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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범죄와의 전쟁

저번주 일요일엔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 10년도 더 넘은 이 영화를 봤다. 보다보니 갈증이 나 맥주도 마셨다.

"니 어데 최씨고?"

우리 사회에 밈처럼 각인된 최민식의 유명한 대사는 영화의 메시지마저 함축하고 있다. 특히 깡패의 브레인이었던 최민식과 검사가 된 그의 아들이 돌잔치 식탁에 함께 앉아있는 결말은 상징적이다. 영화 내내 위기를 돌파하던 가족, 집안, 핏줄이라는 이야기 장치는 결말에 이르러 블랙 유머의 상징이 된다. 가족처럼 굴던 깡패는 분열하고, 검찰과 깡패는 가족처럼 가깝다는 사실에 시원찮게 웃었다.

10년 뒤엔 이 영화를 또 봐야겠다. 블랙 코미디가 그리우므로, 배우들의 어색한 부산 사투리가 생각나므로, 대사에서 풍기는 웃픔을 떠올리고 싶으므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에 초판이 나왔다. 그리고 1862년에 이 번역본의 텍스트가 되는 6판이 인쇄되었다. 그리고 내가 읽은 동서문화사의 ‘종의 기원’은 송철용 선생이 번역했다. 상당히 꼼꼼하게 잘 된 번역이라고 평하고 싶다.


다위니즘Darwinism의 핵심은 Natural Selection(자연선택)이라는 개념에 있다. 그런데 송철용 선생은 자연선택이라는 중립적 단어 대신 自然淘汰(자연도태)를 선택했다. 자연선택이라는 단어에 비해 자연도태는 훨씬 진화의 본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쉽게 해준다. 왜냐하면, 설사 진화론이 궁금하다 하더라도 실제 이 찰스 다윈의 원전을 읽어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의 핵심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는 용어로써 자연도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진화론을 자연선택이라는 용어 대신 ‘자연도태’ 또는 ‘적자생존’으로 배웠던 것 같다.


淘汰(도태)라는 단어는 쌀 일 ‘도'일 ‘도’자를 사용한다. “쌀을 일다”라는 말이 요즘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精米(정미)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방앗간에서 나온 쌀에 돌이 많이 섞여 있어 밥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물에 쌀을 담근 뒤 ‘조리’를 사용해 돌을 일어 내야만 했었다. 따라서, “일다”라는 동사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 한자사전에는 “물건을 물에 넣고 일어서 좋은 것만 골라내고 불필요한 것을 가려서 버림.”이라고 ‘도태’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自然淘汰(자연도태)는 자연이 주체가 되어 좋은 것은 고르고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는 진화론의 핵심 개념을 보다 명료하게 전달해 준다. 


‘자연’이 주체가 된다는 의미도 중요하다. 다윈이 살던 시대는 생명의 기원 또는 종의 기원에 대해 Saltation(도약설;라틴어 saltare는 점프, 도약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이론이 지배적, 압도적이었다. 이 말은 신이 주체가 되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을 모두 창조했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에 자연이 스스로 선택 또는 도태를 통해 생명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기독교의 도그마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이미 20년 전부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 개념의 초안을 잡고 있었지만 알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자신의 이론과 똑같은 진화론에 대해 학회 발표 가능성을 문의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의 이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마음 먹는다. 월리스와 함께 공동 논문을 발표한 뒤 1년 후 이 방대한 저서 ‘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찰스 다윈은 “살인을 고백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출간한다”고 쓰고 있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천오백 년 이상 서양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의 교리가 아마도 이 진화론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실제 19세기 후반 성공회가 상당한 행정 권력과 특권을 국가에 빼앗기며 영국은 세속 국가화 된다). 그 18세기 이래 수많은 계몽 철학자들이 있었지만 아이작 뉴턴의 물리 법칙,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인류는 분명 새로운 국면의 정신 세계로 진입했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2009년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성공회는 진화론을 박해한 것에 대해 사과 성명을 냈고, 교황청 과학원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올바른 과학적 가설로 인정하면서 인간 의식은 일정 순간의 비약이 있었다는 의견을 발표했다고 한다)


