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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 | 공현진, 김기태, 하가람, 소설 보다: 여름(2023)

문학과지성사 (230718~230723)


❝ 별점: ★★★★☆ (23.10.23 수정)

 한줄평: 다채로운 빛깔로 기억될 2023년의 여름

 키워드: #수영 #호흡 #사랑 #고향 #시절

 추천: 2023년의 여름을 한 권의 책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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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 (23/07/18)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극한 호우’라고 불릴 만큼의 비가 퍼붓고, 그로 인해 많은 생명이 숨을 거두었고, 농작물, 건축물 등 할 것 없이 모두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소설 속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너무나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어른이 된 후 기억에 남는 참사가 너무 많다. 물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은 더더욱 많겠지만. 어쨌든 그런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가고, 시간은 흐른다. 슬프게도.


수영을 좋아한다. 물속은 몹시 고요해 가끔 그 안에 있다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숨쉬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아주 부자연스럽고 절실한 일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는 주호의 말처럼, 물속에서는 물 밖과 달리 숨을 참아야 하고, ’호흡‘이 매우 소중해진다. 하지만 수영에는 물속을 유영하는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 물 위를 떠다니는 방식도 있다. 몸에 힘을 적당히 빼야 물에 뜰 수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적당히 힘을 주고, 적당히 힘을 빼서 물에 뜨는 균형점을 찾는 일, 삶도 그런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희주와 주호가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는 건, 어쩌면 열심히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 모두 이유는 모르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살아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보면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살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인 게 아닐까.


🖋️ 물속과 물 밖. 시끄러움과 고요함. (…)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p.40)


‘딱 그만큼, 갈 수 있는 만큼 가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된다’는 것.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함’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받은 듯하다.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호흡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따뜻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아릿한, 그런 글이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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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 (23/07/20)


🖋️ "아 근데. 나는 사랑이 좀 하고 싶다." 엘. 오. 브이. 이. 그게 뭔데.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네. 웃겨. 아주 웃겨. (p.69)


37살의 맹희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모르지만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함께일 때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어 보인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사람으로, 둘이 있을 때 더 행복하기에 연애를, 결혼을 결심하는 걸 텐데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예전엔 나도 쉽게 입 밖으로 내뱉었던 말. ‘사랑이 뭔데! 나도 사랑 좀 해 보자!’ 이때의 사랑은 주로 연인과의 사랑을 해보고 싶단 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의 의미와 범위가 아주 넓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저런 말을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나도 사랑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맹희가 말하는 ‘세상에 아무리 줘도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 예전엔 이 점에도 불만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큼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아무리 마음을 줘도 같은 크기만큼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때로는 슬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좋아서 주는 마음에 보답받으려고 하는 건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나도 보답하지 못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 그 순간에 그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걸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엔 관계에 불만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 나의 상태, 나의 행복 같은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여럿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물론 다른 의미로 즐겁지만, 혼자여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꼭 연애, 결혼, 육아 등이 정답인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맹희는 어쩌면 그 과도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일 지도 모른다. 정답과 모험 사이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


🖋️ 맹희는 외투를 옷걸이에 단정하게 건 뒤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랑하고 왔다." (p.99)


맹희의 이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연애도, 결혼도 하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 사랑 좀 하고 싶지만, 또 사랑을 쿨하게 끝낼 줄도 아는 사람. 두려움 없이 언제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주 용기 있는 사람. ‘맹신과 망신 사이에서 여러 번 길을 잃으며, 기대기도 하고, 속기도 하겠지만’ 맹희는 그래도 계속해서 ’사랑‘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맹희가 찾아 나갈 사랑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가 나아갈 길을 응원하고, 또 따라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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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람, 「재와 그들의 밤」


📝 (23/07/22) 고향. 한 곳에서 떠나지 않고 쭉 살고 있는 나에게는 몹시 낯선 단어다. 지금 사는 도시가 고향이긴 하지만, 나의 일상이기도 하니까.


