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윌슨에게는 인간의 정신 능력에 대한 유사과학스러운 믿음이 있었고, 그런 믿음이 강하게 반영된 저술일수록 시시하거나 괴상하다. 아들과 함께 쓴 이 책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읽을거리로서 재미있고 역사 속 미스터리 같은 분야에서는 그럭저럭 합리성을 유지한다. 국내에는 ‘세계불가사의백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가 이후 현재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본인이 천재라고 믿은, 산문 잘 쓰는 오타쿠’가 콜린 윌슨의 정체 아니었나 싶다.
2024년 2월 21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온라인 독서 플랫폼 중 하나로 그믐이소개되었습니다.
“‘벽돌책’ 독파하자”… 온라인 독서모임 뜬다
기사 중에서
‘느슨한 연결’ 원하는 독자들 늘며
온라인에 감상문 올리고 토론 벌여
작가와 ‘줌미팅’하며 해설 듣기도
14만 자.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에세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마름모) 독서 모임이 올린 글자 수다. 500여 개 감상문에는 책의 글귀를 단순히 옮겨놓거나, “잘 읽었다” 정도의 단편적인 소개만 있는 게 아니다. 참여자들은 4주 동안 책을 꼼꼼히 읽으며 느낀 점을 상세히 써 내려갔다. “나도 작가처럼 쓰기를 망설였던 것 같다”며 자신의 감상을 쓰거나, 특정 단락을 놓고 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해당 에세이를 쓴 정아은 작가(49)와 독서 모임 참여자 40명이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 모여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새섬 그믐 대표는 “책을 꼼꼼히 완독한 독자만 모이니 질문의 깊이가 깊고 다양하다. 진짜 책의 내용에 대해 심층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독서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22년 출범한 그믐은 회원 수가 9000명을 넘어섰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2021년 시작한 독파는 3만 명을 넘겼다. 1만여 명이 참여하는 플라이북은 유료로 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텍스처는 책에 쓰인 문장을 온라인으로 공유해 소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독서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건 아무 때나 참가할 수 있는 ‘느슨한 연결’을 원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독자들이 온라인 만남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새섬 대표는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활자로 소통하면 오히려 책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독서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도 많고 막막하던 때가 있었어요. 이럴 때 제일 도움이 되는 건 이미 잘 하고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죠. 감사하게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선배님들 몇 분을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님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하였죠. 강남 아지트와 안국 아지트를 근거지로 일주일에만도 수십 개의 클럽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셔서 ‘선택’이라는 키워드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나에겐 아무런 ‘선택’할 일이 없다고요? 당장 오늘 점심 메뉴만 해도 우리는 볶음밥과 김치찌개 사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했어요.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결국 내 삶을 이룹니다. 클럽에서는 내가 선택한 것, 앞으로 내가 선택할 것, 또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