‘종의 기원’은 19세기 중반에 나온 책이지만 20세기 혹은 21세기 나온 그 어떤 과학적 논문보다도 그 과학적 논증이 치밀하다. 사육과 재배를 통해 나타나는 변이들을 인위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으로부터 자연계에서의 변이와, 자연 선택과 도태를 유추한 뒤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情緻(정치)한 관찰과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입증한다. 자연 선택이 인위적 사육 및 재배와 다른 것은 엄청난 시간의 스케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질학적 논증을 포함한다. 찰스 다윈은 비글호의 항해 이후 생물학자가 아니라 지질학자로서 처음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찰스 다윈 뿐만 아니라 당시에 수많은 내추럴리스트[naturalist;당시에는 식물학, 동물학, 지질학 등 관련 학문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관련 연구자들을 모두 내추럴리스트로 통칭했던 것 같다. 이와 관련한 학문을 博物(박물)학이라고 번역하고 그 연구자들을 박물학자라고 했다. 박물관이라는 단어는 여기에서 비롯된다]들은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자연에는 ‘창조론’과 같이 어느날 불쑥 생명체가 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종은 시공간의 변화 속에 수많은 변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도태와 선택을 통해 계속 진화한다는 것이다. 생명 현상은 창조가 아니라 진화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변이와 자연선택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칼 세이건은 '돌연변이'를 진화론의 중요 개념으로 설명했던 것 같은 데 그것은 자연 선택과 도태라는 점진적 광대한 타임 테이블에 수렴되는 대단히 부분적 종속적 개념일 뿐이다. '돌연변이'에 대한 강조는 자연 선택과 도태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줄 수 있을만큼 중요하지도 결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지구에서 생명의 시작은 지구 탄생 약 10억 년 후 무기 분자가 유기 분자로 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포의 자가 분열 또는 증식, 性(성)분화와 유성 생식으로의 진화, 식물과 동물의 분화, 수상 생물과 육상 생물의 분화…. 호모 종이 약 500만 년 전후에 출현한 것 그리고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으로 보아 진화의 시간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것은 약 165년 전 사건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기관 중 가장 복잡한 ‘눈’의 진화 과정을 하나의 신경 세포가 빛에 반응하면서 오늘날 인간의 눈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찰스 다윈은 인간의 마음이 진화했다고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찰스 다윈의 논증이 치밀한 것은 학문적 완벽성으로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살인의 고백과 같다’고 했을 때 그만큼 그의 진화론이 갖는 정치적 민감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마저 진화의 산물이라는 예민한 주장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아담 스미스의 사상과도 같은 궤도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번역자 송철용 선생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을 선험적인 것이 아니라 동감sympathy과 타인들의 동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중세 시대(프란시스 베이컨, 로저 베이컨 등) 시작해 존 로크에서 본격화되는 영국의 경험론 철학에 굳건히 뿌리 내린 사상이다.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 특히 자유방임주의 시장 경제를 ‘자연 선택’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발상은 상당히 유의미해 보인다. 


도덕 감정론이 보여주는 윤리학은 당위로서의 윤리학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관찰한 결과 오랜 시간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진화하며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물이라는 통찰이었다.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과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연관 짓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자유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示唆(시사)를 주는 것 같다. "자연에 도약이 없다"는 명언은 영국 민주주의를 프랑스 혁명 또는 러시아 혁명과 같은 정치적 격변과도 구분 짓게 해준다. 진화론은 점진적 변이와 종의 분화를 말한다. 케인즈 역시 정치적 변화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주자학과 같은 철학은 인간의 도덕과 윤리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그 반대의 극단에 서 있다. 성선설에 바탕한 正閏論(정윤론)이라고 하는 사회적, 역사적 잣대는 도덕 감정론을 당연히 이단의 사교로 단죄할 것이 틀림 없다. 또, 기독교 윤리학이 신의 계시에 의한 것으로 파악했던 것과 다르게 성리학은 대단히 인본주의적이다. 19세기 조선 사회는 여전히 성리학에 의해 지배되고 있던 사회였던 것을 생각하면 성리학이 우리 역사의 비극적 결과들과 얼마나 깊은 인과관계가 있는지 충분히 헤아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알프리드 러셀 월리스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헬레나 크로닌의 “개미와 공작”을 보면 크로닌은 자연선택 이론에 대한 공동 창시자로서 찰스 다윈과 월리스의 이름을 항상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녀의 유별난 공동 호명 집착도 특이하지만 월리스 본인은 정작 말년에 자신의 진화론을 포기하고 죽은 이들과의 통교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신비주의를 추구했던 것 같다. 일종의 臨死(임사) 체험과 관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은 거의 완벽한 이론으로 보인다. 다윈 사후 20세기 21세기 연구 결과는 모두 자연 선택과 도태에 의한 진화론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성선택에 있어서는 다윈보다 더 다윈적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했던 알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왜 인간의 부활과 같은 신비주의에 빠져든 것일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한 사람과 그 유산의 이야기

표지에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라고 적혀있지만, 읽고 나면 이게 맞는 수식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꾸준히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데에는 참을성과 가끔 깨달음이 있을 뿐이고, 미스테리가 끼어들 곳은 없으니...

