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셨던 아부지께서 원하시던 일
당분간 잘 부탁해 👋
자이언트북스 (240129~240202)
❝ 별점: ★★★★☆
❝ 한줄평: 책을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을 채우는 이름 하나쯤은 남기를
❝ 키워드: 감정, 이해, 사랑 | 좀비, 용기 | 마음, 균형 | 마지막, 운명 | 죽음, 질문 | 목적, 진실
❝ 추천: 다섯 빛깔 다채로운 감정과 마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To. 당신이 채우고 싶은 이름 ❞
/ 출판사 소개
———······———······———
✦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된다. 작년에 이유리·김서해·김초엽·설재인·천선란 작가님이 쓰신 ‘마음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이야기 다섯 편이 수록된 자이언트 픽 첫 번째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 자이언트 픽 『투 유』의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리뷰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다.
✦ 김화진, 구소현 작가님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있었고, 김빵, 김청귤, 명소정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첫 자이언트 픽 책에서도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을 새로 알게 되었고, 참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 좀비가 드글드글한 세상에서 재회한 두 친구의 이야기 「좀비 라떼」,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시간과 자리」,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운명을 맡기는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죽은 연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담긴 「투 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먼 행성에서 지구로 온 금속 회로의 이야기 「이방인의 항해」까지. 첫 책을 읽을 때처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자꾸 최애 단편이 바뀌었다. 자이언트 픽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마구마구 픽하고 싶은 단편들💖
✦ 다섯 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단편은 김청귤 작가님의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과 명소정 작가님의 「이방인의 항해」!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에서 ‘지구의 마지막 빙하’가 녹아내리는 게 정말 조만간 다가올 미래 같아서 매우 섬뜩해졌다. 「이방인의 항해」는 첫 자이언트 픽 책에 실린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 떠올라 더 좋았다. ‘관찰의 대상이지 상상의 배경이 아니라고 애써 열망을 억누르려 하지만 바다에 도착한 미래를 그리기를 멈출 수 없는’(p.265-266) 금속 회로에 마음이 가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의외로 새로 만나게 된 작가님들이 내 취향 저격이라 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함께 나눈 마음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니까.’라는 말이 참 좋았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을 알아채고 이해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 그리고 함께 나아간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에도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쯤 있기를. 이 책의 제목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투 유’여서 더욱 좋다. [📝 24/02/03]
(*자이언트 픽 리뷰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김빵, 「좀비 라떼」
: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위해 용기를 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t.Fujitive - whisper
| 현관문을 열자 소파 앞에 그대로 서 있는 라떼가 보였다. 순간 뼈마디가 저릿했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득하게 멀어졌던 순간이 난데없이 가까워졌다. 라떼, 저 이름 모를 좀비 때문에. (p.25)
———······———
김화진, 「시간과 자리」
: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권진아 - 흘러가자
♫ 눈물이 나면 다 울고 웃음이 나면 또 웃고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우스갯소리 하고 흘러가자 그냥 그렇게 별일 없이 오늘 그렇게 흘러가자 흘러가자
| 연극은 항상 그리웠고 지호가 사는 지역에는 연극이 드물었다. 그래도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 그리움의 상태가 좋았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리워만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슬프면서도 좋았다. 마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p.99)
———······———
김청귤,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
: 죽기 전에 보러 간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서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짙은 - 빙하
♫ 세상의 모든 빙하가 녹아 그 물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당신과 나 이 깊은 골짜기를 메워준다면
| 영상으로만 봤던 하얗고 거대한 빙하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볼품없이 깨진 얼음조각 같았다. 바다색을 흡수한 것처럼 새파란 게 다를 뿐이었다. 그 빙하는 하나가 눈물을 뚝뚝 흘린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물을 뚝뚝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p.150)
———······———
구소현, 「투 유」
: 사랑하는 이의 죽음 후에도 남아서 살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정승환 - 별 (Dear)
♫ 아주 멀리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저 별처럼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대단해. 충격은 흡수되어 전부 녹아 없어질 거야. 불행이 뱀처럼 달려들어도 우리의 늪 같은 마음은 그 뱀을 잠기게 만들어. 회복할 수 있어.”
전시회 벽면에서 본 대사가 나오는 장면까지만 보고 그녀는 잠들었다. 너무 큰 충격으로 기절한 마마로바의 귓가에 겔이 속삭이는 장면이었다. (p.184)
———······———
명소정, 「이방인의 항해」 ⛤
: 관찰이 아닌 상상으로 나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James Quinn - Dreamer's Path
| 여기서 보인 모든 행동이 바다를 향한 항해였다는 걸 이 아이는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걸까.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능은 오직 수집의 원동력을 위해서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사고는 나의 기호를 만들고, 행동은 내게 선택지를 주었다. (p.266)
———······———······———
오디티닷은
”당신의 경험을 특별하게”
라는 모토로 운영되는 독서 플랫폼 입니다.
