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편. 버블 경제기의 삿포로를 배경으로 20대 후반의 겉멋 든 백수가 사라진 여인을 찾는데, 필립 말로 흉내를 너무 심하게, 어울리지 않게 낸다. 필립 말로도 허세꾼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로서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도 있었고, 작가의 유머 감각이 탁월해서 정말로 빵 터지는 문장들도 있었다.
밀리의 서재로 읽는 중.
마키아벨리 군주룬 오래전 읽다 만 책.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는 생각보다 잘 읽혀서 만족.
은행나무 (231104~231113)
❝ 별점: ★★★★
❝ 한줄평: ‘불타는 작품’보다 커다란 불타는 마음
❝ 키워드: 예술 | 작품 | 소각 | 기후재난 | 당혹 | 변수 | 불안 | 소통 | 압박 | 원본과 위작 | 진짜와 가짜 | 그림자 | 이야기와 진실 | 프레임
❝ 추천: 예술, 예술가, 예술 작품의 가치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
🔥 첫 문장: <캐니언의 프러포즈>는 9년 전 여름 빌 모리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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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1/14) 예술가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로버트 재단의 창작 프로그램 참여 제안. 그러나 전시가 끝나면 재단에서 선택한 작품 하나는 반드시 소각된다. 만약 당신이라면 로버트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책을 읽기 전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 완벽한 기회를 ‘작품 하나의 소각’과 맞바꿀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한 값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안이지’라는 인물에 이입해 글을 읽어가다 보니 나 또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국 도착의 순간부터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일 하나 없이 온갖 변수들로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목적지로 직접 향하며 이름처럼 ‘Not Easy’한 창작의 여정을 시작한다. 산불과 폭염, 폭우 등 각종 기상이변에서 멀찍이 떨어져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로버트 재단의 고요함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고, 개 로버트와 안이지의 대화가 둘 사이에 블랙박스, 대니, 두 명의 통역사까지 무려 네 개의 게이트를 거쳐야 이루어진다는 것도 기괴했다. 둘의 대화를 정말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작품 창작의 압박과 불안감은 작품의 소각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소각용 작품’, ‘원본과 위작’, ‘진짜와 가짜’로까지 뻗어나간다. 그리고 1장에서 <캐니언의 프러포즈>와 <캐니언의 로버트> 사진 이야기가 왜 등장하나 했는데 ‘이야기와 진실’, ‘프레임’이라는 키워드로 로버트 재단과 연결될 때는 전율이 일었다.
해고된 통역사가 이야기해 주겠다던 ‘원본’, 즉 ‘편집 전의 로버트의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 이야기는 풀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고,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꽤나 열린 결말이라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스토리를 살아내고 싶었다’(p.309)는 안이지의 마음처럼 앞으로 그가 써나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서 아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 그러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본을 찾고 싶다면 독자의 책상으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가 읽던 책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살짝 접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이를 흔들 때, 책은 비로소 원본이 된다. 하나뿐인 진짜가 된다. (p.344)
밍크선인장의 꽃말인 '불타는 마음’. 안이지는 그 꽃말이 ‘사랑에 대한 말인가 했는데 이젠 상실에 대한 말로 들렸다’(p.264)고 했지만, 결국에 안이지의 ‘불타는 마음’은 상실보다는 사랑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결국은 대니의 예언처럼 작품과 사랑에 빠져 소각 대신 구출을 택한 그 ‘불타는 마음’. 그 마음은 작품보다 더 커다랗지 않았을까.
(*그믐에서 진행하는 은행나무 북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윤고은 작가님의 『밤의 여행자들』과 『도서관 런웨이』를 읽을 책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작가님의 최신작인 이 책을 먼저읽게 되다니 ㅎㅎ 북클럽으로 도서 제공해 주신 은행나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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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p.186)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빌의 경우에도 그랬다. 소각식을 의심한 적은 없었으나 유령 같은 작품으로 인해 그는 상하좌우, 프레임 밖의 세상을 더듬어보게 된 것이다. 빌의 말은 결국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로버트가 소각한 작품들이 어디로 가는가? 소각식 이후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가. (p.294-295)
| “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p.312)
| 나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 아마도 <R의 똥>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이미 진짜를 선택해 갖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남겨둔,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다른 하나를, 내가 선택하지 않은 하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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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 커다란 궁금증이 일었다. 어떻게 하면 바로 오늘 지금을 최소한 어제보다는 더 낫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는 바로 오늘 지금을 더욱 지혜롭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짐승과는 다른 것이 바로 언어를 통하여 사고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철인과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온고지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고창신을 하고자 하는 지혜의 갈구 때문이리라. 그런 차원에서 저자의 서문을 접하고 생긴 질문이 하나, 감수자 안광복의 글을 접하고 생긴 질문이 하나 있다. 다음과 같이 2가지를 발제한다.
