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스필레인의 소설 데뷔작이자 마이크 해머 시리즈 1탄. 황금가지에서 마이크 해머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세 권만 나오고 끝났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일하던 스필레인은 돈을 벌려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다 쓰는 데 9일이 걸렸다고 한다. 스필레인은 마이크 해머 시리즈로 평론가들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었지만 꿋꿋했다.
1.
‘STS SF’를 주제로 서울대 문화예술원, 민음사와 함께 운영했던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이연지 작가님의 단편소설 「하와이 사과」가 《릿터》 2023년 12월/2024년 1월호에 실린 데 이어 문학과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좋은 소설을 꼽아서 책으로 내는 《소설 보다》 선정작으로 뽑혔습니다. 역시 라이터스쿨에서 작업한 수강생 중 대학생이었던 임지호 작가님의 작품 「손을 잡아주세요」가 경희문학의숲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대상이 시여서 소설로는 가장 높은 상을 받은 것입니다. 라이터스쿨 1기에서부터 성과가 나와서 무척 기쁩니다. 두 분 작가님과 라이터스쿨 수강생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재수사』를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산 자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이은 5번째 일본어판 소설 출간입니다. 다른 언어권까지 합해 11번째 해외 출간이기도 하고요.
198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핵심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대국의 기본 요소는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것,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게 군사력을 키운 나라는 도리어 쇠망하게 된다는 것. 미국의 쇠퇴에 무게를 두는 바람에 한동안 잊히는 듯했지만 미중 패권 경쟁시대가 되면서 2010년대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루쉰 산문집. 특히 Y군이라는 청년과 주고받은 편지가 감동적이다. 루쉰은 자신이 중국 청년들을 깨치게 가르치는 일이 그들의 고통을 더하기만 할 뿐 아닌가 하며 ‘저는 식인 파티를 돕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Y군이라는 청년이 그 글을 읽고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다’며 애인과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중이라며 최후의 길을 가르쳐주거나 자기의 신경을 마비시켜달라고 호소한다. 루쉰은 첫째, 생계를 도모하고 둘째, 애인을 위로해주라고 조언한다.
재택 근무라는 것이 판데믹 이전에도 있었지만, 크게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일하면 일하러 나가게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 따져본 일이 있는지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는 거의 모험 안내서에 가까운 즐거움을 준 것이 출퇴근의 역사다.
기본적으로는 출퇴근이라는 개념, 교통편의 발달, 계급인식의 변화 등 다양한 지식을 주는 역사책이고, 재미있다. 생각보다 후딱 읽힌다. 출퇴근이라는 것이 일반인도 매일 할 수 있는 일종의 모험이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이 말이 비유가 아니라 백 프로 사실인 시대가 있었으며, 지금도 목숨 걸고 타야하는 뭄바이 철도도 존재하긴 하다만; 검색하니까 2023년 기준으로도 하루 평균 7명 사망한다니 모험이 아니라 도박이구만. 나오는 트리비아들이 하나같이 다 골때려서 옮겨쓰려면 수십 페이지 넘어갈 판이다. 얘기가 좀 샌다만, 어쨌든 이 모험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괴롭고 분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시간이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알게되니 괜히 나도 마음이 좀 편해진다.
재택 근무가 가능해졌어도 출근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출퇴근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대목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다. 번역이 2016년에 나왔으니 원전은 벌써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 전에 나왔고, 코로나 사태가 출퇴근의 판도를 한 번 갈아엎은 지금 읽는 사람 마음으로는 개정증보판 출간이 참으로 절실한데 - 책은 읽었는데도 결론 못 읽은 기분이다 - 어찌될지는 봐야 알겠지. 일단은 매일 집을 나갈 때, 조금은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여정을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주어진 짧은 모험길을 어떻게 즐길지 좀 생각하면서.
정아은 작가님이 앉으나 서나 전두환 생각을 하며 쓰셨다는 책. 아들과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와서 찾아보다가 읽게 되었다.
전두환은 왜 그토록 뻔뻔할까에 대한 답을 알게 된 책.
이순자의 저서 제목이 ‘당신은 외롭지 않다’ 라는 점이 근사하다.
- 1월 : <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신시아 브라운, 크레이그 벤저민.
- 어느새 책을 비롯해 영화, 음악, 게임에 이르기까지 어떤 미디어를 경험해도 감흥이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빅 히스토리는 매 챕터를 넘길 때마다 나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교정되면서 화각이 넓어짐.
- 2월 : <돌봄과 작업> 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 "그렇게 작은 아이를 긴 의자에 뉘이고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택배를 포장하고 롤 케이크를 만들었다.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해. 그게 엄마의 일이야.”
- 비록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라는 가장 오래된 직업에 대해서 생각했다. 골디락스 존처럼 경계에 있는 것들이 가장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엄마라는 직업이야말로 감정과 이성, 비공식적인 일과 공식적인 일의 어떤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밸런스를 잡아야하는 일이라는 생각. 좋은 엄마란 되기 힘들고 내가 엄마가 아니라서 안도하게 됨.
