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e-book, 240116~240116)
❝ 별점: ★★★★
❝ 한줄평: 진실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 어느 것이 더 최악일까
❝ 키워드: 미스터리 | 스릴러 | 실종 | 진실 | 비밀 | 애인 | 사랑 | 마트료시카 | 죄책감 | 의심
❝ 추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심리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사람
🪆첫 문장: 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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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A. 패리스의 『브링 미 백』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 흥미진진하고 결말이 궁금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 마트료시카라는 소품을 정말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품! 🪆
✦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데뷔작이 강렬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다음엔 데뷔작을 읽어봐야겠다.
✦ 사실 중간쯤부터 혹시 결말이 이렇지 않을까 예상했던 게 맞아떨어져서 소름 돋기도 했고 그 결말이 아니길 바라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진실을 아는 것과 진실을 영원히 모르는 것,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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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해, 핀.” 루비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계속 루비의 말이 귓속에서 울린다. 조심하라니, 누구를? 루비한테 묻고 싶다. 레일라를? 아니면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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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첫 단편집. 작가 후기가 노벨스판과 문고판 두 종류로 실려 있는데, 노벨스판 후기에서 린타로는 “단편 「토요일의 책」이 『요리코를 위해』의 해피엔딩 버전”이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경위도 재미있다. 문고판 후기에는 ‘도서관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가 길게 실려 있는데 소설가로서 꽤 고민되는 문제다.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주장해야 할까?
어찌 보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사연이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말인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사는 인물들의 고통에도 공감하게 만든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일본의 추리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야마다 준야의 필명. 엘러리 퀸이 작가 팀의 필명이자 그 이름으로 쓴 소설 속 탐정의 이름이기도 한 것처럼, 노리즈키 린타로가 작가 이름이기도 하고 소설 속 탐정 이름이기도 하다. 엘러리 퀸의 오마주도 많다.
위즈덤하우스 (e-book, 231201~240114)
❝ 별점: ★★★☆
❝ 한줄평: 사람은 떠났지만 오래도록 남을 그의 음악과 철학
❝ 키워드: 음악 | 예술 | 인생 | 죽음 | 자유 | 우정 | 사랑 | 자연 | 철학 | 투병
❝ 추천: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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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데,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너무 무거워서 전자책을 몇 번 대여해서 읽었다.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전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 직전에 리뷰를 쓴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도 나왔듯,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그것을 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삶을 정리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기 위한 곡의 플레이리스트까지도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며 골랐던 사람. 류이치 사카모토는 참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 그의 음악 몇 곡 정도만 알아서 이 책을 좀 더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 [📝 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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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 대지진 때에도 그랬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충격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100년에 한 번 겪을 듯한 이런 팬데믹은 분명 대부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테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계적 규모의 코로나 감염 폭발은 인간이 과도한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지구 전체를 도시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보내는 SOS에 의해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이 광경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할것입니다.
/ 기묘한 시간 감각
| 사카모토 씨는 헤매듯 들어선 도쿄의 병실에서 볼스의 이 말을 반추하고 있었던 것이다.
밤하늘을 비추는 보름달과 한낮에 눈부신 푸른 하늘을 그려내는 태양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한겹의 얇은 껍질과 같은 ‘셸터링 스카이’, 그 너머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며….
2021년 1월의 보름달은 29일에 떴다. 수술 후였다. 기록을 보니 그날의 하늘은 맑았다. 그때부터 2023년 3월 7일까지 보름달이 떴던 모든 날, 도쿄의 하늘이 맑았다면 이론적으로, 사카모토 씨는 스물일곱 번의 보름달을 볼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는 몇 번이나 보았을까….
/ 저자를 대신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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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이웃집 백만장자의 개정판. 개정판을 쓰는 가운데 원저자인 토머스 스탠리가 사망하고 그의 딸이 이어서 집필했다. 개정판이 그러하듯 전작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적 영역에 있는 백만장자는 의외로 명품 시계나 스포츠카를 타지 않고 근검 절약한다는 내용. 백만장자의 어떤 후천적 태도에 관한 기술이지만 일단 제3세계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미국에서 태어나야한다는 건 누락되어 있음.
영화를 극장에서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영화 <노마드랜드> 는 개봉하고 얼마 안 되어 바로 보았다. 광활한 미국의 자연환경을 넓은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그즈음 회사생활에 마음이 떠서 결국 나도 노마드 인간이 되리라는 어떤 예감에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는 참 좋았다. 주인공 배우의 연기와 화면 위로 펼쳐지는 넓고 쓸쓸한 대지의 풍광, 담담한 음악도 어울렸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며 우리의 어떤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착이나 안정 같은 것들은 어쩌면 내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 조금 더 궁금해서 책을 찾아 읽었다. 영화에는 밴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적 폭력 문제가 나오지 않는데 분명 그러한 곤란함이 클 거라고 짐작했다. 책에도 관련된 내용이 별달리 묘사되지 않는 걸 보니 다행히 내 예상만큼 심하지 않나 보다.
