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블출판사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시리즈를 새로 펴내면서 1권 『사랑의 여러 빛깔』과 2권 『죽음의 미학』 뒤 세 번째 책으로 갑자기 7권 『사내들만의 미학』을 냈다. 3~6권에 실을 단편들이 아직 정리가 덜 됐거나 번역이 미진한 모양이다. 살림출판사판 10권 중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고통을 주제로 삼은 편은 없었다. 이 단행본에 ‘사내들만의 어리석음’이나 ‘사내들만의 우스꽝스러움’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프랭크 허버트의 저술부터 데이비드 린치와 드니 빌뇌브의 영화 그리고 듄 주변부의 문화 현상과 영향으로부터 파급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불가사리, 스타십트루퍼스 등등 팬심으로 남긴 모든 것이 적절한 사진과 함께 묶여있다. 듄 파트2 개봉에 앞서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
신자가 아니어도, 국사책 보고 산 탈 때 절 좀 들러보면 불교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은 없는데 하도 친숙해서 뭘 아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막상 지식이 있나 점검하면 난 대체 뭘 아는가 절망에도 빠지고.
작년 이맘때 쯤인가, 강릉단오제 영상을 보면서 처음 범일국사 이름을 들었다. 그때까지는 단오제가 막연하게 전통 무속 의식이나 춤이라던가, 무형문화를 재현하는 행사겠지 했는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까지 등재된 강릉단오제는 주인공들이 있었다. 특히 제일 중심으로 모시는 신이, 승려다! 그것도 뒤에 국사까지 붙어있는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큰 행사의 주인공이면 보통 사람이 아닐텐데...그때 유튜브로 영상을 조금 챙겨보았다가 책이 나왔길래 일단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정말 학술적인 쪽에 집중된 책이라 - 고대사 기록에서 불분명하거나 다르게 표기된 부분들을 분석하고, 연대나 행적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맥락을 찾는 부분들이 크다 - 신기한 고대사 이야기랑은 거리가 꽤 멀고 전문적 불교용어들 - 내가 여기서 몇 개나 기억할지도 의문이다 - 도 많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신격화가 되면서 집안 내력이 기록으로 있는데도 각종 영웅 설화들이 만들어지고(무려 무염수태까지 있음;), 그냥 산만 잘못 타고 죽을 수 있는 시대에 당나라 유학 가서(같이 입당한 사람들이 왕자 일행 헐...) 약 11년을 돌아다니며 공부하고, 법난 때문에 피난하면서 쌩고생을 하고, 당시 도독들과 관계를 맺으며 선불교를 전파하고...곁가지지만 강원도 영동지방 옛 이름이 하슬라였다는 것이 신기하다. 완전 rpg 게임 타이틀인데?
산악숭배 + 호환 + 교통 특수성으로 싹튼 대관령 수호신앙이, 초창기 자장율사의 신격화에서 강릉에서 나고 포교하던 토박이 범일국사 신앙으로 계속 섞이면서 변화했다는 게 초심자에겐 신기방기하다. 막판엔 민간신앙에서는 타당성 중요하지 않고 신앙 대상이 강한가가 논점이라는 쫄깃한 분석은 덤. 올해는 어찌될지 모르지만 책도 봤으니 강릉단오제 한 번은 꼭 보러가야겠다. 그때쯤은 읽은 걸 까먹었을 수도 있지만;
박산호 번역가 겸 작가님을 처음 만남^^
밧데리도 떨어졌고, 요새 당도 떨어져 있어서; 사진은 못 찍었지만 너무 좋았던 시간.
네가 뭐하는 사람인지, 네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네 청춘은 어느 동네에서 다 불태웠는지! 신촌책방에 가는 길에 굳이 시청에 내려 정동을 중간쯤 끼고 예전엔 통행금지던 언덕배기길을 올라가 덕수궁 내부로 통화는 길을 거쳐, 광화문까지 걸어가서 책을 픽업한 다음~ 다시 홍대에 내려서 무슨 요새 일요일마다 미술복학하여 다니는 동네임에도 두바퀴쯤 돌아서; 도착을 했는데 그래도 좋을만큼! 혈중도심농도 가득채워 문화심폐소생하고 돌아온 현재는 로컬거주처자
대관절 내가 읽을 자격이 있는지 질문해보기는 처음이네. 하여 잠시 멈춤 pause
인문학의 최고 짝꿍은 핑크색 슬리퍼! 상반신 컷이라 발은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길래 발 시려워서 계속 신었다. 😂
결국 인문학을 통해 우리가 궁금한 건 이 질문일 거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나도 답은 모른다. 하지만 그 길 찾기의 과정에 책이 길잡이 등불이 되어줄 거라는 것. 그 정도가 나의 믿음이다. 그 믿음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다.
추우니까 내 방에서 편히 만나요. 인문학.
김누리 교수님, 한소범 기자님 등 좋은 강의가 많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중 단 한 권만 추천해야 한다면 2권인 이 책이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세의 「크눌프」, 잭 런던의 「불 지피기」 등 고전들이 실려 있다. 나는 우카사와 시치로의 「나라야마부시코」에 가장 큰 충격과 감명을 받았다. 그 유명한 「우국」이 살림출판사판에 실려 있었는데 무블출판사판에서는 빠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설마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때문일까?
1996년에 이문열 작가가 ‘세계명작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단편소설 100여 편을 단행본 10권에 묶어 펴냈다. 살림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이문열 작가가 자기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 단편소설들을 엄선했다고 하고, 해설도 직접 썼다. 주제별로 작품들을 묶어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출판사를 옮겨 신판이 나오면서 수록작도 늘어났다. 번역도 다시 했다고 한다.
분류상 장편 소설이지만 단편보다는 조금 길고 중편보다는 짧다. 한 시간 남짓이면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인 1권 완독 가능. 존윅의 한국판 패러디.
어쨌든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읽고 나면 액상과당이 과하게 첨가된 음료를 삼킨 것처럼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