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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정지음

그녀의 위트 넘치는 문장을 사랑한다.

재미있게 읽히는데도 메시지가 굵직해서, 그건 더 좋다.

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초거대 위협

부채 위기와 세계 고령화, 세계와 시대의 끝과 AI까지 현재 진행형의 위협들을 진단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공포가 그러하듯 그래서 이 위협을 어떻게 수습할지는 아무도 모름.

초거대 위협
초거대 위협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뇌과학자의 어떤 인사이트를 기대했지만 놀랍게도 그런 건 없다. 이걸 읽고 있는 것보다는 챗 GPT와 직접 대화를 5분이라도 하는 게 더 유익할 듯. 이슈가 식기 전에 서두르느라 책 작업에 영문 인간 번역자가 4명 참여한 건 아이러니.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책더미 속에서

책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


햄릿의 성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다니

너무도 햄릿답다는 생각이.

아내의 여자친구 - 고이케 마리코

6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

하나하나가 다 베스트셀러 극장에 나올 법한 스토리인데 적당히 대중적이고 또 적당한 반전도 있고 두루두루 재미있다. 그 중 '남자 잡아먹는 여자' 라는 편이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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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질투를 받는 것, 야유를 듣는 것, 그리고 겉으로는 형식적인 축복과 칭찬을 받으면서 고립되는 것.

'종막' 중에서



아내의 여자 친구
아내의 여자 친구
새 봄, 다 봄, 따신 햇살

그믐을 지나 반달로 보름으로 어둠 속에 걸었을 우리

지난해부턴 밝은 햇살 아래 나를 살피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출발~오롯이 나의 본성을 찾아

414.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미완성 원고, 에세이, 서평 등을 모은 단행본. 퇴고를 덜해서인지 미발표 단편들은 밀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에세이는 밍밍하고, 의외로 서평이 까칫하니 재미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양장본 HardCover)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양장본 HardCover)
413.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입담이 아주 예술이라서 독자도 여러 번 웃게 된다. 설교조가 아닌 푸념조라서 더 미덥고 사랑스럽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잊고 종종 장바구니에 담곤 한다. 웃으며 살고 싶고, 죽음을 잊지 않고 싶고, 그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국악방송 문화시대에 출연했어요

* 목요 초대석 : <지식공동체 '그믐'> '모두가 잠든 시간, 책을 밝히는 모임'

- 김혜정(그믐 대표), 장강명(소설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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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지연과 칠십리 시공원

김포공항으로 떠나는 날 새벽에 출판사로 보내는 1600자 분량의 원고를 겨우 다 써서 보냈다. 아침에는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하고 왔다. HJ가 캐리어를 끌고, 내가 더플백 끈을 목과 어깨에 두르고, 각자 백팩을 하나씩 메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갔다. 짐은 그냥 내가 다 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

김포공항의 분식점에서 2인 세트를 먹었다. 그렇게 떡볶이, 어묵, 김말이, 순대, 김밥을 먹을 때까지도 서울을 한동안 떠난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흥분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반대로 심드렁하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내내 붙어 있으면서 우리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낼지도 걱정스러웠다. 서로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인 상태라 그런지 우리 사이가 미묘하게 살갑지 않음을 얼마 전부터 느낀다.

지난번에 출연했던 영화 소개 프로그램 방송작가의 문자메시지를 김포공항에서 받았다. 제주공항에서 통화했다. 한 번 더 출연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촬영일은 그로부터 28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도 모르게 “제주도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이라 어렵다”고 대답했다. 통화 중에 HJ를 보니 그녀도 거기에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제주도를 여행하는 기간이 한 달로 정해졌다.

제주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왔다. 차창 밖 풍경을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조금이나마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제주도에는 벚꽃과 유채꽃이 피어 있었다. 소철과 야자수도 반가웠다. 샛기정공원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한적한 해안 절벽 위에 있는 호텔 별관이었다.