(질문 1).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말이 있는데 철학교수인 저자 위저쥔은 정작 중국인이면서 동양 철학가들은 본문에서 일체 빼놓고 왜 서양 철학가들만을 언급했을까? 서문에서 언급한 《장자》에서처럼 물고기를 잡고 나니 통발은 잊어버린 것인가? 철학자들마다의 대표작과 철학적 질문에 대해 "대머리 지수"라는 난이도를 저자는 극히 주관적으로 정해 두었지만 우리 독자들도 과연 그 수치에 동의할까? 독자들마다의 해석은 다르리라 생각되는데 3.키르케고르 와 7.데카르트는 대머리 지수를 3이라 하였지만 나는 5이상의 난이도였고 오히려 저자는 6이라고 언급한 10.이마누엘 칸트는 나의 경우 3이었다. 여러분은 어떠하신지 궁금하다.
(질문 2). 철학을 전공한 감수자 안광복은 그의 글 15 page 중간단락에서 “원서의 내용 착오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었는데 번역가 박주은이 정성껏 꼼꼼하게 잡아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번역가 박주은은 중어중문학을 전공하였지 서양철학 전공자가 아니다. 591쪽에 이르는 어느 부분에서도 내용착오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을 번역가 박주은이 언급한 부분이 없다. “역자의 말”이 책의 서두에 없는 것도 이상하지만 감수자는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인가?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번역가 박주은이 비전공자이면서 철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오류를 잡아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쉽게 번역해도 좋을 것을 다음과 같이 어렵게 번역한 것도 있다. 101page 맨 하단(7. 데카르트)에서 “송과선(pine gland 혹은 pineal body-옮긴이)”라고 한 부분은 좀더 쉬운 우리말 번역으로 바꿔야 한다. 구글에서 “pine gland”라고 찾아보니, 서울아산병원의 홈페이지가 나오고 그곳에서 “알기 쉬운 의학용어”라는 곳이 링크되어 눌러보니 “(松果腺)”은 “솔방울샘”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가? 감수하는 사람은 최소한 이런 말을 해 주어야 딱딱한 철학이 우리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서지 않겠나? 이 책에서 어려운 철학 용어를 발견하고 더욱 쉬운 우리말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발견된다면 우리 독자들이 나서서 함께 나누어 보면 어떨까?
2023년 11월 12일 (음력 9월 29일) 19시 29분에 은평한옥마을에 위치한 '수북강녕'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각자의 하루키에 대한 키워드를 공유하고, 이번 그믐밤에서 읽은 하루키의 여러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어요. 책방지기님이 준비해주신 다과와 모히또 티를 마시며 따스한 그믐밤 저녁을 보냈습니다. 추운 날, '하루키 읽는 밤'에 참석해 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온라인으로 열린 16회 그믐밤는 아직 진행 중이에요. 하루키 좋아하신다면 같이 이야기 나눠요.
열여섯 번째 그믐밤이 열린 수북강녕은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한 멋스러운 동네 책방입니다. 북한산이 바라다보이는 멋진 전경에서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가 있어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분위기 안에서 책의 향기에 듬뿍 빠져보세요. 더불어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커피와 각종 차, 그리고 간단한 베이커리도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soobook2022/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미스터리 단편 걸작선. 3명 혹은 4명의 남녀가 어두운 정념으로 얽히고설켜 각자 계획을 꾸미다 다 같이 파멸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컴컴한 분위기가 내 취향에는 맞는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느와르물인 「베이 시티에서 죽다」가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표제작은 다른 수록작에 비해 유독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
추리소설 애독자들은 낄낄거리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 아, 심술궂기는. 똑같이 미스터리 소설의 규칙을 놀려 먹는 메타픽션이라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도 떠오른다. 『미스터리 아레나』 쪽이 설정이 좀 더 뻔뻔한 거 같긴 하다. ‘고전적인 퍼즐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생명력을 다했다는 생각도 진지하게 한다. 그 생각을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두어 시간이면 완독. 보통 이런 경우는 별 내용이 없거나 동어 반복이거나 책 편집에 여백이 많거 나인데 이 모든 걸 충족한다.
사람의 이빨은 총 몇개일까?쉰 아홉개요!!!
북녘 땅을 사흘이면 다시 밟을 수 있다고 믿고 남하하신 실향민의 음악으로 위로해 본 오페라 아리아 섭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