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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스티븐 핑커는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y) 및 언어 심리학자이며 진화 심리학과 ‘마음에 대한 컴퓨터 이론 (the compuational theory of mind)’의 지지자라고 소개한다. 


역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지 심리학이란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ism)에 상반되는 현대 심리학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인지 심리학의 한 분야로서 언어 심리학이란 인간의 언어 기능 또는 능력이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라고 한다. 스티븐 핑커뿐 아니라 노암 촘스키와 같이 진보적 입장에 선 과학자들도 인간의 언어 능력은 선천적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도 쉽게, 진화론적으로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는 언어 능력과 이성적 추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마나 스티븐 핑커에 대한 이런 소개가 필요한 이유는 나처럼 그의 학문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효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인지심리학, 진화 심리학에 대한 간소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심리학적 이해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혹은 무엇이라 파악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에 따라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 방식과 그 문제에 대한 처방과 해결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Blank Slate), 고상한 야만인, 기계 속의 영혼’이라는 개념을 인간 본성에 대한 대표적 오해 혹은 착각의 삼위일체론이라고 비판한다. ‘빈 서판’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마음과 지성이 백지 상태로 태어나며 주변 환경에 따라 규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그 주변 환경의 인위적 조작을 통해서 얼마든지 변혁이 가능하고 최종적으로는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상한 야만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인간은 원시 상태에서는 고상했지만 근대의 자본주의 근대 문명이 그들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기계 속의 영혼’이란 앞의 두 개념과는 약간 그 궤를 달리한다. 앞의 두 가지가 다소 유물론적 입장이라면 ‘기계 속의 영혼’은 데카르트 합리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그 우월한 영혼이 기계인 인간의 몸과 행동을 규정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앞의 두 가지와 같은 의미로 읽어야 한다. 


제목이 ‘빈 서판’이라, 이 개념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지능은 백지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일종의 경험주의적 유물론적 사고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물론, 인지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진화 심리학이고 진화 심리학이란 유물론적 입장에 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란 개념은 무기물이 탄소 원자를 분자의 구성물에 포함시킴으로써 유기 분자가 되고 생명체가 되었던 것처럼, 또 암수가 분화되고 식물과 동물이 나뉘어졌던 것처럼, 인간이 감정과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을 일종의 심리적 진화 과정이라 파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영혼이 있다면 그 마저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스티븐 핑커는 진화 심리학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무수한 우연성 속에 마주하는 인간과 ‘인간 역사’의 운명을 동시에 말한다. 이렇게 종합적인 사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가 유명한 지식인(public intelligent)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론과 과학을 말한다 해서 기계적 유물론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일이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어린애가 아니라면 사람의 인생과 역사에 운명적 우연을 부정하는 것처럼 무지한 어리석음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바꿔 세상을 변혁시키겠다는 실험은 소비에트 혁명, 캄보디아 크메루 루즈 정권의 대학살, 히틀러의 나찌 정권 등 20세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로 끝났다(나찌 철학은 경험론적 유물론이 아니라 ‘기계 속의 영혼’처럼 관념론적 우월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역사적 실험의 결과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련이 붕괴한 후 서방의 지배 엘리트 계급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신속하게 자유주의적 세계 체제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9.11테러라는 슈퍼 일국 체제에 대한 저항이 있었고 그 응징으로 이라크 침공,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국내적으로 미국은 이 시기를 전후해 소련의 붕괴와 함께 다 꺼진 불인줄 알았던 혁명적 유물론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하는 것을 인지했는데 2004년 이 책이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에 이 책이 번역되었는데 한국 사회에서도 뒤늦게 이런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충돌한다. 20세기의 급진적 실험이 실패한 것이 분명하지만, ‘자유’란 개념의 완전한 승리로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경제학의 필립스 곡선의 ‘고용과 물가’의 관계처럼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적정한 균형이 필요한 개념'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통화 정책을 통해 거시 경제를 조작하듯이 양자의 균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작가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으니 스티븐 핑커가 미국의 정치 제도가 이 두 가치의 균형을 가장 적절하게 제시하는 정치 체제로 소개한 다고 썼는 데 나는 그런 언급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그 굳이 균형에 대해 생각하면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인민들이 훨씬 더 나은 개념처럼 보인다. 각각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에게는 미국이 불만족스럽겠지만 상당수의 중간 계급은 독일과 일본과 같은 2등 국가 쪽이 더 행복하다고 보고 싶다.