'ODTDOT' 무엇이 특별한가요?
1.
한권의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모임으로
다각도로 책을 보는 시각과 식견을 기를 수 있습니다.
2.
단독 공간에서 대화하여, 모임원간의 대화에 집중 가능합니다.
3.
개인 인적 사항을 직업과 이름 외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친목 없이 '독서모임'만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4.
회차 마다 책이 달라지므로 주제가 다양해서 질리지 않습니다.
5.
시즌 종료 후 토의 내용이 들어간 도서가 출판되어
모임 기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임일정
모임일정 : 2월 22일 19: 30~22:00
> 참여 링크 <
시즌6 세번째 모임 공지 드립니다.
모임일정을 연휴에 맞춰 하루 앞당겼습니다.
모임일정 : 02월 07일 19: 30~22:00
읽 을 책 : 쿨하게 생존하라 - 김호
> 모임 참여 링크 <
지은이 한석정은 사회학자이면서 현재 동아대학교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2016년 3월에 초판이 나왔다. 읽는 내내 이 책이 얼마나 탄탄한 내용과 구성으로 쓰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독서 내내 그가 선택하는 어휘와 역사, 철학, 사회학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박식과 숙성된 지식 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전쟁 직후 국민소득 $100에 불과하던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단히 설득력있는 분석과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사적으로 너무나 예외적인 발전과정이라 외부 세계에서는 驚異(경이)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과소평가를 넘어 때로 정신적 異常(이상) 내지 퇴행이라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자기 부정 내지 자기 학대처럼 보이는 행태를 적지 않게 관찰하게 된다.
마크 트웨인은 사람들에게 “속고 있다고 진실을 알리는 것보다 그들을 기만하고 이용하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19새기 서구 제국주의는 산업혁명의 성과를 등에 업고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배해 나갔다. 그런데 이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대응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갈렸던 것 같다. 하나는 반제국주의를 외치며 외부와 벽을 쌓고 자급자족적 폐쇄경제를 이루는 사회주의적 선택과 다른 하나는 후발 주자로서 선진경제로부터의 모멸감을 견디며 그들을 열심히 학습, 모방하며 추격하는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민지 피침략 국가들은 反帝(반제)를 외치며 첫번째 사회주의적 발전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 조류였다. 그런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후발 자본주의 발전 모델을 따라가며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가 출현하기도 했다.
그 후발자본주의의 대표적 국가는 1870년경에 통일 국가를 이룬 독일과 이탈리아에 해당한다. 그리고 북군의 승리로 끝난 남북전쟁도 또 다른 의미의 통일전쟁이라 한다면 미국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은 자신의 압도적인 군사, 기술, 금융, 제조업 능력 등을 배경으로 전세계에 자유무역을 제창했다. 이들 후발자본주의 국가들은 영국이라는 선진경제를 따라 잡기 위해서 시장의 힘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 자본주의적 발전을 도모하는 국가 중심의 발전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독일의 발전 모델을 차용한 것이 비유럽 유색인종 국가 일본이었다.
이것은 지난 번 읽었던 ‘아시아의 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같은 책에서 확인했던 것과 같이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같은 경제학자가 주장했던 개발경제학의 논리에 부응한다. 그런데, 단순히 보호주의와 같은 무역정책 뿐만 아니라 교통, 교육, 환경, 위생,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국가가 그 발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모던Modern이란 표현은 계몽주의적 근대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 근대적 이성을 실현하는 주체가 부르조아와 같은 시민계급이 아니라 국가가 되어 서구의 발전을 모방, 이식, 변용, 체현, 발전시키는 전 과정을 모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서구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메이지 유신이라는 혁명적 변혁을 통해 사회의 체질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완, 조선, 만주와 같은 식민지를 운영하게 된다. 나는 메이지 유신이 프랑스 혁명에서 나폴레옹 쿠데타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은 근대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쿠데타라고 생각하며 이후 제3세계 각국에서 청년 장교들이 쿠데타를 모의할 때마다 그들이 생각하는 혁명의 ‘典範(전범)’이 되었을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아무튼,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세번 째 식민지 경영의 경험에 해당하는 ‘만주국’의 근대화다. 경험이 쌓일 수록 시행착오는 줄어들고 만주국에서 젊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속도있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본국에서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고착화된 사회질서 때문에 불가능했던 개혁 정책이 많았지만 만주에서는 그런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품고 있었던 원대한 계획을 마음껏 진행 시킬 수 있었다. “빨리 빨리”, “하면 된다”, “불도저 식 밀어 붙이기”의 원조는 바로 만주국에서 연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을 점령했던 미군정의 엘리트 장교들이 본국 미국에서 보다 더 자유 민주주의적 정체를 일본에 확산시키려 했던 시도와 대단히 유사하다.)
