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그 키케로의 동생, 퀸투스가 형을 위해 헌정한 정치-선거 전략노트. 10여년 갖고만 있던 책인데, 선거 시즌이라 별 책이 다 눈에 들어온다. <군주론>이 그렇든 58개 꼭지의 조언이 들어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선거 전략노트라는 점. 우리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은 아닐 수 있다.
오늘 장강명 작가님의 <미세좌절의시대> 북토크가 있었다
한국일보 한소범기자님의 사회라 더 기대되었다 난 <미세좌절의시대>와 한소범기자님의 <청춘유감>도 챙겨들고 북토크에 참석했다
좋아하는 두 분의 투샷을 바라보는 건 행복했다
처음에는 장강명 작가님이 마감을 잘 지키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칼럼을 잘 써서 인기가 있다는 말로 한소범 기자님이 말문을 열었고 장작가님도 2016년부터 썼던 글들인데 사회가 파편하고 부족주의사회로 흘러가는 걸 예상한 부분들이 맞기도 해서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나도 사회나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궁금한 점들도 많고 이러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습관 때문에 이번 책은 혼자서 생각하던 궁금증들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재미있었다
미세좌절의 시대 한국 사회의 키워드는 '공허'와 '불안'이라고 했다 극심한 우울증은 아니더라도 항상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기본 매커니즘이 있고 매일 실패하는 패배감 속에서 우리는 우울을 느끼게 된다
출생률저하를 국가 성장률 저하로 연결시키지 말자라고 하며 모든 문제는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책 내용중 비오는 날 배달음식을 시킬 때의 딜레마를 언급했다 비오는 날이라도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주문하는게 맞지만 한기자님이 택배기사를 생각하면 주문하지 않는게 낫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완벽한 선택은 없다 그러나 평범한 악이 되지 않기 위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살펴야 하는데 이러한 성찰은 할 수록 지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아쉽게도 이부분의 다음 대화가 기억나지 않는다~ㅜㅜ)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에서는 거대담론이 없었다고 책에서 언급했는데 지금 정치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라는 질문에 장작가님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산문집에서 작가님은 몇년 전 정치상황에 대해 썼는데 어제 썼다고 해서 전혀 어색하지가 않을 정도다
한기자님이 현재 여러 부족으로 갈라지면 다양성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데 왜 파편주의로 빠지게 되었나를 질문했다(이 질문은 참 좋았고 왜인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이를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까? 또 궁금증이 하나 늘었다 )
중간에 있는 공동체(동네 내고장 친척 동창회 등등)들이 몰락하고 있다 오히려 연예인 팬덤문화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취향으로 모인 공동체는 숭배로 이어질수 있고 취향이 개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 예로 카리나와 이재욱의 열애설로 팬덤들이 사과를 종용했고 이는 팬덤문화가 만든 우리 사회의 퇴행적 모습이라고 했다. 팬덤 문화가 이제는 그들의 힘을 올바르지 않게 활용하는 모습들이 당당하게 나오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잘못된 힘의 사용에 대한 각성과 자성해야 할 언론과 미디어들조차 그들의 눈치를 보는 중인거 같다
