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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심오한 고찰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의미심장한 변화를 적시에 포착하고, 그 변화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태도’가 퍼지면서 영화 제작 방식도 변한다. 팬과 소비자의 차이, 작품 감상과 콘텐츠 소비의 차이 등 생각해볼 거리도 여럿 던진다. ‘빨리 감기로 보기’ 역시 하나의 감상법으로 정착할지 모른다는 전망은 퍽 으스스하다.
금융화로 인해 현대 자본주의가 병들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금융 산업의 규모가 커졌다거나 금융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말이 아니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주주중심주의, 주주행동주의 역시 의심의 대상이 되는데 재벌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다. 경영학 교육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일보 기자들과 만난 다음날 오전에 숙취로 고생하며 안과에 가서 인공눈물 처방을 받았다. 낮에는 부모님 댁에 가서 새롱이와 놀아주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실을 원고를 조금 썼다.
이날 오후에는 HJ와 새 집을 구하러 강남구 남쪽의 동네 두 곳을 찾아갔다. 서울 끝자락이라 해야 할 곳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주기 전까지 반 년가량 시간이 있지만 요즘 전세난도 주택난도 워낙 극심하다고 하니 미리 동네들을 살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러 현장을 찾는 일을 투자자들은 임장(臨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용어다.
집 주인의 통보를 받고 나서 내가 HJ와 함께 임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HJ는 혼자서도 임장을 다녔다. 어느 집이고 간에 부동산 투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거 같다. HJ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자들이 주거에 더 관심이 많아서?
지하철역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게 버스정류장 앞 좌판이었다. 먼지구덩이 속에서 나물이나 채소 같은 걸 땅바닥에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파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강남도 끄트머리에 가면 강북이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낙후된 지역이니까 우리도 집을 살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우리는 거기서 아파트단지 세 곳을 둘러봤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좋게 말해 수더분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쌌는데, 어느 아파트단지 상가 지하식당에서는 5000원짜리 백반 메뉴를 팔고 있었다. 아주 낡고 축축한 기운이 드는 아파트단지였다.
그런 식당들 중 한 곳에서 식사도 했다. 오리불고기를 먹었는데, 하도 내용물이 부실해서 밥을 먹다가 오리탕도 주문했다. 그렇게 HJ와 둘이서 3인분을 먹었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주인이 일하는 모습이 굉장히 성실하고 또 손님에게 깍듯해서 존경심마저 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들어가서 상담을 받았다.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는 것과 매매는 가끔 급매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간 모은 돈이면 갭 투자를 하기에 불가능하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겨우 안도감이 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그런 대화를 하고 나오니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날 저녁에는 근처의 다른 동네에도 갔다. 두 동네를 잇는 공원을 걸었는데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야생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배가 고파서 노점상에서 꽈배기를 사 먹었다. 노점상인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셔도 된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고 “혹시 아저씨도 비트코인 투자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정말 한단다. 바야흐로 대투자의 시대구나. 그런데 그 꽈배기는 너무 맛이 없어서 다 먹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HJ와 대화를 할 때면 주제는 거의 대부분 부동산이었다. HJ는 부동산 전문가가 되었고 나도 빠른 속도로 배워가는 중이었다. 전 국민이 이렇게 강제로 경제 공부를 하겠지. HJ는 전에 빚을 져서 아파트를 사지 않은 것을 정말 후회했고 억울해 했다.
나는 우리가 근로소득이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들어섰구나, 노동의 종말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왜 노동이 끝나는가. 그 본질적 가치 자체가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부(富)는 아주 창의적인 소수가 일으키는 혁신과, 그 소수가 이용해야 하는 자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렇게 커다란 부를 창출해내는 사람들에게 있어 평범한 사람의 노동은 아주 흔하고 쌀 뿐더러 기실 성가시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하기 어렵고 안전관리니 노사문제 같은 이슈도 발생한다. 그래서 고용이 줄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최근의 경제 상황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자산 가격이 치솟고 있구나.
서울프린스호텔 레지던스 입주 작가 공모에 응모했다. 등단한지 만 10년 이하인 작가만 응모할 자격이 있는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요건을 충족한다. 한겨레문학상을 2011년 7월에 받았으니. 서울프린스호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세금을 전혀 받지 않고 호텔 측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 마음의 부담도 없었다.