서방 엘리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세계화 정책은 선진 경제 사회에는 양극화를 가져왔지만 중국 중산층의 성장을 통해 세계적으로는 평등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성의 강화와 대만 침공 시도는 중국 사회도 마찬가지로 내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스티븐 핑커는 정치, 폭력, 성, 어린이, 예술과 인문학의 영역에서 “빈 서판”이란 사고에 지배되는 이데올로기들을 비판한다. 이중 어린이 부분에서 행동 유전학에 근거해 세 가지 법칙을 말한다. 인간은 유전적 영향에 강하게 지배받는다. 그러나, 동일한 가정 환경은 그 영향이 미미하지만 개별적 경험 특히 또래 경험을 통해 유전적 경향이 발화되는 것은 크게 다르다는 내용이었다(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과 인문학에서는 ‘성 선택’ 이론에서 가져 온 개념들로 적극 설명하면서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반근대성을 비판한다. 아마도 모더니즘 내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는 ‘고상한 야만인’라는 개념에 거의 날 것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서양 고전 음악은 적어도 19세기 후반, 특히 20세기 초반을 지나면 기억하고 연주해야 할 음악과 음악가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서양 문학도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그 시기에 멈추어 더 이상 그 생산력을 상실해 버린다. 고전 예술의 몰락은 한 마디로 형식의 파괴에서 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음악에서는 화성과 화음을 파괴한 불협 화음 등이 대표적이고 미술에서도 인상주의Impressionism에서 시작되는 형식의 파괴와 궁극적으로 추상 미술의 등장을 그 대표적 예로 든다. 캔버스 위의 네모, 세모, 원 그리고 격자 무늬에 그렇게 높은 그림값을 매기고 소위 ‘팝 아트’라며 만화같은 그림에 거액을 갖다 바치는 불합리는 성선택을 통해서 또는 행동 경제학으로 합리화하게 된다.


20세기는 계급 해방, 성 해방, 민족 해방과 같은 인간 해방의 旗幟(기치)가 인간 역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하늘 높이 휘날렸던 시대였다. 그리고 적어도 21세기에도 여전히 그런 가치들에 대한 신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신앙인 또는 종교 집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과학은 우리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우리를 계몽시키고 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우린 보다 더 현명하게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처럼 읽힌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민낯을 보고 이야기하자."

달리는 '광대'의 성난 외침

나온 지 꽤 된(원서 2007년, 한국어판 2012년) 이탈리아 코미디언이자 정치가 베페 그릴로의 책이다. 본업이 코미디언이니까 공공의 광대를 자칭한 것인가 싶기도 했는데, 검색하니 이 사람을 비판하는 미디어들도 비꼬아서 크라운 프린스라고 하니 나름 여러 의미를 담은 자칭인가 싶다. 이 책 이후 세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저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평가는 각각이겠다만(트럼프랑 동급으로 묶이기도 하는 듯...) 어쨌든 이 책이 지적했던 문제들에 틀린 이야기는 없는 것 같으니(이탈리아어도 모르니 다 검색해서 체크하진 못하고, 어느 정도 찾은 뉴스들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만) 당시의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다.