🖋️ 울산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한때 가장 벗어나고 싶은 도시였지만, 궁지에 몰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p.129)


주인공에게 고향 울산은 애증이 담긴 곳인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한때 가장 벗어나고 싶었지만, 궁지에 몰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난’ 대상이 ‘추자 씨’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자 씨도 아마 분명히 자신의 방식으로 주인공을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평생 추자 씨에게서 받아본 적 없는 다정한 눈빛’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주인공은 추자 씨에게 큰 애정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힘들 때 생각나는 게 고향인 것처럼, 가장 먼저 기대고 싶은 사람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고향에 내려왔지만, 산불 때문에 원래 집이 아닌 ‘덕미 씨’의 집에 머무르게 된 것도 묘하다. 내가 모르는 나날들을 함께 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주인공은 조금 외로워 보인다. 고향의 안락한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머무르게 되었는데 춘자 씨는 오랜만에 만난 나와 함께 하기는커녕 덕미 씨와 둘만 아는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 되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들어가는 상황.


겉으로 깨끗해 보인다고 해서 자주 닦아주지 않으면 식물의 숨구멍을 막는 물때와 먼지. 겉보기에 깨끗해 보였는데 막상 닦으니 새까만 먼지와 죽은 벌레들로 더러운 불투명한 형광등판. 어쩌면 주인공의 마음에도 들여다보지 않아 쌓인 지도 몰랐던 먼지가 부옇게 부유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추자 씨에게 받은 상처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 추자 씨의 바깥에서 생각하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내가 알고 있는 선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p.145)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추자 씨가 그 시절을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결국 ’울산의 추자 씨‘도 주인공이 ‘지나가야 할 한 시절’ 같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시절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 둘 중 어느 쪽이든 이제는 내 두 발로 걸어갈 필요가 있었다. (p.149-150)


택시를 타고 떠나가는 대신 택시를 떠나보낸 주인공은 자신의 두 발로 걷는 것을 택한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떠나보내야 할 한 시절을 마주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 나는 바랐다. (...) 산에서 시작한 불길이 빠르게 번져 한울을 집어삼키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어떤 구호도 장비도 무용해지기를. 모든 것이 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지기를. (p.150-151)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인공은 모든 것을 불태워 재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는 것을 택하는 사람인 듯하다. 울산과 추자 씨라는 한 시절을 떠나보내고, 주인공은 어느 곳에서 시작하게 될까?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아주 새로운 시작을 꿈꿀까? 그의 미래가 어떻든, 후회 없이 두 발로 굳건히 걸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잔뜩 흐린 하늘의 오후에 이 글을 만났다. 마음이 답답하고, 어쩐지 숨이 좀 막히는 습도와 기온. 날씨와 글이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했다. 쓸쓸하지만 강렬한 마무리가 ‘재’라는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 여름 2023
23-011 | 황모과, 서브플롯

은행나무 노벨라 (230721~230722)


❝ 별점: ★★★☆

❝ 한줄평: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 나갈,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

❝ 키워드: #이야기 #여행 #반복 #게임 #주인공 #작가

❝ 추천: 인생이란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고민 중인 사람


✨ 첫 문장: 긴 여행에서 돌아온 뒤 주변이 이전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 건 조카 시환 때문이었다. (p.9)


📝 (23/07/22) 인생이 만약 무한으로 리셋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어떨까? 새로 플레이할 때마다 다르게 살아보는 것이 좋을까?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능할까?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 전개가 몹시 흥미로웠다.


🖋️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라는 가장 유니크한 이야기의 작가요. 이 생은 온전히 당신만의 이야기니까요.” (p.218)


소설 속 이 문장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주인공인 내 몫이지만,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이 세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며 돌아가는 곳이니까.


🖋️ 작은 점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이 선이 되고 면이 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가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이 생을 결심하는 순간의 배경이 되었다.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연쇄였다. 그렇게 우리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p.231-232)


그래서 소설에서 나현과 태인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더 나아가 관계를 말하는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현과 태인이 함께 냥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사랑을 만들고 가꾸어나가는 것도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연필 소리가 겹치며 리듬을 만들어내듯’(p.100) 각자의 이야기를 조절해 ‘둘의 최선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p.105)이 사랑을, 그리고 관계를 견고하게 다져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현과 태인이 합의한 냥고 캐릭터가 점점 흔들리지 않게 된 것‘(p.106)처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각자 가지고 있는 세계에 서로의 세계가 파고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 사랑은 태인은 냥나라 행성에 남고 나현은 홀로 현실로 돌아오자 ‘반 쪽짜리 이야기’(p.118)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별이라는 건, 연인으로 지내며 함께 가꾸어왔던 이야기가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둘이 만들어가던 이야기는, 사랑은, 둘이 아니게 된 순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건 좋았던 기억의 조각들과는 별개다. 순간은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어도, 결말이 나버린 이야기는 되돌릴 수 없다.


