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3분 이상 사용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직원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거나, 휴게실이 없어 사람을 화장실에서 쉬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화장실이 없거나…… 이것을 야만이 아닌 다른 어떤 단어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용’은 진-한나라, ‘독수리’는 로마다. 비슷한 시기 출현해 이후 각각 동양과 서양의 모습을 상당 부분 규정한 두 제국은 비슷한 듯 달랐다. 그 닮은 부분에 대해서는 혹시 역사의 일반 법칙이 여기에 숨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유가와 한나라를 비판하고 법가와 진나라를 높이 평가하는 저자의 관점도 흥미롭다.
사랑스러운 문장.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갖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갖느냐고? 일단 글을 쓰면 된다. 왜냐면 쓰는 행위는 바로 생각하는 행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쓰기는 곧 생각하기이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은 생각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을 만드는 훈련이다.
p.27
책에 독후감, 서평, 비평을 비교해 놓았는데 여태 내가 쓰고 있던 건 독후감이었던 사실을 알았다. 읽는 데서 끝내지 말고 뭐라도 적어 놓자는 다짐을 또 하게 된다.
혼밥을 자주하는 편인데 나같은 혼밥러들이 신경쓰는 것은 남의 시선보다는식당의 회전율이다. 그래서 4인 좌석만 있는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식당 입장에서는 점심 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2,3시 넘어 한적할 때 점심을 먹은 적도 많은데 요즘은 식당들이 대부분 브레이크 타임을 운영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고...
이 곳은 9,500원 런치세트를 혼자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맘이 편했다. 커리는 좀 달긴 했지만 사실 그래서 더 맛있었다.
샘터 (230825~230826)
❝ 별점: ★★★☆
❝ 한줄평: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들
❝ 키워드: #샘터동화상 #초등동화 #샘터어린이문고 #특등이피었습니다 #리광명을만나다 #연두색마음
❝ 추천: 힘듦과 슬픔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희망을 얻고 싶은 사람
🌿 첫 문장: 올해는 이상하게 마당에 핀 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p.9)
강난희, 「특등이 피었습니다」
📝 (23/08/25)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준이. 남들은 ‘툭등’이라고 부르지만, 준이는 ‘따뜻하고 포근해서 둥글둥글한 할아버지의 등’을 ‘특별한 사랑의 등’이라 말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 "할아버지는 '툭등’이 아니라 '특등'이에요. 제게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사랑의 등‘이에요.” (p.15)
할아버지는 열매가 많이 열리기 위해서는 ‘회복’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해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 "준아, 해거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꽃을 더 떨어뜨리고, 달려 있던 감도 더 떨어뜨리면서 다음 해를 준비하는 거지. (...)" (p.21)
할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가시게 되자 준이는 할아버지는 지금 해거리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며 할아버지와 둘만의 암호인 자전거 종소리를 계속해서 울리며 할아버지에게 힘을 보내는 듯하다. 함박눈이, 감꽃 향기가 퍼져 나가는 것처럼, ‘툭등 할아버지’가 아닌 신건수 할아버지의 병실까지 자전거 종소리가 울려 퍼지길, 그래서 해거리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다시 돌아오시길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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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혜영, 「리광명을 만나다」
📝 (23/08/26)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던 찰나 몽골인 아버지의 북한 무료 의료 진료를 따라가게 된 아이, 초록이. 미술 대회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엄마와 미술 선생님 때문에 미술을 그만두겠다고는 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듯하다. 초록이 아버지 덕에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어머니를 둔 광명이도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다.
🖋️ "저기, 구름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네."
"아니디. 구름은 바람 따라 움직이는 거디. 그림도 마찬가지고. 마음 따라 기케 붓이 움직이는 거디." (p.62-63)
아끼던 영국산 핸드메이드 물감을 잃어버렸지만, 구름이 바람을 따라 움직이듯, 마음을 따라 그림을 그리겠다는 초록. 초록이 앞으로 그려 나갈 그림이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
🖋️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는 거라면, 물감이 없어진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새롭게 쓸 이야기가 생겨서일까. 갑자기 가슴이 도근거린다. 저 멀리서 줄렁이던 파도가 하얗게 부서졌다 다시 일어났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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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하, 「연두색 마음」 🌿
📝 (23/08/26) 공장에서 만들어져,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 깨어나게 되어 있는 로봇들. 그중 하나인 연두가 눈을 뜨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의 손자가 되어 건강과 감정을 살피고, 집안일을 돕는 것이 연두의 임무. 하지만 할머니는 연두를 진짜 손자처럼 대해주시며 방도 마련해 주시고 정성을 다해 연두를 돌보신다.
🖋️ 나는 웃음을 통해 전해지는 할머니의 행복한 마음을 입력하고 배웠다. 행복을 배우면 나도 행복해졌다. 새로운 마음을 배울 때마다 내 마음이 점점 자라는 것 같았다. (p.76)
새로운 것을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도록 자동 업그레이드되는 최신 로봇인 연두는 할머니를 통해 행복과 새로운 마음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호야라는 개를 통해 할머니를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친밀감‘과는 또 다른 감정인 ‘이상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아니어도 행복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혹여나 쓸모없어진 자신을 반품할까 봐 슬프고 두려워진 연두는 스스로 전원을 내리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찾고 걱정하는 할머니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 할머니는 나를 와락 안았다. 안심과 기쁨이 할머니의 감정이었다. 좋은 감정인데 눈물을 흘리며 우셨다. 눈물은 슬플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기쁠 때도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93)
언젠가 정말로 도래할 수도 있을 미래. 연두가 새로운 마음을 배워가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잊고 지내는 감정들이 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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