 당장 서문부터 열기가 훅 뿜어져 나온다. "곁을 스치는 쓰레기 같은 현실을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것,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삶은 없다. 그 자괴감은 우리 몸 안의 에너지와 영혼을 몽땅 빼앗아 간다." 정치적 행보는 둘째치고 입만 털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저자의 비판만 뜨거운 게 아니라 나열되는 정보들도 놀랍다. 시작은 저자가 범죄 이력이 있는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몰아내려 했던 정화 운동의 기록인데, 막연히 뇌물이나 권력 남용을 생각하고 검색하니 이 종목들은 기본이고 갱단 활동, 방화, 납치(!)까지 아주 후덜덜하다. 그릴로의 말마따나 "이탈리아 범죄의 온상지 나폴리 스캄피아 지역의 주역 범죄자 수보다 높은 숫자"의 범죄자들이 내가 사는 나라 국회에 있다면 뚜껑이 열릴 법도...한국 국회도 선거 때마다 전과자 후보들 이야기는 나온다만, 잠자는 사람 몸에 불을 붙이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겠...지?

No Tav 운동(놀랍게도 아직도 하고 있었다! 2010년에 이 운동 때문에 저자는 체포도 되었던 모양이다...), 식수 민영화(!!!!!!!!)의 폐해, 장르 불문 범죄자 단체 사면(!), 임시고용법으로 악화된 청년 실업률...이탈리아 시민들을 괴롭히던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이 문제들이 다 심각하긴 하지만 이 넓은 범위를 다루는 열의가 더 놀랍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받았다고는 해도, 한 두 분야면 모를까 정경유착부터 환경, 국제관계, 미성년 대상 범죄까지 다루는 건 어지간해서는 힘들지 않을까. 거기다 아예 공직자랑 언론인들 가족 관계를 쫙 나열한 부분을 보면 용케 살아있다 싶다. 아무리 온라인에서 이미 돌던 정보라고 본인이 써놨다만, 수식어를 찾을 수 없는 배짱이다.

경악스러운 전화요금 제도는 다행히 지금은 개선된 모양이고 2020년 마지막으로 책정된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도 이 책이 쓰여진 2007년보다는 올랐으며(70위에서 58위. 대한민국은 5위더라) 당시 돈으로 4천 5백만 유로 들여놓고(가치 환산 사이트에서 계산하니 지금 한화로 약 천 억...) 내용이 아예 없었다는 국가 관광 포털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발칸 증후군은 미국이 부인하니 어느 순간부터 현황 기사가 없다가 슬프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다시 언급되긴 하지만 자세한 정보를 찾는 건 실패했고, 후반부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근황을 알 수 없으나 나아졌기만 바랄 뿐...

십 년도 더 전의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들. 지금도 해결까지 갈 길이 멀어보이고 여러 모로 심란하지만, 늦게라도 읽어본 의미는 있었다. 

진실을 말하는 광대
진실을 말하는 광대
일의 길을 찾는 당신을 위한 커리어 포트폴리오 「커넥팅」





일의 길을 찾는 당신을 위한 커리어 포트폴리오 「커넥팅」

신수정(지음)/ 김영사(펴냄)




〈일의 격〉의 작가님, 커리어는 여정이라 표현하신!!! 기대수명 평균 100세 이상의 시대다. 대학과 대학원 해외 유학 등의 학벌과 각종 경력, 이력 등 기존에 무척 인정받는 안정된 코스? 인 황금 커리어가 붕괴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과연 커리어란 무엇인가?


제목부터 매력적인 책!! 나는 오늘도 글을 통해 당신과 커넥팅 합니다 ^^










#커넥팅, #신수정, #김영사,

#그믐, #책읽는물결, #커리어,

#포트폴리오, #천만직장인의구루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책을 펼치는 날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배송 장편소설/ 레모 (펴냄)





오늘 한 권의 책이 또 하나의 우주가 내게 도착되었다.


