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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읽고...

[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 1회차 작성글



장강명 작가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읽고...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6317.html


“일종의 저항권 행사라고 봐야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잖니. 그렇다면 학생들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하는데 이 나라가 올해는 그걸 학생이 얼마나 성격이 꼼꼼한지, 담이 큰지로 평가하겠다고 하는 거야. 이게 말이 되니? 아빠는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지 않겠다는 올해 시험 방향이 문제라고 생각해. 이 약을 먹는 건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고.”


- 글 중에서, 부모의 한마디 수집 -




자유로운 감상평:


과연 사람이 계획대로 모든 뜻을 이룰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살짝 메모해본다. 오늘의 할 일을...

날나리 기독교인인 오늘도, 정통이라 외치는 교회는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설교를 들으며 누군가 예수님에 묻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한 구절 떠올린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나의 어린 시절은, 청담동과 대치동 한 복판에서 하이라이트가 이루어졌다. 탄생과 입시를 보낸 그곳이 떠오르게 만드는 오늘의 미니픽션을 읽으며, 다른 동네로 잠시 떠났다 돌아왔던 강남바닥에서 느꼈던 미래에 대한 욕망으로 점철된 친구들의 학원/과외 선행인생... 이상하게도 우리 부모님은 소위 방과후 종일 시간을 보내는 보습학원에 보내주지 않았다. 뭐, 어렸을 때 여러번 간절히 소망했던 미미의 집도 안사주신 분들이라 그런가보다 했으나, 그 질긴 구몬학습지는 안하고 싶다고 징징 거려도 계속 시키시고, 피아노 1:1 레슨도 너무 하기 싫은데 체르니 40번까지는 쳐야 한다며 이상한 교육관을 지금에서야 회상해본다. 그리고 미술학원에 가겠다고 하면, 언제나 프리패스였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종이와 크레용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도 혼자 잘놀아서였던가보다.


뭐, 그렇게 공부를 평소에 욕심내지는 않았지만, 시험때는 바짝해서 평균 85~93점 사이에 만족하며, 한창 꾸미고 동네 남학교 동급생들과 친한 친구들이 부러웠던, 단발머리 중학생이 되어서는... 요상한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특목고 교복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ㅎㅎ 여학생도 바지 입을 수 있게 한 약간 누런 바지에 단정해보이는 브이넥 하얀 스웨터 조끼가 부러웠나? 공부로는 승산이 보이지 않아 가끔 사생대회 나가면 입선이라도 해오는 미술로 예고 예쁜 교복을 입어보자!!!가 컸던거 같기도 하고... 중학교 때 화실친구들이 예고 입시를 목표로 가야한다며 힙한 일본가수에 빠져 헤드셋 끼고 미친듯이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모습이 재밌었을까? 어쨌든 입시를 코앞에 두고야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겠다고 몰입하기를, 중3, 고3, 딱 2해만 열심해 해보았다.


그 때도, 나 나름대로 돈이 좀 아까웠던지... (물론, 전체 숲을 보지 못해 철이 없어 학비 비싼 사립예고간다고 했으니...) 고등학교때는 IMF의 이유로... 요리조리 정보탐색에 열올렸던 내가 참 기특하기도 하고, 묵묵히 받쳐준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나는 대치동 키즈였지만, 명문고나 명문대를 강요받지는 않은.. 어쩌면 사회가 말하는 강남좌파와 성향이 일부 겹치는 가정에서 태어난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은 정치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경제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같이 바보상자를 통해 가끔 뉴스나 드라마 보며 한마디만 하는 정도였고, 토론은 없었던... 조용한 집이긴 했다. 주말에는 친척집에 시끌벅적 모여 꽤 많은 친척들과 어울려 놀았지만, 우리가 다시 강남으로 이사오면서 사이도 조금은 멀어졌던거 같았다.


어찌됬든, 입시의 결과는 성공적이긴 했는데, 그저그런 무명에서 (수능모의고사 점수로) 일약 교내라이징 학생이 되어보기도 하고, (아무도 안시켰는데) 쉬는 시간에 떠느는 동기들에게 입시공부해야 하니 조용하자고 까칠하게 말해보기도 하고, 그냥 누가 뭘 하라고 안해도 스스로 찾아다니고, 필요한 건 엄마에게 부탁하는 이상한 자주적인 고3이었던듯 하다. 담임쌤, 실기쌤은 내가 당차보였는지 결과나올때까지 나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으시고, 가끔 칭찬해주시긴 했다.


그렇지만 내가 놓친건 친구들이었던거 싶다. 그런 페이스가 대학교 입학에 이어지며, 이제는 기술쌓기, 취업을 위한 정보쌓기에 들어갔고, 끊임없이 알바와 프리랜서 일을 했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나는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이 할까? 공부와 명문대가 우리 가정의 IMF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창구라고 생각은 하고 똑같이는 할 것 같지만, 내 자녀에게는 사교육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는 비록 토탈 20개월만 사교육에 30% 정도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회명예를 취득했지만, 부모의 자율적인 지원과 나 스스로의 결정 70%가 지금까지의 고난을 버티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사랑과 인내, 힘이라고 생각했던것도 잠시... 2015년 기후위기로, 우리의, 아니, 지구의 일상이 2030년까지도 위태위태하다는 (미디어는 말하지 않는) 극단적인 최전방 극지 연구원들의 실질적인 수집 데이터와 예측 그래프를 바라보며, 무기력함으로 몇 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100% 신앙에 의지하여, 아래 말씀에 의지해 세상을 바라보고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사도바울도 로마 명문가 자제였거늘, 이렇게 고백한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고린도전서 1장 26~27)"


나에게 주어지는 아이들은... 사자와 같은 담대한 마음, 다른 이를 위해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 온유함으로 길러내어, 사교육 따위는 그 마음에 들여놓지 않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 부모가 직접 가르치고, 직접 가르치기 힘들면, 스스로 도움을 구하는 수치와 체면은 따지지 않는 너그러운 아이들로 자라는 것, 그것 하나만 중요한, 우리 가정만의 "사적교육"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다.