- 3월 :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 존 그리샴의 <카미노 아일랜드>를 읽다가 한국 출판계를 소재로 하는 에세이를 접했다. 한국 출판계의 오랜 관행이 탈세와 돈세탁에 상당히 용이한 시스템이란 생각. 전두환 장남 전재국이 롤모델이 되는 느와르도 괜찮지 않을까?
- 4월 : <빌리 서머스> 스티븐 킹
- 용두사미지만 2023년에 출간된 스티븐 킹 소설 가운데 가장 즐기면서 읽었다. 리 하비 오스왈드로 시작해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 시즌 1로 갔다가 샤이닝으로 마무리.
- 5월 : <AI 이후의 세계> 헨리 키신저
- 한참 챗 GPT에 관한 책이 쏟아져나오던 시기에 덩달아 출간한 책. 챗GPT 꼬리표를 달고 출간된 수십 종의 책들 가운데 그나마 정상적. 개인적으로 한참 AUTO GPT 같은 걸 돌리고 있던 시절이라 늦봄에 재밌게 읽었던 거 같기도
- 6월 : <GV 빌런 고태경> 정대건
- 읽을 땐 대한민국의 연극영화과 교재로 삼아도 좋을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말 모임에서 정작 요즘 연극영화과 대학생들의 실태에 관한 뒷담화를 듣고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20대 대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리라.
- 7월 :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
- 7월 내내 읽은 책 보다 이 한편의 영화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책 주제를 벗어나고 말았다.
- 8월 : <김혜순의 말> 김혜순
- 늙은 시인의 생존기. 일년 그리고 24시간을 각성 상태 살아야했던 그렇게 시간이 흘러 노년에 이른 시인의 삶만큼 하드고어한 일이 또 있을까?
- 9월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
- 인두암으로 시작해 직장암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는 아니고 작업 일지. 내가 보기에 그는 일 중독에 가까운데 일 중독은 어떤 관성에 가까운 거라서 교정이 되지 않는다.
- 10월 : <수확자> 닐 셔스터먼
- 2023년의 주식 시장을 비롯 AI가 주도하는 시대 상황과 타이밍이 잘 맞물린 영 어덜트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 의외로 시장의 반응은 없었다. 국문 네이밍의 문제 같기도 한데 자칫 발음이 이과계 소설 같음. 반전에 대한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기분 좋은 변주.
- 11월 :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 거짓말, 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 5년 전후로 출간한 스토리 관련 책 가운데 개인적으로 고르고 싶은 책. 목차만 보고 또 조셉 캠벨 사골 우려먹는 책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사골 국물이긴 한데 일단 건더기도 많고 재료도 신선한 걸 쓰고 다대기 양념도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게 밸런스가 잡혀있다.
- 12월 : <전쟁의 기술> 로버트 그린
- 언젠가 책으로 읽었는데 러닝 머신 뛰면서 윌라로 다시 들었다. 로버트 그린의 산만한 만담이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약간 쇼츠 보듯이 듣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덕분에 2023년에 목표했던 달리기 거리에 거의 근접.
라엘리안 무브먼트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 UFO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에 김영사에서 출간한 '우주인이여 나를 데려가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70년대와 80년대 어느 시점에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나름의 전성기를 구사했었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나름의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70년대 중후반에 세계적으로 UFO가 자주 목격이 되었고 산책을 갔다가 외계인과 조우해 우주선을 관람했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관종 클로드 보릴롱이란 자가 라엘리안 무브먼트라는 신종교를 창시한다.
이후 그는 스스로를 라엘이라 칭하며 우주선을 타고 인류를 창조한 외계 행성을 방문 후 다시 지구로 복귀. 그곳에서 과거 지구에 머물렀던 부처, 예수, 엘리야 등을 만나고 자신이 예수의 형제였다는 뜻밖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후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종교는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초샤이어인으로 진화하 듯 한단게 업그레이드 된다.
70년대와 80년대에 가입한 신자들이 많아보인다. 우리나라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홍보 유튜브 등을 찾아봤는데 노년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 온라인 게임도 그렇고 사이비 종교도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으면 암울하기 마련인데 일단 교주의 나이도 있고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미래는 과연 어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부산행 이후 가장 보기가 곤혹스러운 작품이 연상호 감독의 영화와 드라마. 볼테르가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연상호 역시 부산행의 신파를 이후 작품에서 계속 반복하며 연명하고 있다.
정이는 초반부터 신파가 디밀고 들어와서 보다가 포기했는데 그나마 선산은 초중반까지는 신파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연상호는 각본에 참여했을뿐 연출은 민홍남이라는 신인 감독. 김현주의 연기는 도대체 잘 모르겠고 박병은, 현봉식, 최유화 등 조연들의 연기가 좋다.
선정적인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뇌과학에 관해 산만하게 파편화된 잡문 모음집. 블로그 글을 모아서 출판한 건지 편집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글을 쓴 건지 아니면 산만하기 쉬운 뇌의 속성을 저술로 보여주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