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종 교수의 ‘생성사진 프로젝트’.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거 인물들의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프로젝트. 노이즈 값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퇴계 이황이 여성으로 생성된다든지)들이 책 분량의 60% 가량을 채운다. 익숙한 한국 으르신 교수님의 출간물.
Detrich Orlow는 독일 함부르크 출생 미국의 역사학자다. 미국 보스톤 대학에서 30년 넘게 가르치고 연구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미지북스란 곳에서 출판했고 문수현 선생이 번역했다.
독일은 역사상 최초로 1871년에 통일 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역사가 독일 현대의 全史(전사)에 해당할 것이다. 독일의 근대화, 일본의 메이지 유신 그리고 한국의 근대화 사이에는 일정한 내적 맥락이 있을 것 같다는 심증을 굳히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동기를 확인할 만한 내용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신, 독일 전체주의의 출현과 냉전 종식과 함께 찾아온 독일의 재통일과 그 과정에서 한반도 재통일과 관련한 시사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훌륭한 학자를 통해 독일 현대사를 개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독일 공산주의 운동사를 개관할 수 있었다. 칼 마르크스는 유대계 독일인이었고 독일은 과학적 공산주의의 元祖(원조) 국가다. 실제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초기 독일의 사회민주당의 핵심 지도자 및 정신적 지주였다. 사회민주당은 의회주의를 지향했지만 프롤레타리아 독재, 즉 인민 민주주의를 실현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다. 칼 마르크스와 공산주의를 과학적이라 주장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내적 논리에 의해 자본주의는 스스로 괴멸하고 공산주의로 이행할 수 밖에 없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엥겔스의 사후 엥겔스의 지적 재산권 관리자였던 사민당 지도자 에두아르트 베른쉬타인은 마르크스 엥겔스에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즉, 자본주의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혁’적 사회주의 운동 이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모두가 다 아는 것과 같이 현대 유럽의 좌파는 베른쉬타인의 ‘수정주의’노선을 기본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자 룩센부르크, 칼 카우츠키 등은 베르쉬타인의 수정주의에 반대 정통 마르크시즘을 옹호한다.(여기서 다시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주장했던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와 달리 레닌은 볼셰비키라고 하는 혁명 전위가 이끄는 일국 사회주의 노선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며 분열한다. 아니 볼셰비키 이외의 노선을 숙청한다.)
앞에서 열거한 이 모든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었다. 독일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로 발전하고 양 차 대전이라는 대참사를 일으켰던 배경에 대해 독일의 시민계급의 미성숙성과 함께 거론되는 원인이 이와 같이 공산주의 운동의 격렬함이었다. 다수의 독일인들과 그 속의 소수 민족 유대인들의 행태를 통해 19세기와 20세기 초 독일 사회를 이해하고 그려보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사려가 있어야만 한다는 역사적 교훈의 예시의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독일은 영국, 프랑스와 다르게 1871년 이후에나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또한 비스마르크는 일관되게 식민지 경영의 실용적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오로지 유럽 내의 정치 지형과 균형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비스마르크 사후 독일 지배 엘리트는 조심성이 사라지게 되고 영국, 프랑스 등과의 경쟁에 열을 올리게 된다. 또 이 시기는 진화론적 인종주의적 편견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독일의 지배계급과 중간 계급의 의식을 편집증처럼 지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후발 주자였던 독일의 상대적 후진성이 열등감과 교차하며 독일인들의 과도한 자신감과 우월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과 미국 백인들의 인종주의적 편견은 백인 중심의 세계 질서가 종말을 고하기 전까지는 쉽게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칼 카우츠키, 레닌 등이 의회주의를 부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히틀러의 나치당은 의회를 무력화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일본의 군국주의와도 상당히 차별화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관동군이 중일 전쟁을 일으킬 때 적어도 일본의 의회는 그 행위를 사후 추인 하는 등 상대적으로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나치의 집권 과정과는 비교하기 힘들어 보인다. 즉, 독일의 공산주의 운동과 나치즘은 극단에서 평행적으로 대치, 경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일정하게 사회 일각에서 권위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 같다. 또, 해방 후의 좌우 분열과 같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에 비견되는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고도 느껴진다. 최근 한국 사회의 좌파는 한국 자본주의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의회주의보다는 전체주의로 경도되는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냉전의 종식 후 독일의 통일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는 반대했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동의했다. 러시아는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과 함께 약간은 이상주의에 들떠 있었던 것이 분명하고 미국은 독일의 통일이 유럽 내에서 그리고 러시아와의 세력 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독일은 세계 2차 대전 패전 이후에 비로소 명실상부한 선진 자본주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리 매김하게 된다. 이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마샬 플랜과 같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전후 복구 지원 계획 덕분이다. 미국은 세계 패권국으로서 여러 이유 때문에 욕받이를 하고 있지만 인류 역사상 매우 특이한 유형의 제국 경영을 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815년 나폴레옹의 패전부터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있기 까지 평화의 시기를 보낸 것처럼 1945년 종전 이후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 평화 속에 살아 온 것 또한 사실임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처음 통일에 대해 동서독 모든 독일인들은 낙관적 미래에 매몰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 아는 것과 같이 장미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통일 독일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생각처럼 쉽게 동독 경제와 생활수준은 서부 지역의 동포들을 따라갈 수 없었고 그 격차와 실망감으로 인한 갈등과 불만, 고비용 등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현재 한국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독일 통일의 이 같은 先驗(선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많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반도의 통일은 영호남의 갈등을 넘어 關西關北(관서관북)의 갈등 같은 또 다른 양태의 사회적 긴장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통일은 큰 기대감 없이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좀 더 조심스럽고 세심한 계획과 준비가 가능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갈등 기저에는 세계 경제 공급 사슬에서 한국과 중국의 업종이 겹친다는 사실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다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한국의 통일은 민족적 애국주의적 열정과 낭만은 결여된 채 건조하게 느껴지는 현실적 이유들만 나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본창 슨상님이랑 투샷이나 자랑해야징. 자세한 건 링크 참조.
