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좋아하시나요?
우리 때에는 영웅문 이였던 김용 작가님의 그 책을 저는 중학교 때 읽었어요.
양조위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판도 다 봤어요.
그 뒤로도 매해 새로 나오는 의천도룡기를 다 챙겨 봤죠.
양조위판은 무려 86년 이였어요!
장무기에 대한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장무기는 참……
그래요. 그랬어요.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그 이미지가 좀 호감일 때가 있고
아 역시 장무기는 아니야할 때가 있었어요.
영웅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동성서취]를 봤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유진위님이 감독했고 왕가위 감독은 제작을 했죠.
두 사람이 바치는 필생의 영웅문 오마주에요.
[동사서독]을 촬영하며 동시 작업이였는데 두 영화의 극명한 대비에
출연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되기도 합니다만
저는 두 영화 모두 좋아해서어. ㅎㅎㅎ 미안하게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동사서독]을 촬영할 때 왕가위 감독이 쪽대본 주고 막.
그 날 기분에 따라 촬영해서 배우들이 무척 힘들었다고 해요.
기다리기도 지루하고. 즉흥적으로 촬영했다는 [동성서취]
출연진도 참 쟁쟁해요.
장국영, 임청하, 왕조현, 양조위, 장만옥, 장학우, 유가령, 종진도, 엽옥경 등
당대 잘나가는 홍콩 배우들이 모두 나왔어요.
(당연함 동사서독 출연진 재활용임)
여기서 양조위가 구양봉으로 나오는데 하 …정말…..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또 봐야겠어요.
정말 영웅문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킬포가 한두군데가 아니에요.
영웅문을 좋아해서 무협을 한참 보았지만 20대 이후에는
이렇다할 무협작품이 없었어요. 포청천 정도?가 있었을 뿐.
그래서 대만의 포대희에 푹 빠져 지냈죠.
포대희는 인형극이에요. 무려 1950년대부터 활발하게 영상화가 되어서
상영관이나 집 안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아마도 벽력 포대희가 가장 유명할 거에요.
대만어로 녹음이 되어 중국어 자막으로 상영합니다.
그거 하세요? 이 등장인물 모두 한 사람이 음성 커버해요.
전통이라 여전히 그렇게 유지하는 듯합니다.
19년에는 넷플릭스에도 업데이트 되었어요.
기나긴 시리즈지만 어느 편을 봐도 앞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ㅎㅎ
그러다 햇살 같은 [랑야방]이 찾아 왔습니다!
2015년에 오픈한 중국 드라마로 기존의 무협적 요소를 다 가져왔지만
결론은 무협 소설의 극적 요소는 없었습니다.
바깥보다 추운 집 안이라거나 그 놈의 생일파티 등등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았습니다.
무협적인 요소가 들어 갔지만 정치 사극의 면도 강합니다.
또 한동안 이렇다할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없었다가 문학동네에서
[길상문연화루]가 출간 되었습니다!!!
22년 2월에 상권이 나오고 23년 3월에 중, 하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단편으로 구성된 무협이자 추리에요.
아니 각 문파별로 무공이 다르고 사람마다 비기가 다르고 내공이 다른데!
그럼 범인 찾는게 쉽지 않아? 싶었지만 의외로 추리가 되더라구요.
이 책은 드라마화 해서 여름에 오픈 했는데 저는 드라마는 그냥 그랬어요.
무협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어줄 책이에요.
이미 3권을 다 읽어 버려서 또 다음 무협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이 기다림이 즐겁기만 합니다.
얼마전에 김영사에서, 의천도룡기가 전 8권으로 새로이 출간 되었어요.
다음 무협을 기다리며 이 책을 읽어 보려구요.
가장 좋아하는 무협지가 있으신가요?
그믐이 요즘 출판사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어요.
그 질문과 함께 답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Q1. 출판사에서 모임을 개설하려면 그믐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요?
A. 그믐과 논의하지 않고 원하시는대로 자유롭게 개설해주시면 됩니다 :)
그믐 공지사항 [이용 가이드]에서 모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Q2. 모임 개설에 비용이 드나요?
A. 아니요. 비용은 없습니다. 책 증정 이벤트를 하시면서 책을 5권~20권 정도 회원들에게 나눔하시면 더욱 더 활발한 북클럽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요.
Q3. 모임 관련 참고할 사항이 있나요?