미안하지만, SKY 간판이 밥 못 먹여주는 세상이 곧 올것만 같다.

이미 일부에서는 시작이 되었는지도!!!



김해민 (필명 나무영이라는 이름으로, 당근해서 결혼했어요!라는 독립출판물을 쓰고 에세이픽션계에 데뷔?해보았습니다.)

- 20여년전 물수능 당사자였던 치열했던 강남8학군 특목고 출신의 명문대 진학자 입장으로... 또 인생이 정반대로 바뀌어 우리 자녀들은 절대로 사교육은 시키지 않겠다고 오늘도 다짐하는 예비부모로... 슬프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는 감상평 남겨보았습니다. ^^





장강명 작가님의 질문에 응답:


1. 지금도 수능 시험일에 상당수 수험생들이 우황청심환을 복용합니다.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를 마시고 시험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실수를 덜 저지르지 않게 해주는 ‘집중력 강화제’가 있다면 자신이 중요한 국가시험을 치르거나 자녀가 수능시험을 치를 때 약을 권하시겠습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체 아프지 않은데, 약이 왜 필요하지요? ㅠㅠ


그냥 그동안의 성실도를 학생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결과 측정이 제일 중요한 "수학능력시험", 어디가서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뭘까 시험의 정의대로 하면 되겠지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지각해서 못 보면, 그 또한 내 자녀의 책임이지요.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대신살아줄 수 없으니까요... 대학은 필수가 아니기도 하구요.




2. 소년의 아버지가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오늘 고사장에 들어가는 수십만 명 중에는 너처럼 과외식 특강을 받으며 준비한 아이도 있고, 학원비가 없어서 학교 수업만 받아야 했던 아이도 있어.” 그러면서 아버지는 “공정한 경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지요. 이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동의하지 않아요.

뭐, 그럼 다른 부분에서 모자란게 있는 인생 전체로보면 결국 공평하고, 그 순간 공정하지 못하다 느끼는 거지, 결국 주어진 시간에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기이지요.


돈 많아도... 뭐가 그렇게 공허한지... 중독과 범죄 안저지르는 아이들이 없는게 아니고, 또 잘 지내보여도 갑자기 슬픈 선택을 하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요. 어쩌면 오늘 이 순간에도 웃으며 고난을 즐기며 지나는 그 사람이 가장 성공한 자가 아닐런지요!!!





3. 소설 마지막에서 소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부를 속이고 자신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속이는 기만의 연쇄’를 고민합니다. 한국 공교육과 사교육 부문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인데 다들 말이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기만을 느끼신 적이 있습니까? 교육 개혁 방안이든, 입시 전략이든 어떤 내용이든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 느끼지 않나요? TV나 책, 교과서에서 배운 "선한, 원칙"들 대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아 괴리감을 느끼고, 스스로 살짝 넘어가는 그 위선도 느끼므로.. 가끔은 허용하거나 소리치지 못하는 쫄보의 행동을 대부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녀를 위한 세상을 꿈꾼다하니, 부서짐과 수치 앞에도 올바른 소리를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해야겠다는, 이상한 용기가 생기내요. 나의 위선과 기만을 끊어보려구요. 부모들의 솔직함과 정직함을 응원합니다! 불끈!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11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 글쓴이: 박현경(화가)


나는 겁쟁이다. 어릴 때부터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유난히 많았다. 요즘도 하루에 수백 번 ‘하느님,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려워요.’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몇 년 전부터는 공황장애도 생겼다. 차를 20분 이상 타려면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도 나는 두렵다. 이 글을 완성하지 못할까 봐.


이렇게 두려움이 많은 나지만 돌이켜보면 대담한 행동을 한 일이 몇 번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2013년 2월, 나는 보은에 있는 카르투시오 수도원 입회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고 이미 수련장 수녀님의 지도하에 수도원 생활 체험까지도 마친 상태였으며 몇 월 며칠에 짐 싸서 들어오면 된다는 말씀까지 들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돌다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꼭 두드려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세상’에서 살아갈지 수도원에서 살아갈지 마지막 타진이 필요했다. 그래서 1년간 나 자신에게 유예기간을 주기로 하고 2013학년도 동안 고3 담임을 한 뒤 2014년 1월 프랑스로 떠났다. 보은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모원(母院)인 프랑스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총원장 수녀님께 면담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아비뇽까지 가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새벽 시외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어느 시골 정류장에 내렸다. 거기까지 나를 픽업하러 오신 아주머니의 차로 수도원에 갔고 수도원 응접실에서 연세 지긋하신 총원장 수녀님을 만났다. 한 시간여의 대화 끝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깨달은 상태였다. 이 면담 덕분에 나는 ‘세상’에 남았다. 세상 속에 용감히 뛰어들어 살아가며 할 일이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총원장 수녀님은 당신을 만나겠다는 나의 요청이 ‘대담했다’고 평하셨다. 


