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꼬마 자노(상페)처럼.
라디오 전파로밖에 만날 수 없는 미국의 뮤지션을 열렬히 사랑했던 그 아이처럼.
당장 프랑스 해변으로 가서 천국의 상페를 만나는 거다.
-선생님은 가장 우아한 현실 도피법을 제게 가르쳐 주셨어요.
그렇게 상페의 그림이 되어 보자.
그 어떤 교육의 기회보다도, 사람의 가장 큰 성장은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상페의 삶을 엿보며 느낀다.
세월호를 이제야 그리며 꺼내어 봅니다.
십주기라니 믿기지가 않네요ㆍㆍ 느낌상 한 사년 전 일인 것만 같은데 말이지요. 마치 한 6년 간은 일 년이었던 것처럼.
세월호 그리기 day1
내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글쓰기의 본질은 불가능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라 '시도'하는 일이라 믿는다. 보여지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말해지지 않았던 것을 말하게 하는 것을 글을 쓰면서 꾸게 된 꿈이다.
작가의 이런 바램이 이 책 속에서 이뤄진다. 술술 다 읽었는데 다시 펼쳤을 때 많은 문장들을 곱씹게 된다. 잊고 싶지 않은 표현들이 많다.
콘트라스트 강한 버디물의 컨셉 아이디어에 미국에 진출한 타이완 삼합회 패밀리 소스를 얹었다. 젊은 시절 양자경의 아크로바틱한 발차기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어디쯤에 그녀의 액션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쉽진 않음.
단편 몇 편과 에세이가 더해진 소품. 권말에 붙어있는 에세이가 뜬금없다 싶을 수도 있지만 미트 파이 등 소재적으로 접점을 갖는다. 서사의 핵심 아이디어가 갖는 폭이 생각보다 좁아서 이야기가 더 확장되지 못하는 아쉬움.
도쿄대학교 약학부 교수가 쓴 공부뇌에 관한 책. 뇌과학적인 입장에서 공부뇌라는 것을 접근한 듯 싶지만 그냥 암기 잘하는 뇌를 키우는 기술. 암기 스킬이라는 게 AI의 이 시대에 얼마나 유의미한진 모르겠지만 일본의 대학을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련해야하는 능력은 맞는 듯. 대치동 학부모들이 직접 번역해 돌려보던 책이라는 띠지가 붙어있는데 놀랍게도 별다른 내용은 없다. 반복 학습과 숙면과 기타 등등의 공부를 둘러싼 도시 전설급 만담들.
현대문학 (240118~240121)
❝ 별점: ★★★★
❝ 한줄평: 순간이 시간이 되고, 시간이 순간이 될 때
❝ 키워드: 꿈 | 내일 | 해 | 시간 | 순간 | 추억 | 미래 | 생 | 손 | 감각 | 리듬 | 고독
❝ 추천: 순간과 시간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이처럼 무언가를 쥐는 일은 어떤 믿음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
/ 에세이 | 생의 리듬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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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리뷰에서도 몇 번 썼었는데, 작가를 만나는 첫 시집이나 첫 소설로 현대문학 핀시리즈를 선택하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게 된다. 시인선의 경우 시인의 에세이가 실려 있어서 좋고, 소설선은 작품해설이나 발문, 작가의 말을 통해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분량도 ‘첫 만남’에 딱 알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쓴 작가라면 핀시리즈 작품에 먼저 손이 간다.
✦ 시집을 다 읽고 나서 왜 시집 제목을 ‘왼손은 마음이 아파’라는 구절로 정한 건지 궁금했다. 핀 시리즈 volume II의 에세이 주제가 ‘신체’고, 시인이 손과 손가락에 관한 에세이를 써서 「패러다임」이라는 시의 이 구절이 가장 잘 어울려서일까? 종종 시집 제목에 관해 생각해 보는데, 은근히 재미있다. 이 시집은 다른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읽으면서 시간과 순간에 관한 구절들이 인상적이어서 이와 관련된 제목이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이 시집은 내게 꿈과 생, 순간과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남을 것 같다. 특히 「메리와 해피와」라는 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무렵에 항상 떠오를 것 같은 시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메리, ‘해피 뉴 이어’의 해피를 아이라고 생각해 보니 재미있으면서도 약간 쓸쓸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새해가 밝아오는 것과 별개로 / 해피는 늘 곁에 있다고 했다 / 보이지않는다고 해서 / 없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했다’(p.103-104)는 구절이 참 좋았다. 보이지 않아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른다는 말이 힘이 되었다. [📝 24/01/22]
(*출판사에서 진행한 북토크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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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속에서는 태양이 지고 있었다. 태양은 너무 커다래서 시간이 흘러도 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 여전히 지평선에 걸려 있었지. 밤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 내일을 감히 상상할 필요가 없었지. 불행을 감히 점칠 필요가 없었지.
/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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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는 산책하는 연인들이 있었다 모래알들을 밟으며 앞길을 내다보았다 막막했다 눈썹달을 바라보며 좋은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봄이 코앞이라고 믿기로 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봄을 기다렸다 너 없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까마득하구나
/ 「봄밤비」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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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 「표리부동」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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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앞으로도 매년 태어나야 해
매년이 내일인 것처럼 가깝고
내일이 미래인 것처럼 멀었다
/ 「생일」 (p.108)
❝ 살아가면서 더 많은 것들을 쥘 기회를 얻을 것이다. (...) 生의 실마리를 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쓰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처럼 무언가를 쥐는 일은 어떤 믿음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에세이: 「생의 리듬」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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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첫 문장」
✎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 「봄밤비」 ⛤
✎ 「애」 ⛤
✎ 「대체적으로」
✎ 「표리부동」 ⛤
✎ 「모자이크」
✎ 「그날의 전날」
✎ 「메리와 해피와」 ⛤
✎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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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싶은 사람들, 디자이너로서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 한 책.
지하철 동영상 광고를 보다가 강지영 작가의 『살인자의 쇼핑몰』이 드라마화된 것을 알고 반가웠다. 아홉 편의 단편 중에 표제작이 가장 좋았고 「스틸레토」와 「허탕」도 재미있었다. 가난, 환상성, 약자에 대한 폭력, 폭력적인 섹스 묘사에 질색하는 독자에게는 권할 수 없겠지만, 나는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