희망 입주기간에 1지망으로는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2지망으로는 12월 한 달을 적어 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이 11월 중순에 끝난다. 연희문학창작촌 레지던시는 10월에 공모를 시작하고, 거기에 뽑힌다 해도 입주는 내년 1월부터다. 만약 서울프린스호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떨어지면 보름, 어쩌면 한 달 반 동안 부모님 댁에서 살아야 한다.
새롱이를 보러 부모님 댁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그 문제를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다. 겨울에 두 분이 함께 제주나 남해에 한 달가량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새롱이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게 걱정이었다고.
동생과 함께 부모님 댁에서 새롱이 털을 깎았다. (전에 쓴 대로, 개가 가위를 너무 두려워해서 미용을 하러 애견 숍에 데려갔다가 포기하고 왔다.) 내가 강아지를 붙잡고 있는 동안 동생이 반려견용 미용가위를 사용해 눈을 덥수룩하게 가리고 있던 털만 간신히 잘라냈다.
원주 토지문화관에 입주할 날짜가 다가왔고, 백업용 외장하드를 암호화했다. 혹시 내가 밖에서 하드디스크를 잃어버리더라도 데이터를 분실할 염려는 없도록. 원주에 가서는 반드시 『재수사』 원고를 마치고 오겠다. 가을에 출간하는 게 목표다.
이날 낮에는 HJ가 만들어준 소시지 계란부침과 밥을 먹었고, 저녁에는 라면과 즉석 만두를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1866 블론드를 마셨다. 프랑스에서는 생맥주로만 파는 맥주였는데,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큰 특색 없이 탄산 맛으로 마시는 라거라서 라면과 먹기 좋았다.
요즘은 부동산 생각만
탄산이여, 이 답답함 해결해주오
파리도 문제 심각하다던데
노아 루크먼의 『플롯 강화』를 읽었다. 다소 딱딱할지는 모르겠지만, 육감이나 손맛을 믿지 않는 저자들, 작법서의 아리송한 표현에 질린 예비 소설가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었다. 아주 상세한 매뉴얼이었다.
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고대 이집트 강의라고 써있다.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건 있지만 그 토막지식들은 인터넷도 없던 시절 부정확한 지식과 사람들의 상상이 뒤섞인 오락 작품들에서 온 것이니 기실 초등학생들보다 더 안다고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으니...일단 역사가 너무 방대해서 그런가(항상 궁금하다. 이집트 사람이 국사 시험에서 100점 받으려면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지...) 이집트 통사 책은 찾기도 힘들고, 쉽게 좀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지도가 있는 게 엄청 고맙다. 시작할 때 도시를 상징하는 상형문자들도 소개되어서, 도저히 다 외울 수는 없지만 밑의 해설을 보면서 보면 이런 것들이 지금의 로고들로 이어지나 싶어 신기하다. 하트셉투트 여왕 이름도 처음 보는데, 업적으로 보면 이 사람이 클레오파트라보다 유명해야할텐데 그렇지 않으니...역시 아무리 잘나도 미디어가 다뤄주지 않으면 안 되는가...그리고 고대사가 이미 수천 년이니 당연히 미술 양식이 변할텐데도 자세한 건 하나도 모르고 아마르나 양식이란 단어도 생전 처음이다. 피라미드나 신전도 하나만 꼴랑 세우는 게 아니고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마냥 다 계획적으로 연결되고, 전문직이 우대받고 보드게임도 유행했으며 위생적이고 잘 먹고 날씬한 시민들이 열심히 사는 사회였다.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였다고 다 정체불명의 신비로 덮여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노동이나 지혜에 놀라게 된다.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였지만 인간사에서 그게 특이할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조상님들의 지적 수준을 너무 의심하는 실례를 범하는 게 아닐까.
지도나 도면 지식들은 당연히 한 번에 외울 수는 없어도, 여행 떠나기 전에 복습하고 가면 감동이 더 크지 않을까. 역사를 감동하자고 배우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그리고 천천히라도 고대가 아닌 이집트도 알아가고 싶고...
별 관련없는 지식이지만, 만화 왕가의 문장이 아직도 안 끝났고(!) 얼마 전에 뮤지컬까지 공연한 걸 알고 정말 놀랐다. 시간이 흘러도 이집트의 꿈은 계속되누나...
🚩3주차 완료/이번주 미션
📍<나에게, 낭독> 책에서
3장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녹음파일을 ‘3가지 버전(형태)‘로 만들어주세요.
▶ 다음주 월요일(4/15) 오후 3시까지
1번, 2번 파일은
대비된 컨셉(개념)을 잡아서 목소리 녹음해주세요.
