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쓴 미국 통화 정책의 역사다. 요즘은 금융과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미국의 통화 정책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보다 더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상세히 그리고 정확히 미국의 통화 정책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서 쓸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2차 대전 이후부터 팬데믹 시기까지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과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이 그 대상이다.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 데 1부는 윌리암 멕체스니 마틴, 아서 번스, 폴 볼커,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까지, 제2부는 본인의 재임 기간으로 2007-2009년 대침체(The Great Recession)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3부는 제넷 옐런부터 현재의 제롬 파월 의장까지, 마지막 4부는 미래의 통화 정책과 그 수단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1부의 주요 내용은 미국이 전후 호황을 지나 70-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과 처방,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시절의 저금리 기조가 되는 것 같다. 이 시기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준거틀은 필립스 곡선이었다. 이것은 뉴질랜드 경제학자 필립스가 영국의 약 100년간 데이터를 실증 분석, 실업률과 물가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데서 비롯된다. 즉, 고용이 확대되면 경기가 과열되어 임금이 상승하고 물가가 상승한다는 논리에 기초 통화 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금리를 올리는 정책 수단을 통해 경기를 위축시켜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의 고실업에 고물가라는 현상은 이 필립스 곡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었다. 첫째, 50년대 60년대 미국의 복지 확대 정책과 베트남 전쟁 전비와 같은 정부 재정 지출이 통화 팽창의 한 원인이었고 둘째는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였다. 이 공급 사이드의 충격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고물가, 고실업을 촉발시킨 또다른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였다. 임금 상승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식량과 같은 자원의 가격 충격에 의해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core inflation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다. 즉, 가격 변동성의 충격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물가지수를 새로운 물가 지표로 선택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당시 통화정책의 실패는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이 닉슨 대통령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저금리와 고금리 정책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대세를 이룬다. 벤 버냉키는 거기에 아스 번스 의장과 닉슨 대통령의 관계는 일종의 정치적 동지였고 또 아서 번스는 당시 경제 침체의 원인을 노조와 대기업의 횡포 그리고 오일 쇼크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미국민들은 건국 시기부터 중앙은행에 대해 상당한 불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1913년에 세 번째로 현재의 중앙은행이 설립되는 배경 역시 19세기 후반부 수 차례 뱅크런과 같은 금융 시장의 파괴적 혼돈을 겪고 나서였다 . 이는 영국의 영란은행을 중심으로 통화 정책이 효율적안정적으로 집행된 영국과는 대단히 대비되는 역사였다. 이후 대공황에서와 같이 미 연준은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하지만, 이는 중앙은행 자체의 존재 또는 존립 이유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의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値(치)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만 할 같다. 근대 이후 서양 사회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 현상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깊이해 왔지만 경제 현상은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복잡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인류의 지혜와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경제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 경제 위기는 폴 볼커 의장의 고금리 정책으로 극복이 된다. 이를 통해 연준의 신뢰가 회복되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 그리고 사람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홍보의 중요성 등 통화 정책에 대한 관점이 보다 다양화되고 심도가 깊어진다.
저금리 기조에 대한 내용은 1부와 2부를 아우르는 것 같다. 80년대 이후 금리는 지속적으로 우하향해왔다. 벤 버냉키는 이를 자연이자율의 하락,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여기서 secular는 ‘만성적’이라는 의미의 경제학적 용어로 사용) 그리고 과잉저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이자율이라는 개념은 어빙 피셔의 이자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자연이자율이 하락한 것은 성장률g의 저하 때문이다. 이런 생산성의 저하는 구조적 장기 침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 데 1938년 미국의 경제학자 Alvin Hassen이 주장한 것으로 래리 서머스가 다시 인용한다. 즉, 베이비 부머의 은퇴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IT 혁명은 대규모 자본 투자를 요하지 않은 산업 혁신이라는 것이 생산성 저하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중국 중산층의 과잉 저축이 금리를 끌어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 설명이 대침체(the Great Recession)의 근본적 원인이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그 모기지 파생상품은 단지 그 트리거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는 물가와 고용에 한정되지만 실제로는 금융 안정이 또 다른 정책 목표라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역할 규정은 입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연준과 같은 비선출 기관이 그런 정책 목표를 대놓고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하다.
제2부는 벤 버냉키 본인의 재임 시절의 무용담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집중해서 읽었고 정말 무협지 못지 않게 흥미진진했다. 이 내용은 일종의 금융위기 백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벤 버냉키가 물려 받은 연준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 정책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았다. 그래서, 벤 버냉키는 이를 양적 완화(QE;Quantative Easing)와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라고 하는 정책 수단을 들고 극복할 수 있었다. 양적완화는 장기 국채와 MBS와 같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해 장기 금리를 낮추는 것을 말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하는 ‘말wording’을 통해서 시장과 소통을 강화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결국 시장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의미로 결국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소통, 설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통의 문제는 벤 버냉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도 어렵지 않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 연준과 그 정책에 대한 음모론과 비판은 정말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쑹홍빙의 ‘화폐전쟁’을 비롯해 최근에 읽었던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리의 역습’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에드워드 챈슬러가 주장하듯이 벤 베냉키가 양정 완화를 하지 않았다면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을 통해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奈落나락으로 갔을 것이다. 분명 그렇게 객관적 실증적 결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은 정말 무익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3부는 벤 버냉키가 떠난 후 팬데믹 시기까지의 연준을 다루고 있다. ‘금리의 역습’에서도 파월이 양적 완화에 반대했다고 나오지만 파월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버냉키에게 인정했다고 한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준과 의회의 갈등과 대립은 대단히 첨예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대중과 의회는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는 투자은행 등의 경영자들을 왜 처벌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지만 사법적 판단은 연준이 아니라 법무부 소관이라고 비난의 화살이 표적을 잘못 겨냥했다고 말한다. 벤 버냉키는 자신의 위상을 폴 볼커와 같은 역사적 위치로 소급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읽혀졌다.