A. 그믐에서 모임을 만든 사람을 ‘모임지기’라고 해요. 모임지기로 그믐을 이용하실 때 참고할 내용을 그믐에서 정리해두었어요.
그믐의 이용 가이드입니다.
https://www.gmeum.com/blog/40?category=78
1) 모임지기 대화 예약 기능 https://www.gmeum.com/blog/douri/2174
2) 화제로 지정 기능 https://www.gmeum.com/blog/douri/297
3) 책 속 문장 수집 기능 https://www.gmeum.com/blog/douri/1233
4) 글타래 기능 https://www.gmeum.com/blog/douri/160
5) 스포일러 지정 기능 https://www.gmeum.com/blog/douri/163
Q4. 모임 운영이 어려운 출판사입니다. 그믐에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모임을 대행해드리거나 좋은 독서모임이 될 수 있도록 운영의 팁을 알려드릴 수 있어요. contact@gmeum.com 으로 연락 주세요.
출판사의 협업 문의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책이 잘 되는 곳.
사람이 잘 되는 곳.
지식공동체 그믐.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집들이다. 이 할머니의 단편은 처음이다. 유명한 그의 장편들, <눈먼 암살자>, <시녀이야기>, <증언들>. <미친 아담> 시리즈 3권 다 놀라워하며 읽었다. 엄청난 과학지식, 신랄한 유머... 뭐 부커상을 두번이나 탄 사람이라니 내가 더 보태 뭐하겠나.
그믐에 이 분의 단편이 새로 나왔는데 같이 읽자는 모임이 생겨서 얼른 신청하고 책을 검색했더니 넬과 티그라는 두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이었다. 내친 김에 이 둘을 처음 주인공으로 한 다른 단편 <도덕적 혼란>도 도서관서 빌렸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은 알라딘에서 하루만에 배송받아 두 권을 같이 읽고 있다.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보다는 덜 까칠하지만 유머감각은 비슷해보이는 넬이 흥미롭다. 마거릿 애트우드 본인의 이야기지 싶은 산문집같은 단편이라 읽기는 편안하다.
현대문학 (231013~231027)
❝ 별점: ★★★★☆
❝ 한줄평: 끝이면서 시작이기도 한 이야기
❝ 키워드: 시작 | 끝 | 이야기 | 기억 | 밤 | 겨울 | 꿈
❝ 추천: ‘이야기’가 가득한 시집이 궁금한 사람
❝ 손을 씻는다 / 그렇게 시작한다 이야기는 / 사실의 끝이고 / 끝에서 시작하니까 ❞
/ 「이야기—水紋」 (p.29)
📝 (23/10/27) 주위에 아무도 없고,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대답하지 않고, 할 말이 없고. 그럼에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고.
하나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태어나는 동시에 어떤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새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화자는 ‘이야기는 사실의 끝이고,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p.29)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같은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때로는 한꺼번에 찾아오는(p.46) 것이지 차례대로, 차근차근 찾아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마르지 않고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리기에‘(p.116-117) 마침내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을 때’ 우리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p.117) 안희연 시인의 시 「우리는모두 한 권의 죽음이 되어 간다」가 떠오른다.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하면, 우리는 앞에서 뒤로 이야기를 계속 끌어올리며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각자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가며 살고 있는 것.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또 이 이야기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끌어올려질까. 나의 이야기의 끝은 어떤 시작이 될까.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시집이었다.
———······———······———
❝ 방문을 소리 내어 닫은 그날 밤 나는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괴롭히는 것도 같은 느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슬픈 소리 마침내 떠나갈 때 떠나가는 것이 내는 기척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p.31-32)
❝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찾아와 이어지지 않았다
/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p.46)
❝ 그러니 나는 귀를 보고만 있다. 슬플 만큼이나 어쩔 수 없이.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귀는 평온해 보인다. 창문으로 비껴드는 사월 만월 빛에 젖어서. 귀는 소리 없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으려 한다. 누가 나를 부른 것도 같지만, 귀는 아닐 것이다. 귀는 듣는다. 귀는 말하지 않는다.
/ 「이야기—사월 만월」 (p.52)
❝ 늘 그렇듯 문제는 사랑 때문에 생긴다. 癡情의 결말. 운다고 해결될 리 없는데.