한동안 카리나를 계속 언급하던 작가님 모습이 웃겼다 나도 요즘 류준열 한소희 혜리의 기사에 자꾸 클릭을 하게 되던데(응사드라마를 좋아했던 1인으로 혜리와 류준열의 연애는 팬들의 소망이기도 했을거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못하는 모습일 수 있다) 아마도 나두 그런 기사들이 연달아 그 연예인들을 비난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인간의 본성은 천사와 짐승의 중간이기에 2020년 2030년대 신기술들이 빠르게 도입될 때 사회는 오히려 기술전반에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는 장작가님 말에 한기자님은 최근 최재천 교수가 말씀하기를 코로나에 대해 과학자들의 전망은 아주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의 환경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우리는 비극의 증거를 찾는데 더 열심이지 않았을까? 나는 앞으로 희망의 증거를 찾고 알리는데 더 노력할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한기자님은 옷가게에서 자신을 보고 인플루언서냐고 물어서 당황한 에피소드를 말하며 본인은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인플루언서의 큰 범주 안에 드는거 같아 속상했다고 했다 그러자 장작가님도 오늘날 출판문화도 글을 파는게 아니라 저자를 파는거고 어떻게 보면 한국일보도 기획사처럼 기자들도 고용된 프리랜서의 형태로 변해갈 수 있다고 했다
책의 미래? 란 질문에 앞으로도 고도화의 정보를 전달하고 축적시킬 방법은 책 이외는 없다 하지만 영향력의 미래는 모르겠다고 하자 한기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알리고.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더 이야기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 읽은 재미있는 책 추천에 차무진 작가님의 <여우의 계절>을 꼽았다 한기자님은 여지껏 질문 중에 가장 눈이 반짝인다며 장작가님이 귀엽다고 했다 장작가님이 회사로 치면 부장급정도라고 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느낌을 바로 표현하는 모습이 통통 튀어보였다
난 차무진 작가님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장작가님 책 추천에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차무진 작가님도 유명해지셔서 장작가님처럼 북토크 70명 마감되면 '예전부터 좋아하던 거북별85라는 닉네임의 팬이예요 기억하시죠? 작가님 북토크 한번만 참석하게 해주세요'라고 매달리면 자리 하나 내어 주실까라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
mbti도 공개하셨는데 한기자님은 ISFJ이고 장작가님은 INTP라고 하셨다 한기자님의 <청춘유감>은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거리고 슬퍼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랑 MBTI가 비슷해서인가? (난 INFJ이다) 그리고 장작가님은 둘째딸과 같은데 둘째와 난 책이나 소소한 일상 수다를 시간가는 줄 모르며 떠든다 (딸들이 비과학적 mbti를 너무 맹신하지 말랬는데!!^^;; )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을 두분이나 한눈에 담을 수 있다니!
사인회 때 장작가님 책을 잔뜩 들고 온 팬들을 봤다 난 그믐 모임 때 뵐 때마다 사인을 받아서~^^
난 한소범 기자님에게도 싸인 받고 장작가님에게도 싸인을 받았다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믐에서 항상 질문 퍼레이드를 하는데 소중한 15분의 시간은 다른 분들에게 양보해야지~ 어른이 된 느낌이다^^
잠깐 나의 북토크 감상을 덧붙이자면 한소범기자님은 책에서도 빛났지만 실제 모습도 통통 튀고 빛나 보였다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신문사란 그릇이 저분을 다 담을 수 있을까 싶었다 여러 문제들에 마음 아파하고 진심 희망의 증거를 찾고 싶어하고 궁금한 점들도 많아보이고 성장의 욕구도 강해 보이셨다 그분의 책 문구처럼 '울면서 걷기, 넘어지면서 자라기'를 하는 중이신거 같았다(나도 한창 이 문장을 실천 중이니까~더 공감이 갔다) 본인은 저널리스트이길 바랬지만 그분의 앞날에는 또다른 길이 펼쳐져 있기 않을까 싶었다
불면은 마음의 괴로움에 기인한다.
내가 잠들지 못했던 밤들을 돌이켜 보면 그러하다.
