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손손 소통 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가르쳐주니까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모른다. 모르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한평생 고생만하다가 죽는 여자들도 많다.'
4월이라기엔 너무나 포근했던 지난 주말, <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여태껏 많은 북토크에 갔지만 루프탑에서 하는 북토크는 처음! 날씨가 좋아 폴딩 도어 열어 놓으니 바람이 선선, 시끄러운 홍대 바닥에서 여기가 극락이구나.
작가님한테 그냥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선물까지 주는 북토크는 또 처음! 선물로 받은 김장조끼 입고 집에서 한 컷 찍어보고. (레트로한 빈티지 스타일로 볼드한 핫핑크의 플라워 패턴, 내추럴한 핏감으로 어반 컨템포러리 보헤미안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
북토크 끝나고 2차로 뒷풀이까지 가는 북토크는 또또 처음! 중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못다 한 얘기하고 각종 사업 구상까지.
세상살이 고달플 땐 북토크에 가자!
애정하는 뚱럽님의 블로그
'슬픈 사람을 향해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시인 헤더 크리스털은 스물한 살 어느 비 내리는 이삿날, 차에 짐을 가득 싣고 한 시간을 달리다가 문득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비가 올 때 차 안에서 울면 마치 앞유리의 와이퍼가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그리고 위로의 와이퍼," 문학은 폭우를 멈출 수도 없고 비극을 없앨 수도 없다. 아마도 내가 썼던 시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고통에 직접 가닿지 못했을 것이다. 비 오는 날 유리 위의 와이퍼가 차 속에서 울고 있는 이의 얼굴에 가닿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는 비가 내리고 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서 가고 있다. 그가 무사히 가던 길을 갈 수 있도록 유리창을 부지런히 닦아대는 길고 가느다란 손들, 볼품없고 분주한 손들, 그것이 문학이라고 믿어보자. 문학은 죽은 자를 기억한다. 보잘것없는 우리가 멈추지 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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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엄마는 10년 지나도 답을 듣지 못했다 (hani.co.kr)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23년 김영사에서 나왔다. 번역가 김명주 씨의 번역은 아주 훌륭했다. 때때로 譯註(역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함 등은 모든 번역자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모두다 잘 아는 것처럼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한국 대중들에게 대단히 익숙한 과학자다. 이 책을 선택한 배경은 이 책의 제목이 앞으로 과학책 독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향과 함께 어떤 책들을 고르면 좋을까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희망 사항에 있었다. 다행히 그런 바램은 상당히 충족된 것 같고 거기에 더해 어떤 쟁점에 관심을 가져야할지도 알게 되었다.
진화론은 기본적으로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이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자연 선택은 적응을 통해 실현이 된다. 다만, 진화의 과정에서 성 선택sexual selection과 이타주의alturism의 개념은 자연 선택 개념만으로는 충분이 설명이 되지 않았는데 리차드 도킨스가 이타주의 문제를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 잘 풀어낸 학문적 공로가 지대한 것으로 보인다.
성 선택 이론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요지는 자연에서는 미인 콘테스트를 통해 수컷이 성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들이 미남 콘테스를 하고 암컷들이 성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공작새들의 멋진 꼬리, 그리고 바우어새가 훌륭한 둥지를 꾸며 암컷 새를 유혹하는 행위 등을 예시한다. 자연 선택 입장에서 이런 행위의 과시성, 자원의 비효율적 소모 등은 불합리해 보이나 그것이 진실이었다. 기본적으로 유성 생식을 통해 자손을 재생산하는 동물들은 이와 같이 雌雄(자웅)의 다양한 교배를 통해 엄청나게 다른 형질들을 유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자들을 약간 하대하는 과학계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물리학은 기본적으로 펜과 인간의 머리로만 가능할 것이다. 반면, 생물학자들은 오지에서 오랜 시간, 온갖 생명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생명 현상을 연구해야만 한다. 이곳에서도 일종의 사농공상과 같은 위계 의식을 발견하고 可笑가소하지 않을 수 없다.