2022년 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몇몇 갤러리들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 소개와 함께 2023년 1월에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그 중 답신이 온 곳과 계약을 맺었다. 2022년 5월에는 파리의 벨빌(Belleville)에 있는 공공 성격이 강한 갤러리에 전시 계획서를 제출했고 곧 전시 승인을 받아 계약을 했다. 그렇게 해서 2023년 1월부터 2월까지 파리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치렀다. 더 넓은 세상에 내 그림을 선보이고 그곳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준비하고 실행한 일이었다. 어떻게 파리까지 가서 전시를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제가 뚫었어요.” 그렇다. 대담하게도 내가 그냥 뚫은 길이었다. 내년 2월에도 나는 내가 뚫은 길을 따라 파리에서 전시를 할 계획이다.


2023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교육부는 ‘파면, 해임, 형사고발’ 운운하며 교사들을 겁박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종시 교육부 앞 집회 준비팀에 참여해 언론 담당 역할을 맡았다.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소통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는 내가 작성한 성명문이 낭독되었다. 참여하는 모든 순간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되었지만 신기하게 솟아나는 차분함이 있었다. 한겨울 새벽 공기처럼 맑고 차가운 느낌.


9월 16일 국회 앞 집회 준비팀에도 참여했다. 집회 당일 3만여 명 앞에서 20분 동안 발언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현재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변화가 생겼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 힘을 모아야 할지에 대해 정리하는 발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 높은 무대 위에 서니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머리와 가슴은 차분했다. 하고자 했던 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또박또박 전달했다. 


지난 11월 17일에는 전교조 충북지부 음성지회장과 전국대의원 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 이 도전을 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 후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잃을 것이 없다.’였다. 활발한 소통과 기민한 대응으로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가 있고, 그 포부를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도 있으니, 도전하자. 부딪쳐 보자. 이 도전을 두고 언제 망설였었나 싶게 어느새 착착 선거 운동을 해 나가고 있는 나.


나는 겁쟁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느님,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려워요.’ 그러면서도 손가락으로는 또그닥또그닥 침착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유난히 많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용기가 있다. 맑고 차가운 용기가 있다. 그 용기가 뚫어 주는 길을 따라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침착히 걸어갈 것이다. 오늘도 한 발 또 한 발 내딛으며 묻는다.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54







23-057 | 이유리 외 4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북스 (e-book, 231031~231118)


❝ 별점: ★★★★☆

❝ 한줄평: 사랑의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다섯 편

❝ 키워드: 사랑, 감정 전이 | 죄책감, 멸망 | 인간, 기계 | 생존, 종말 | 죽음, 마음

❝ 추천: 자이언트북스가 고른 ‘마음을 사로잡는’ 다섯 편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손닿고 싶은 모든 마음의 이름, 사랑 ❞

/ 출판사 서평


📝 (23/11/20)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된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이언트 픽의 첫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다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로 ‘자이언트북스가 Pick한 이야기들’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꼭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고 싶어졌다. 이유리, 김초엽,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들은 역시 좋았고,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의 작품 또한 각자의 매력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김겨울 작가의 발문에서 ‘다섯 작가의 작품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p.281)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 앤솔러지였다.


  이번 독서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남았던 작품은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었다.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는 안드로이드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랑과 나의 사막』이 떠오르기도 했고, 인간의 몸이 아닌, ‘한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성장과 변형의 흔적이 고스란히 뼈에 남는다는 점을 오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미와 나눴던 대화처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껏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건물을 나서는 로비스의 마음 또한 오래 헤아려보았다. 인간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장의사 안드로이드. 폐기가 확정되어 전원이 꺼지기 직전, 로비스는 죽음에 관해 깨닫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담은 이 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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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 감정 또한 나의 것이니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


| 그건 아직도 이렇게 예쁜 색깔이구나. 이토록 고통스러운데도 이토록 아름답구나. 컵 속의 분홍색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김서해, 「폴터가이스트」

: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기꺼이 함께 그 사이로 뛰어들 수 있다면


|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암호 같은 소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내가 갈망하는 것을 정확히 안다는 것


|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


설재인, 「미림 한 스푼」

: 종말이 다가온다 해도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마음


| 그러나 하늘에서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주인공은 그런 고민을 해서는 안 됐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 상대의 시야 안에 온전히 자신만을 위하는 어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이 담길 수 있도록 초현실적인 힘을 불러내야만 했다.


———······———


천선란, 「뼈의 기록」 ⛤⛤

: 망자를 염하며 인간의 죽음을 헤아리는 장의사 안드로이드의 마음이 행한 일


|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


| 어쩌면 우정도 환대도 헤아림도 이들의 마음을 가리키는 데에는 부족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사랑’ 말고는, 대체할 단어가 없을 것이다.

/ 발문 | 김겨울, 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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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하층민들이 생각하는 사회는 위험한 곳이다. 어린 시절부터 직장 전체에서 전반적으로 강한 규칙, 엄한 처벌, 많은 감시, 적은 선택지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 더 빡빡하고 용인되는 행동의 폭이 좁았다. 그리고 사회가 더 빡빡해지기를 바라는 비율도 높다. 그래서 자식들도 엄하게 처벌한다. 집안의 규율을 자기 직장에서 그랬듯이 엄격히 잘 지켜주기를 바란다. 부정적인 일에 엄하게 처벌을 한다. 고졸이하 학력자가 대졸이상 학력자에 비해 체벌 비율이 3배높았다. 반면 상류층은 널널하다. 느슨하다. 실패해도 생존에 위협이 없다. 그러므로 느슨한 세계관과 규범을 갖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겨도 안전망이 있으므로 자식에게도 탐험하라고, 모험하라고 부추긴다. 사회적 압력에 저항하고 리버럴하다.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비율이 높은 이유로도 설명한다. 예의범절도 잘 지키지 않고, 소소한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는 비율도 높다. 주사위를 던져 큰 숫자가 나올수록 돈을 더 받는다고 하자, 거짓말로 보고하는 비율이 상위계층이 더 많았다. 이들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기를 더 좋아한다. 5개의 펜을 놓고 4개는 빨강, 1개는 파란색인데, 어느 색 펜을 고를지 보는 실험에서 하류계층은 다수색을 고르는 비율이 72%, 상류계층은 44%에 불과했다.
하층민
하층민
더 플래시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부르던 김동건 아나운서의 가요무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온갖 으르신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노래들로 채워진 무대. DC를 좋아했던 혹은 사랑했던 소비자의 온갖 노스텔지어를 꾹꾹 담아 영화로 만들었는데 아 내가 이런 마케팅 포인트에 낚인 거구나 싶은 감각이 매순간 들고 있다. 팀버튼 시절의 배트맨은 제법 사랑했던 거 같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불러내지는 걸 바라진 않았던 거 같다. 엔딩 타이틀이 지나고 쿠키 영상이 끝나면 묘하게 참담해짐.