식민지 조선 사람들이 만주로의 이민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가뭄, 수해 등으로 인한 자연재난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들 만주에 정착한 조선인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었지만 때로 포주로, 장사로, 그리고 일부는 만주국의 중, 하급 관리로 일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만주 웨스턴이라는 판타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동만주에서의 독립운동과 별개로 만주에서 대부분의 조선인들의 삶은 가난하고 고단했으며 비적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국인들로부터 차별과 학대를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기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 한석정은 이들 만주의 경험자들이 해방 후 한국이라는 신생 국가 건설에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승만 정권 하에서 이종찬 등과 같은 일본 육사 출신들에 비해 보다 고분고분했던 만주 군관학교 출신들이 군부 등에 중용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하이라이트는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의 역사적 전개과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승만, 조봉암 등에 의해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이들 쿠데타 세력은 만주에서의 실험을 남한 사회에 모방, 이식, 변용, 발전시키는 커다란 장애가 없었다.
한국 록음악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신중현’씨 역시 일본인 모친을 가진 만주 출신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포항제철, 월남파병, 산림녹화, 통일벼와 식량자급, 새마을운동, 중화학 공업 육성, 10월 유신 등 한국 현대사를 규정짓는 수 많은 내용과 사건들이 주마등 처럼 흐르게 된다.
총론적으로, 이 책은 ‘역사 사회학’이라는 익숙치 않은 학문의 영역에 속하는 저술이다. 그리고 사회학자가 본 한국 역사의 ‘식민지 근대화론’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21세기 자칭, 타칭 선진국이라 일컬어 지는 한국 사회에서 식민지 경험을 ‘반일’이라고 하는 선악, 흑백의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기에 역사적, 시대적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고 파악된다.
돌이켜 보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 할 때도 월남파병 등 역사적 사회적 분기점에 해당하는 정책 결정이 있을 때마다 야당을 비롯해 많은 지식인들이 비판을 하고 그 무용성과 해악을 지적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도전과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면 오늘날의 한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한 개인의 인격과 삶이 완전할 수 없듯이 모든 사회는 모두 불완전하고 나름의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게 마련이다. 개인의 발달이 수많은 미숙함과 과오의 수정를 거쳐 성장, 성숙하듯이 우리 나라가 발전해 왔던 과정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시선으로, 날 선 시선으로 비판하기보다 좀 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완고함을 누르면서 우리 민족의 성취를 격려하고 보듬었으면 좋겠다.
생생한 묘사, 기발한 상상력으로 마지막 장까지 놓지 않게 만드는 흡입력
로버트와의 식사 장면이 지루해질 즈음부터 안이지씨의 그림 구상이 시작되고 나면 신나게 모험 준비가 장착된 스키점 프 선수처럼 휘몰아쳐 읽게 된다.
마지막의 허탈하고 허기진 마음?
이거 스포일러 아닙니다.
직접 그리신 그림까지 하사받고도 ㅠ
대역죄를 저질렀습니다.
책은 절찬리 읽는 중인데, 아니 이런 이상적인 이혼이 어딨어요? 😭
사랑이 가득담긴 에두아르 초상화 스케치들은 내가 주인은 못되는듯 하여 풍경 스케치 하나만 갖고, 프랑스 🇫🇷 책벌레의 명예를 고민하시는 작가님의 글을 보고 그렇담 다음 책 내실 때까지 고이 간직하다 돌려드리면 되겠다고 했는데 또 그리시면 된다셔서 잘 싸두었는데. 인간극장에 나오셔서 함께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 코로나 첫 해에 모든 북토크들이 엎어지던 그 때 내 책 내놓고 내 맘대로 지인초청 ㅎ 북토크를 한다음에 전문가들은 어찌하나? 북토크마다 쫓아다니던 그 때 뵙게된 이주영 작가님의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북토크에서 참여자 모두가 돌아가며 발언할 때 ㅡ 내가 했던 멘트였는데. 어제를 놓쳤어도 생각해보면 이제 서울에 계시는가 싶기도 하고~ 다음엔 꼬옥 뵈어요! 세상 다정하신 작가님께♡
민음사 (240127~240127)
❝ 별점: ★★★★☆
❝ 한줄평: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고
❝ 키워드: 언어 | 말 | 말하기 | 교정 | 마음 | 사랑 | 상처 | 글쓰기 | 복수 | 용서 | 삶
❝ 추천: 말하는 것이 어렵고 무서운 적이 있었던 사람
☃️ 첫 문장: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p.7)
———······———······———
✦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8 정용준 작가님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었다. 매일과 영원 시리즈 중 한 권인 정용준 작가님의 에세이 『소설 만세』를 읽다가 이 책이 언급된 글이 나오길래 궁금해서 『소설 만세』는 잠시 덮어두고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모인 스프링 언어 교정원. 말더듬증을 고치고자 그곳에 다니는 열네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자신에게 잘해 주면 ‘너무나도 쉽게 사랑에 빠져 돌멩이도 사랑하는 바보’라는 소년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상처 받은 끝에 미워하고, 속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 가장 예민한 시기에 말의 어려움까지 겹쳐 소년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족, 친구, 선생님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어 드넓은 바다 위 홀로 떠 있는 외딴섬보다도 더 외롭지 않았을까. 본인이 가장 말하기 어려운 단어로 계속해서 별명을 바꿔 가는 스프링 사람들과 함께 소년은 조금씩, 천천히 말을 더듬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여러 훈련들을 해 나간다.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스프링 언어 교정원 사람들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소년의 마음은 다시 사르르 녹아내린다.
