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가 특공대’로 일했다는 혼혈 소년과 어린 시절의 김내성이 평양에서 만나 함께 사건을 수사한다는 설정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소설가 소설이자 메타픽션이기도. 주석까지 다 읽어야 한다. 윤해환은 조영주 작가의 필명.
"죽음만이 진실하다."
이토록 평범한 보통의 사람의 일상적인 삶과 죽음을 아침과 저녁의 하루를 통해 이야기 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서 가볍게 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가볍게 삶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사물들과 오감을 통해 내게 스미는 천지간에게 관대해질 수 있겠다.
시적인 문장 사이의 침묵이 좋은 소설이었다.
그믐북클럽이 아홉 번째로 선정한 책은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니콜로 마키아벨리, 2023, 무블출판사)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에요.
여러분, ‘마키아벨리’ 하면… <군주론>이라는 책이 떠오르시죠? (그 책을 읽지는 않았더라도요)
<군주론>은 정치학과 처세술에 관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4년이나 재임했던 피렌체 공직에서 막 쫓겨난 마키아벨리가 가난과 익명의 삶을 푸념하며 쓴 <군주론>이 독기를 품고 있다면, 생애 마지막 통찰력을 쏟아부은 <피렌체사>에는 성숙한 지혜가 넘쳐난다고 해요. 그래서 <피렌체사>는 마키아벨리가 죽기 전에 쓴 역작이라는 소개도 있어요.
이 책은 이제까지 그믐북클럽에서 함께 했던 책 중에서 가장 두껍습니다. 무려 779페이지에요. <빅히스토리>를 시작으로 <인지 심리학>과 <실크로드>를 거쳐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을 통해 근대 과학혁명까지 함께 살펴본 그믐북클럽. 이제는 벽돌책에 도전해 볼 때가 되었어요.
저와 함께 700년 전 피렌체로 떠나 보아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군주론>이 아닌 <피렌체사>의 작가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쓴 내용이지만, 사실상 번역가가 편집과 감수, 모든 걸 거치는 작업을 해야 했는데요. 이 책을 번역한 하인후 역자는 번역을 위해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고 해요. 궁금한 점을 저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요 : )
그래서!! 이번 그믐북클럽에서는 새로운 코너를 마련했어요. 모임이 끝나기 전, 번역가님과 함께 화상으로 만나는 작은 북토크 자리를 기획해 보려 합니다. 줌 북토크의 참석은 필수는 아니고 선택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북클럽이 시작하면 공유드릴게요. 그동안 글자로만 진행되는 그믐북클럽이 아쉬우셨던 분들께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믐북클럽에 당첨되신 분들에게는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 드리고, 그믐북클럽 9기에 초대합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피렌체에 대해 알아보고 싶으신 분
• 책을 읽으며 공화정과 군주정의 조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읽어내고 싶으신 분
• 이번 기회에 벽돌책을 완독하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분
• 그믐북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함께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분
- 모집 기간: 10월 30일(월) ~ 11월 8일(수) 오후 6시까지
- 활동 기간: 11월 9일(목) ~ 12월 7일(목) 29일간
- 모집 인원 : 20명 (북클럽 책 당첨자) + a
*제공 가능한 책의 숫자가 한정되어 20분에게 증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구매하고, 북클럽에 참여하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책을 받지 않고, 북클럽에 참여하실 분들은 ‘참여 신청’만 클릭해주세요.
*‘참여 신청’ 은 필수! ‘추가 정보 입력’은 책이 필요하신 분들만!