플래시 : 세상에서 제일 빠른 남자
플래시 : 세상에서 제일 빠른 남자
804. 크렘린의 마법사 (줄리아노 다 엠폴리)

흑마법 같은 소설. 사악한 이야기를 터무니없이 우아하게, 고혹적으로 들려준다. 어디까지 ‘진짜’인가, 이 궤변을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 이런 묘사가 괜찮은가, 같은 생각들을 잊고 문장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푸틴이나 국제 정치, 고발 문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도 ‘예상하시는 그런 이야기 아니니 읽어보세요’ 하고 권하고 싶다.

크렘린의 마법사
크렘린의 마법사
803.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원작 단편소설이 나쁘지는 않지만, 2003년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비하면 깊이도 아름다움도 한참 못 미친다. 애서가들 중에는 ‘아무리 영화가 훌륭해도 원작 소설의 감흥을 넘지 못한다’ 같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 사례로 반박하곤 한다. 그와 별개로 나는 「사랑의 관」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모와 조카의 연애 이야기인데 등장인물들이 근친상간에 거부감이 없다. 죄의식은커녕 별 고민도 하지 않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아메리칸 드림은 경제 성장, 개인의 부, 독립을 중시하지만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상호 의존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아메리칸 드림이 근로 윤리를 높이 사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여가 활동과 "심오한 놀이deep play"를 선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종교 전통 및 굳건한 신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철저히 종교와 분리되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동화주의를 표방한다. 미국인들은 이전의 문화 관계를 탈피하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자주적 행위자free agent'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러피언 드림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다문화 세계를 수용하는 데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애국주의에 집착하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세계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미국인들은 중요한 국익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연 세계 어디든 병력을 파견하려 한다. 유럽인들은 군사력 사용을 꺼리며, 주로 외교와 경제 원조를 통해 분쟁을 피하려 하고, 치안 확립보다는 평화 유지 작전을 선호한다. 미국인들은 대개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에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서부터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까지 매우 다양한 부류가 뒤섞여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철저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복리에 관심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러피언 드림은 포괄직이고 총체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복리를 좀더 중시하게 된다. ㅡ page 24~25


 아메리칸 드림이 그토록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욕구 두 가지, 즉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구원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현세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 자기 개선, 자립이 필요하고 내세의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신앙심을 가져야 했다. 그 이전에는 현세와 내세 양쪽 세계의 최선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꿈이 없었다. 

 지금 미국인들의 신앙은 여전히 강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두 번째 요소는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젊은 미국인들은 「미국 독립 선언문」에서 제퍼슨이 말한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양도 불가의 권리를 가졌다"에서 '추구할'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얻을'이라는 용어를 끼워 넣은 듯하다. 프랭클린은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끊임없는 근면을 훈계했다. "한가하면 나쁜 일을 도모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제때 한 바느질 한 번이 아홉 땀을 절약해 준다." 등 자제와 근면의 미덕을 강조한 프랭클린의 격언들은 지금은 거의 다 잊혀졌다. 아메리칸 드림은 전력투구하고 융통성을 살리고 자립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는 개념을 기초로 했다. 프랭클린의 격언은 계몽 운동의 실용주의와 칼뱅주의의 종교 전통을 한데 묶은 단일 동아줄이 해어지면서 남은 마지막 가느다란 실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 두 가지가 어우러진 것을 "청교도적 근로 윤리"라고 불렀다. 지금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근로 윤리를 무시하고 있다. 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신앙과 근면보다는 운과 뻔뻔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ㅡ page 40~41


 아메리칸 드림이 기독교 종말론과 계몽 운동의 실용주의 및 합리적 행동을 아우른 고매한 이상에서 격하되어 한낱 요행을 바라는 형편없는 꿈으로 전락한 것인가?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이미 그 대답은 "예스"이며 그런 미국인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ㅡ page 43


 사회 비평가들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실제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아메리칸 백일몽American daydream" 이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은 기독교 신앙과 미래를 위한 근면과 희생에 대한 믿음이 합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 요소들을 대체하고 있는 합법적 도박, TV 리얼리티 쇼 등은 공상 및 환상을 바탕으로 한다. 사회 비평가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비만해지고 게을러져 허구한 날 가만히 앉아 성공을 바라면서도 스스로 무엇인가 이뤄 내는 데 필요한 개인적 헌신 등 "정당한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다. ㅡ page 46


 미국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서 개인의 노력을 권장하는 반면 그런 일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을 많이 해서 부자가 되고,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 가난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빈곤 탈피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ㅡ page 62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이 개인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보장해 주느냐는 문제에 있어서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처음부터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회적 지원이 거의 없이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했다. 반면 유럽인들은 치열한 적자생존의 시장에서 균형을 잡는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뒤쳐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불운한 사람들을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ㅡ page 79