https://m.blog.naver.com/graphomania_/223334852805
일케 하는거 맞나?
미국 팝 음악의 프로듀서 릭 루빈의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에시이. 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듯 막연하고 모호한 가운데 인용구와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끼어든다. 알파고와 이세돌에 관한 후일담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부분이 괜히 기억에 남는다.
선정적인 제목이라서 역시 19년차 피쳐 에디터답구나 싶었는데 내용 역시 선정적이다. 중년의 노화라는 게 맨살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날것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책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불과 스물아홉에 목욕탕 가는 게 창피하지 않음을 자각했던 거 같다. 그리고 이걸 슬퍼하면서 번뇌한다. 그런데 서른과 마흔의 중년은 그런 감정의 잔해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
목욕탕 가는 게 이젠 안 창피해
하지만 난 그게 슬프기도 해
수많은 바람이 불어오고 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고
호수에 제자의 시신을 유기하는 선생님. 그런데 그는 살인범이 아닌 것 같다. 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어두운 비밀이 있다. 중간 중간 ‘이럴 줄 알았지?’ 하고 독자를 놀리듯 진행되는 이야기 마지막에는 큰 반전이 기다린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히가 자매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이자 두 번째 단편집. 어느새 히가 자매 시리즈의 팬이 되어 버렸다. 이번 단편집에도 히가 미하루가 등장한다.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가 가장 좋았고, 괴기소설인데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그리고 그 수상이 납득 되는 「학교는 죽음의 냄새」도 좋았다.
민음사 (240215~240216)
❝ 별점: ★★★★
❝ 한줄평: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
❝ 키워드: 재난 | 아포칼립스 | 바이러스 | 인간 | 죽음 | 이별 | 불행 | 상처 | 마음 | 삶 | 꿈 | 희망 | 기적 | 가족 | 사랑
❝ 추천: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살아남은 사랑이 궁금한 사람
❝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
/ 작가의 말 (p.192)
🌅 첫 문장: 당신은 한국을 아는가? (프롤로그, p.9)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a rendi pur contento (이탈리아 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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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16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를 읽었어요. 정체 모를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사랑’을 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최진영 작가님의 담담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좋아해요. 이 책에서도 그런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최진영 작가님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좋았어요. 도리와 미소, 지나와 건지, 그리고 류. ‘사람이 사람 같지 않아’ 희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끔찍한 재앙의 한가운데에서도 그들은 사랑을 하고, 사람답고 싶어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자 하고,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끝없이 걸어갑니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p.18)하려는 이들.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쌓을 수’(p.40) 있다고 믿는 이들. 이들이 보여주는 마음과 사랑은 ‘우리가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도리였어요. 도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소를 지키려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에게도 도리처럼 절대 홀로 남겨 두지 않고 살아남아 지키고 싶은 미소 같은 사람이 있고, 만약 이 소설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사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도리에게 가장 감정을 이입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인물에 가장 마음이 갔는지도 궁금하네요.
✦ ‘작가의 말’과 해설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이라는 문장이 이 책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들어주었어요. 작년 민음북클럽 선택 도서는 세계문학 위주로 골랐었는데 올해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 미루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제일 와닿았던 말들인데요. 전자는 당장 실천하기 어려워도 후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미루지 말고 사랑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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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희망은 내가 움직여야 닿을 수 있는 대륙이 아니라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가 태양을 돌다 보면 나타나는 밝고 따뜻한 계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살아서 그 계절을 맞이하는 것뿐인지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겠지. 희망은 시간처럼 머무르지 않고 오고 가는 것. (p.23)
| 그래서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엄마의 죽음도 나의 삶도 견뎌 낼 수 없다. (p.37)
| 나는 도리의 상처를 모르고 도리는 나의 상처를 모르고, 그러니까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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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발표했다니 60년 전에 나온 작품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념 전쟁은 이미 오래 전 종식되었다. 작품의 앞과 끝을 장식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89년이니 벌써 30년 전. 하지만 이 책은 낡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세 번째 작품인데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첫 번째, 두 번째에 비해 흥행에 대단히 성공했다고 한다.