인간관계로 생각해 보면 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만나 변화하고 확장될 수도 있고,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이야기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약속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를 함께 하는 특별한 경험’(p.69-70)을 할 수 있다는 것. ‘남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가능성’(p.70)을 받아들이는 것.


🖋️ 그래도 상상을 계속한다. 끝내 누군가와 만날 나의 이야기를. 아무도 보지 않을 곳에 잠시 비치되었다 금세 잊힐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계속 서로의 이웃일 수 있도록 이어주는 이야기를. 아직 세상에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낼 멋진 거짓말을, 진짜가 될 거짓말을. (p.235)


그래서 나현이 ‘남의 이야기를 미워했을 뿐인데 자신의 이야기까지 미워하게 된 것’(p.128)처럼 먼저 나의 이야기를 사랑해야 타인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받아들일 힘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 나갈,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 나를 구하고 살게 하는, 내가 사랑해야 할 나의 이야기.


🖋️ "이제부턴 내 이야기를 시작하겠어." (p.138)


당신도,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서울국제작가축제 이벤트로 그믐 독서모임에 참가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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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 묻는 인생의 모든 의미

보통 금요일 저녁에는 가볍게 유튜브 15분 영상을 1.5배속으로 몇 개 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 갑자기 인생을 잘못 산 느낌에 빠져들어 후회하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루틴이다. 그런데 이 날은 노트북을 남편이 가져가버려 (본인 노트북이 갑자기 고장 나서 내 노트북을 빌려주었다.) 반강제로 독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맥주 마시면서 술술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 많이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을 읽어도 명언이 쏟아져 나오는 책이라 종종 아무 데나 펼쳐서 읽곤 한다.


우리는 여러모로 무능하다. 행성들의 위치를 변화시킬 수 없고,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바꿀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의 초기 조건, 우리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힘들, 우리를 형성하고 제약하는 우주의 역사를 통제할 수 없다. 게다가 우주는 우리에게 무관심한 듯하다. 우주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며 소행성이나 노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 사실은 현대인에게 큰 불안을 안겨준다. 우주가 우리에게 어쩌면 적대적이거나 최소한 무관심하다는 사실 말이다. 우주는 우리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데, 우리는 우주의 처분에 내맡겨져 있다.
<인생의 모든 의미> p.28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우리는 단물이 빠지면 뱉는 씹던 껌이 아니다" "아니다!" "정부는 마법소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급하라!" "지급하라!" 십 대부터 사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주변에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가족도 함께였다. 나는 제일 앞에 서서 마법소녀 관리청 건물을 노려보았다. <마법소녀, 투쟁>
"우리
"우리
갈비탕 맛집 '우탕'@연남동

한동안 나의 식생활 일기가 뜸했다.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려 왔다고. (는 거짓말)


연남동이지만 홍대입구보단 가좌역에 더 가까운 갈비탕집 우탕을 소개한다.

인근의 '무슨서점' 책방지기님이 알려준 맛집.

갈비탕 집이지만 오픈형 주방을 둘러싼 바 형태로 되어 있고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팝송이 우아하게 흘러나온다.