19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하고 난 뒤 그로 인한 사회적 역사적 파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그가 원고를 완성하고 난 뒤에도 20년이나 시간을 끌었던 것 역시 이런 사회적 파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100년이 더 지난 다음 그의 주장은 수많은 과학적 실증으로 더욱 더 견고해지고 있다. 그 요체는 단세포 생명은 물질에서 시작되었고 그 단세포 생물이 모든 동식물의 시원이며 인간 또한 그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쥐, 고양이, 개 등 우리 주변의 동물들은 인간과 대부분의 유전자가 일치하며 침팬지는 진화의 계통수에서 고릴라보다 인간과 더 가깝다는 사실 등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여전히 기독교적 세계관에 지배되고 있던 사람들이다. 동물과 인간의 친연성은 고사하고 인종간의 차별 의식, 남녀 간의 차별 의식이 너무나 뿌리 깊었던 사회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진화론적 사촌 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가히 충격을 넘어 혁명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진화 심리학이 좀 더 관심을 끌었다. 보통 뇌의 구조를 살필 때 변연계와 같은 구뇌old brain와 대뇌 피질new brain을 구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본능과 문명적 마인드라는 단순 이원론말고도 다양한 주제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스티븐 핑커의 언어학 등이 이런 진화 심리학 연구의 한 분야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의 언어학은 칸트와 같은 독일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선험적 인식론에도 연결시킬 수 있는 주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편, 사회 과학이 정치적 진영간의 塹壕(참호)전장으로 되거나 그런 긴장 관계에 있을 수 있는 학문 영역이란 생각은 했지만 자연 과학도 그와 못지 않으리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적어도 여기서 유신론과 무신론간의 첨예한 대립이 사회 과학의 좌우익 갈등 못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창조’란 말을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데 리차드 도킨스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용어의 선택은 무지 몽매, 반과학적, 반근대적 표상의 전형이었다. 리차드 도킨스는 무신론자라기 보다는 거의 反(반)신론자에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부언하면, 반종교적일 뿐만 아니라 반신론적이다).
지금 이슬람 사회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서도 인구의 45%는 창조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지지한다고 한다. 영국은 헌법에서 성공회가 국교인 나라다. 하지만, 미국은 헌법에서 정교의 분리를 명문화한 근대 최초의 공화국이었다. 영국, 서유럽보다 미국 사회가 더 반과학적인 것처럼 보인다.
존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기가 있는 스위스의 CERN연구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존 브라운은 살해되는 여주인공 아버지를 통해 “종교와 과학이 궁극적으로 화해할 시간이 올 것이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존 브라운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은 예술작품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잔인한 호전 행위로 보인다. 해석자는 예술작품을 그 내용으로 환원시키고, 그 다음에 그것을 해석함으로써 길들인다. 해석은 예술을 다루기 쉽고 안락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손희정의 더 페이보릿] 읽어내기를 유혹하는 영화 – 김초희 감독 | 예스24 채널예스 (yes24.com)
말년의 톰 크루즈는 노년의 조용필이나 나훈아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늙음의 근손실과 어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만큼 난 여전히 곧고 명료하다는 남성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진 노익장의 호통 같은 거.
액션 활극 그 과정에서 소모되었던 주연 배우의 육체적인 힘듦까진 알겠다. 그런데 역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스토리의 맥락을 알 수가 없음. 캐릭터들의 죽음과 변화와 성장이 나오는데 영화가 끝나고도 파트2가 나오고도 이건 도저히 알 수 없을 듯.
그믐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추천하는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60명 (15기,16기 각각 3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은 15기부터 교보문고 구독서비스 sam 의 후원을 받아 새롭게 확장, 운영합니다.
그믐북클럽 15기 선정도서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입니다.
조너선 하이트는 행동심리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이자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지식인입니다. 이 책은 인류학·심리학·뇌과학·진화론 등의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바른 마음’에 관해 흥미로운 논쟁과 사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믐북클럽 16기 선정도서는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입니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다룬 대표적 저술로 강력한 몰입형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대표작입니다. 콜버트는 “종들이 사라지는 데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그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다 보면 늘 동일한 범인인 ‘일개의 나약한 종’을 만나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 범인은 누구일까요?
● 안내 ●
- 모집 기간: 4월 15일(월) ~ 5월 13일(월) 오후 2시까지
- 모집 인원: 60명 + a (교보문고 구독서비스 sam 무제한30일 이용권을 15기30분, 16기 30분에게 증정합니다. 책을 따로 도서관에서 대여하시거나 별도 구매, 또는 이미 가지고 계신 분들은 ‘참여 신청’만 누르시면 됩니다.)