/ 「이야기—밤의 운동장」 (p.56)
❝ 그러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다.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나는 죽음에 이를 것이다. 죽음은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뜻이다.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6-117)
❝ 그것은 한 이야기의 첫날이고 어떤 이야기의 종점이다. 당장은 지금, 지금의 일이지만.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8)
———······———······———
🗒️ 좋았던 시
I
✎ 「이야기—원형」
✎ 「이야기—겨울밤 토끼 걱정」 ⛤
✎ 「이야기—겨울의 모자」
✎ 「이야기—너는 단지 네 불행만을 알 뿐이다」
✎ 「이야기—금」
✎ 「이야기—피를로에 대하여」
✎ 「이야기—우리 모두 우리가 가진 특별한 모습의 희생자다」
✎ 「이야기—차선 긋는 사람들」
✎ 「이야기—水紋」 ⛤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 「이야기—손바닥만 한 사진 한 장」
✎ 「이야기—지독하게 추웠던 어느 밤」
✎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
✎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
II
✎ 「이야기—사월 만월」 ⛤
✎ 「이야기—확장」
✎ 「이야기—밤의 운동장」 ⛤
✎ 「이야기—한밤의 택시」
✎ 「이야기—대가」
✎ 「이야기—그것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
✎ 「이야기—겨울 숲의 이아기들」
✎ 「이야기—만단정회萬端情懷」 ⛤
✎ 「이야기—해제」 ⛤
———······———······———
유명 블로거 프로개의 실전 가드닝 가이드. 1인 출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의 가격대를 비롯해 판매를 위한 책은 아닌 느낌.
앞선 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발달은 개인 심리를 변화시켰고, 군중을 대변했던 루터와 칼뱅의 교리는 중하층민의 불안한 상태를 자본주의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냈다.
자유는 아이러니했다. 자유는 인간에게 자아와 독립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불안과 고독을 주었다. 책의 용어로 다시 풀이하면 인간은 외적인 권위로부터 자유를 얻어냈지만 성격과 개성의 자유를 얻어내지 못했다.
여기서 인간이 완전한 자유에 익숙하지 않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제시된다. 한 사람이 하나의 개인, 하나의 자아, 하나의 개성으로 존재하길 바란다면 왜 우리는 상식과 여론의 권위에 목을 매는가?
1장부터 이어지는 ‘~으로부터의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와 무엇을 향해 움직이는 행위의 형식은 비슷해 보이나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자본주의적 활동의 단위는 개인이다. 중세 시대의 한 사람의 성취는 사회제도가 정한 선 밖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근대의 인간은 자신의 부와 업적과 실패와 파산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릴 수 있었다. (주로 중산층에 속한 개인에게 그러했다.) 동시에 정치적 자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도(계몽주의 철학?), 계급과 종교가 가졌던 권위의 붕괴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한 사람을 공동체에서 떨어뜨려 개인으로 만들어내면서 그를 고립시켰다. 루터와 칼뱅의 교리가 개인의 믿음을 강조하며 신의 권위로부터 개인을 떨어뜨려놓은 것처럼, 이제는 사회경제체제에서까지 개인은 혼자였다. “어느 경우에나 개인은 완전히 고독하며, 고립된 상태에서 신이라든가 경쟁자라든가 또는 비인간적인 경제력이라고 하는 우월한 힘에 직면하게 된다.” (p.95)
프로테스탄티즘이 신 앞의 인간을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듯이 자본주의에 속한 인간은 자본 앞에서 무력하다. 인간은 이익과 자본을 획득하는 행위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도덕적 선택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졌다.
자본주의에 의해 생겨난 이기주의는 흔히 자기애라는 단어와 동일시된다. 칸트, 프로이트, 루터와 칼뱅 모두 그렇게 생각했지만 프롬은 그 수식에 반대한다. 프롬은 사랑이란 대상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문제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현상은 내 안에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어떠한 대상에 의해 구체화된 것이다.
“단 한 사람에 대해서만 경험되는 사랑은, 바로 그 사실로 말미암아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새도마조히즘적인 집착임이 드러난다.” (p.100)
이기주의는 자기애의 반대일 수밖에 없다. 이기주의는 사랑의 대상을 자신에게 한정시킨다. 프롬은 이기주의적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새도마조히스트이며 자기혐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분명히 개인 자아의 증대를 가져왔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더욱 이해했고 자연에 대한 지배를 늘렸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제하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인간의 소외는 합리적인 생산기술과 비합리적인 사회조직 아래 심화되었다.
자본주의는 중세시대보다 인간을 더 고독한 존재로 만들었다. 자본주의적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은 잠재적 경쟁자인 타인의 이익을 인정하지 못한다. 또 인간은 스스로의 이익과도 무관한 존재가 되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할 자격은 박탈당했고 시장에 의해 개성의 가치가 정해졌다.
