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읽은 힐링 스페이스물 (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 원조! 불편한 편의점.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는 원래 그리 너그럽지 않은 편인데 (남들이 많이 좋아해 줬으니 굳이 나까지 라는 심술 발동) 이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몰랑몰랑해졌다.
오래된 친구의 미소처럼 낯선 동네에서 더욱 반갑게 다가오던 편의점 불빛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이것저것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선사해준 진열대, 눈치 보지 않고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던 구석 자리 작은 테이블.
편의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인데 앞으로는 <불편한 편의점>도 그 기억 한 켠에 정답게 자리할 것 같다.
"장미의 아름다운 색과 향기는 사라질지라도 남은게 하나 있으니 그 이름이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보다 훨씬 아름다운 말이다.
대서사의 힘이란 지친 하루를 보낸 사람의 잠을 뺏어가는 능력이다. 시즌 8을 한달만에 다 봤다. 그렇게 한달 동안 날밤을 샜다. 마약처럼 이 이야기가 끊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고, 견딜 수도 없어서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된다.
연민,추측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문장들 대신 묘사를 더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매우 흥미롭게 읽다가 그 부분에 들어서면 상상의 나래가 뚝 끊김다. 때론 공감의 말보단 그 상황을 보여주는 게 더 강력할 때가 많다. 죽음이 흔적처럼 남은 공간들을 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을 산다>시리즈 첫 번째 편 <누구나의 일생>. 정말 오랜만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펼쳐본다. 우연히 어떤 팟캐스트를 듣다가 마스다 미리가 어떻게 데뷔했는지를 들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우연한 계기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고 의뢰를 받은 대로 일을 늘려가다가 만화까지 그리게 되었다. 데뷔하는 과정을 떠올려봐도 정말 마스다 미리 답다, 아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1969년생인 마스다 미리는 이제 더는 20~30대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작품을 내놓지 않지만 40대를 지나 50대가 되어서일까 삶을 바라보는 곳에 죽음도 같이 자리한다. <누구나의 일생>의 배경은 코로나를 관통하는 시기인 2021년과 2022년이다. 관계가 단절된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레 작품 및 작품 안의 작품에 녹여냈다.
<누구나의 일생>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졌고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작가인 마스다 미리가 등장인물인 만화가 하시다 나쓰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시다 나쓰코는 작품 속에서 필명으로 쓰유쿠사 나쓰코라는 이름으로 인스타에 '화과자 가게의 하루코'라는 만화를 올린다. 작가 -> 등장인물 -> 등장인물의 필명 캐릭터 -> 등장인물이 그리는 만화 속 주인공.. 이런 식이다.
작품의 중후반부에 가면 독자가 멈칫, 하고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게 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아득하게 놀란 마음을 간신히 붙들어 매고 책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보면 달개비꽃이 그려져 있고, 이런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 달개비꽃(쓰유쿠사) 작은 파란색 꽃잎.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는 덧없는 꽃. 작품 속 등장인물이 왜 필명으로 쓰유쿠사를 썼는지 이해가 간다.
누구나의 인생, 어쩌면 모두 다 쓰유쿠사, 달개비 꽃과 같다는 이야기. 먹먹하게 오래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마스다 미리. 기대도 없이, 절망도 없이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해탈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 아닐까. 마스다 미리의 다음 작품도 역시 기대하게 된다.
노라가 뉴욕 집 앞에서 떠나보낸 건 해성이었다. 그건 곧 어릴 적 첫사랑이기도 했고, 그녀 마음 구석에 스스로 숨겨둔 나영이기도 했다. 해성이 탄 택시를 뒤로 하고 집 앞 거리를 걸어오며 우는 노라를 본다.
최근 외국에서 한국 이민자의 서사가 주목받는 일이 잦다. 하지만 이런 주목마저도 어쩌면 서구 사회에 녹아들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한국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라와 아서가 함께 거리를 걸을 때 마냥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 동양인과 서양인 커플이 보이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동양인을 향한 시선과 의도, 그 위치를 쭈뼛거리며 받아내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믐북클럽 14기를 모집합니다!
그믐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추천하는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이 열네 번째로 선정한 책은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니클라스 브렌보르, 2024, 북트리거)입니다.
12기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3기 <흐르는 강물처럼>은 각각 비문학, 문학 분야에서 거듭된 삶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묵직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 이제 14기에서는 분위기를 다소 바꿔 또 다른 분야를 읽고 탐구해 보려 합니다.
여기 작은보호탑해파리라 불리는 손톱만큼 작은 해파리가 있습니다. 이 해파리는 갑자기 수온이 변하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는 등의 적대적인 환경을 만나면 미성체 단계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나비가 다시 애벌레가 되는 식이지요. 이런 과정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게 가능하다니 그야말로 죽지않고 영원히 사는 것일까요? 이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해파리의 생애에 관해 연구한 자료만을 알려주는 어렵고 난해한 생물학 도서는 아닙니다.
덴마크의 젊은 과학자인 작가는 지구상 불멸의 삶을 사는 동식물의 사례를 통해 장수의 비결에 대해 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 것이지요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그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 현재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노쇠하지 않기를, 어쩔 수 없이 늙어야 한다면 천천히 건강하게 늙기를 바랍니다. 그믐북클럽 14기에서는 노화와 장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삶을 어떻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29일이 될 거에요.
- 모집 기간: 3월 25일(월) ~ 4월 2일(화) 오후 6시까지
- 모집 인원 : 20명
- 모집 대상
• 노화의 과학적 원리와 장수의 비밀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
•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
• 딱딱하지 않은 교양 과학 도서를 통해 상식과 재미를 둘 다 얻기 원하시는 분
• 그믐북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함께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분
귓불이 없는 사람들이 괴상하지만 동시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초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얻는데 이들은 실은 인간 철학자와 마족 공주의 후손들이었다. 인간과 마족들이 1001일 동안 전쟁을 벌이는데 마족 공주와 후손들은 인간 편에 서서 마족과 싸운다. 이렇게 줄거리를 적어 놓으면 무슨 웹소설이냐 하겠지만 살만 루슈디의 2015년작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