 고(故)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한 국가의 경제 복지 측정에 GDP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떤 맹점이 있는지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케네디는 GNP(국민총생산)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GDP와 같은 개념으로 간주된다. 둘 다 한 나라의 경제 활동 결과를 좀합적으로 보여 주는 경제 지표다. 다른 점은 GDP가 일정 기간에 한 나라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계를, GNP는 영토에 관계없이 한 나라의 인력이나 자본 등 생산 요소들이 일정 기간에 생산해 낸 부가가치의 합계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GNP에는 대기 오염과 담배 광고, 고속도로에서 사상자를 지우는 앰뷸런스가 포항된다. 또 일반 가정에 침범하거나 교도소를탈출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특수 자물쇠를 설치하는 것도 포함된다. GNP는 아메리카 삼나무 숲의 파괴와 수피리어 호의 죽음을 포함한다. 네이퍔탄, 미사일, 핵탄두를 생산하연 GNP는 늘어난다. •••••••• 그러나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시의 아름다움이나 건전한 결혼관, 공론의 수준, 관리들의 청렴성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 결론적으로 말해 GNP는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하지만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제외된다.

ㅡ page 100


 역사가들은 거의 언급싸지 않지만 아메리칸 드림이란 유럽 역사에서 얼어붙어 있다가 18세기 미국의 해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있는 한순간의 사상을 대변한다. 미국 독립전쟁은 쇠퇴해 가던 종교 개혁이 계몽주의의 새로운 힘에 마지막으로 기세를 올리던 바로 그 시기에 일어났다. 유럽은 대부분 지역이 궁극적으로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를 한데 아울러 "민주 사회주의"로 포장한 새로운'합'을 만들어 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수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은 종교 개혁 이념과 계몽주의 전통을 둘 다 그대로 동시에 실천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독실한 신교도인 동시에 과학 탐구, 개인 재산, 시장 자본주의, 민족국가 이념을 가장 신봉하는 국민이 되었다. 완벽하게 구현된 아메리칸 드림은 중세 말에 유럽 대륙을 뒤흔들어 현대를 앞당긴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라는 이 초기 두 세력이 혼재하는 형태다. 더욱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아메리칸 드림은 대부분 유럽에서 만들어진 다음 미국 땅으로 옮겨 와 미국의 독특한 상황에 맞도록 개조된 것이다. ㅡ page 115


 르네상스 초기의 미술에 원근법이 도입되면서 인간의 공간 개념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사람'의 시선이 위쪽의 하늘에서부터 멀리의 '풍경'으로 옮아갔다. 원근법으로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사람들은 그림을 화가의 시각으로 보았고, 하나님의 은총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원근법을 통해 사람들은 주체/객체 관계의 새로운 공간 개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세상에 대한 각성'의 시발점이었다. ㅡ page 130


 시계가 없었다면 산업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계로 인해 사람들은 시간을 외부적이고, 자율적이며, 연속적이고, 정확하며, 수량으로 측정 가능하고,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런 시간 기준에 의해 움직이는 생산 및 제조 방식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자연이 신의 창조물에서 인간의 자원으로 변하고, 고리대금업 업규가 달린지고, 돈 경제의 탄생과ㅈ함께 공정가격이 시장가격으로 대체되고, 스케쥴과 시계가 도입됨으로써 유럽인들의 공간 및 시간 개념은 큰 변화를 겪었다. ㅡ page 146


 유럽인들은 종종 왜 미국인들이 살기 위해 일하기보다 일하기 위해 살까 하고 궁금해한다. 그 대답은 효율성efficiency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애착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인들은 효율성이 높을수록 더욱 하나님께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나님은 가장 효율적인 조물주다. 하나님은 시간, 노동, 에너지, 자본을 전혀 들이지 않고 그냥 명령으로 "있으라"해서 이 세상을 창조했다. 무(無)에서 하늘과 땅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시간, 노동, 에너지, 자본을 점점 적게 들여 생산성을 높이고, 그래서 나름대로의 세속적 에덴동산을 만들어 간다면 인간은 하나님의 경외로운 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효율성을 새로운 지침으로 삼고 복음주의자의 열정으로 공간과 시간의 재조정에 나섰다. 프레더릭 W. 테일러는 현대 효율성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과학적 진리" 원칙은 19세기 말 미국 산업계에 가장 먼저 채택되었고, 곧 이어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졌으며, 효율성 정신의 기초가 되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ㅡ page 150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생산적인 것을 가장 행복하게 생각하며 게으름을 도덕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유럽인들은 게으름을 탐내고 부러워한다. 그늘은 느긋하게 장미꽃 향기를 맏으려 한다. 유럽인 친구들은 내게 인생을 진짜 즐기려면 모든 욕심을 포기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냥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재산과 행복을 운명에맡길 생각이 볠로 없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행복이란 스스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논셕해서 다가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아는 유럽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의 근본적 차이로 귀결된다. 미국인들은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반면 유럽인들은 존재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미국인들에게 행복이란 개인적 성취, 물질적 성공과 결부되어 있다. 반면 유럽인들에게 행복은 서로간의 돈독한 관계 및 공동체 유대감과 결부되어 있다. 나의 유럽인 친구들은 긴밀한 대인 관계와 결속감이 형성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인간 관계와 사회 결속감은 시계나 효율성 원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ㅡ page 155