그래서 그럴까 아기들만이 세상 편한 잠을 자는 건, 아직 세상의 시름과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왜, 언제 독서 목록에 추가했는지는 잊었다(메멘토냐....). 벌써 내용과 표지가 예고편 한 편이나 다름 없어서(한국판 출판사인 해나무에서 총력을 다해 선전 문구를 표지에 전부 기술해놓았다) 사람 취향에 따라서는 바로 넘기는 사람도 있겠다만 나같은 사람은 바로 낚이기 딱 좋다. 특히나 최근 읽은 책들이 다 좋은 책들임에도 기분이 축축 처지는데다, 현재 손 대던 책이 반도 안 읽었는데 페이지 넘길 때마다 찰싹찰싹 맞는 느낌이라 웃음이 정말 절실했다. 아프리카와 메뚜기와 모험이라...절대 그럴리가 없는데도 인디아나 존스가 벌레 떨궈가며 돌아다니던 모습이 둥둥 떠다니고...인디는 곤충도 모르고 메뚜기 분장 같은 거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이미 프롤로그에서 학생들은 알지 못할 슬픔(...)이 밀려온다. [얼마 전만 해도, 아니 예전에는 "내 새끼, 이 다음에 커서 박사가 되려나, 장관이 되려나" 하며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요즘은 흔한 게 박사였다. 과잉 배출된 박사들은 문을 두드리는 직장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메뚜기 사랑을 살려가며 살 길을 찾기 위해 간 먼 나라 모리타니에서는, 우리가 해외 뉴스나 공포영화에서만 보는 미친 사막메뚜기떼의 공격이 일어난다. 정해진 주기도 없고, 집단행동하는 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멀쩡하게 따로 살던 것들이 아직까지 인간이 해명하지 못한 이유로 뭉치기 시작하면 갑자기 말 그대로 바닥의 흙만 남기고 다 먹어치우는 공포특급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아시아권도 메뚜기의 해악이 없는 것이 아니다만, 그냥 종이 다르거나 여기가 너무 대륙 끄트머리라 그런 일이 드문가 무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읽고 많이 놀랐다. 마에노 울드 고타로 - 처음엔 희한한 필명이다 했는데, 읽다보면 저 울드라는 이름을 나도 존중하면서 기입하고 싶다. 모리타니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서 선물해준 이름이고 작가도 그걸 뜻깊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 씨의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웃다 우는 에피소드들 뒤편에 이런 무서운 일들이 있다. 뉴스들을 조금 찾아보니 이 메뚜기떼 생지옥은 코로나 시기 더 심각해져서, 도저히 강 건너 일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뭐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해악을 늘려가는 메뚜기떼가, 먹을 거 없고 시간이 걸리면 바다도 건너겠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니라고 해도...그리고 저렇게 넓은 지역에서 기아 문제가 생기면, 어떠한 경로든 전세계에 직접적인 영향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저자가 써놓은 대로, 미리미리 돈과 자원 비축했다가 메뚜기떼가 뜨면 바로 대응해야 하는데 잠시라도 해악이 없으면 바로 지원도 끊기고, 미친 황해가 시작될 때 대응 시작하면 이미 늦고...읽는 사람도 속이 타는데 살고 있는 사람들 속이 어떨지는 상상불가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저자대로 대단하고 모리타니 사람들의 긍정성이 대단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런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가운데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까? 여행하러 가는 사람하고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일화들 10분의 1만 일어나도 그 나라에 대해 오만 욕을 다 하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이니...특히나 주인공의 현지 운전사인 음속의 귀공자 티자니...이거 조금만 고지식한 사람이었으면 현지인이 안 그래도 가난한 연구자 등을 쳐먹는다고 펄펄 뛸 수도 있는 상황인데, 나름 티자니를 자기 대변자로도 쓰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아랍어도 프랑스어도 아닌 둘만의 재활용 언어를 쓰면서 할 대화도 다 하고 현지 정보도 조달하는데 정말 계속 웃게 된다. 요 몇 년 간 읽다가 정말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전철에서 웃었던 게 처음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옆에 있던 사람들은 좀 무서웠겠지. 죄송합니다...)
읽고 나서 이것저것 검색하니, 모리타니의 수난은 끝이 없다. 구호금을 들고 간 게 아닌, 그냥 취재하러 온 일본 기자에게 그래도 취재하러 와준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고맙다고 말하는 농부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모리타니 지원 사업 찾기도 어렵고 연구소 후원 모금은 홈페이지에도 없다. 자주 감동하고 자주 까먹고 별로 돈도 없는 내가 이러다 또 금방 잊을 지도 모르지만...일단 작가의 신간이 일본에서 곧 나오니, 그걸 읽으면서 모리타니를 기억하고 싶다. 제목부터 조금은 희망이 보인다. '메뚜기를 쓰러뜨릴 거야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이 책을 읽자.
이 책을 1번 읽었을 때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들여다 보면 사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나는 끊임 없이 자기 자신을 기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이유로 하나도 실천하지지않았다. 우리는 현실에.하면서도 현실에 안주 한다. 그리고 끊임 없이 스스로를 한다며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현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그 어떤 시도도하지 않은 채 잠들고 쳇바퀴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 세가지를 이 책은 제시하고 있다.