책 표지 쓰인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서.. 한 걸음 나아가기 힘든 책. 파괴된 삶의 조각을 모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자꾸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채 20페이지를 넘기기 힘들다.. ㅠㅠ



한국에서 한해 무려 100명 이상의 여자들이

연인에게 가족에게 혹은 아는 사람에게 죽임당한다.

왜 죽이는가?!!!!!

사랑해서 죽였다고 말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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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신 분에게도 번역하신 분도, 또 읽는 독자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책 같습니다.



#아빠가엄마를죽였어, #필리프배송, #레모

24-047 |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문학동네시인선 184 (240424~240427)


❝ 별점: ★★★★☆

❝ 한줄평: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고명재 시인이 말했지

❝ 키워드: 사랑 | 사람 | 삶 | 사라짐 | 죽음 | 꿈 | 빛 | 어둠 | 얼굴 | 몸 | 마음 | 이야기


✦ 시집을 읽기 전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먼저 읽었었는데요. 산문집이 무채색의 향연이었다면,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은 싱그러운 봄과 여름의 색채를 가득 머금은 노랑과 연둣빛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어요.


✦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연육」, p.29)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시인은 혼자가 아니라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지금은 사라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거’(「페이스트리」, p.32)라는 말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사랑이 시집 곳곳에 펼쳐져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았어요.


✦ 마음에 드는 시가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 ㅠㅠ 꼭 시집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


✦ 박연준 시인의 발문도 정말 좋았어요. 진심으로 감탄하고 찬미하는 발문이 이 시집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봄이면 읽고 싶은 시집을 찾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시집은 매해 새싹이 움트는 봄이 돌아오면 다시 읽고 싶어요! [📝 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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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야 당신의 흑발이 자라난다고 거대한 유칼립투스 아래에 누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건다 사랑은? 사랑은 옆에 잠들었어요

 / 「청진」 부분 (p.10)


✴︎

 어떤 기사는 풍차를 보고 돌진했다고 한다 그의 돌진을 솔직이라고 한다 솔직한 눈 꼭 잡은 손 솔직히 말하면 첫눈을 핥고 당신과 강물에 속삭이는 거예요 어떤 이들은 그 풍경을 소중히 여겨서 강가의 조약돌이며 반짝임까지도 모두 모아서 도서관으로 보낸다

/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부분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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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아 그 강 그 강 모두 강 때문이죠

 번들거리는 몸도 마음도 강 때문이죠

 수영을 시작한 건 귀하게

 숨을 쉬고 싶어서

 죽을 것처럼 보고플 때 빠지지 않고

 숨을 색색 쉬며 용감하게 나아가려고

/ 「자유형」 부분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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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등불을 켜야지”라는 문장 앞에서 결국 셋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랑을 주는 일과 헛물을 켜는 일과 등불을 켜는 일이요. 그건 시를 쓰는 삶과도 닮아 있을까요?

/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 | 박연준(시인) (p.104)


✴︎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라는 놀라운 통찰을 방에 들어온 반딧불이 바라보듯 봅니다. 눈이 환해지는 사유지요. 나방이 “기꺼이 저 먼 시간을 날아가 밤의 상처에 날개를 덮는”(「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존재라고 쓴 당신을 생각합니다. 세상을 돌보듯 말을 돌보는 당신의 다정함을 생각합니다.

/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 | 박연준(시인) (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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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 「청진」 ⛤

✎ 「수육」

✎ 「환」

✎ 「아름과 다름을 쓰다」 ⛤

✎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

✎ 「시와 입술」

✎ 「연육」

✎ 「페이스트리」 ⛤


2부 |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

✎ 「일흔」

✎ 「둘」 ⛤

✎ 「소보로」

✎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

✎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3부 |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

✎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

✎ 「몸무게」

✎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

✎ 「노랑」 ⛤

✎ 「등」 ⛤

✎ 「사이 새」

✎ 「우리는 기온이 낮을수록 용감해진다」 ⛤

✎ 「얼얼」

✎ 「자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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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24-046 | 강성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현대문학 (240419~240423)


❝ 별점: ★★★★☆

❝ 한줄평: 별일 없다기에는 조금 큰 별일

❝ 키워드: 겨울 | 눈 | 빛 | 기차 | 밤 | 거울 | 우울 | 돌 | 잠 | 그림자 |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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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학 핀 서재 팝업스토어에서 눈여겨본 시집인데 나중에 사야지 하고 말았었는데요. 자꾸 생각나서 결국 위트앤시니컬에서 구매해 왔습니다.