예시)
① 나이 (10대 고양이, 70대 고양이)
② 성별 (남자 고양이, 여자 고양이)
③ 성향 (소심한 고양이, 대범한 고양이)
④ 소리 (목소리가 큰 고양이, 목소리가 작은 고양이)
* 그 외 다른 컨셉도 자유롭게 가능
3번 파일은 '평소 나의 목소리'(노멀한 버전)으로 녹음해주세요.
※ 1번, 2번, 3번 파일 순서대로 녹음하시고 파일을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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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 '족속' 이라는 단어는 세니까 여기에 강세를 두지 않기
- 그렇다고 밑받침 음가를 날리거나 발음을 뭉개지 말기.
▶ 글을 그림 그리듯, 글 속 '존재(인물)'을 정확히 파악해서 '시선'에 따라 다르게 낭독해야 한다.
- ex) '쳐다보았다.' 앞에서 한 템포 쉬어서 진짜 쳐다본 후 낭독
- '서생'과 '나'를 부를 때 차이. '나'는 내 안에서 소리가 들려야 함.
▶ '존재'를 파악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소설에는 갈등이 있기 때문에 존재 구분을 명확히 해야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하지 않을 수 있다.
▶ 호흡의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고.
- ex) '슥', '둥실둥실' 등 의성어 의태어를 장음으로 낭독하지 말고 호흡으로 그리기(스윽~, 두웅실 둥실~ x)
▶ 말하듯 읽어야 함. 서술어 문장에 띄어쓰기 곧이 곧대로 낭독하면 안됨.
▶ 활자를 살아내는 일이 가장 중요. 실시간으로 살아있는 말이 되어야 함.
발성, 발음, 호흡은 뒤따라가야.
▶ 포즈 활용 및 템포 조절하기. 선생님이 리드해주는 걸 잘 따라가서 이후에 혼자서 (선생님이랑 같이 한 것처럼) 한 책을 다 끌고 갈 수 있게, 낭독 호흡이 체화되야 함.
▶ 엑기스는 기초반 수업에서 다 나온다며, 선생님도 기초반 수업이 가장 힘들다고 하신다. 이 엑기스를 잘 따라가자.
▶ 선생님이 "우리 나중에 엄청 친해질 거예요." 라고 말씀하시는 데 그 말에 마음이 설렜다. 친해질 거라는 믿음. 신뢰가 가는 다정한 말이 귀해서 마음이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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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 생각한 것들
▶ 뜻하지 않은 야근으로 수업을 놓쳤다. 방장을 하면서 절대 빠지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너무 속상했다. 강의 자료를 언제 따로 듣지... 다음주 휴강이라는데 더 아쉽다. 참여자끼리 낭독판을 열어볼까 생각했는데 여력이 될 지 미지수.
▶ 제일 마지막에 이00 선생님 낭독 차례가 왔다. 더듬더듬 낭독을 하시다가 못하겠다고 하신 이00 선생님. 송정희 선생님이 이00 선생님을 다독였으나 집에 아저씨와 공간이 겹쳐질 때라 집중이 안되어 못 하겠다고 하실 때, 송정희 선생님은 따뜻하면서도 강단 있게 입떼기는 하셔야 한다고 말하셨다. "아저씨 이 소리 들으셨을 거예요. 이제 하셔도 됩니다. 잠시만요, 아저씨, 이00 선생님 낭독하겠습니다~" 라고 해주셨다. 이00 선생님을 안심시키면서 남편 분에게 산뜻하게 부탁(안절부절 호소하는 부탁이 아니었음) 겸 명확한 상황 안내가 너무 좋았다.
어제 밤에 은유 작가님의 <해방의 밤>을 읽었다. 이렇게까지 글쓰기를 해야 할까요? 라는 학인의 말에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은유작가님이 말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던 글쓰기 모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같이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다독이며 끌어와 용기를 북돋는 일이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나도 그런 심지 있는 어른이고 싶다.
쌍갑포차 - 웹툰 | 카카오페이지 (kakao.com)
진짜 너무 좋다.
이 만화라면 엄마도 좋아할까.
한국의 역사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꽉 찬 권선징악이라 믿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간다.
어떤 작품을 보다 보면 젠더감수성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할 때가 있는데 쌍갑포차는 맘 놓고 볼 수 있다.
1. 어제로 그믐 회원 1만명 돌파 🎉
2. <출판문화>에서 청탁 메일을 받았다. 그믐을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북클럽이라고 평가해 주셨다. 히힛.