 미국인들은 겉보기에 상반되는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생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하나는 존 윈스럽이 설파한 종교적 열의와 영구 구원에 대한 믿음이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강조한 실용적 세속주의, 합리적 행동, 물질적 발전에 대한 믿음이 특징이다. 개혁신학과 계몽주의 철학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개인주의적인 국민이다. 그것은 독실한 신앙과 물질주의적 욕심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언제나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보스'라면 어떤 유형이든 싫어하며 정치인이나 유력한 사업가들에게 몸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 사실 하나님을 제외하고 어떤 높은 권위에도 도전하려고한답 미국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과도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미국적 생활방식은 유럽에서 16-18세기에 생겨나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19-20세기에 와서 과거 유럽의 온정적, 집단적 사고방식의 뿌리가 반영된 반작용의 힘에 의해 시들해진 유럽식 사고방식을 극단적으로 압축해 실천어ㅣ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세계'라는 용어는 잘못 붙여진 이름일지 모른다. 미국인들은 유럽의 과거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꿈을 계속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그 꿈은 유럽에서 생겨났지만 더 이상 유럽에서는 영향력이 없다. 유럽은 그 꿈이 생겨난 역사적 상황에서 시•공간적으로 너무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ㅡ pag 171~173


 헤겔은 인간이 '사물'에 자기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재산'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자신의 인격을 새겨 자신의 의지를 외부 세계의 사물에 덧붙임으로써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존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우주론에서는 일이란 노동의 수행이라기보다는 창조적인 자기 표현이며, 일을 함으로써 얻는 결과물은 일하는 사람이 이 세계를 수용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사물에 불어낳는 과정이다. 헤겔은 이렇게 적었다.


 인격이란 자기 실현화를 위해 투쟁한답 다시 말해 외부 세계른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외부 세계를 자신의 인격으로 만들려면 재산 제도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소유한 사물 속에 그의 인격이 늘 존재한다면 재산은 개인 인격의 연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가 소유한 사물을 통해 그의 인격을 알고, 또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헤겔은 재산을 욕구 충족의 수단 이상으로 간주했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살펴보면 재산은 개인의 자유의 표현이다. 사람은 재산을 확보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인격을 확장하고,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넓혀 간다.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넓히는 것이다.

 헤겔의 마음 속에서는 재선과 인간성이 거의 동격이답 각각이 서로의ㅈ표현이기 때문이다. 헤겔이 재산의 인격론을 주창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나서 미국의 심리학자 월리엄 제임스는 "주관의 객관화"에 익숙한 세대가 쉽게 이해한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이론을 보강했다. 제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한 사람이 나라고 부르는 것과 나의 것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기는 어렵다. 우리가 자기 소유물에 대해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느끼고 행동하는 것과 거의 같다. 우리의 명성, 우리의 자녀, 우리가 하는 일은 몸만큼이나 소중하며, 그것이 공격받으면 우리 몸이 공격받는 것과 똑같이 느끼고 그에 대해 반격한다. ••••••• 고래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자신이 소유하는 모든 것의 총체라고 생각해 왔다. 거기에는 자신의 몸과 정신력프뿐만 아니라 옷과 집, 아내와 자녀, 조상과 친구, 명성과 업적, 땅과 집, 요트와 은행 구좌도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이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똑같은 감정을 일으킨다.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그 모든 것이 불어나면 의기양양하지고..줄어들면 넉담한다. ••••• 우리가 소유물에 대해서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과 늘 한 몸천섬 지내기 때문이다. ㅡ page 185~187


 한 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수백만 에이커의 공유지가 개인 소유지로 변했다. 개척의 공식 마감이 선언되고, 세계 각지로부터 매년 점점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어도 미국의 인구 밀도는 여전히 유럽에 비해 훨씬 낮았다. 지금도 미국은 유럽에 비해 사람은 더 적고 사용되지 않는 땅은 더 많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갑갑함을 덜 느끼면서 더 자율적이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을 선호하며, 공산주의보다 개인주의를 지향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 시도 1평방마일당 인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인구 밀도의 차이는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의 세계관 형성에 영함을 미치고 있다. 

ㅡpage 197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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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아랫글들을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환상이 여지없이 깨질테니까요. 저는 그랬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경제 성장, 개인의 부, 독립을 중시하지만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상호 의존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아메리칸 드림이 근로 윤리를 높이 사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여가 활동과 "심오한 놀이deep play"를 선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종교 전통 및 굳건한 신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철저히 종교와 분리되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동화주의를 표방한다. 미국인들은 이전의 문화 관계를 탈피하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자주적 행위자free agent'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러피언 드림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다문화 세계를 수용하는 데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애국주의에 집착하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세계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미국인들은 중요한 국익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연 세계 어디든 병력을 파견하려 한다. 유럽인들은 군사력 사용을 꺼리며, 주로 외교와 경제 원조를 통해 분쟁을 피하려 하고, 치안 확립보다는 평화 유지 작전을 선호한다. 미국인들은 대개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에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서부터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까지 매우 다양한 부류가 뒤섞여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철저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복리에 관심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러피언 드림은 포괄직이고 총체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복리를 좀더 중시하게 된다.

ㅡ page 24~25


 아메리칸 드림이 그토록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욕구 두 가지, 즉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구원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현세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 자기 개선, 자립이 필요하고 내세의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신앙심을 가져야 했다. 그 이전에는 현세와 내세 양쪽 세계의 최선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꿈이 없었다.


