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상당히 모호한 단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들이 한번에 몰아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응이 마약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ㅎㅎ 하지만 주인공이 경험하는 이응 속 스토리텔링이 마약이 보여주는 환각과 비슷한 것 같아서 약에 취한 듯이 몽롱한 상태로 읽었습니다. 정말 독특했어요.
9-1. 이응이라는 말로 더 이상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 것, 성욕이나 성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편해진 듯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신선했고요. 할머니의 이응에 대한 시선, 죽음에 대한 관점이 아무 흥미로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9-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06,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 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느냐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08,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잃어버린 화살은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레인코트가 떨며 신음하는 나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끝없이 애정을 갈망하는 강아지처럼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응 안에서 오래 포옹했다. 속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몸으로 다른 몸에게 안겼다. 레인코트, 당신의 이름은 무슨 색이죠? 나는 묻고 싶었지만, 입 속의 말들이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옛이응의 '호'가 아닌 지금 나를 가득 채우는 이 느낌을 표현할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더 깊은 품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12,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잃어버린 화살은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중략) 보리차차, 이제 뛰지 않고 나는 거야?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운 거야? 나는 울고 있었지만, 비옷을 입고 빗속을 걷는 것처럼 두 뺨은 눈물 자국 없이 보송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12-313, 안보윤 외 지음
다는 나만 정해진 단계에 따라 쾌감을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글로 쓰고, 종이에 인쇄된 인간의 욕구가 나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만 생생했고, 그렇기에 안전하게 나를 열 수 있었다. p29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 짓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할 땐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해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76, <이응 이응> 중, 안보윤 외 지음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홀가분한 목소리. 이응을 하고 나온 사람들을 잘 보면 사라졌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92,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 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냐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응이응>,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와 나는 그 나무를 잘생긴 나무라고 불렀다. 우리는 나뭇잎 모양이나 열매를 보며 나무의 진짜 이름을 알려고 애쓰지 않았 다.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을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나무는 잎을 다 떨군 채 짓빛 기둥으로 쉬고 있었다. 갈색 깃털의 새가 악보의 음표처럼 나뭇가지를 오르내렸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멜라 <이응 이응>, 안보윤 외 지음
주황빛 광택제를 바른 첼로의 울림통 안으로 들어선 기분이랄까. 결과 빛깔이 다른 목재들이 실내를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서 있는 기둥은 약간 붉은빛이 돌았고, 복도 끝에 있는 계단 목재는 사막의 모래처럼 옅은 황색이었다. 서늘한 공기에선 적당한 농도의 풀 냄새가 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멜라 <이응 이응>, 안보윤 외 지음
"제 말이 너무 빠르지 않나요?" 우유수염이 피아노를 치듯 호두나무 테이블을 두들기며 묻자 레인코트가 말했다. "말은 항상 느리죠. 생각에 비하면 언제나 느려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85쪽, 안보윤 외 지음
왜 목소리에는 주름이 있을까.
다 울어버리지 말고 울고 싶은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울고 싶은 자신을 바라보라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응 이응> 297쪽, 안보윤 외 지음
9-2. 278p “오라질, 갑시다, 똥 누러.” 288p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 뫼르소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자신에게 그런 판결을 내린 자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이란 사실에 치를 떤다고 했다. 292p 이응을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위에 꼭지가 달려 있는데, 그게 훈민정음에 있던 ‘옛이응’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그 발음을 다시 살려내서 ㅇ과 ㅎ 사이의 소리를 사람들에게 찾아준 거라고. 296p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306p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왜 목소리에는 주름이 있을까. 내 얼굴에 닿던 할머니의 손과 그 감촉. 하도 떠올리다 보니 맛도 느껴졌다. 칼칼한 고춧가루 향, 물엿처럼 달고 끈적거리는 온기, 고사리나물처럼 쓴맛이 맴도는 할머니의 당부. 보리야,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07p, 안보윤 외 지음
9-2. p.296 다만 나는 정해진 단계에 따라 쾌감을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글로 쓰고, 종이에 인쇄된 인간의 욕구가 나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만 생생했고, 그렇기에 안전하게 나를 열 수 있었다. p.298 할머니는 이응이 발달하는 만큼 의학 기술도 좋아져 개의 수명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할머니는 뭐든 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줘야 한다고. p.306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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