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동아일보에 남아 있는 기자 동료 중에 나와 가장 친한 이는 위로는 M 선배, 아래로는 K 후배다. 다른 선후배들이 만나자고 연락을 하면 모르는 척 할 때도 있지만 그 둘의 요청에는 늘 응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어느 날 K와 내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본 HJ는 “둘이 사귀냐”며 웃은 적이 있다.
제주로 떠나기 전 M 선배와 K 후배가 각각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고, 서울에 돌아와서 그들을 각각 따로 만났다. 나는 M 선배와 K가 서로 친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만나기 전날 그 둘은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술집에서 마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오후 10시에 문을 닫자 사무실로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나.
K는 나와 저녁을 먹고 싶어 했으나 내가 점심에 만나자고 했다. 저녁에 만나면 술을 마시게 될 텐데, 특히 K와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와 마시면 즐거워서 항상 과음하게 된다. 작년에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게 K와 마실 때였다. 게다가 K는 간이 아주 안 좋다. 나는 진지하게 그의 건강을 걱정한다.
우리는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날씨 좋은 봄날이었다. 나는 샌들을 신고 나갔고, K는 선글라스를 쓰고 왔다. K가 맥주를 마시자고 꾀었지만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냥 저녁에 만날 걸’ 하고 생각을 하기는 했다.
공교롭게도 K는 출판팀장이 되어 있었고, 문학 담당 후배를 두 사람 데려 왔다. 내가 퇴사한 뒤에 입사한 기자들이었다. 뭐, 나도 취재원이기는 하니까……. 그런데 그 후배들을 두고 K나 나나 옛날이야기들만 자꾸 하게 되었다. 내가 기자였던 시절 만났던 전직 동아일보 기자 선배들과 다를 게 없었다.
K는 내 신작이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는데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 요즘 출판계의 재미있는 이슈는 뭐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의 답 중에 내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거의 없었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카페나 작가가 운영하는 출판사 이야기가 조금 재미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주 이야기에 후배들이 반응했다. 한 달 간 그냥 여기저기 머물며 여행했다, 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언제 올라올지 정하지 않고 갔다, 여행 후반부 일정도 제주도에 가서 계획했다는 이야기에 기자들은 꿈같은 소리를 듣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서 HJ와 산책을 나갔다. 그 한 달 사이에 공원 주변으로 못 보던 가게들이 몇 곳 생겨 있었다. 경기가 좀 살아나나? 특히 분위기가 괜찮은 술집이 두 곳 들어서서 반가웠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 마시려다 그런 바 중 한 곳을 발견했다. 벽면에 통창을 내고 정육점마냥 붉은 조명을 단 인테리어가 근사했다.
즉흥적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남녀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인지 장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잘생기고 예쁜 두 젊은 직원이 서로 사귀는 건지 썸을 타는 건지 무척 친근했는데, 보기 좋았다. 어둑어둑하고 붉은 조명 때문에 환상의 공간 같기도 하고 귀신이 나올 거 같기도 했다. 음악도 좋았다.
그러나 맥주는 테라와 코젤 다크 생맥주, 그렇게 딱 두 종류뿐이었다. 주로 칵테일과 위스키를 파는 매장이었다. 테라도 주문하고 코젤 다크도 시켰다. 안주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소시지. 코젤 다크는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서 제대로 나왔다. 빔 프로젝터에서는 오래된 흑백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화장실이 가게 밖에 있고, 거기까지 가려면 자물쇠를 두 개나 열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아주 훌륭한 가게였다. 그런데 손님이 하도 없는 데다 이 동네가 젊은이 취향이 그리 먹히는 지역도 아니어서, 머지않아 문을 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당장 우리부터 바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맥주 마시는 걸 더 편히 여기고.
코젤 다크는 나도 좋아하고 HJ도 좋아한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맥주를 좋아하지 않을까? 알코올 도수는 그다지 높지 않고, 적당히 달달쌉쌀하고, 어두운 색도 그럴싸하게 고상해 보이고, 사탄 숭배자가 그린 듯한 염소 그림 로고도 멋지다. ‘코젤’이 체코어로 염소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 마실 때 놀랐지
무슨 맥주가 이렇게 달콤해
아내도 나도 좋아해
다음날 아침에는 칠레의 라디오 방송국과 줌으로 인터뷰를 했다. 한국 문학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한 시리즈 인터뷰인데, 나를 포함해 한국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한 이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뵈는 칠레의 기자였는데, 우리는 인터뷰 전에 서툰 영어로 한참 수다를 떨었다. 상대의 영어 수준이 딱 내 수준이었다.