 지금 미국인들의 신앙은 여전히 강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두 번째 요소는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젊은 미국인들은 「미국 독립 선언문」에서 제퍼슨이 말한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양도 불가의 권리를 가졌다"에서 '추구할'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얻을'이라는 용어를 끼워 넣은 듯하다. 프랭클린은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끊임없는 근면을 훈계했다. "한가하면 나쁜 일을 도모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제때 한 바느질 한 번이 아홉 땀을 절약해 준다." 등 자제와 근면의 미덕을 강조한 프랭클린의 격언들은 지금은 거의 다 잊혀졌다. 아메리칸 드림은 전력투구하고 융통성을 살리고 자립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는 개념을 기초로 했다. 프랭클린의 격언은 계몽 운동의 실용주의와 칼뱅주의의 종교 전통을 한데 묶은 단일 동아줄이 해어지면서 남은 마지막 가느다란 실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 두 가지가 어우러진 것을 "청교도적 근로 윤리"라고 불렀다. 지금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근로 윤리를 무시하고 있다. 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신앙과 근면보다는 운과 뻔뻔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ㅡ page 40~41


 아메리칸 드림이 기독교 종말론과 계몽 운동의 실용주의 및 합리적 행동을 아우른 고매한 이상에서 격하되어 한낱 요행을 바라는 형편없는 꿈으로 전락한 것인가?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이미 그 대답은 "예스"이며 그런 미국인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ㅡ page 43


 사회 비평가들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실제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아메리칸 백일몽American daydream" 이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은 기독교 신앙과 미래를 위한 근면과 희생에 대한 믿음이 합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 요소들을 대체하고 있는 합법적 도박, TV 리얼리티 쇼 등은 공상 및 환상을 바탕으로 한다. 사회 비평가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비만해지고 게을러져 허구한 날 가만히 앉아 성공을 바라면서도 스스로 무엇인가 이뤄 내는 데 필요한 개인적 헌신 등 "정당한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다.

ㅡ page 46


 미국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서 개인의 노력을 권장하는 반면 그런 일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을 많이 해서 부자가 되고,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 가난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빈곤 탈피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ㅡ page 62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이 개인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보장해 주느냐는 문제에 있어서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처음부터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회적 지원이 거의 없이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했다. 반면 유럽인들은 치열한 적자생존의 시장에서 균형을 잡는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뒤쳐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불운한 사람들을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ㅡ page 79


 고(故)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한 국가의 경제 복지 측정에 GDP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떤 맹점이 있는지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케네디는 GNP(국민총생산)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GDP와 같은 개념으로 간주된다. 둘 다 한 나라의 경제 활동 결과를 좀합적으로 보여 주는 경제 지표다. 다른 점은 GDP가 일정 기간에 한 나라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계를, GNP는 영토에 관계없이 한 나라의 인력이나 자본 등 생산 요소들이 일정 기간에 생산해 낸 부가가치의 합계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GNP에는 대기 오염과 담배 광고, 고속도로에서 사상자를 지우는 앰뷸런스가 포항된다. 또 일반 가정에 침범하거나 교도소를탈출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특수 자물쇠를 설치하는 것도 포함된다. GNP는 아메리카 삼나무 숲의 파괴와 수피리어 호의 죽음을 포함한다. 네이퍔탄, 미사일, 핵탄두를 생산하연 GNP는 늘어난다. •••••••• 그러나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시의 아름다움이나 건전한 결혼관, 공론의 수준, 관리들의 청렴성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 결론적으로 말해 GNP는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하지만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제외된다.

ㅡ page 100


역사가들은 거의 언급싸지 않지만 아메리칸 드림이란 유럽 역사에서 얼어붙어 있다가 18세기 미국의 해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있는 한순간의 사상을 대변한다. 미국 독립전쟁은 쇠퇴해 가던 종교 개혁이 계몽주의의 새로운 힘에 마지막으로 기세를 올리던 바로 그 시기에 일어났다. 유럽은 대부분 지역이 궁극적으로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를 한데 아울러 "민주 사회주의"로 포장한 새로운'합'을 만들어 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수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은 종교 개혁 이념과 계몽주의 전통을 둘 다 그대로 동시에 실천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독실한 신교도인 동시에 과학 탐구, 개인 재산, 시장 자본주의, 민족국가 이념을 가장 신봉하는 국민이 되었다. 완벽하게 구현된 아메리칸 드림은 중세 말에 유럽 대륙을 뒤흔들어 현대를 앞당긴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라는 이 초기 두 세력이 혼재하는 형태다. 더욱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아메리칸 드림은 대부분 유럽에서 만들어진 다음 미국 땅으로 옮겨 와 미국의 독특한 상황에 맞도록 개조된 것이다. ㅡ page 115


 르네상스 초기의 미술에 원근법이 도입되면서 인간의 공간 개념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사람'의 시선이 위쪽의 하늘에서부터 멀리의 '풍경'으로 옮아갔다. 원근법으로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사람들은 그림을 화가의 시각으로 보았고, 하나님의 은총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원근법을 통해 사람들은 주체/객체 관계의 새로운 공간 개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세상에 대한 각성'의 시발점이었다. ㅡ page 130


 시계가 없었다면 산업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계로 인해 사람들은 시간을 외부적이고, 자율적이며, 연속적이고, 정확하며, 수량으로 측정 가능하고,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런 시간 기준에 의해 움직이는 생산 및 제조 방식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자연이 신의 창조물에서 인간의 자원으로 변하고, 고리대금업 업규가 달린지고, 돈 경제의 탄생과ㅈ함께 공정가격이 시장가격으로 대체되고, 스케쥴과 시계가 도입됨으로써 유럽인들의 공간 및 시간 개념은 큰 변화를 겪었다. ㅡ page 146