프론트에 직원이 없어서 한참 기다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비대면 체크인을 한다는데, 아무리 봐도 진짜 원인은 경영난인 것 같았다. 우리가 예약한 객실 문은 열려 있었고, 카드키도 키홀더에 꽂혀 있었다. 도둑이나 무단침입을 걱정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방은 복층 구조였다. 나도 HJ도 복층 공간에서 잠을 자는 건 처음이었다. 내 경우에는 복층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호텔을 떠날 때까지 그 환상이 깨지지 않고 만족스러웠다. 개방감도 컸고 전망도 좋았다. 청소가 힘들 것 같기는 하다.

의외로 구역이 분리되어 잠시였지만 생활하기에도 편리했다. 나는 2층에 테이블을 놓고 거기서 글을 썼고, HJ는 1층 창가에서 등과 벽 사이에 베개를 두 개 대고 앉아 책을 읽었다. 변기에 비데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 만족스러웠다.

창문 밖에는 대체로 비어 있는 2차선 도로가 있고 맞은편에 아담하고 예쁜 단층 카페 하나가 있었다. 도로 이쪽 편에는 전봇대와 높이가 2미터쯤 되고 작고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과실수가, 건너편에는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다.

야자수 뒤로 소철과 소나무, 억새들이 자라는 들이 있고 그 너머는 파란 바다였다. 서쪽으로 작은 만과 곶이 있었다. 곶이 있는 방향으로 수평선 근처에 제법 규모가 있는 바위섬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었다.

좋아라 하며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 그러다 해가 지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자고 나갔다. 한갓지게 걷다가 끌리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면 근처에 있는 고부루비어컴퍼니에 가서 수제 맥주를 마셔볼 참이었다. 양조장과 펍, 비어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숙소가 한 건물에 있는 스타트업 맥주 회사라고 했다.

제주도는 최근 국내 맥주 애호가들의 성지로 뜨고 있다. 제주맥주가 대성공을 거뒀고 맥파이가 양조장을 제주도에 세웠고 도 차원에서 맥주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소규모 양조장울 둔 수제 맥주 회사들이 생겼는데 고부루비어컴퍼니도 그런 곳이었다.

제주도에 있는 기간 동안 제주 수제 맥주 탐방을 해보겠다고 하니 HJ는 혼자 다니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나니 그게 무척 어리석은 계획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숙소는 읍내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고,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졌다. 낮은 건물과 인적이 드문 풍경, 나무, 꽃, 새 소리가 점점 좋아진다. 어렸을 때는 마천루, 크롬과 네온 빛, 전자음에 끌렸는데.

빨간 열매들이 달린 나무 이름은 먼나무라고 했다. 야자수들이 자주 쓰러져 제주도에서는 가로수를 먼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야자수가 더 이국적이고 멋지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HJ는 먼나무 열매를 뜯어 맛보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해안가로 가는 길에는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조경이 잘 된 작은 공원이 있어서 들어갔다. 공원의 이름은 칠십리 시공원. 곳곳에 시비(詩碑)들을 세워 시공원이다. 공원에는 꽤 큰 연못이 있었고, 징검다리로 물 위를 가로질러 갈 수 있었다. 징검다리는 중간에 꺾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에 커다란 문틀이 있어 그 틀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징검다리를 걷다가 문틀 앞에 가보니, 틀 안에 거울이 있었다. 우리가 틀 너머라고 생각했던 경치는 사실 거울에 비친 이쪽 편 상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나 하고 당황해 할 때 자동문이었던 거울이 열리고 반대편 징검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징검다리와 거울문 전체가 전종철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인 《경계선 사이에서》라고 했다.

별 기대 없이 고부루비어컴퍼니에 들어갔는데 매장이 크고 분위기가 세련되어서 놀랐다. 1층에는 양조 시설이 있었고, 2층이 펍이었다. 멕시칸 요리를 안주로 팔았고, 주문은 테이블마다 설치된 태블릿 PC로 하게 되어 있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걱정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다른 손님들도 찾아왔다.

고부루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맥주는 여섯 종류였는데, HJ와 나는 똑같이 IPA인 천지연과 페일에일인 대학로를 마셨다. 천지연에는 감귤 껍질을 첨가했고, 대학로는 새내기 대학생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안주로는 퀘사디아와 나초를 주문했는데 비싸지 않고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부슬비가 내렸다.

 

제주 여행 첫날

이래도 되는 건가 아직은 어색해

귤 내음 맥주로 긴장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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