그녀는 칠레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가 아주 길고, 피노체트와 이사벨 아옌데 같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고, 옆 나라 아르헨티나와 달리 국민들이 꽤 원칙주의자 성향이 있다는 정도……? 그나마도 정확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인터뷰를 할 때에는 통역을 통해 했다.
오후에는 동물병원에 가서 새롱이에게 항체가 제대로 생겼는지 검사를 받았다. 새롱이는 이 동물병원 수의사와 간호사에게 엄살이 심한 개로 찍혀 있다. 원래 이날 동물병원에는 첫째 조카와 같이 가기로 했는데, 조카가 막판에 친구와 놀이터에서 함께 놀기로 했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아이에게도 나름의 일정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동물병원에서는 새롱이의 고환이 아래로 다 내려왔다며 다음 주에 중성화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어두워졌나 보다. 중성화 수술이 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수의사가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현대 도시에서 살기 위해 인간도 개도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저녁에는 HJ와 함께 새롱이를 산책시켰다. 봄날, 잎이 무성해진 나무 아래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하는 개와 함께 걸으니 정말 행복했다.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써둔다.
부모님 댁에 가서 새롱이를 씻겼는데 개는 아주 질색 팔색을 하며 물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개를 제대로 씻기지 않으면 어머니가 질색 팔색을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몰아붙이는 시간을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The Price of Time: The Real Story of Interest
'금리의 역습'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처음 책장을 열고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히, 이자란 무엇인가?하는 등의 일종의 경제사라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수메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대 사회부터 이자란 개념이 있었고 왕성하게 신용경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식의 淵源(연원)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21세기 통화정책에 대해서 하이에크의 입장에서 케인즈 경제학을 비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저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수단이고 본질적으로 케인즈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다.
칼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부르조아 자본주의 경제의 폭력성은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출현에 의해 상당히 순화된다. 소위 서유럽과 미국 사회의 사회민주주의라 불리는 수정자본주의의 政體(정체)는 소비에트 혁명이후 공산주의의 도전에 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응전의 산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스탈린 시절의 대숙청, 그리고 마오 시절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나타나는 사회주의의 급진성과 미숙함은 이상적 공산주의에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무엇보다 그 매력을 크게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상주의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설득이라면 ‘매력’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직접적 호소일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인간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보인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공산당의 개혁개방은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널리 인식되고, 이것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가속 페달이 되었을 것이다. 맨처음 사회주의 혁명의 급진성에 상당히 쫄아 있던 자본가계급은 혁명 대신 사회민주주의란 타협안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현실의 사회주의의 문제점과 모순을 발견하자마자 그 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공략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이런 배경 하에서, 신자유주의의 확산 과정을 설명하는 자카리 카터(Zachary D Carter)가 쓴 “존 메이나드 케인즈”(The Price of Peace:Money, Democracy, and the Life of John Maynard Keynes)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같은 문제(21세기 선진경제에서 보이는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분열,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쇠퇴)에 이렇게 서로 다른 해석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경제이론 또는 경제학을 대비 또는 대립시킨다. 그리고 하이에크 입장에 서서 현대 경제의 통화, 재정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서양철학사의 관점에서 이 두가지 이론을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목적론적(Teleology)세계관과 생성론적(Ontology)이라는 이 우주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가 그것이다. 거시경제학의 이같이 서로 다른 시각을 한걸음 물러나, 보다 巨視的(거시적) 입장에서 바라 본다면, 즉, 세계와 우주를 바라 보는 고대로부터의 상이한 두 시각의 경쟁과 변증법적 종합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시적myopic 현재의 찰나를 사는 우리들(그게 아니라면 나)의 입장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주의'는 전근대의 구속과 속박으로 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근대라는 새로운 인간 역사의 지평을 열게 해 준 복음gospel이었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내고 그 혁신의 결과 발생한 불평등과 불균등이 고착화되면 더 이상의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의 자본주의는 수정이 필요하고 규제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수정자본주의, 혼합경제가 필요한 것이다.
자카리 카터의 책, The Price of Peace와 에드워드 챈슬러의 ‘The Price of Time’이라는 두 개의 ‘가치Price’는 같은 이름이지만 각각의 평가(Appreciation) 척도가 이렇게 相異(상이)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케인즈의 입장을 옹호하는 편인 것 같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면서 그 불편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부분적으로 에드워드 챈슬러의 비판과 지적질은 귀담아 들을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스스로 위안도 해 보았지만 거의 소용이 없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완전히 덮을 때까지 좌불안석이었다.
