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스러운 반전과 예측불허까진 아니고 보다는 마지막 장에 이르면 어느 정도 범인이 예측 가능해진다. 방주의 구조도 도해와 등장인물 일람이 없이 텍스트만으로는 홀로서지 못했을법하지만 텍스트에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어쨌든 중반까지 등장 인물 이름을 구분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잘 넘어간다.
1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그믐밤. 🌘
1월 10일 수요일, 합정동 ‘디어라이프’에서 정아은 작가님의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오프라인 북토크는 역시 날씨가 관건이라 이날도 눈이 내리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했는데요, 다행히 전날 많은 눈이 내린 데 반해 행사 당일은 맑았어요. 그래도 여전히 기온이 낮았고 쌓였던 눈으로 일부 빙판길이었는데요, 걱정이 무색하게 일찌감치 많은 분들이 자리를 꽉꽉 채워주셨습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의 질문을 받고 현장에서 활발히 소통하고 싶다는 정아은 작가님의 바램으로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을 던지는 북토크에는 절반의 시간만을 안배하고 나머지는 객석과의 대화로 이루어졌어요. 문학이란, 또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 좋은 소설, 에세이를 쓰는 실질적인 팁, 글쓰기로 사회적인 소통이 과연 가능한 시대인지, 작가님의 글쓰기 루틴 살펴보기 등등 1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밀도 높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추운 겨울밤에도 함께하여 각자의 온기를 나눠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모두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사진이 마음에 들어 올려봅니다.
2024년 1월 10일 (음력 11월 29일) 19시 29분에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디어라이프' 북카페에서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아은 작가의 북토크로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열 여덟번째 그믐밤은 장강명 작가의 사회로 정아은 작가와 사회자 간의 대화가 1부, 그리고 2부는 참여하신 분들과의 자유로운 질의 응답 시간으로 시간이 훌쩍 갔습니다. 참석하여 온기를 나눠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믐밤 18회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작중 배경이 러시아인데 왜인지 등장인물들은 전혀 러시아스럽게 말하지 않고 행동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20세기 후반 일본인같다. (물론 나는 노문학도 일문학도 거의 읽지 않긴했다.)
작중 고증이 엉망이다. 우크라이나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인간이 cossack를 코자키(우크라이나어)가 아니라 카자크(러시아어)라고 읽는다.
초중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풀악셀을 잡는다. 사건 전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저격소대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을 조금 더 결단력있게 줄였어야했다.
독소전쟁에 대한 설명이 쓸데없이 장황하다. 내레이션 식으로 설명하는건 이해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인 작중 등장인물들이 술술술술 상황, 적군 고급장교의 명칭,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의 죽음를 통해서 각성하는 스토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지적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옹호하는 기분이다. 아닌 말로 주인공을 포함해서 모든 인물들이 작가의 메세지를 위해 움직이는 인형에 가깝다.
추천사에는 작가가 풍부한 상상력과 어휘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글쎄.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풍부하게 옮겼다가 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신인 작가라고는 하나, 외국에까지 번역될만한 책인지는 모르겠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이 말이 정확하다. "평화주의자는 자신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 총을 들 수 있을 때 될 수 있는 법이다."
21세기북스 (240111~240113)
❝ 별점: ★★★★☆
❝ 한줄평: 우리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 키워드: 죽음 | 법의학 | 법의학자 | 서울대 | 인문교양 | 명강의 | 서가명강 | 시리즈
❝ 추천: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
❝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p.246) ❞
———······———······———
✦ 서울대학교 교수진들의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을 책으로 옮긴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었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서가명강 시리즈 책들이 눈에 띄어서 살펴보니 흥미로운 주제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평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로 친숙한 유성호 교수님이 ‘죽음’을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을 쓰셨다고 해서 궁금해서 읽어보게 됐다.
✦ 죽음에 관해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검시가 검안과 부검으로 나뉘고, 법의학적으로 죽음은 의학적 원인인 사망 원인과 법률적 원인인 사망 종류를 통해 정의된다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또 죽음의 과학적 의미와 판정 기준, 다양한 원인과 형태, 죽음의 시점, 생명의 자기 결정권 관련 논쟁 등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 수있어서 좋았다.
✦ ‘삶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사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미리미리 죽음이라는 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지기’ 위해 ‘죽음으로 삶을 물어보자’는 교수님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죽음을 직시하고 공부하기. 주변인들과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 23/01/14]
———······———······———
| 삶을 성찰하듯 죽음을 함께 성찰하는 것이 삶에 대한 정성스러운 자세인 것이다. (p.208)
|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앞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p.265-266)
———······———······———
한겨레출판 (e-book, 240101~240112)
❝ 별점: ★★★★☆
❝ 한줄평: 한 사람의 마음으로 꽉 찬 1348편의 단상
❝ 키워드: 기록 | 글쓰기 | 강의 | 밤 | 사랑 | 이별 | 슬픔 | 구원 | 마음
❝ 추천: 한 사람의 삶이 가득 담긴 글이 궁금한 사람
❝ 헤어짐을, 사라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들은 늘 거기에 있고 때로 우리를 부른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경청이고 환대뿐이다. (2016년 3월) ❞
———······———······———
✦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등의 책을 남기신 김진영 선생님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암 선고를 받기 전 블로그, 페이스북, 개인 노트 등에 기록한 글 중 1348편을 모아 엮은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아침의 피아노』를 종종 펼쳐 읽곤 해서, 이 책도 좋은 구절이 많으면 종이책으로 구매해야겠다 생각하고 우선 전자책으로 읽었다.
✦ 『아침의 피아노』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솔직하게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시간, 그리고 그 속의 마음에 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든 건 사라지겠지. 하지만 사라진다고 없어지는건 아닐 거야.’(2016년 11월)라는 선생님의 글. 그래서 선생님은 ‘헤어짐을, 사라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2016년 3월)고 말씀하신 걸까?
✦ 『아침의 피아노』처럼 이 책도 곁에 두고 자주 펼쳐 읽고 싶어졌다.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이 언젠가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 해서. [📝 23/01/12]
———······———······———
| 8. ‘있다’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Urdoxa). 그러나 우리는 ‘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있었다’라고만 말할 수 있다. ‘있다’와 ‘있었다’ 사이에 있는 것, 그것이 세월이다. 사물들과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세월을 보고 그래서 보이는 것 안에는 환영이 있다. 이것이 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앞에서 필연적으로 꿈을 꾸는가의 이유이다. (2016년 12월)
———······———······———
이 책이 나온지 꼭 10년이 되는 올해 여름에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인류세’가 공인될 전망이라고 한다. 시인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류세 곳곳의 풍경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한다. 읽는 이의 죄책감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의외로 희망적인 대목도 많다.
아주 재미있게 잘 쓴 과학 논픽션이다. 주제는 고양이. 고양이 애호가에게는 매우 추천하고 고양이가 싫은 사람에게는 더 추천한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데 대한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과학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추천한다. 톡소플라즈마 곤디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단편 「사이보그의 글쓰기」에서 써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