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240124~240203)
❝ 별점: ★★★★☆
❝ 한줄평: ‘사랑해. 그렇지만 불타는 자동차에서는 내리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p.41)
❝ 키워드: 슬픔 | 내일 | 이별 | 사랑 | 그리움 | 두려움 | 미움 | 지옥 | 중심
❝ 추천: ‘푸른색의 꿈’이 담긴 시들이 궁금한 사람
❝ 그러니까 다시는 가슴 덜컹하지 말기.
이별의 종류는 너무나 많으니까. 또 생길 거니까. ❞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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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북클럽 에디션 도서 『불온한 검은 피』로 허연 시인을 알게 되고, 우리끼리 독서모임으로 시 낭송과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시집들도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섯 번째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의 제목이 제일 끌려서 이 시집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 ‘떨어져 봤기에 날아오르는 몇 초의 달콤함을 알 수 있고’(「트램펄린」, p.12), ‘이별의 종류는 너무나 많고, 또 생길 수 있는 것이기에 가슴 덜컹하지 말자’(「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p.41)고 하며, ‘그리움 같은 건 들키지 말고, 처음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으며, 중심을 잡으라’(「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p.43)는 화자. 3부의 거의 마지막 시 「중심에 관해」(p.132-133)에서 ‘중심’이라는 단어를 통해 중심을 지켜야 날아오르고, 흐르고,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오고, 도착할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처럼, 시집 전체에서 ‘중심’을 지키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가는 느낌이었다.
✦ 그래서 ‘사랑해. 그렇지만 / 불타는 자동차에서는 내리기.’(「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p.41)라는 구절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내일을 모르고, 곧 부서질 것 같고, 아무리 가져도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어떤 단어도 모두 부정확해 반은 사랑이고 반은 두려움인‘(「이별의 서」, p.89) 무언가. 그럼에도 중심을 잡으며 계속 사랑하는 우리.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과 사랑은 그래서 노래가 되는 것일까. [📝 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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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소식은 없었다
밤에 생긴 상처는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도망치지 못했다
2020년 6월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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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그리워 심장에 손을 얹으면 그 심장은 이미 없지.
이제 다른 심장으로 살아야 하지.
/ 「슬픈 버릇」 (p.20)
❝
그해에는
적절치 않은 음표들이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다
무한대로 아름다워지곤 했다
/ 「트랙」 (p.67)
❝
기뻐서 했던 말들이
미워하는 이유가 되지 않기
/ 「이별의 서」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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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트램펄린」 ⛤
✎ 「슬픈 버릇」
✎ 「상수동」
✎ 「새벽 1시」 ⛤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
2부
✎ 「누구도 그가 아니니까」
✎ 「트랙」
✎ 「이별의 서」 ⛤
3부
✎ 「해협」
✎ 「지옥에 관하여」
✎ 「중심에 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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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정교한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역시 인간의 능력안에 있다는 왠지 뿌듯함이 깃들어 오네요.
어딜 가나 재미있는 책 추천에 꼭 들어가 있는 <홍학의 자리>
나도 이번에 읽었다.
작품 속 경찰들이 CCTV 를 주요하게 챙기며 수사한다. 이것 만으로도 일단 가점을 주고 싶다.
트릭과 반전을 생각해 내느라 현대의 추리소설 작가들은 너무 힘들 것 같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문이과 통합형 천재가 아닐까.
과학철학 입문서이고 대학에서 교재로도 사용되는 책이라고 해서 집어 들었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귀납주의, 반증주의, 과학혁명 같은 과학철학의 중심 주제와 관련 논쟁들을 설명한다. 2부는 저자의 연구 분야인 과학적 실재론을 다룬다. 저자는 구조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입장.
1883년에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을 둘러싼 흥미진진하고 생생한 과학 논픽션. 이 화산 폭발의 충격파는 지구 대기권을 네 번이나 돌며 인류 역사에 기록된 화산 폭발 중 가장 큰 폭음을 냈다고 한다. 화산 분출물이 햇빛을 가리면서 세계적인 흉작과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각종 정치, 종교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지질학자로 잠시 일했다가 기자가 되었고, 이후 탁월한 논픽션 작가로 변신했다.
에코 리브르라고 하는 출판사에서 2023년 2월에 번역 출판되었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 세상에 나왔다.