‘아시아의 힘’ 그리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근대화’의 성공 요인을 모두 산업화 이전 농업부분에서의 토지개혁과 같은 혁신, 창조적 파괴에서 찾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위한 보다 평등한 출발 조건들을 갖춘 사회 즉, 다시 말해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혁신이 가능한 조건들은 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가능했고 그것이 바이럴처럼 민주화된 사회로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슘페터 역시 하이에크의 동료였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슘페터의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란 개념이 다윈의 진화론, 적자생존 개념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자율이 그런 자연선택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 열등한 것들, 다시 말해 경쟁력 없는 산업, 좀비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경제학의 시장 만능주의가 전부라고 한다면 산업혁명을 기폭제로 한 근대사회의 출현 자체가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계몽사상에 기반한 근대 과학의 성취는 자연에 대한 대한 인위적 조작manipulation을 통해 생산력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에만 맡겼다고 한다면 근대사회의 출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인간 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위적Artificial 공작의 결과물이다. 고전 경제학이 말하는 Laissez-faire와 같은 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만 의탁하게 되면 그 최종 결과는 록펠러의 독점, 카네기의 독점이란 사실이 역사적 실증되고 있다. 완전한 자유주의적 경쟁의 최종 결과물은 독점, 완전한 약육강식, 카스트 생태계의 구현이다.
통화정책이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엘리트 계급, 이들 지배계급이 주도하는 대중매체의 선전과 선동에 춤추는 대중들의 변덕과 근시안은 이미 처음부터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1999년 빌 클린턴 시절에 Banking Act of 1933 (Glass-Steagall)가 철폐된다. 이는 대공황 이후 만들어진 은행의 방만한 투자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조지였다. 2000년의 닷컴 버블이 있었다. 2001년에 중국의 WTO가입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투표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정치, 경제 엘리트들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또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처럼 모든 것을 연준의 통화정책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이 아니다. 또 경제학은 20세기 미국에서 계량화 되면서 정치적 요소들을 거세해 버린 듯 하다. 정치경제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정해 보인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를 통해 숙적 소비에트 연방을 무너뜨렸다고 믿었고 모두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자유주의와 세계화 전략을 취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고 수순이었을 것이다.
정치적 상황은 항상 변하고 때론 케인즈에게 갔다가 때론 하이에크에게도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케인즈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 상사에게 "이건 잘못됐다."라고, 시어머니에게 "그건 싫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p.121
영화가 궁금하지만 제주에 사는 일반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 채널이 없기에 책을 사서 읽었다.
추석이 끝나자 마자 빗발치는 "우리 만나자~"
문자를 이 핑계 저 핑계로 거절했다. p.121에 나오는 장면은 명절마다 여기 저기에서 목격 가능하다.
30년이 지나도록 반복되고 있으므로 내 친구들이 지겹다. 이 책을 확~ 면전에 갖다 주고 싶다.
잘 살고 공부 잘 하던 여자 애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저 모양이므로, 듣는 귀에서 진물이 난다.
"니들 남편과 상사와 시어머니가 더 불쌍해..."
라고 말해주고 싶다. 변할 생각 없는 삶을 살면서도 관음증에 걸린 채 관종이라며 변화를 위해 시도하는 다른 여성들을 수다에 끼워 넣는다. 알고 보면 나도 관종일텐데, 자꾸 그 자리에 부른다. 나의 현금흐름성 행복도 자산성 행복도 감히 따라 할 수 없어서 부럽지만 내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친구들.
나는 상사가 싫어서, 시어머니가 싫어서 떠나지 않고 그대신 계란을 부지런히 그들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
"싫은데요. 나는 내가 소중해요."
그래서 결국 그들이 항복했다. 그리고 우린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삶을 지지한다.
뒷담화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들에게 최면을 걸면서 내 편으로 만들려면 나도 지지 말아야 한다. 이 생을, 그리고 타인에게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당신이 아니고 내가 어떻게 사는냐.'가 매우 궁금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잠이 안와서 요즘 읽고 있는 로빈던바의 <<프랜즈>>를 한 챕터 읽고 다음으로 루이자메이올콧의 <<작은아씨들>>을 한 챕터 읽었다.
지금까지 <<프랜즈>>는 한 챕터에 한 가지 주장을 증명하려고 실험을 10개 가까이 나열하는 식으로 돼있어서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사실 각 실험이 의미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보이는데 한 범주로 묶어서 나열해버리기 일쑤고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은 일목요연하지 못하다. 전세계에 있는 사회관계 연구를 다 끌어모아 아는 척 한 다음 그 연구자들을 본인의 '프랜즈'로 만드려고 이 책을 썼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목차를 봤을 때 소제목들이 모두 흥미로워보여서 일단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작은아씨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는 너무 착한 드라마도 오글거려서 못 보는 성미인지라 작은 아씨들도 너무 착해서 재미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솔직해서 불평투성이인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 애들이 이러는게 사실적이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불만을 가진다는게 아니다. 사실은 어른들도 불만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나는 '작은 아씨들' 처럼 아이들이 많이 읽는 소설에서는 특히 아이들을 마냥 아무 불만 없고 어른들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그런 비현실적인 천사같은 이미지로 그려놓았을까봐 걱정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 편지 읽고 바로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는것도 너무 순진해서 웃기다ㅋㅋㅋ 아이들이란! 작은아씨들 생각보다 사실주의 소설인거 같다ㅋㅋ 앞으로 조금씩 읽을 예정이다.
