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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올해와 내년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된다.

오늘과 내일이라고 할 때는 시간의 간격이 길지 않게 느껴지는데 올해와 내년이라고 하면 시간의 간격이 멀어지는 느낌이다.

12월 30일에서 12월 31일이라고 할 때와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라고 하면 더더욱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것 같다.

3분 후면 12월 31일이 되는데, 그 다음날은 내년이다.

어릴 때는 12월 31일에 큰 다짐을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다짐이 적어지고 지긋지긋한 올해가 빨리 가버렸으면 하게 되었다.

살아온 날들보다 어쩌면 살아갈 날들이 적어진 나이.

그래서 내일은 좀 큰 다짐도 해보며 1월 1일을 맞이해보고 싶어진다.

새해의 해돋이를 보겠다며 부지런을 떨고 먼 길을 간 적은 없지만 2024년은 좀 다르게 맞이하고 싶어진다.

며칠 차이로 내년을 보지 못하고 떠나버린 누군가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제 내일이면 1월 1일이다.

누군가는 맞이하지 못한 2024년을 허투루 맞이하지 않고 야무지게 맞이하고 다시 어린 마음의 두근거림을 가져보려 한다.

모두 2023년 마지막 날은 평안하기를…

수고한 나, 그리고 당신,

24년으로 훌쩍 잘 뛰어넘기를!

848. 진상 (요코야마 히데오)

다섯 편이 다 어쩌면 이렇게 여운이 남을까.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모두 정말 현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취재도 많이 하는 것 같고, 건조한 문체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인물들의 마음속 울렁거림을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내서이기도 한 것 같다.

진상
진상
847. 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책 앞머리에 적힌 수많은 추천사들처럼 나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고. 다중우주들 사이를 돌아다니게 하는 기계나 그 사용법은 썩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결말의 해결책은 생각해보면 여러 캐릭터들에게 참 무섭고 잔인한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30일의 밤
30일의 밤
진상 - 요코야마 히데오

692 페이지의 <64>, 480 페이지의 <빛의 현관>등 굵직한 작품들을 쓴 요코야마 히데오.

과연 그의 단편은 어떨까? 

<진상>은 총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이야기마다 배경이 다르고 재미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만의 결함, 비밀, 치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마지막 작품 <꽃다발 바다>의 여운이 길다. 작가는 60페이지짜리 단편에도 얼마든지 풍성한 플롯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보여준다.  



진상
진상
오늘도 함박눈이

한 해 동안 다들 고생 차암 많으셨습니다.

846.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뇌과학자가 쓴 로마 이야기. 로마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부분은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의 몰락에 현대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퇴행 분위기를 겹쳐보는 대목들에서는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는 멸망 순간까지 자신들이 왜 망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845. 알고리즘 라이프 (알리 알모사위)

‘산더미처럼 쌓인 양말 짝을 맞춰라’, ‘장보기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라’ 같은 챕터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내용은 컴퓨터 알고리즘의 원리를 소개하며 일상생활의 선택에도 적용하게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반대로 일상의 예시를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명하려는 쪽에 가깝다. 그래도 사례들이 귀여웠다.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개발자 오늘도 마음 튼튼하게 성장하기
일, 뉴스, 소셜 미디어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을 작업 전환이나 멀티태스킹이라고 한다.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의 작동 방식의 아는 사람이라면 작업 전환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 모든 작업 전환이 많은 멘탈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종일 작업 전환을 반복하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누적된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지쳤다고 느낄 게 분명하다. p.63
일,
일,
흰 개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성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에 판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기 자신을 잃느니 패배당하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
내 말
내 말
23-086 | 최은영, 밝은 밤

문학동네 (e-book, 231225~231229)


❝ 별점: ★★★★

❝ 한줄평: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 그리고 이야기

❝ 키워드: 사랑 | 마음 | 가족 | 이야기 | 기억 | 고통 | 슬픔 | 공감 | 그리움 | 후회 | 소중함 | 용서

❝ 추천: 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여성들의 삶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어떻게 살았어요, 할머니?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살 수 있었어요?”

   나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 ❞


🌌 첫 문장: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


✦ 정선-영옥-미선-지연으로 이어지는 백 년의 시간 속 4명의 삶과, 그들과 얽힌 이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은 그만큼 더 살 수 있다’는 영옥의 말처럼, 정선, 새비 아저씨와 아주머니, 명숙, 그리고 정연까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마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살게 한다. 사람을 살게 하는 여러 마음들에 읽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서로를 살린 정선과 새비 아주머니의 마음. 영옥을 살린 명숙의 마음. 지연을 살린 지우의 마음. 어깨에 기대는 사람과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위로받은 것처럼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슬픔과 아픔, 고통을 겪고도 ‘어떻게 살 수 있었냐’는 지연의 질문에 영옥은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라고 답한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견뎠을까. 또 견뎌야 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밝은 밤’이 올 수 있을까.


✦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모두 사랑이다. [📝23/12/30]


———······———······———


|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나는 희자가 높은 하늘에 연을 띄우듯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음에 띄워 올리곤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하면서. 

  잠깐만 앉아 있자고 했으면서도 우리는 말없이 오래도록 바다와 달과 흰 연을 바라봤다.

  멀리서 폭죽 터뜨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할머니가 개망초꽃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지금 너도 남몰래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할머니의 말이 내게 꼭 그렇게 들렸다.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 한 사람의 삶을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레코드를 만들면 어떨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릴 때의 옹알이 소리, 유치의 감촉, 처음 느낀 분노,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꿈과 악몽, 사랑, 나이듦과 죽기 직전의 순간까지 모든 것을 담은 레코드가 있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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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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