갈비탕은 국물이 중요하지 분위기가 뭐가 중요하냐, 다 허세 아니야 라고 물으시는 분들께도 부끄럽지 않게끔 정말 맛있다. 부드러운 고기와 좋은 쌀로 만든 밥, 정갈한 김치 반찬까지.

https://naver.me/FuWbpLUC




#10. 나의 팬데믹 일기 - 박상현

가급적 글을 읽을 때 글 자체와 글쓴이는 구분하려고 하는 편인데, 가끔씩 좋은 에세이나 칼럼을 접하면 글쓴이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글의 내용 뿐 아니라 글의 스타일이나 온도까지 마음에 들면 특히나 그러한데, 재작년에 읽은 <나의 팬데믹 일기>가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글들 중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많이 생긴 책이었다. 벌써 2020년 팬데믹 한가운데의 분위기가 아주 오래전인 것 같이 느껴져서 다시 펼쳐 보았다가.. 역시나 감탄하며 다시 읽었다.


한 개인의 꾸준한 일상 기록이 팬데믹이라는 한 시대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 세상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도 다방면일 수 있다는 것, 2020년 미국 정치와 사회 분위기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 마냥 쉽게 기록한 것 등등,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수십가지 쯤 서술할 수 있겠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쩜 이렇게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아마도 정갈한 글 스타일도 한몫했겠지만, 이런 건 그냥 글을 잘 쓴다고 나올 수 있는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젠더나 제너레이션에 관한 글들은 교과서에 싣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데, 특히나 칼럼 중 <딸에게 평등한 사회> 는 지금 다시 읽어도 어느 페미니즘에 관한 글들보다 개인적으론 훌륭하게 느껴진다.


글과 저자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하더라도.. 이 책만큼은 예외다. 이런 글은 글쓴이와 글이 다를 수 없다고 믿고 싶다. 부디!


나의 팬데믹 일기
나의 팬데믹 일기
[성북구립도서관x그믐]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최종 후보 도서 4권이 선정되었습니다.

2023년부터 그믐과 성북구립도서관이 함께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성북구립도서관에서는 올해부터 성북구민을 비롯한 여러분들과 ‘비문학’ 도서를 선정해 함께 읽는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주민 추천도서, 검색어 분석, 의제 수집 등을 통해 성북구민들의 관심사를 조사하고, 그 관심사를 담은 비문학 한 책을 위한 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참고 : 성북구 한 책 읽기 사업 소개(링크)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이 문장에 맞는 비문학 도서를 그믐 책추천 모임 '[원북성북] 올해의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 주세요.'를 통해 125권 추천 받았습니다. 그 중 4권이 최종후보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2023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최종 후보 도서

 ※서명: 가나다순

 

<같이 가면 길이 된다>(이상헌 | 생각의힘 | 2023)

<동물권력>(남종영 | 북트리거 | 2023)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이인규 | 마티 | 2023)

<에이징 솔로>(김희경 | 동아시아 | 2023)

 

그믐에서는 성북구 한 책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4권을 함께 읽는 책 모임이 진행됩니다. 첫 번째 모임은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①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함께 읽기 입니다. 7월 25일부터 시작합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성북구 한 책 읽기 사업이 궁금하다면? 👀 한책추진단에 함께 해주세요! https://bit.ly/2023withBOOK
보건교사 안은영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저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어차피
어차피
[돌고래 신간: 악인의 서사] 창작 서사에 나타난 악의 문제를 다채롭고 심도 있게 고찰합니다.

잊을 만하면 주기적으로 SNS 실시간 트렌드를 점령한 그 키워드!

단행본 지면으로 무대를 옮긴 ‘악인의 서사’ 논쟁

140자의 집단적 독백을 넘어 14,000자의 심층 탐구로

 

콘텐츠 향유가 일상화되면서 창작 윤리에 대한 질문도 끝없이 제기되는 오늘날, 언젠가부터 많은 관객과 독자,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빈번하게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이 간명한 슬로건은 당초 현실의 잔혹 범죄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규탄하기 위해 대두됐지만, 머잖아 창작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원칙으로까지 받아들여졌습니다. 매혹과 연민의 시선으로 악인과 악행을 묘사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향해 이들 작품이 악을 비호하고 합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악인의 서사 자체를 비윤리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확산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요구가 새로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한 물음은 없을까요? 지금껏 악인의 서사에 관한 논쟁은 소셜미디어(트위터)를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분량 제한(140자)과 휘발성이 강한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상호간의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논의를 낳는 데까지는 충분히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악인의 서사』는 악인의 서사에 관한 논쟁의 무대를 단행본 지면으로 옮겼습니다. 소설가 겸 영화 평론가 듀나, 문학 평론가 겸 편집자 박혜진, 문학 평론가 전승민, 미스테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용언, 영화 평론가 강덕구, 영문학 연구자 전자영, 번역가 최리외, 웹소설 작가 겸 연구자 이융희, 비평가 윤아랑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찰 넘치는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는 저자 아홉 명이 참여해, 창작 서사에서 악을 재현하는 문제를 두고 저마다 시의적이고도 다채로운 논점을 제기합니다.


