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는 이 사회, 개개인 곳곳에 존재한다. 병적인 요소를 대입하면 이 소설은 언제든 다르게 읽을 수 있다. 페스트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그는 천재와 병자를 넘나든다. 그것이 이상 선생의 묘한 매력이라는 패러독스
당시 희곡론을 들으며 비극에 한창 빠져있을 때였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장면은 언제나 봐도 최고다. 비극적 미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달까. 비극으로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담백하고 산뜻한 맛이 그리울 때 펴면 가슴이 맑아진다 산뜻!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 ‘오필리아’를 한참 들여다봤었다. 미술관에 가기 전날 시내 어느 서점에서 ‘햄릿’ 영문판을 샀었다. 그 책을 들고선 그림을 보는데, 그림의 오필리아는 도무지 죽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두볼이 빨갛게 생기가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 보다 난 이게 아직도 의문이다
‘살인자의 장난감’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어쩌면 그 드라마는 죄와 벌을 변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리고 도 선생의 '죄와 벌'은 수많은 이야기, 심지어는 오늘날 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충격적인 첫문장으로 유명한 책들이 몇권 있는데, 이방인은 그중 하나다. 어쩌면 이 첫문장이 곧 카뮈 철학이다
“바람꽃이 일고 봄은 속절없이 지나갔다”
불국사 템플스테이를 간 기억이 있다. 탑돌이를 하던 늦은 밤 공기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룰루 밀러의 베스트셀러에서 언급되었던 책이라, 이미 읽은 분들이 훨씬 많은 책일 것이다. 제목이 신기한 책이기도 하고, 읽으면서 예상과 내용이 달라서 좋은 의미로 많이 놀랐다. 수많은 사람들의 감상문 뒤에 감상문이 하나 늘었다 정도겠지만, 이 책을 읽고 메모해두는 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분류학이란 게 대강 무언지 알기는 알아도, 작가가 말하는 그대로 과학자들이나 정확히 아는 것이고 내가 알아서 뭘하겠느냐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권 내내 움벨트와 함께 저자가 말하는 것은 분류학이 어린왕자가 장미를 부르는 소리, 내가 불렀을 때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된다는 한 편의 시라는 것이다. 이제는 실험실에서 분류하는 지식들이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각자 자연을 만나고 스스로 분류하고 알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능력은 모두가 갖고 있다는 것이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참 놀라운 이야기다.
도시에서 사니까 꽃 이름보다 상표 이름을 더 많이 아는 것이 당연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가 멸종 위기라고 뉴스에 나오면 안타까울 뿐 가슴이 아플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당장 나무 한 그루, 야생동물 한 마리라도 내가 알고, 그 살아가는 모습을 본 것이 있고 그 위기 소식을 들으면 분명히 차이는 있을 것이다. 무지와 무관심이 애정이 자라날 여지를 지우고, 오염된 자연에 대한 무감각을 키운다. 책 한 권을 읽고 이런 것들을 느꼈다고 내가 당장 오늘 새나 나무에 정통해지고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 이런 것들이 하루에 된다면 세상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미 넘쳐나겠지. 그러나 조금씩 알아가는 노력은 문외한인 나도 할 수 있으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