먼저, 번역 내용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불편함과 어색함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거의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품질의 번역은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막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경제적 선택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검색을 해보니 번역자는 유전학 관련 전공자인 것은 맞지만 번역을 하는 사람으로서 갖추었으면 좋을 소양은 상당히 부족한 사람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출한사도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특히, 두 개의 파트 중, 1부는 마치 대학원생이 아르바이트를 한 것 같이 무리하고 어색한 한글 직역이라 이것을 참고 읽어내는 것이 여간 곤혹스럽고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저자 캐서린 페이지 하든은 상당히 젊은 유전학자다. 그의 프로필을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고 난 뒤 영화 배우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약간의 분노는 금새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단순히 말하면 젊은 시절, 사회는 평등해야만 한다고 믿었고 그것이 정의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은, 자연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쪽으로 생각의 추가 옮겨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자연의 질서는 우연이 아니라 유전과학을 통해 입증되는 인과관계가 있는 창조의 질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현대 유전학은 소위 merit라 표현되는 개인의 특별한 능력과 자질이 우연한 유전적 조건의 결과이며 ‘運(운)’임을 밝혀 내고 있다. 하지만, 근대 과학의 성과로서 초기 유전학은 우생학 또는 나치즘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1869년 찰스 다윈의 사촌이자 ‘우생학euginics’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프랜시스 갈톤Francis Galton은 저서 ‘천재의 유전학Hereditary Genius을 출판했다. 골턴의 책은 수백 쪽에 달하는 족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성eminence이 생물학적으로 유전되어 영국의 계급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과학, 사업, 법률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족보에 있는 이들 훌륭한 인물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천재의 유전’은 갈톤의 1889년 ‘자연 유전Natural Inheriediatry’이라는 책과 함께 ‘유전hereditary’연구를 통해 영국 사회의 지배계급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합리화 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한편, 계급적 차별적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유전학이 밝히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한 채 모든 인간의 차이는 후천적 사회적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적 조건만을 조정하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저자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좌파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평등’이 아니라 ‘공정’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공정’의 개념이 ‘평등'과 다른 것은 유전적 차이로 인한 인간 능력의 차이, 결함이 있는 개체, 소수자minor 존재를 인정한 다음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 공평의 개념은 ‘안경’의 비유를 통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유전자의 차이로 상당히 약한(다른) 시력을 갖고 태어난다. 근대 광학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이런 결함은 사회적 약자가 되는 중요한 조건이었지만 현대 사회는 ‘안경’을 통해 이런 유전적 퇴행을 충분히 교정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유전자 우열에 대해서도 국가 또는 사회의 개입을 통해서 불균등을 해소하는 것이 ‘공정’의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평등’과 ‘공정’의 개념을 이해하면 좋다.
앞서 언급했지만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가 그녀의 이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고 1부는 2부의 결론에 이르는 방법론과 도구 등 다소 기술적인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다. 굳이 1부의 번잡한 내용들을 이 지면에 옮겨 그 번잡한 독서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캐서린 페이지 하든의 주장은 앞으로도 상당히 주목해야만 할 진보적 정치세력의 정치이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경향이라고 판단된다. 그녀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해 거의 반 페이지를 할애 하면서 한국의 불평등한 사회현상을 좋은 예시로써 보여주고 있다.
2004년 통계에 의하면 중국 사회의 소득의 차이는 상위 20%가 하위 20%의 13배, 미국은 10배라고 한다. 한국은 2022년 기준 소득의 차이는 6배가 넘고 자산의 차이는 16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의 권위주의 체제, 미국의 트럼피즘은 모두 이 같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정치적 긴장과 불안의 원인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론 가능할 것이다.
2022년,23년 전라매일과 전남매일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30년간 쓴 작품 중에서 7편을 골라 첫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 [보스를 아십니까]는 구두닦이로 번돈 40억을 물려줄 후계자를 찾는 노인 이 주인공이다. 노인은 보스로 부터 구두의 광에 대해 배웠다. 그 광을 물려줄 후계자는 과연 나타날까?
언제부턴가 자주 쓰는 말들의 사회적 정의부터 다시 써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상식적으로 쓰는 단어들의 뜻이 너무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한지 꽤 됐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자유를 주장하는 말속에 바로 그 자유를 억압하는 뜻이 담겼는데,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그것이 틀림없는 자유라고 비춰지는 일들이 너무 잦아졌기 때문이다. 내 상식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는 상식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다.
그럴수록 기본 원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을 보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늘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이기주기자님은 '묵묵하게'란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 의도치않게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그것도 여러번이나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 저자 개인에게는 힘겨웠을 논란에 가려진 저자의 기자직에 대한 윤리와 마음가짐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갖춘 기자다운 기자의 본분을 지키고자하는 모습 말이다. 적어도 내가 학교다닐때 배웠던, 혹은 책에서 읽었던 '펜이 칼보다 더 강한 무기'라는 진부적인 말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용기있는 선언문처럼 읽히는 이 책의 저자에게 변하지 말아달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
13계단은 교수대로 올라가는 죽음의 길을 상징한다. 즉, 사형제도를 뜻하는 제목이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국가가 사법의 힘으로 단죄한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명제에 그래서 그렇게 정의는 실현되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15년전에 처음 읽은 뒤 굉장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소설이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결말까지 내달렸는데, 다 읽고나니 사형이라는 제도를 반대하는 내 개인적인 입장을 형성하는데 이 책도 영향을 미쳤겠구나라고 되짚어졌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두번째 읽은 소감은 더 복잡하다. 사형제의 존폐를 넘어 모든 사법제 처벌은 과연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구현된 그 정의는 과연 피해자에게도 정의인 것인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이름으로 타인을 단죄하고 또 집행하는 자들의 영혼은 과연 괜찮을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현실 속 고통스러움이나 복잡함이 드라마나 소설 속 허구를 더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기때문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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