특집 원고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철학의 궁극적 목표 역시 인간다운 삶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오늘 읽은 <행복한 이기주의자 _두 번 째이야기>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주는 도서다. 저자인 웨인 다이어를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 데 그의 삶을 보면 불행한 시절이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불행하면 그 분위기가 전이되어 나락으로 빠지는 게 쉬운데 웨인 다이어는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저자가 50대 후반이 되면서 하루에 한 번 인생 스승을 만난다는 것으로 쓴 에세이다. 하루의 한명 인생 스승이라니? 도대체 누구일까? 그건 바로 이미 삶을 살아왔던 철학자, 예술가, 소설가들을 만난다는 점이다. 삶이 힘들 때 우리는 고전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그 안에서 위로와 때론 공감을 하면서 힘든 시긴을 이겨낸다. 웨인이 만났던 위인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며 웨인을 통해 다시 한번 재구성 되면서 독자들에게 소개를 하고 있다. 저자 역시 인간이라 언젠가는 마음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때가 있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그는 먼 과거속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때론 낯선 인물이 등장하지만 웨인의 소개로 음미할 때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나 변함없이 이어지니 늘 현재를 소중히하고 자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새겨야한다는 점을 느낀다. 괴테를 통해 알려주는 '시작'의 기쁨, 노예 신분으로 자유 노예가 되어 스토아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외부 환경은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알려준다.
인생은 한 번뿐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동시에,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갈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하지 말아야 하는 건 과거가 나를 붙잡을 때 전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위인들을 통해 느끼는 건 삶의 고찰이다. 슬픔을 슬픔속에 남겨두지 말고 자신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것, 능력의 한계를 짓지말라는 미켈란젤로의 삶, 침묵을 통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등 책을 읽어 갈 수록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웨인 다이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책으로 그의 이력으로 써진 내용이 아니라 직접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그가 남긴 책으로 웨인 다이어를 생각 해 본다.
저자 헬레나 크로닌은 1942년생으로 런던 정경 대학의 자연 철학 및 사회과학 센터의 공동 학과장(co-director)을 맡고 있다고 소개된다. 이 책은 1991년에 나온 책이고 한국에서는 2016년에 번역이 되었다. 상당한 시차를 두고 국내 번역 출판되었다. 그녀는 엄밀하게 자연과학자라기 보다는 자연철학자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양 근대 사회에서의 학문 전통은 한국의 문과, 이과와 같은 분절적 분단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철학자 또는 과학자의 경계를 확정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해 보인다.
21세기의 세계질서는 수 백년째 여전히 서양 사회가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서양 사회 힘의 근원은 거의 확정적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인식 체계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독서의 방향을 이들 자연과학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화론은 서양의 자연과학 중 가장 직접적으로 사회과학과 상관성을 갖는 영역처럼 보인다. 그리고 진화생물학의 극적 전개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단으로 한다. 찰스 다윈이 1859년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배경은 자신이 20년전 구상한 내용을 알프레드 마샬 월리스라고 하는 젊은 연구자가 자신과 똑같은 연구 아이디어로 그에게 편지로 보낸 데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생물의 진화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명제에 함축된다. 그리고 그 자연 선택은 적응adapt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한 것이다.
근대 유럽에서의 사상적 조류는 대륙의 관념론과 브리튼 섬의 경험주의적 전통으로 갈린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개인적으로 영국이 경험과 이성의 종합을 강조한 사유 체계가 근대 사회와 앵글로 색슨 중심의 세계 질서를 창조해낼 수 있었던 힘의本領(본령)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생각들이 “自然(자연)”을 “있는 그대로” ,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이론화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충실했던 것 같다. 이런 사유의 전통이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맬서스의 ‘인구론’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의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연속적으로 발견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다윈의 ‘종의 기원’이 씌어지던 시기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는 시대적 특수성을 생각해야만 할 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란 영국 제국주의가 정점에 이르던 시기이고 남성중심적 가부장주의가 그 중심에 있었던 사회였다. (언젠가 이 빅토리안 시대의 윤리, 사회의식 등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도 자연 생태계의 양육 강식과 같은 생태 질서를 적용해서 관찰하고 연구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식의 치환 과정이었을 것이다. 21세기에도 “인간 및 인간 사회는 진화의 산물이다”라는 명제를 후퇴시킬 수 없다면 19세기 이들 영국인이 가지고 있었던 인종주의, 제국주의적 편견은 오늘날에도 결고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을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왜 그들이 그런 생각에 규정되고 지배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과학이란 자연 또는 사회를 이해하기에 앞서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인과관계를 파악해 그 현상이 부정적이라면 그 결과를 수정하고 긍정적 결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 목적이고 유용성이다. 그 목적에 충실하고 성공적이었던 서양 사회가 동아시아 사회를 규정하고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엠마뉴엘 토드는 프랑스의 근대를 추동한 것은 이웃한 프로테스탄트 게르만족 사회의 발전이였고 프랑스는 그들과의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 때문에 근대 사회로의 발전에 동참할 수 있었다고 프랑스의 근대를 설명한다.
