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지식 부족이라 학술책은 힘들어도, 제목부터 참 아름다운 책이고 에세이니까 평소처럼 낚여보기로 했다. 제목은 아름답지만 일단 현실의 참 아름답지 못한 문제들부터 이야기하고, 읽으면서 기가 꺾일 때쯤 이걸 해결하려면 어떤 기술이나 정책, 교육이 필요한가 이야기하면서 꿈을 좀 먹여준다. 과학하는 분이 썼으니 마냥 낙관적일리는 없고 이러이러하게 가면 가능하지만 세상 굴러가는 모양새를 생각할 때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하고, 중간중간 읽는 사람 김이 빠지는 말도 계속 나온다만.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 이성적일 것이라 여긴다면 말도 안 되는 기대라던가, 2020년에 처음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미국인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었다던가(...), 영국 정도의 나라도 교육 불평등 수준이 어마무시하다던가...
그래도 무시무시한 현실만 확 던지고 '이대로면 우리 멸망하는데 일반인들이 바꿀 수 있는 건 너무 미약해서 없는 거랑 비슷해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 어디냐 싶다. 속도가 느릴지라도 저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과학자와 시민 모두가 노력하고 정치가 태클을 걸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정말 밝을 것 같다. 당장 기후변화도 안 믿는 사람이 최강대국에서 재선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과학의 장미빛 꿈에 초를 치기는 하지만...어쨌든 일반 시민의 과학적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면, 읽고 돌아서면 싹 잊고 다시 읽으면 또 새로울지언정 과학책을 열심히 보자 다짐하게 된다.
현재의 이슈를 설명하면서 또 여러 가지 새로운(많은 사람들에게는 안 그럴 수도 있겠다만) 것들도 알게 된다. 짧은 소개만 보아도 위대한 사람 조지프 로트블랫의 이야기라던가, GDP에서 연구에 할애되는 비중이 지금 한국이 영국의 두 배를 넘는다던가(!).
이런 책을 읽으면 좀 웅대한 부분이나 저자의 통찰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을 혼자 곰씹든 소개하든 해야한다만, (아마 에필로그 마지막 페이지 소개가 제일 적절하겠지만, 뭔가 스포일러같으니 패스한다) 내 통찰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메모해놓고 싶은 문장은 다른 부분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썩 훌륭하지 못한 2류 과학(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을 연구하기보다는 1류 SF를 읽으라고 권한다. SF가 더 재미있을뿐더러 틀릴 가능성이 더 높지도 않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제안하여 해결하고 있으나 그 실제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기보다는 방정식 자체의 불완결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지만 문외한으로서 하는 추측일 뿐이고, 현대물리학이 쌓아온 기초에서 바라보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이 책 상자 속 우주는 우주에 대한 연구를 시물레이션을 통해 연구하는 저자가 이 분야 역구의 역사 및 최신 현황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물리학 연구에서의 시물레이션의 의미, 장래 전망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유체역학 시물레이션 연구를 한 경험이 있어 이 책 내용이 무척 흠미로왔으며, 유체역학 시물레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우주를 연구하는 시물레이션에서도 사용하는 부분도 있어 무척 흥미로왔다.
다른 우주에 대한 교양서적과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기존의 설명보다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의 의미에 대해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물레이션을 연구하는 저자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나 그래프 같은 자료가 책 내용에는 거의 없어서 아쉬운 느낌이 든다.
우주공간을 시물레이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격자계 내부의 세세한 물리현상을 서브그리드 모델을 이용하여 모사한다고 하는데 유체역학에서도 비슷한 장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왔는데, 그 모델의 타당성은 어떻게 증명하는지 궁금하였다. 시물레이션 결과가 단순히 관측한 결과와 비슷하기만 한 것인지 타당한 설명을 줄 수 있는지도 궁금하였는데, 다양한 경우를 시물레이션할 수 있는 공학 문제에 비해 우주현상은 다양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무척 흥미로왔고, 저자의 연구결과를 자세히 소개하는 보다 전문적인 책이 출간되어도 좋을 것 같다,
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른다.
사슴은 어디로, 우리는 또 어디로. 그 끝엔 자연의 순리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다시 한번 더 보고싶어진다. 수수께끼 같다.
강력계 형사인 백현호의 작은 집에 괄괄한 어머니, 은둔 작가 지망생 첫째 누나, 결혼을 세 번한 둘째 누나가 들이닥쳐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집 근처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어머니의 옛 비밀도 천천히 드러난다. 조금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지만 유쾌하다.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고,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쓰지 않았나 싶다.
콩쥐는 사라지고, 나무꾼은 선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범씨 성을 가진 사내가 밤길에 나타나 떡을 달라고 하고, 아무래도 막내딸이 구미호인 것 같다. 전래동화들로 만든 미스터리 단편집인데 일단 재미있고, 뻔하지 않다. 수위가 상당히 높고 뒤틀린 유머가 많은데 내 취향에는 꼭 맞았다. 이 작가의 작품들을 계속 찾아 읽어볼 생각.
건조하고 더운 여름 휴양지 같은 스릴러.
1인칭 카메라로 포착한 그녀에 관한 연애담. 작화로 사람의 표정과 동세를 포착해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스펙타클.
만화의 이해의 저자 스콧 맥클라우드의 생각보다 더 긴 장편.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더 화려한 만화적 실험이 있을 거라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내러티브와 주제에 집중한 나름의 슈퍼히어로물.
애초에 밝은 책을 바라면 확 줄인 이력만 봐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선 안 되겠지. 한 챕터는 커녕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죽음의 공포를 별로 즐겁지 못한 연상으로 좀 덜어가는 주인공을 보면 마음이 더 무겁다.
나름 악전고투하는 주인공인데도 그 성격과 행동에 감정이입이 어렵고, 비자를 둘러싼 미친 부조리에 - 정말 블랙 코메디같은 상황이지만, 사실 약간만 다르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 그 상황에 울부짖는 인물들의 모습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독자지 천만다행히도 이 지옥같은 상황 속 항구에 있는 게 아닌데도,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그냥 풀썩 앉는 내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서류 발급의 미친 스파이럴이, 이걸 실제로 겪은 작가가 쓴 만큼 읽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는 절절함이 넘친다.
마리와 의사와 나의 해괴한 삼각관계가, 그놈의 비자들을 둘러싼 상황 때문에 바짝 말라가는 과정이 다른 의미로 정말 속이 탄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주인공들이 술 마시는 장면 나올 때마다 이 책의 부록으로 술 한 병을 독자에게 주는 게 나았을 거라고 툴툴거렸다. 그리고 촐싹맞은 독자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마지막 페이지들...이거 희망인가? 이런 거 희망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머릿속이 하얘지는 독자를 진정시키려는지 거의 40 페이지 가까운 작품해설이 권말에 붙어있다. 결말에 놀란 사람이 많기는 했는가 그 부분을 혹평한 평론가들 말도 언급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사람 혼을 쫙 빼놓고 결말이라도 이렇게 안 갔으면...생각하기 그냥 싫다. 작품 속 대부분의 고생을 직접 했던 작가에게 정말 존경을 표한다. 일단 마음이 좀 진정되면, 제7의 십자가도 읽어보아야겠다. 진정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