- 활동 기간: 5월 14일(화) ~ 6월 11일(화) 29일간 함께 읽습니다.
읽고 싶어 마음 속에 담아만 두었던 그 책, 그믐북클럽과 함께 완독하세요.
[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Xsam] 16. <여섯 번째 대멸종> 읽고 답해요
이세종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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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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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초록빛 싹이 땅 위로 잎을 내밉니다
흰색 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아직도 풀밭에는
하늘의 별처럼 노란 민들레 돋아 있습니다
그날도 찬란한 봄날이었습니다
화염병 날아다니고
페퍼포그 냄새 자욱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른한 토요일 오후 노을이 지나가는 시간
바람도 불었고 노곤한 오후에 담겨 우린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르는 밤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작은 소리로 다가온 계엄 군인들의 발소리
단호하고 간결한 명령으로 제압당한 대학생들
그러는 동안 이세종은 옥상에서
군인들에게 집중적으로 구타 당했고
추락 되어 땅에 던져졌습니다
순간, 섬광처럼 삶과 죽음이 뒤바뀌고
함께 살았던 가족과, 친구, 형들과 이별해야 했습니다.
외치던 구호도,
소망했던 세상도,
속삭였던 수많은 인연들과도
빠르게 이별했습니다
40여년전 그날의 분노와 그날의 저항이 살아남아
계엄군의 구타에 숨진,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타살 된
수 많은 죽음 맨 앞에,
5.18 최초 희생자의 이름으로
그의 죽음을 모십니다
밝은 날
생명이 넘치는 오늘
죽은 이세종을 기억하는 우리들
무엇을 기억하는지 다시 묻습니다
너에게 묻고 나에게 묻습니다
그해 오월처럼
세상은 다시 꿈틀거리며 잘살아보자고 소리칩니다
5.18의 거대한 그물망 맨 앞에 서서
수많은 희생과 좌절을 어루만지며
그의 젊은 죽음이
그가 소망했던 세상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앞에 있습니다
다시 살아 함께 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책이 일본의 거품경제 시절에 나왔다는 사실을 들으니 잘 이해되지 않았던 주인공의 심경이나 주변 묘사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산가리를 사용한 살해 방법은 아무리 그 시절이라도 좀 옛스럽지 않은가 싶은데 (청산가리 살인은 스포 아님, 이야기 시작과 동시에 나온다.) 그래도 주요 트릭은 꽤 좋았다.
일본책의 원제인 <나라는 이름의 변주곡> 을 <7인 1역>으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박소해의 장르살롱>에서 편집자님께 들었는데, 정말 센스있게 잘 바꾸신 듯.
“인간의 얼굴이나 몸은 망가지기 위해서 있는 거예요.”
감사하게도 '느려터진달팽이'님이 댓글에서 안내해주신 책이다.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인 책이고, 분명 많은 이들을 도왔을 책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반복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좋은 책이다. (쓸쓸한 일이지만, 평균 수명까지 산다면 아는 사람 중에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책은 모두 어딘가에 큰 절실함이 있고, 읽는 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면서 자신들의 길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정말 구체적으로 많은 예시를 들어주고, 상당히 실용적인 대응도 제시한다. 짧지만,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어떤 면에서 주의해야 하는지까지 다뤄졌으니 어지간한 경우의 수는 다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대답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왜곡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해설해준다. 함께 애도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도 생각하게 한다. 남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변할 수 밖에 없지만, 우정에 기회를 주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고통을 표현하는 것은 권리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이가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들도...
책에서는 상담가나 자조 모임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한국은 아직 이런 모임들이 없지는 않지만 드물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아쉬움은 있다. 그리고 내가 종교적이지 않아서 신앙 회복이란 주제는 약간 미묘하지만,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사람이 안정을 찾는 길에는 정답이란 게 없으니...저자들 말대로 상실의 이야기가 지문만큼이나 다양한 만큼, 어떻게 마주할지 사람들의 선택도 다르지 않겠는가.
'애도에 대한 질문들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일어설 수 있기를,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책을 덮는 이 순간 다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