시작부터 좀 슬프다. 일단 유명한 과학 작가가 한 권을 한 사람에게 할애한 책인데도, "그 자취가 너무나 희미해 영영 그럴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대로 자료가 없어서인지 엄청 얇다 (주석 빼면 200쪽이 안 된다). 그나마도 헨리에타 리비트 본인의 이야기보다 그걸 자료로 활용했던 사람들 이야기가 더 많다. 어떻게든 없는 자료로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려 한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 정도다. 책이 나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니 책 안에 있는 연구 자료들은 업데이트가 되었겠지만, 헨리에타 본인에 대한 이야기들은 더 없는 것 같다.

너저분한 작업실에서 사진 건판을 들여다보면서, 칼라도 아니고 흑백 사진에 찍힌 수많은 점들을 식별하면서 기록하는 것의 무한 반복...점들이 커지고 작아지는 걸 적고 또 적고, 그 가운데 별들의 밝기와 주기의 관계를 발견하고...작가 말대로 이보다 못한 일에도 박사학위가 수여되던 시기,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고는 해도 좀 더 많은 명예를 얻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하다못해 조금만 더 오래 살았으면, 노벨상을 꼭 못받아도 후보로서 더 많이 언급될 수도 있었을텐데. 달 구덩이에 이름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살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접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작가의 또 다른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누군가가 헨리에타의 법칙을 발견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발견이지 발견자가 아니다." 스타 과학자들은 존재하지만, 그 사람들의 발견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쌓아올린 연구 결과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성과들도 많다. 그나마 헨리에타는 누군가 책이라도 써줬지만 그 정도 언급도 없는, 그러나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모든 과학의 성과는, 이렇게 매일 매일 답답한 환경에서 반복 작업을 성실하게 하며 견디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적이겠지. 성과가 있어도 뽐내지 않고, 그저 신중히 묵묵히 일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 헨리에타와 그 자취를 따라가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리비트의 별 - 우주 크기의 실마리를 푼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리비트의 별 - 우주 크기의 실마리를 푼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01-10 아티스트 웨이

2024.2.10


연말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듯 조급함에 시달렸다. 연초가 되니 1년이라는 새로운 시간들이 반가웠으나 이내 넓어진 시간의 바다에서 정처없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나에게 손을 내밀어 구해준 책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니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망망대해를 떠나니는 듯한 막막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나만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이 막막함을 책에서 이렇게 표현해주었다.


'갑자기 빈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기세를 보인다.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이것은 매우 버거운 문제가 될 수 있다.'


'목적의식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목적의식 없이 당신이 표류한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공포감이 찾아드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감정을 정확히 설명해준 것도 놀라웠는데 은퇴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며 극복할 수 있는 방법(모닝페이지, 아티스트 데이트, 산책)을 알려주니 너무나 평온해졌다.

또한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용기를 듬뿍 주니 어느새 나는 시간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와 산책길을 자유롭게 걷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 중년 이후의 삶에서 창조성과 의미를 발견하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 중년 이후의 삶에서 창조성과 의미를 발견하기
03-9 몰입

2023.11.2


퇴사 후 넘치던 의욕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고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를 뿌연 안개같은 나날 중 취업사이트를 둘러보다 발견한 연구사 시험공고에 꽂혀버렸다.

저 멀리 섬을 발견하니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뿌연 안개를 단숨에 걷어버렸다. 그 희망 속에 갈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려 '몰입'을 읽었다.

살면서 무아지경에 빠진 적이 없기에 특히 공부는 항상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과업이었기에 이번엔 공부에 빠져보기로 하였다.

그동안 대충 쌓아왔던 얕은 지식들을 총정리하고 싶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다.

5개월 내내 '몰입'할 순 없었지만 순간순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무아지경은 경험하였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니 어렸을 때의 조급함과 불안함은 없어지고 여유로움과 재미를 얻었다.


저번주 토요일

중학교 시험장에서 이제는 나에게 아득한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막 취업을 준비하는 이십대 애들 속에서 시험을 봤다.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이십대로 돌아온 듯한 신기함에 웃음이 났다.

시험은 넘 어려워서 많이 찍었다. 이 또한 과정을 너무 즐겼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몰입 합본판 (100쇄 기념 합본 에디션)
몰입 합본판 (100쇄 기념 합본 에디션)
03-8 매일을 헤엄치는 법

2022.10.8


백수가 되어보니 알겠다.


매일을 헤엄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걸...


요즘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에 위로가 되어 준 책.