✦ 별일 없다고 말하는 화자가 어쩐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나의 얼굴을 훔쳐가고’( 「손님」 부분), ‘모두 잠들어 있는 객차에 나 혼자 깨어 있는데 가도 가도 깨어 있는 사람은 나 혼자고, 기차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도 알 수 없는 겨울밤’( 「객차」 부분), ‘이제껏 본 적 없는 끔찍한 재난이 일어났으나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는 일요일 오후’( 「재난 방송」 부분), ‘동생들이 굶고 있어 떡을 훔쳐왔는데 세상은 망해버리고 동생들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잠든 얼굴로 울고 우는 얼굴로 잠드는 일’( 「제사」 부분) 같은 것들이 별일이 아니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 에세이가 시들과 연결된다는 느낌이어서 더 좋았어요. ‘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희고 불투명한 베일 같은 안개가 짙게 깔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생함에 안개가 글을 읽는 제 곁에도 다가온 것 아닐까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 겨울에 읽으면 더욱더 좋을 것 같은 시집입니다. 이제 겨울 하면 생각나는 시집은 많아져서 봄, 여름, 가을에 읽고 싶은 시집들도 찾아봐야겠어요. [📝 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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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배를 가르자

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


겨울이면 옷 속에 새를 넣어 다닌다는 사람을 생각했다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 「소설小雪」 (p.9)


✴︎

어두운 한낮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

들으며 오래 누워 있었다

/ 「Lo-fi」 부분 (p.19)


✴︎

네가 태어나던 날과

네가 죽은 날 모두를 기억하는 건

행복이겠니? 불행이겠니?

그걸 행복으로 여긴다면

우린 행복해서 매일 울 거야

/ 「향이」 부분 (p.44-45)


✴︎

그것은 안개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하얀 베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밤의 거대한 장막을 걷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새벽의 침입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안개는 오랫동안 펼쳐져 있던 허공과 골목과 학교와 은행과 공터와 빈 다락 안까지 스며들었다. 구름과 햇살과 나뭇가지를 B시를 그 베일 속에 숨겼다. 희고 불투명한 베일은 폭이 한없이 넓어서 아무도 그 시작과 끝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 에세이: 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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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소설小雪」 ⛤

✎ 「첫아이」

✎ 「손님」

✎ 「객차」 ⛤⛤

✎ 「Lo-fi」 (p.18) ⛤

✎ 「재난 방송」

✎ 「Lo-fi」 (p.26)

✎ 「녹음綠陰」

✎ 「상속자」

✎ 「향이」 ⛤⛤

✎ 「말년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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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제4의 벽

그림을 그리는 마음도 그렇다. 나의 진심만큼만 전달되리라는 심정으로

연기든 그림이든,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먼저 넣었을 때 비로소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가닿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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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만큼만' 멋진 말이다.

'진심'도 어렵고 '더도 덜도 말고 그만큼'도 어렵다.

제4의 벽 -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
제4의 벽 -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
[큰글자도서] 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약물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뇌, 그중 에서도 특히 전전두피질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불행히도 전전두피질은 합리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영역으로, 충동을 억제하고 자기를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모두 약물을 향한 갈망을 참아내고 꾸준 히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들이다.
약물을
약물을
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어디까지 가능한지 한계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 그 한계를 넘어서까지 가보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어디까
어디까
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어떤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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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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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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