나는 프롬이 개인의 시장적인 가치를 자본과의 관계에서 논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시장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집합을 의미한다. 나 자신은 스스로의 가치를 논할 수 없고 오로지 타인만이 나의 가치를 정할 수 있다. (명성과 인기의 가치가 여기서 나온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개인은 재산과 명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아이들은 (기회만 생기면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쉽게 자연탐구가(naturalist)가 된다.’(23)
오늘은 책 읽을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저자가 어린 시절에 접했던 집 뒤의 숲이 그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궁금해졌다. 이런 환경은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이나 생물에 관한 지식이 정전의 지위를 얻고 절대 권위를 지닌 채 중세까지 유지되었는데, 이것이 틀렸다고 주장한 이들에는 갈릴레오나 뉴튼과 같은 과학자들이 있었다. 저자 캐럴 계숙 윤도 공부를 하면서 린네의 분류 체계에 허점이 많다는 걸 알았을때, 그 충격이 어떠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공글리다’가 사투리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였다. ‘삐지다’를 ‘삐치다’와 같은 뜻으로 쓸 수 있고, ‘개지랄하다, 쌔다’도 표준어라고 해서 놀랐다. 처음 보는 단어도 많았는데, 굳이 내 글에 쓰지는 않으려 한다.
‘당신 틀렸다’고 혼내지 않아서 좋았다. ‘한국어 문장은 영어와 달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구조라 문장 요소들 간의 거리가 일정해야 읽기 편하다’는 가르침만으로도 집은 보람이 있다.
안온북스 (231021~231023)
❝ 별점: ★★★★☆
❝ 한줄평: 좋은 곳에서 만날 때까지 계속 사랑하기
❝ 키워드: 기다림, 믿음 | 외로움, 고백 | 소원, 끝 | 환생, 사랑 | 영원, 증명 | 불행, 이유
❝ 추천: 오늘을, 이 세계를, 이 세계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
❝ 사랑은 계속될 것을 믿는다. ❞
/ 작가의 말 | 사랑은 계속될 것을
📝 (23/10/25) 『모든 것들의 세계』가 ‘끝내 사랑을 멈추지 않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사람은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작가의 궁금증으로 시작해 결국 사랑이 계속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 속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다. 이 세계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리의 이야기가 좋다.
죽은 후에도 ‘옮겨지지’ 않고 세계를 떠도는 이들은 ‘좋은 곳’으로 가기 전 뭔가를 해내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일을 깨닫거나 해내고 진심으로 만족감을 느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좋은 곳’이라고 하는 곳에 가게 되는 듯하다. ‘좋은 곳’으로 간다는 점은 같지만, 그 과정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 언젠가 모든 것은 끝나게 되어 있지만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지금,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그리고 인물들을 담아내는 시선이 너무 따스하고 또 사랑스럽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연결고리가 뚜렷하게 보이기도 하고, 살포시 언급되는 정도이기도 한 연작소설이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지만 그래도 「이 세계의 개발자」는 마지막 단편이어서 더욱 좋았다. 어서 『브로콜리 펀치』도 읽어보고 싶다.
———······———······———
「오리배」 ⛤
: 언젠가 반드시 때가 올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
|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p.48)
———······———
「심야의 질주」
: 도망치고 외면하다 죽은 이가 아직 기회가 남은 이를 응원하는 일
| 어린애를 죽여놓고는 고작 말뿐일 사과도 하지 못해 이다지도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인간, 오직 싫고 곤란한 것을 피할 때에만 온 힘을 짜낼 수 있는 인간인 주제에 그런 멋진 것을 상상했구나. (p.70)
———······———
「세상의 끝」 ⛤
: 둘이라면 이대로 끝나도 좋을, 세상의 끝에서
| 그랬다. 나는 우리에게 한 달 뒤, 1년 뒤, 10년 뒤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어제가 있었고 그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당연하게 올 것이라고. (p.133)
———······———
「아홉 번의 생」 ⛤
: 아홉 번째 생에서 얻게 된 사랑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p.205)
———······———
「영원의 소녀」
: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존재할 영원
| 맞아, 언젠가는 모든 것이 끝나. (p.255)
———······———
「이 세계의 개발자」
: 유한한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일
|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던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고. 아무튼 원하는 건 거의 비슷한데,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또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어쩜 그렇게들 끈질기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지. 맘대로 안 되는데도 어떻게든 저들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애쓰는 게 굉장하기도 하고." (p.2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