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03-7 기적의 사과

2022.10.6


몇년 전 '월든'을 읽고 퇴사 후의 삶의 방향을 정하였다. 소박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생산적인 삶을 살겠다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인 실현방법을 찾던 중 루시드폴이라는 가수가 제주도에서 감귤 과수원을 하며 음악을 한다는 방송을 보았다. 자연에 의한 생산과 음악에 의한 생산을 통해 창의적이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마침 시부모님께서 귀농하셔서 자두 과수원을 하고 계셨다.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과수원을 하며 그림이나 글쓰기를 통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근처에 땅을 사고 나무를 심었다.

애기 나무들은 이제 두살~ 세살이 되었다. 난 퇴사한지 10개월이 되었다. 애기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 올해 조금이나마 과일이 달렸다. 난 퇴사 후 아무변화가 없는 것 같아 요즘 살짝 우울해졌다.


그래서 과수원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직후 구매한 '기적의 사과'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무농약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9년을 버티며 노력한 끝에 일본 최고의 사과를 만들어낸 농부의 이야기이다.


우울해진 기분은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나에겐 어떤 신념이 있는가.

그리고 그 신념을 위해 얼만큼 노력했는가

기적의 사과
기적의 사과
03-6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2022.4.26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은 후 집에 빌브라이슨 책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책을 구매할 당시에는 빌브라이슨이 누군지도 모르고 책표지가 이쁜 유럽여행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음..근데 좀 당황스러운 여행기다...술과 19금 유머와 공상을 좋아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냉소와 욕을 날리는 한 아저씨의 현실 여행기를 읽으면서..첨엔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얘기해도 되는거야..???..하다 점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불친절한 유럽인들에 대해 욕을 할 때면 어찌나 속시원하던지...바보같은 실수를 하거나 공상을 하는 부분은 넘 재미있어서 남편한테 낭독도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니 빌브라이슨 아저씨와 인간적으로 친해진 느낌인데...이 책을 먼저 보고 '거의 모든것의 역사' 책을 봤다면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봤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03-5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2022.4.11


집에 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책의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2018년출간).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세계적 화제가 된 과학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마다 이 문구가 보이니 '시간의 역사'를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 이 책도 집에 있어 더더욱 읽어야만 하는 의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름만 봐도 벌써 두려움이 앞선다..천재 과학자가 하는 우주 설명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렸지만 가장 읽히지 않은 책이라는 역설적인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후 개정판인 이 책은 페이지마다 그림이 1개 이상 들어 있어 두려움을 달래준다는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논문이나 과학서적을 읽는 나만의 요령이 생겼는데 일단 죽 읽으면서 모르는 용어를 정리해나간다. 대신 그림이나 그래프를 설명하는 부분은 유심히 본다. 이렇게 1회독 한 후 정리된 용어의 정의를 다시 훑고 책의 처음으로 가서 그림이나 그래프만 골라본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숙지하면 내용을 다 이해못하더라도 저자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림도 많은데 뒤에 용어 정의도 되어있다!!)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다. 과학은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단일 이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 목적에 맞게 우주 전체를 기술하기 위한 우주의 변화론과 초기상태론의 발전과정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깔끔하게 펼쳐진다. 학생 때 무작정 외웠던 공식들의 기원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캄캄했던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의문을 밝혀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03-4 곰브리치 세계사

2022.4.6


강물 가까이로 다가가 보자. 시간의 강물 가까이로 접근하면 출렁이는 물결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불면 강물은 몸을 한껏 뒤척이며 하얀 거품을 만든다. 하얗게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거품이 물결과 함께 일어났다 스러지는 모습을 보라. 물결은 균일한 리듬으로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한다. 한 순간 솟았던 물결이 다음 순간에는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춘다. 우리 역시 그처럼 덧없는 무엇, 아주 작은 거품이나 물방울은 아닐까 생각해보라. 작은 물방울을 품에 안은 깊고 거대한 강물은 안개처럼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흘러만 간다. 우리는 떠올라 주변을 돌아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 지나면 다시금 사라져버린다.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시간의 강물에서 우리는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다. 늘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운명이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속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벌이는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이 순간을 잘 이용하고자 한다. 그럴 만한 가치는 있기 때문이다.

(P435)

곰브리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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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책증정]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북토크/책 증정]경제경영도서 <소비 본능>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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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온감] 독립영화 함께 감상하기 #1. 도시와 고독[그믐무비클럽] 5. 디어 라이프 with 서울독립영화제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조영주 작가가 고른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그믐 라이브 채팅 : 5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편지가게 글월 사장님과 함께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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