1.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만나라.
즉 만나는 무리를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2.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라.
컴포트존에 숨지 말고, 목표를 공표하고 나아가라.
3.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하라.
세상 제일 쓸데없는게 남 눈치보는 것이다.
중요한 대상이 인생에서 사라질 때 아픈 것은 모두 같으나, 아픔에 대처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방식이 너무 파괴적이라 남은 인생을 갉아먹는다면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도우려고 해야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참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든 빨리 치워버리려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더 강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의 속도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도 아픈 것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대처하는 태도를 갈고 닦으면서, 소중한 인생을 분노로 태우지 말라고, 삶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들...전혀 모르는 타인이 책을 통해 전하는 말들이 참 따스하고 감사하다. 나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감사히 여기라는 말대로, 저자분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나는 시를 쓰는 사람
죽은 이세종을 기억하고 그를 현실에 남기려 시를 쓴다
그날을 기억하고 그날의 일을 상세히 쓰려 한다.
이미 40년도 넘은 이야기를 쓰려한다.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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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초록빛 싹이 땅위에서 피어납니다
흰색 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노란 민들레도 아직도 하늘의 별처럼 돋아 있습니다
그날도 찬란한 봄날이었습니다
화염병 날아다니고
페퍼포그 냄새 자욱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른한 토요일 오후 노을이 지나가는 시간
바람도 불었고 노곤한 오후에 담겨 우린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르는 밤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작은 소리로 다가온 계엄 군인들의 발소리
단호하고 간결한 명령으로 제압 당한 대학생들
그러는 동안 이세종은 옥상에서
군인들에게 집중 구타되었고
추락되어 땅에 던져졌습니다
함께 했던 가족과, 친구, 형들과 이별했습니다.
외치던 구호도,
소망했던 세상도,
속삭였던 많은 인연들과 차갑게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순간 군인들의 구타를
자신이 추락되던 그 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요
원제는 타락입니다. 그 타락의 원인은 농경 사회 출현 이후로 인류에 도래한 '자아 폭발'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번역자나 출판사는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주는 원제보다는 정답부터 알려주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본 듯합니다.
근대 이후로 축적된 다양한 인류학적 연구 성과에 따르면 수십만 년의 진화 속에서 인류는 나름대로 평등하고 비폭력적인 삶의 방식을 견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문화로 이행한 어느 특정 시점,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고립된 자아를 형성한 인류는 결국 온갖 불평등을 기조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비대해진 자아를 충족시키려는 인류의 욕망은 혁명적 기술 진보를 이루지만 일부가 다수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구조가 공고화하며 인류 전체의 정신적 불행은 가속화합니다.
근 수십 년동안 스티븐 핑커 등의 연구자들은 현대사회는 원시 종족보다 월등히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인류문명에 낙관론을 토로합니다만 저자는 일부 수렵채집 부족의 폭력적 성향은 내재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외재적 간섭효과라 설명합니다. 심지어는 유인원의 집단적 폭력 성향 또한 인간과의 접촉으로 심화하였다는 주장을 펼치는데요. 인간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인간의 물질문명이 자아 폭발을 통해 타락한 이후로 불의하고 불평등해졌을까요? 아니면 경쟁과 계층화는 유전자 깊이 새겨진 본래적 특성일까요?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전문적 연구를 진행하는 이가 아니고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기 힘들겠죠. 일단이 책의 주장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인간 문명은 극단적 불평등에 내몰렸고 타락 이전의 세상으로 복귀하기란 요원한 느낌으로 약 4, 5천 년 이상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는 인간이 영적 각성으로 (주로 자이나교나 불교 등의 영적 수행의 결과로) 타락 이전으로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더해 현대의 모든 진보적인 운동 방향 (친환경, 여성 인권, 반인종주의 등등)이 타락 이전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미래로 가져갈 것이라 저자는 믿고 있습니다. 전지구적 기후 위기 등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타락' 이후의 부조리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