화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 감정의 세분화, 다름의 향유다. 모든 감정의 평준화를 양산하는 건 결코 좋은 문화가 아니다. p.106
요새 노가다?를 하다보니;;
별거 아닌 일상이었는데, 그게 진짜~ 소중한 거였구나 😭 하는 깨달음이 쓰나미로.
ㅡ 임시공휴일은 물론, 법정공휴일에도 일하는 자.
민음사 (230930~231008)
❝ 별점: ★★★★☆ (24.01.02 수정)
❝ 한줄평: 환상과 일상 사이 그 어딘가에서
❝ 키워드: #유령 #해파리 #나무 #믿음 #도마뱀 #동면 #킬러 #영혼
❝ 추천: 환상적 존재들이 일상에 스며드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그저 마음을 살리려는 데 전념하는 이야기 ❞
/ (황예인(문학평론가) | 작품 해설, p.278)
📝 (23/10/09) ‘나’조차 외면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반짝이고 아름다운 빛을 내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 물빛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이야기, 믿음으로부터 도망쳐 각자 자신을 구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감당할수 있는 만큼의 다정함을 말하는 이야기,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해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 죽일 만큼 증오했던 존재와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지켜 내고 싶은 것이 있는 마음을 지닌 존재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이야기. 여덟 편의 이야기는 모두 ‘각자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다.
|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이런 마음이 해낼 수 있고 또 해내야 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보여 준다. 나쁜 세계에서 자신마저 나빠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 말이다. (…) 하지만 한 사람이 확실히 미칠 수 있는 힘의 범위가 바로자기 자신이라는 세계라고 할 때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될 위대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대체 나조차 좋아할 수 없는 나 자신으로 살면서 이 세계에 어떤 대단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단 말인가? (작품 해설, p.273-274)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만 같아 그것들을 마지막으로 떠올려 보기 위해서 눈을 감는’(p.259) 장면으로 끝나는이 소설집이 정말 좋았다. ‘나쁜 세계에서 자신마저 나빠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작품 해설, p.273). 나라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항상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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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
| 잠시 뒤에 유령이 나를 끌어안았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이해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안긴 채로 내가 말했을 때 유령은 그래, 라고 대답해 주었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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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지 않아요」 ⛤
| 사람들은 역시 겁이 많다. 어쩌면 해파리들에게 신, 좀비, 세계 멸망 같은 의도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최선을 다해 반짝이고 있을 뿐일지도. 문제는 해파리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어둠은 무서우니까, 자신의 어둠조차 견딜 수 없는 이들이 빛에 다가서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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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물빛처럼」 ⛤
| 어느 순간에는 푸르른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는데 산을 쳐다봤을 때 산은 울고 있지 않았다. 산은 이제 울지 않고도 푸르른 냄새가 나는구나. 그 냄새를 맡고 있으니 수로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르는 물을 보지 않아도 시간이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은 기분. 산과 나는 이제 슬픈 마음 없이도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었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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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밤에 우리는」
|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더디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모난 곳 없이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지나,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가 그리는 목적지에 도달하고 있었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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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자야지」
| 그렇게 잠들려는 순간 누군가 귓가에 대고 집에 가서 자야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두리번거렸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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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하는 남자」
| 왜 하필이면 동면을 하신다는 거예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하룻밤보다 많은 밤들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의외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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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는 아니지만」
| 복수가 끝나면 나는 알래스카로 떠날 생각이다. 신호등보다 빙하가 많은 곳. 영영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이 반짝이는 곳. 그곳에서 남은 시간을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얼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얼음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에서 고양이도 되었으니 고양이에서 얼음이 되지 못할 것은 무엇이겠어······.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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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
| 쏟아지는 빛 속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힘껏 박수를 쳤다. 그러자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수많은 얼굴을, 주말 아침의 영화를,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던 야구공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것들을 마지막으로 떠올려 보기 위해서 나는 눈을 감았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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