그믐무비클럽 4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그믐무비클럽 4기는 서울동물영화제(SEOUL ANIMAL FILM FESTIVAL)와 함께 합니다!
서울동물영화제는 전 세계 동물권 이슈와 비인간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하는 영화를 소개하며, 나아가 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복지를 제공 받았는지를 살피고, 영화제 운영에서도 동물, 환경, 지구를 해치지 않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영화제입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서울동물영화제의 슬로건은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입니다.
서울동물영화제는 다가오는 10월 19일(목)부터 23일(월)까지 메가박스 홍대 그리고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에요. 그믐무비클럽 4기 역시 영화제 기간에 맞춰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울동물영화제 작품 중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1편 그리고 여러분이 보고 싶은 작품 1편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그믐무비클럽을 신청해주신 분들 중 10명을 선정합니다. 선정된 10명은 총 2편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눠요. (10명에게는 현장에서 영화를 보실 수 있는 예매권을 드립니다.)
직접 가실 수 있는 분들은 현장에서 1편, 온라인으로 1편 이렇게 2편을 관람하시고, 영화제에 직접 가지 못 하시는 분들은 각자 편안한 장소와 시간에 온라인으로 2편을 보고 그믐무비클럽에서 모여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 영화 소개 ●
그믐무비클럽 4기에서 함께 볼 작품은 총 두 편입니다. 한 편은 서울동물영화제에서 추천한 작품이에요. 다른 한 작품은 여러분이 보고 싶은 작품으로 선택해서 관람해주세요.
① [SAFF 쟁점] <도나 스프링 - 용감한 여정>(Courage in Life and Politics - The Dona Spring Story, 린지 버릭, 2007, 71분)
② 6회 서울동물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여러분이 직접 선택한 작품 1편
● 신청 안내 ●
그믐무비클럽 4기 참여 신청하기
- 모집 기간: 10월 11일(수) ~ 10월 18일(수) 오후 6시까지
(*10월 18일 오후 6시까지 [추가 정보 입력] 및 [참여 신청] 버튼 모두 누른 분에 한합니다)
- 모집 대상
• 동물을 사랑하며 동물권 이슈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는 분
• 동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Non human에 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은 분
• 그믐무비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며 단순한 영화감상을 넘어선 사유의 확장을 원하는 분
• 다른 이와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하길 원하는 분
- 모집 인원 : 10명 + a
(당첨자 10명에게는 영화제 예매권을 드립니다)
● 활동 안내●
- 활동 기간 : 10월 19일(목)~ 10월 27일(금) 총 9일간
[일정]
• 10월 19일(목) 당첨자 발표
10/19(목) 간단 인사 나눔 (1일)
10/20(금)~10/21(일) 첫 번째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눔 <도나 스프링 - 용감한 여정> (3일)
10/23(월)~10/25(수) 두 번째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눔 <자유 선택작> (3일)
10/26(목)~10/27(금) 마무리 및 총평 (2일)
※ 모든 신청자에게는 그믐 알림과 이메일로 무비클럽 시작을 알려드립니다. 제공드리는 예매권이 한정되어 있어, 당첨이 되지 않으신 분들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개인적으로 관람하시고 이 곳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나누어 주실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 참가자 중 모든 질문에 답글을 달아 주신 분들께 준비되어 있는 선물 : 서울동물영화제 감사장 + 그믐무비클럽 수료증
※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광고 소재나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궁금한 사항은 ‘모임 전 수다’ 아래 대화 창에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놀라운 소설이었다. 작품 내적으로도 그랬고, 외적으로도 그랬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소설가는 내가 아는 소설가가 아니었고, 여태까지 쓴 것과 완전히 다른 작품을 써냈다. 흥미진진하면서 뒤를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 격조 있으면서 편안하고 재치 있는 문장, 개성 있으면서 생생하고 입체적인 인물들, 시원하기도 씁쓸하기도 한 결말.
카미유 베르호벤 형사반장 3부작의 마지막 편(『로지와 존』은 외전이다). 1편인 『이렌』을 읽어야 이해가 간다. 3부작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 해도 범인의 계획은 지나치게 복잡한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