그믐북클럽 9기 참여 신청하기
이즈음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HJ와 하루에 두 번, 그것도 길게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그날 낮에는 새롱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산책을 시키고, 해가 진 다음에는 HJ와 옆 동네 도서관에 갔다. 개는 씻길 때마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처럼 몸부림을 쳤고, 씻기고 나면 한동안 원망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읽어야 할 전자책이 많았으므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HJ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동안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왕돈가스 도시락과 맥주를 사 왔다. 커다란 도시락을 전자레인지로 데우고는 뜨거워서 제대로 들지 못해 쩔쩔 매며 도서관 옆 작은 녹지로 왔더니 HJ는 이미 벤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동안 HJ는 도서관에서 빌린 홍정욱의 신간 에세이를 읽었다. 해는 졌지만 가로등이 밝아서 책을 읽고 식사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기는 선선했다. 나는 아무 근거 없이 홍정욱이 정치의 꿈을 버리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HJ는 책을 조금 읽더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맛이 궁금했던 광화문 맥주를 먼저 한 캔 비우고 그 다음에 버드와이저를 마셨다. GS25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양조장들과 손잡고 한국 지명을 붙인 맥주 시리즈들을 내고 있다. 남산, 동빙고, 서빙고, 경복궁, 해운대, 평창, 여수, 성산일출봉 등. 그런데 딱히 그 맥주들이 해당 지역과 깊은 관련이 있지는 않다. 바다처럼 시원한 맛이니까 해운대라는 식이다.
광화문은 그런 한국 지명 맥주 시리즈 중 처음으로 나온 상품인데, 역시 캔 라벨에 세종로 주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는 점 외에는 광화문 일대와 별 관련은 없다. 맥아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산이고, 홉은 미국과 독일산이다. 한약재인 맥문동이 들어갔다는데, 상품 개발자들의 고심이 느껴진다. 엠버에일이고 맛은 무난했다.
이제는 잘 안 가네, 광화문
청춘 10년을 거기서 보냈죠, 뜨겁게
좋은 추억이 훨씬 더 많아요
A 선배와는 서울시청 근처의 이나니와 우동 전문점에서 만났다. 이나니와 우동은 이날 처음 먹었다. 사누키 우동, 이나니와 우동, 미즈사와 우동이 일본의 3대 우동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면발이 통통한 우동은 사누키 우동이고, 이나니와 우동은 소면처럼 생겼다. 350년의 전통이 담긴 음식이라지만 값비싼 요리는 아니다. 우리로 치면 잔치국수쯤 되는 걸까?
나는 냉우동을 먹었다. 12시가 되기도 전에 가게 앞으로 길게 줄이 늘어섰고, 미쉐린 가이드에서 빕 구르망으로 선정된 가게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맛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생소한 음식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만난 A 선배와 즐겁게 수다를 떠느라 식사에 집중하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나는 A 선배와 세 번이나 같은 팀에서 일했다. 사회부 사건팀, 정치부 여당팀, 정치부 야당팀. 사실 그 여당팀과 야당팀은 같은 팀이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여당이었던 당이 19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되었을 따름이다. 야당팀에서 일하다가 나는 회사를 그만뒀고, A 선배는 야당팀장을 거쳐 정당팀장이 되었다. 선후배들의 근황을 듣던 중 내가 내심 존경하던 K 선배가 모 의원 캠프로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놀랐다.
나로 말하자면 몇 년 전부터 여러 대선 주자 캠프로부터 도망 다니는 중이었다. 제안들은 다양했다. 만나자거나 자문 전문가 모임에 참여해 달라거나 대담을 하자거나 책을 같이 내자거나. 그런 때 중간 다리 역할을 아는 기자가 맡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정치권으로 갈 거냐는 내 질문에 A 선배는 손사래를 쳤다.
그가 식사를 샀고, 내가 커피를 사기로 했다. 근처의 스타벅스 매장에 갔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앉을 수가 없었다. 테이크아웃으로 음료를 받아 나와서 어디에 갈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덕수궁에 들어갔다. 입장료 1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멋진 도심 공원이었다. 아주 조용하고 쾌적해서, 덕수궁에 들어간다는 아이디어를 낸 자신을 칭찬하고 싶었다.
석조전을 지나 덕흥전, 함녕전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우리는 구한말에 대해, 또 요즘 정치인들에 대해, 세대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친하게 지냈거나 높게 평가한 몇몇 정치인들의 근황에 대해 내가 물었고 A 선배가 대답해주었다. 선배의 설명은 명쾌했고 납득이 갔다. 하지만 그의 세대론에 대해서는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주말은 첫째 조카의 생일이었다. 동생 부부의 초대를 받아 부모님 댁에서 연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조금 멋쩍긴 했다. 이 아이의 돌잔치에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물 대신 현금만 보냈다. 둘째 조카 돌잔치에도 불참했다. 그때는 돈은 보냈던가?