스마일리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적인 신사 스마일리와는 다소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다른 스파이, 행동파 돌격대장 엘릭 리머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베를린 장벽을 건너오던 자신의 첩보원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리머스가 무기력한 좌절감과 분노에 휩싸여 바라보는 것으로 소설의 첫 장면은 시작된다.
스파이물을 좋아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파이 아닌가. 우리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회사에서는 내가 내가 아닌 척. 부장님의 유머가 재미있는 척. 관심도 없는 1사분기 매출 그래프가 중요하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심하게 오는 날이 있고 그럭저럭 내가 속한 제도와 조직의 안온함에 감사해 하는 날도 있다.
존 르 카레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여태껏 읽었던 그의 모든 작품의 주제는 ‘사랑’인 것 같다. 사랑밖엔 난 몰라 스타일의 주요인물이 항상 등장한다.
p.s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나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 몹시 불행했고, 극단적인 외로움과 개인적인 혼란을 견뎌야 했다. (…)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가난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내 직업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지를 깊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도와 규칙을 일단 받아들인 다음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싸우는 과정이 결혼 생활과 직업에 대한 내 관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읻다 | 넘나리 2기 (240212~240214)
❝ 별점: ★★★★☆
❝ 한줄평: 12라는 숫자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 키워드: 12 | ‘토끼’ | 감정 | 꿈 | 헤어짐 | 새로고침 | 희망 | 증오 | 변이 | 행복 | 인과관계 | 재난 | 구원
❝ 추천: 12라는 숫자와 얽힌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와 열세 번째 세계가 궁금한 사람
❝ 열두 가지의 새로운 관점으로, 현실의 테두리 바깥에서 현실을 응시하는 작품.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다. ❞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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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에 이어 2기에도 선정되었어요! 앞으로 네 권의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읻다 선생님들!
✦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 여섯 번째 책,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는 작가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열두 편의 짧은 글들을 수정하여 엮은 초단편 소설집이라고 합니다. 단편도 아닌 초단편?이라고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정용준의 짧은 소설집 『저스트 키딩』을 읽으면서 짧은 소설도 충분히 짜임새 있게 완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오히려 초단편이란 점이 흥미롭고 기대되었어요.
✦ 〈토끼 굴〉, 〈그땐 평화가 행성들을 인도하고〉,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이무기 시절도 한때〉, 〈새로고침〉,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샛길의 독사〉,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1324〉,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새끼고양이였다〉, 〈구세주에게〉까지! 초단편이라 소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전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포션을 꿀꺽꿀꺽 들이켜듯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가득해요!
✦ 특히 좋았던 단편은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1324〉, 〈구세주에게〉였어요. 이 단편들이 좋았던 이유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마지막 문장’ 또는 결말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운도 남고, 생각할 점도 많았던 단편들이라 더 애정이 가네요 🥰
✦ 이 책의 하이라이트! 바로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입니다. 각 단편과 12라는 숫자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짐작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12’라는 숫자로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떤 짐작은 맞았고 어떤 것은 완전 헛다리 짚은 거란 걸 알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연재 시작 전에 이미 단편 열두 편의 소재를 미리 다 정해두셨다는 작가님... 파워 J의 면모에 파워 P 인간인저는 그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 단편 다 읽고 꼭!!!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까지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ㅎㅎ
✦ ‘때론 입천장에 와 닿는 그런 숨결 하나가 구세주의 도래보다도 절실할 때가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이야기들이 ‘희망찬 이야기’들은 아닐지라도 우리를 보듬고 위로해 주는 ‘포션’ 같은 이야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만난 후 각자 열세 번째, 열네 번째, 더 나아가 그 너머의 세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24/02/14]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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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우리가 명예라고 생각했던 건 전부 얄팍한 착각에 불과했지요. 그 착각이 비극을 낳았고, 훨씬 평화롭게 손을 맞잡을 수 있었을 두 집단이 서로를 오래도록 적대할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런 일에는 어떤 명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p.87-88)
| 차례로 녹아드는 초콜릿을 타고 비로소 뚜렷한 행복이 몸 전체에 퍼졌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좋아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고, 그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을 다시 메아리처럼 느끼는 일. 옛날 사람들의 거추장스러운 몸은 꿈에도 몰랐을 감각. 이래야지. 사람은 역시 이렇게 살아야지.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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