✦ 말. 말의 무게. 말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말을 하는 게 힘들고 무서워지기도 한다. ‘마음의 세계에서는 막힘이 없는데 소리 내서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든’(p.66)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려면 아무 데나 공격해서는 안 되고 약한 부분, 아킬레스건을 찾아야’(p.83) 한다던 소설가의 말. 누군가에게 제대로 상처를 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건, 그렇게 상처를 받아본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말이 많이 아팠다. 책을 읽으면서 스프링에 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져서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였다.
✦ ‘작가의 말’이 정말 좋았다. 특히 ‘계속 쓸 수 있다. / 계속 살 수도 있다.’(p.163)라는 말. 쓰는 일이 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다가와서 마음에 남았다. 오래도록, 많이 많이 써주세요 🫶🏻
✦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궁금했던 작가님들이 참 많았는데 좋아하는 정용준 작가님으로 시리즈를 시작하니 다른 작품들도 완전 기대된다. 윤고은, 최진영, 박서련, 문지혁, 조예은 작가님 작품부터 천천히 읽어 봐야지! [📝24/01/30]
———······———······———
| 마지막 한 조각 빼곤 다 고쳤지. 이상하게 편한 사람. 더듬는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더듬어.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듬는 모습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아마 무의식조차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나 봐. 아! 24번은 무의식이 뭔지 알아?
알아요.
그리고······ 더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도 안 더듬는 건 아니야.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것도 아니야. 다들 어느 정도 말더듬이들이야. 우리는 보기에 조금 튀는 거고. 너도 나중에 더듬지 않게 되면 알게 될 거다. (p.75)
| 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 줄 테니까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 (p.102)
———······———······———
턱걸이로 합격은 한 것으로^^
그리하여 마성의 피아노에 더 빠져있어 볼 생각인데~ 우선 일 년 전 북토크에 참석했던 백혜선 피아니스트님의 책을 이제라도 다 읽어볼참;)
책을 읽다 고유명사가 등장하면 꼭 찾아보는 편이다. 작품 속 주인공이 감명깊게 본 영화들 또는 미술 작품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패션스타일과 소품들.
책을 읽다 평소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을 마주치면 인터넷에서 따로 찾아보는 이런 소소함도 책 읽는 재미중의 하나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인터넷이 없었을 때는 참 답답했다. 개똥지빠귀가 영시에 그렇게 많이 나오던데 도대체 어떻게 생긴 새인지 몰라 참 궁금했다. 미트파이는 어떤 음식인지 (당시 내가 알던 파이는 ‘빅파이’가 전부) 냄새라도 맡고 싶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섬에 있는 서점』을 쓴 개브리얼 제빈의 다른 장편이다. 그믐에서 모임할 때 재미있어 보였는데 그 때 참가를 못 하고 늦었지만 혼자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역시 게임, 음악, 고전 등 수많은 레퍼런스들로 가득차 있다.
책 속에 뮤지션 이름이 나오길래 그들의 대표곡을 플레이리스트에 걸어놓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런데 어랏, 잘 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끊겼다. 스피커가 고장났나? 살펴보니 존 케이지의 4′33″가 플레이 되고 있었다. (4분 33초동안 침묵으로 구성된 바로 그 곡!)
소파에 누워 낮잠을 막 청하려던 남편에게 사실 지금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얘기 해줬다. 그랬더니 4분33초가 아무래도 존 케이지의 최고 명곡인 것 같으니 연속재생으로 계속 틀어 달라며 도로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