특히 숱한 오해와 모호한 주장으로 점철된 기존 논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악인의 서사』에는 모든 저자가 (140자의 100배에 해당하는) 14,000자 분량의 글을 쓰고 실었습니다. 일찍이 수많은 문학 작품을 비롯한 창작 서사는 인간의 복합성과 양가성, 도덕적 회색지대와 윤리적 딜레마 등을 추체험하는 장소로 기능해왔습니다. 창작 서사의 이런 입체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명령만으로 특정 작품의 재현 윤리를 온전히 가늠하기란 무리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악의 서사와 재현의 문제를 엄밀히 논하려면 적어도 이 한 줄짜리 문장에 멈추기보다 이로부터 상세하고 정연한 고찰을 시작해야 합니다.

 

 

K-드라마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세계 문학 고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작품과 장르의 사례로 들여다본 창작물 속 악인의 서사

 

『악인의 서사』에 수록된 많은 글들은 실제 작품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악인의 서사라는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고찰해보도록 유도합니다. 기존에 악인의 서사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지극히 일반론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창작자의 윤리 법칙을 논하거나 실제 범죄를 넘어 허구의 창작물에서까지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는 게 옳으냐는 물음을 중심으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악인의 서사』는 지금껏 추상적 차원에서 되풀이된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온갖 시대, 장르, 매체를 아우르는 유명 작품 속 악인의 사례를 소환해, 창작물에서 악인 또는 악이 어떤 효과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데 주된 초점을 맞춥니다.


아홉 명의 저자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과 인물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넘나듭니다. 스펙트럼의 한쪽에는 주로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널리 알려지고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tvN의 「작은 아씨들」 같은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힘을 숨김』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웹소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어벤저스」 「블랙 팬서」 「변호사 쉬헐크」 등)와 DC 코믹스(『왓치맨』,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로 더욱 널리 알려진 범죄 스릴러(『양들의 침묵』 『리플리』 『미저리』 등), 또 해리 포터 시리즈, 「베터 콜 사울」, 수정주의 서부 영화 등 오랜 세월 동안 막대한 팬층을 형성해온 시리즈와 장르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 밖에도 『완전한 행복』(정유정) 『재수사』(장강명) 『제2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처럼 지극히 최근에 발표돼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 소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H마트에서 울다』 같은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스펙트럼의 정반대편에는 셰익스피어, 『레 미제라블』 『죄와 벌』 『제인 에어』 등 일찍이 정전의 자리를 꿰찬 세계 문학 고전이 자리합니다. 이렇듯 실로 다종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논의는 악인의 서사에 관해 한결 심화된 이해와 입체적 고민을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역사를 넘나드는 수많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각 장르에 대한 배경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인의 서사』는 그 자체로 교양서로서의 면모 또한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각 원고 말미에는 저자들이 논의한 작품에 관한 정보를 목록으로 정리해 실었습니다. 책에는 국내에 잘 알려진 창작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워낙 다방면의 논의가 다뤄지는 만큼 독자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새롭게 접하게 되는 작품도 있을 것입니다. 또 『악인의 서사』를 읽은 뒤 각 저자들이 언급한 작품들을 직접 찾아 감상하며 고민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보길 희망하는 독자들도 존재할 텐데, 각 작품의 매체·장르, 창작자·출연자, 제작사·출판사, 발표 연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파생적 감상 및 독서가 한층 수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취소 문화, 정치적 올바름, 해시태그 운동, 피해자 중심주의,