궁핍한 노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우리 나라가 전 세계에서 노인 빈곤 문제로 1위를 찍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도 밴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은퇴 시기를 훌쩍 넘긴 노인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아마존이라는 대기업에 취직되고 파트타임 일거리들을 찾고 서로 연애도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미국이랄까…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해 부지런히 일을 하다 점차 승진이 되고 월급을 받아 복닥거리며 아이들을 키우고 조금씩 돈을 모아 모기지로 집을 사고 차를 바꾸는 중산층의 생활. 이제는 안다. 이러한 삶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 하지만 달디 단 오후의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들려준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 이상의 무언가를 열망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거주지만큼이나, 희망이 필요하다. 15쪽
“처음 시내에 차를 대고 잠을 잘 때는 끔찍한 낙오자나 홈리스가 된 듯 느껴지요.” 실비앵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위대한 점이에요. 우리가 어떤 것에나 익숙해진다는 거요.” 38쪽
모두들 어떻게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린다가 평생 가져본 숱한 직업 가운데 그 무엇도 지속되는 경제적 안정을, 아주 조금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59쪽
우리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캠핑을 하거나 밴에서 살기에도 너무 나이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351쪽
음악에 비해 에세이는 별로인 작가가 있다. 이석원이 그렇고 이적과 오지은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본업이 가수니까 당연한 거 같지만 때때로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이들이기에 아쉬움이 남곤 했다. 아무튼 '아무튼, 영양제'는 오지은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좋았다. 아리라민 EX 플러스를 알아봐야할 듯.
채소 권장 자기개발서. 몸에 좋은 채소 섭취를 자산 투자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부분이 신선했지만 내용의 깊이는 없다.
나는 여섯살 때 00국민학교 병설 유치원에 입학한 뒤로, 단 한번도 소속기관이 학교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새해라고 해도 1월 1일에 하루 더 쉴 뿐,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 핑계로 한해를 정리하는 일을 ’3월에 하지 뭐’ 라고 변명하면서 미루지만 정작 3월이 되면 ‘새해가 되고 세달이 다 되어가도록 제대로 한 일이 없네’라고 생각하며 또 어영부영 새학년도를 시작하곤 한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엔 그냥 잔다.
늦었지만 2023년의 독서 결산
2023년에는 28권의 책을 읽었다. 33권을 읽은 2022년에 비하면 약간 덜 읽었다. 아쉬운 점은 좀더 많은 책을 이북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10권 정도밖에 이북으로 읽지 못했다. 크레마클럽은 해지했다. 겸손해 져야지. 아무도 안 물어보고 안 궁금해 하지만 내가 꼽는 2023년 비문학, 문학책을 하나 적어본다.
2023년의 비문학 책: “공부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크레마클럽에서 알고리즘으로 추천책으로 떠서 읽게 된 책. 다 읽고나서 내 인생책이 되었다. 종이책을 사서 소장하고 몇 번 더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선물했다. 글쓰기 관련된 책들의 대부분이 소설, 에세이 등 문학작품을 많이 쓴 작가가 쓴 것이지만 이 책은 대학교수가 쓴 책이다. 논문을 안쓰고 안써서 데굴데굴 구르는 교수들을 어르고 달래서 글쓰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교수가 쓴 책. 연초에 읽어서 디테일은 많이 까먹었지만 두 가지 핵심적인 내용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았다. 1) 마감에쫓겨서 쓰게되면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쓰게 되고 이는 나중에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2) 글을 쓰는 마인드셋으로 전환할 때 감정환기파일을 써라. 1)은 아직도 고치지 못했고, 2)는 그나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3년의 문학 책: “오르부아르”
나는 그저 현실을 잊고 재미를 얻고 싶어서 소설을 읽는다. 그러니 내게 가장 좋은 소설은 읽는 동안 아무 생각없이 현실을 잊게 해주는 소설이다. 오르부아르를 읽던 기간은 내가 정말 힘들었던 기간이었지만 아무 생각없이 소설에 푹 빠져서 지낼수 있었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소설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2024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완독한 책. 정아은 작가의 책은 잠실동 사람들을 읽다가 너무 매운맛이라 중단했던 적이 있지만 완독은 처음이다. 그 중 앞으로 꼭 새기고 싶은 구절은
그러니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올해는 논문을 쓸 때 끝까지 써야겠다. 어떻게든. 그리고 초고를 빨리 손에 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