또, 신학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지만 도그마에 기반한 서양 기독교 신학은 근대 과학에 완전히 해체되었다는 결론에도 이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 역시 완고한 교리를 과학적 성과에 대립시킬 때는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오히려 미래의 신학은 기독교의 성경이 아니라 ‘과학’을 그 대상으로 해야만 할 것이다. 그 새로운 경전은 고정된 것도 확정된 것도 아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관찰과 발견으로 개정판을 거듭하는 텍스트일 것이다. 기존의 동양적 사상 전통으로는 서양의 근대 사상을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대 십육국 시대 불교를 수용하던 열정 이상으로 동양 사회는 서구 근대 사상을 열렬히 수용하고 재창조해 낼 때 비로소 서양 사회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계시”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 특수한 경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신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법률적 객관적 효력?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헬레나 크로닌의 책 “개미와 공작”은 다윈주의의 자연선택과는 다소 배치되는 개념인 ‘성 선택sexual selection'과 개미와 같은 사회적 동물의 ‘이타주의alturism’를 어떻게 어떻게 해석해 낼 것인가하는 문제에 관한 책이다. 수컷 공작의 지나치게 화려한 꼬리 깃털은 너무 낭비적이라 자연 선택의 효용성과는 상치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윈 자신은 공작 깃털의 화려함을 보고 암컷들이 수컷을 선택한다고 했지만 그 이상 내용과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월리스는 빅토리아 수컷의 자존심으로 수컷이 아닌 암컷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발상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자연 선택 개념 안에 성 선택 이론을 우겨 넣으려 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다윈보다 더 다윈적이라고 자처했다고 한다.
또 개미와 같은 사회적 동물의 이타성 역시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개념 역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그 부자연스러움이 해소된다. 즉, 불임 개미 등은 직접적 생식은 하지 않더라도 자신과 동일한 상당 부분의 유전자가 조카 등에게 상속이 되기 때문에 그런 희생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또 인간 사회의 결혼 제도 역시 일부일처제 사회보다는 일부다처제 사회의 유형이 훨씬 압도적이라고 한다.(이 책에서 예시된 사례를 보면 일부다처제가 800여건 이상, 일부일처제 사회는 150여건 전후, 일부다처제 사회는 4건이라고 한다)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아버지 역할은 외삼촌들이 대신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 역시 이런 맥락에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빈부 격차의 확대와 이혼률 증가 등은 서로 상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환경은 일부다처제에게 적합?하게 변화하는 데 법제적으로는 일부일처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통제 폐지와 호주제의 개정 역시 이런 식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가해진 약간의 수정 조치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친족 결혼의 범위 축소를 법제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자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사회가 봉건적 특성들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읽혀진다. 특히, 의사들의 파업은 한국 사회가 반자본주의, 반자유주의적 봉건 사회로 퇴행하는 조짐의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한국 사회의 발전은 서구 자본주의를 일본식 근대화 모델을 매개로 적극 수용해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의 한국 사회는 북한의 항일 빨치산에 정통성을 두는 역사관으로 현대사를 재단하고 있다. 과학적 사고와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중적 광기를 매일 매일 실감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것은 한국의 미래에 너무나 불길한 예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자연과학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페미니즘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화두와 밀접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는 20세기 후반의 저작이다. 한국 사회의 지적 수용의 시차lag time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화생물학에 익숙한 전공자들이 아니면 책 내용을 그대로 좇아가기가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영어의 수사학적 전통 때문에 그 빈정거리는 말투와 산만함으로 내용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있다.
인터넷 상에 국내에 서평도 별로 없지만 그나마 페퍼민트인가 하는 매체의 서평은 뉴욕 타임즈의 서평과 상당히 유사하다. 유튜브에서 최재천 박사가 이 책을 권하기도 했던 것 같은 데 그 사람의 젠 체하는 스타일 역시 참 거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