그리고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보편화된 시대

불매, 분서갱유, 단죄로 종결되지 않는 심층적 감상 문화를 위한 제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그토록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된 배경에는 오늘날 소위 ‘취소 문화’라 일컬어지는 문화적 풍토 등이 직간접적으로 뒤얽혀 있습니다. 근년에는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본격화되면서 ‘윤리적이지 않은’ 작품을 들추어 불매를 유도하는 것이 창작물에 대한 대중적 수용의 방식으로서 어엿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창작자 개인이 아니라 창작물 자체가 윤리적 검증의 대상이 될 때, 작품의 어떤 요소를 근거로 윤리와 비윤리의 구분할지 우리는 충분히 섬세하고 소상하게 살피고 있을까요?


『악인의 서사』에는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라는 단호한 요구에 깔린 집단 정서에 관한 논의도 부분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특정한 창작물을 단죄의 대상으로 지목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작품의 면면을 얼마나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보고 있을까요? 『악인의 서사』는 창작물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악인의 서사를 불매와 분서갱유의 구실로 섣불리 고착시키기보다 이 문제를 차근히 숙고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긴요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악인의 서사』가 기꺼이 임시방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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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7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 글쓴이: 박현경(화가)

 

“……그러게 선생님이 잘 다독여 주셨어야죠!……”

A 학생 어머니의 날 선 말들이 빠르게 이어졌다. 대답할 겨를을 찾기 어려웠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심장이 쿵덕거렸다. 금요일 퇴근 무렵이었다. 그 주말 내내 A네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웃으며 A를 마주하는 데 참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취약하던 시기였다.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뿌리 깊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흉부에 원인 모를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고, 아무 때나 눈물이 주룩 흐르곤 했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엔 그냥 확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버릴까 하는 충동마저 느끼던 때였다. A네 어머니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몰랐을 것이다. 나랑 얼굴을 마주한 적조차 없었으니까.

 

B 학생의 어머니는 유독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으셨고, 문자에도 전혀 답이 없으셨다. 당시 나는 늘 마음이 바빴고, 그런 와중에 B의 진학과 관련해서 혹은 B의 결석이나 조퇴와 관련해서 보호자와 연락할 일이 꽤 많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연락이 안 되니 짜증스러웠다. 아마도 그 짜증스러움이 내가 B에게 하는 말들에 묻어났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B는 언제나 나에게 공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성인이 되어 나를 찾아온 B는 털어놓았다. 그 무렵 어머니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계셨노라고. 어떤 연락도 받기 힘든 상황이었노라고. 나는 B의 어머니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무렵 B네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찍힌 여러 통의 부재중전화와 이어서 도착한 안내 문자 메시지는 그분께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졌을까.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C 씨는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년 차 여교사였던 C 씨는 학부모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들로 힘들어했고, 동료 교사에게 ‘학급 운영을 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10배 더 힘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C 씨의 사촌오빠에 따르면 C 씨의 일기장에는 ‘너무 힘들고 괴롭고 너무 지칠 대로 지쳐 있다’는 내용과 ‘갑질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7월 21일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전국에는 C 교사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으며, C 교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원인을 추측하거나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진상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지만, 나는 그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가만가만 생각해 본다. C 교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의 동료들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생각해 보면, C 교사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한 학부모는 C 교사의 마음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고 한 행동이라고 해서 덜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부 교원 단체는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사들이 힘드니 학생 인권을 제한하자는 논리는 다시 말하면 ‘내가 힘드니 나 대신 너를 힘들게 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는 내가 이기면 네가 지고 내가 지면 네가 이기는 파워 게임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문제의 원인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상처 주기 쉽게 만드는 ‘구조’와 그런 구조 속에서 유난히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 이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구조’를 꼼꼼히 살피고 고쳐야 한다. 이를테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의 개인 핸드폰 번호 노출 금지를 제도화하고, 근무 시간 이외에는 교사에게 연락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앞서 기술한 나의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일 수 있는지 모른 채 어떤 이는 나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나는 누군가를 짜증스러워했다. 그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황들이었나. 우리는 정말로 서로를 ‘잘’ 대해야 한다. 서로가 마치 얇은 유리잔인 것처럼, 조심해서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연약하다. 부서지기 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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