 유럽인들은 종종 왜 미국인들이 살기 위해 일하기보다 일하기 위해 살까 하고 궁금해한다. 그 대답은 효율성efficiency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애착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인들은 효율성이 높을수록 더욱 하나님께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나님은 가장 효율적인 조물주다. 하나님은 시간, 노동, 에너지, 자본을 전혀 들이지 않고 그냥 명령으로 "있으라"해서 이 세상을 창조했다. 무(無)에서 하늘과 땅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시간, 노동, 에너지, 자본을 점점 적게 들여 생산성을 높이고, 그래서 나름대로의 세속적 에덴동산을 만들어 간다면 인간은 하나님의 경외로운 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효율성을 새로운 지침으로 삼고 복음주의자의 열정으로 공간과 시간의 재조정에 나섰다. 프레더릭 W. 테일러는 현대 효율성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과학적 진리" 원칙은 19세기 말 미국 산업계에 가장 먼저 채택되었고, 곧 이어 미국 사회 전반으로 퍼졌으며, 효율성 정신의 기초가 되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ㅡ page 150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생산적인 것을 가장 행복하게 생각하며 게으름을 도덕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유럽인들은 게으름을 탐내고 부러워한다. 그늘은 느긋하게 장미꽃 향기를 맏으려 한다. 유럽인 친구들은 내게 인생을 진짜 즐기려면 모든 욕심을 포기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냥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재산과 행복을 운명에맡길 생각이 볠로 없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행복이란 스스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논셕해서 다가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아는 유럽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의 근본적 차이로 귀결된다. 미국인들은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반면 유럽인들은 존재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미국인들에게 행복이란 개인적 성취, 물질적 성공과 결부되어 있다. 반면 유럽인들에게 행복은 서로간의 돈독한 관계 및 공동체 유대감과 결부되어 있다. 나의 유럽인 친구들은 긴밀한 대인 관계와 결속감이 형성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인간 관계와 사회 결속감은 시계나 효율성 원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ㅡ page 155


 미국인들은 겉보기에 상반되는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생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하나는 존 윈스럽이 설파한 종교적 열의와 영구 구원에 대한 믿음이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강조한 실용적 세속주의, 합리적 행동, 물질적 발전에 대한 믿음이 특징이다. 개혁신학과 계몽주의 철학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개인주의적인 국민이다. 그것은 독실한 신앙과 물질주의적 욕심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언제나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보스'라면 어떤 유형이든 싫어하며 정치인이나 유력한 사업가들에게 몸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 사실 하나님을 제외하고 어떤 높은 권위에도 도전하려고한답 미국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과도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미국적 생활방식은 유럽에서 16-18세기에 생겨나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19-20세기에 와서 과거 유럽의 온정적, 집단적 사고방식의 뿌리가 반영된 반작용의 힘에 의해 시들해진 유럽식 사고방식을 극단적으로 압축해 실천어ㅣ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세계'라는 용어는 잘못 붙여진 이름일지 모른다. 미국인들은 유럽의 과거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꿈을 계속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그 꿈은 유럽에서 생겨났지만 더 이상 유럽에서는 영향력이 없다. 유럽은 그 꿈이 생겨난 역사적 상황에서 시•공간적으로 너무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ㅡ pag 171~173


 헤겔은 인간이 '사물'에 자기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재산'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자신의 인격을 새겨 자신의 의지를 외부 세계의 사물에 덧붙임으로써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존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우주론에서는 일이란 노동의 수행이라기보다는 창조적인 자기 표현이며, 일을 함으로써 얻는 결과물은 일하는 사람이 이 세계를 수용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사물에 불어낳는 과정이다. 헤겔은 이렇게 적었다.

 인격이란 자기 실현화를 위해 투쟁한답 다시 말해 외부 세계른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외부 세계를 자신의 인격으로 만들려면 재산 제도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소유한 사물 속에 그의 인격이 늘 존재한다면 재산은 개인 인격의 연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가 소유한 사물을 통해 그의 인격을 알고, 또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헤겔은 재산을 욕구 충족의 수단 이상으로 간주했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살펴보면 재산은 개인의 자유의 표현이다. 사람은 재산을 확보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인격을 확장하고,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넓혀 간다.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넓히는 것이다.


 헤겔의 마음 속에서는 재선과 인간성이 거의 동격이답 각각이 서로의ㅈ표현이기 때문이다. 헤겔이 재산의 인격론을 주창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나서 미국의 심리학자 월리엄 제임스는 "주관의 객관화"에 익숙한 세대가 쉽게 이해한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이론을 보강했다. 제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한 사람이 나라고 부르는 것과 나의 것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기는 어렵다. 우리가 자기 소유물에 대해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느끼고 행동하는 것과 거의 같다. 우리의 명성, 우리의 자녀, 우리가 하는 일은 몸만큼이나 소중하며, 그것이 공격받으면 우리 몸이 공격받는 것과 똑같이 느끼고 그에 대해 반격한다. ••••••• 고래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자신이 소유하는 모든 것의 총체라고 생각해 왔다. 거기에는 자신의 몸과 정신력프뿐만 아니라 옷과 집, 아내와 자녀, 조상과 친구, 명성과 업적, 땅과 집, 요트와 은행 구좌도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이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똑같은 감정을 일으킨다.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그 모든 것이 불어나면 의기양양하지고..줄어들면 넉담한다. ••••• 우리가 소유물에 대해서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과 늘 한 몸천섬 지내기 때문이다. ㅡ page 185~187


 한 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수백만 에이커의 공유지가 개인 소유지로 변했다. 개척의 공식 마감이 선언되고, 세계 각지로부터 매년 점점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어도 미국의 인구 밀도는 여전히 유럽에 비해 훨씬 낮았다. 지금도 미국은 유럽에 비해 사람은 더 적고 사용되지 않는 땅은 더 많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갑갑함을 덜 느끼면서 더 자율적이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을 선호하며, 공산주의보다 개인주의를 지향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 시도 1평방마일당 인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인구 밀도의 차이는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의 세계관 형성에 영함을 미치고 있다.

ㅡpage 197 

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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