그러고 보면 새롱이를 키워서 가장 혜택을 본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다. 몇 년 동안 발길이 뜸했던 장남과, 최근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지 않게 된 큰 손녀를 그 강아지 덕분에 자주 보게 됐으니.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물론 전부 내가 댄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건강에도 새롱이가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큰 조카에게는 선물로 애견 이동 가방을 사주었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는 대뜸 그 선물이 그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삼촌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생일 파티를 치른 뒤에는 새롱이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켰다. 돌아와서 씻기고 말릴 때 개는 또 흥분해서 날뛰었다. 그러다 결국 내 손을 피가 나도록 물었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1인 세대다. 시네마 침대는 내게는 그다지 유혹적이지 않고 개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바는 많이 생기면 좋겠네. 인용된 문구 중 ‘사회적 가면을 모두 벗기면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방어능력이 없는 인간이 남을 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전에서 요즘 한국 소설까지 작품의 첫 문장과 그에 대한 단상을 엮었다. 나로 말하자면 몇몇 유명한 문장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기보다는 작품의 후광 덕분에 역으로 유명해진 거 아닐까 의심한다.
운명 같은 13일의 금요일. 진정한 악몽은 뱀파이어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었습니다.
오전에 ‘인스타 해킹’이라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고 그날 오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실은 이날 그믐에서 또 다른 북클럽 하나를 야심 차게 시작하려 했는데 유일한 홍보수단인 인스타 계정이 사라지니 북클럽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일단은 잠정적으로 연기를 했구요.
그렇지만 그믐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처음 그믐밤 시작할 때 마음이 그랬어요. 한 사람이 오던, 두 사람이 오던, 그믐밤은 계속 되어야 한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그믐달이 뜨는 날엔 함께 책 이야기를 하자.
사계리 서점 근처에 숙소를 잡아놓았기에 숙소 도착 후 바로 짐을 풀고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사계리 서점은 원래 있던 곳에서 이사를 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도착하자마자 ‘두용’이라는 이름의 검은 개가 반가이 맞아줍니다. 처음부터 반가이 맞지는 않고 컹컹 큰 소리로 짖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경계했냐 싶게 큰 덩치로 엥기는 녀석이에요.
원래는 케이크를 먹으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차분한 밤으로 기획이 되었는데요, 장맥주 님의 급 제안으로 책맥데이로 바뀌었네요. 각자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을 이야기하다가 수다는 흘러 흘러 이 날 소개된 작품들만도 엄청납니다. 영화 <엔젤하트> <셔터> <디 아이> <콘스탄틴> <사바하> <곡성> <추격자> <황해> <무빙> 그 밖에 수많은 책들 (모임 책꽂이에 일부 꽂아놓았습니다.) 술이 약한 저는 맥주 3 캔에 해롱해롱, 모임 후반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다만 함께 해 주신 분들의 덕력이 엄청났다는 그 기억만은 취중에도 뚜렷하고요.
7시 29분에 시작해서 밤 12시가 되어 끝난 그믐밤.
13일의 금요일. 우리들은 무엇엔가에 홀린 게 분명합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왜 정체불명의 영화 감독 최종태의 영화에 매번 봉준호 감독이 추천 인터뷰를 했는지 미스터리가 풀린다.
상식적인 염증 줄이는 팁을 기술한다. 염증은 모든 병의 시작이고 모든 병이 그러하듯 어떤 루틴과 습관으로부터 비롯된다.
각처에서 오신 다양한 글쓰기의 열망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한 밀도높은 두 시간 🔥
오프닝을 피아노 연주로 열은 아마추어 두 명의 베토벤 소나타와 슈베르트 즉흥곡은 큰 망신 당하지는 않은 걸로^^ & 결혼들은 왜 이럴까 📚 을 펴내신 작가님의 떡준비와 진행을 맡으신 대표님 대본도 인상적이었으며 복지사님의 사진촬영도 상큼발랄 그 자체였던 빅데이☆
@ 책방 뚜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