아무튼, 팬데믹 위기에 대응해 연준은 버냉키 시절에 만들어진 정책 수단을 단시간 내에 더욱 대담한 규모로 밀어 붙이면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북할 수 있게 된다. 이때는 재무부와 공조,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병행함으로써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구조적 장기 침체 이론을 주장했던 서머스는 2023년 미국경제학회에서 팬데믹 시기의 재정 확대 등으로 2차 대전 때의 전시 경제처럼 그 구조적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새로운 전망을 한다.
제4부는 미래의 통화 정책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어 유효 금리가 계속 하향하는 것을 전제로 양적 완화, 포워드 가이던스는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전망한다. 그 밖에 유럽에서의 마이너스 금리, 일본 중앙은행의 수익률 곡선 조정 그리고 심지어는 현대 통화이론도 새로운 통화 정책 수단으로 언급을 하게 된다.
벤 버냉키는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실패를 여러 번 지적한다. 금융산업에 대한 노하우는 확실히 일본보다는 영국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소위 민주주의 의회 정치와 통화 정책의 관계였다.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태반을 이루는 연준의 전문성과 대중의 이해와 욕구, 감정을 대변해야할 뿐만 아니라 경제에 대해 무지한 의회 정치인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잘 조정하고 설득하느냐 하는 문제는 특히 관료 출신의 파월 의장의 역량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월은 의회를 적극적으로 설득, 양당으로부터 모두 호의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다.
한 줄 한 줄의 문장이 모두 버릴 것이 하나 없는 내용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책의 일독을 강추한다.
책 앞부분에 저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기술이 없다면 과연 더 행복할까,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좋은 질문인데 대답은 충 분치 않다고 느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전략들은 다 옳은 말이지만 몰라서 실천 못하는 내용들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인 흑인 타운인 사우스센트럴에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흑인 여성을 노리는 연쇄살인 사건이 10건 벌어졌다. 20년 이상 붙잡히지 않은 범인에게는 ‘그림 슬리퍼’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 책은 그 살인마에 대한 논픽션이다. 198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매년 평균 800건 가까웠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사우스센트럴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어떻게 20대에 이런 산문을 쓸 수 있을까.
깊다 깊어.
최승자 시인의 첫 산문집
기존 책(1-3부)에 1995년-2013년까지의 산문을 (4부) 더해 증보한 개정판.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부끄럽고 아프고 미안한.
쉽지 않지만 자꾸 알아야 한다. 계속 다가가야 한다.
이번에는 특히 장애인 인권 문제(휠체어 사용자 분들. 쟁점 관련.)와 동성애 관련 부분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다. 편견도.
이 책으로 한국 사회에서 대중을 상대로 교수님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정말 아쉽다.
작가님들 각각의 섬세함이 담겨있는 이야기들.
조곤조곤 부드러워.
최진영, 신해욱, 한정원, 김현, 안희연, 안미옥
표지 그림 넘 예쁘고.
제목인 음악과 음악가 강아솔도 조금 궁금해졌다.
아쉬운 건, 디자인이 필요한 책이고 디자인 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독자 입장에서는 한 페이지만 글이 쓰여있어서... (왼쪽 페이지는 색이 점점 연해진다)
작품해설 양경언
죽음에 대한 이야기.
아니, 삶에 대한 이야기.
임종 도우미 클로버.
편안한 죽음으로 이끌어 주는 건 잘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한없이 서투른 그녀. 나와 닮은 모습에 공감&몰입 쑤욱.
나중에 드디어 진짜 좋은 사람(휴고)를 만난다는 설정이 조금 뻔했지만, 클로버가 진짜 내성적인 사람이 맞나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ㅋㅋ 결국에는 다 좋았다!
죽음에 대해 또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
잘 살아야 잘 죽지!
데스 카페가 진짜 있었다. 한국에도!
가보고싶어.
(*다소 스포일러 주의)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중후반 난데없는 '쌍둥이' 설정은 좀... 작가가 뒷감당이 안돼 도망가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차라리 다중인격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지. 그래서 개개의 심리를 더 파고들다보면 완벽한 살인 알리바이에 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상자' 이야기는 인상적이지만, 결국 해피엔딩에 닿는 건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 참고로 '스켈리튼 키'는 여벌 열쇠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