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 영원한 허기, 그게 엄마의 정체성이었으니까. 가질 수 없는 집을, 그러나 꼭 자기 것이어야만 할 것 같은 집을 눈앞에 둔 채 살면서 겪어야 했던 그 격렬한 허기, 할머니의 집에 붙들려 산 엄마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자작나무 숲-, 안보윤 외 지음
원 세상에, 우리 엄마 말솜씨라고는, 내 탄생 신화는 고작해야 꿍짝꿍짝, 붕가붕가, 그러다가 어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자작나무 숲-,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는 아흔 살까지 호더로 살았고, 아흔한 살인 그때까지도 호더로 살고 있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쓰레기와 죽은 쥐와 산 쥐와 죽은 벌레와 산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집. 당연히 할머니가 그토록 오래 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불결한 환경에서는 누구도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심지어는 쥐와 벌레들조차도 자기들 똥으로 뒤덮인 그 집에서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작나무 숲-
비로소 내가 쓰레기가 아니게 되는것인지도 알수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개연성. 그 후로 나는 줄곧 개연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후로 10년, 그 후로 20년, 어쩌면 그 후로 평생. 할머니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할머니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거라는 개연성. 할머니가 죽는 것은 백일치성으로도, 작정 새벽기도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일 같았으나, 그러나 어떤 소설은 이루어진다.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이루어진다. 개연성이란, 어쩌면, 그런 것일 테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00p, 안보윤 외 지음
6-2. p.195 그 밤에, 결국 할머니 방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 방은 내 방보다 더 많은 것이 쌓여 있고 더 좁았으나 작은 굴처럼 단단하고 안전해 보이기는 했다. 할머니가 이불 한쪽을 열어주어 그 안으로 들어가 등을 돌리고 울기 시작했다.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않니...... . 할머니가 등 뒤에서 말했다. 좌절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고통이 뒤범벅되어 있는 목소리였다.
6-2. 178p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 할머니는 지금 내 차 안에 죽어 있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다시 궁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187p 원 세상에, 우리 엄마 말솜씨라고는. 내 탄생 신화는 고작해야 꿍짝꿍짝, 붕가붕가, 그러다가 어어. 192p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되지 않고, 당연히 할머니 같은 사람이 되지도 않기 위해 살았다. 나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열심이었다. 194p 나 돈 좀 줘. 할머니 집 팔아서 돈 좀 줘. 잘 먹고 잘살게 나 돈 좀 줘. 나라도 잘 살게 그 집 팔아 돈 좀 달라고, 쫌! 203p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 어떤 기억입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6-3. 김인숙 작가에게 한 마디
마지막 손녀의 시점과 할머니의 시점이 겹치는 부분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요.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부분이 손녀의 착각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부분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단편이였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어딘가로 달리고 있는 차들을 보면 문득 생각이 듭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재미있는 걸 하고 있는데 설마 나만 모르는건가? 호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쉽게 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은 것 같습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자작나무 숲>을 만나게 되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작나무를 마주하게 될 때면 김인숙 작가님과 <자작나무 숲>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6-3. 그믐클럽지기님께서 김인숙 작가님이 가장 오래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소개해주셨는데, 저는 작가님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작품을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이 단편은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눈부시게 밝은 빛을 전달하는 첫 문장부터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어요. 앞으로 작가님 작품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습니다. 작품 잘 읽었어요!
상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세요
6-3 하얗게 곧게 자라는 자작나무가 이쁘기만하다고 여겼던 이미지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애타게 자작자작 타는 자작나무의 이야기는 자식을 먹여 살리는 절절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위에서 부터 밑으로 내려오는것들은 그저 다 받는 수 밖에 없다는 관계성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것은 감정의 유산이든, 상속받을 돈이든. 쓰레기든, 지긋 지긋한 과거사든. 신선한 소재였던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6-3. 호더에 대해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겐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과 마음.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조금은 느끼고 알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6-3. 작가님. 작품 너무 잘 봤습니다. 부질없는 인간의 욕망을 쓰레기 집에서 사는 할머니와 상속받을 그 집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와 나의 서사로 읽으니 더 끔찍하고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자신을 할머니와도, 엄마와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던 '나'가 결국 자신도 할머니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마지막 순간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 같지만 설득력있어서 너무 잘 봤습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작품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거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작가님의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을 가끔 꺼내서 아무 부분이나 읽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상집에서 우연히 만나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김인숙 작가라니! 그때 그 맛이 느껴지는 매운맛 김인숙, 이라 싶었는데요. 작가님에게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주인공이 상속받을 꿈으로 살아갔는데, 엄마의 꿈만이 아닌 나의 꿈도 그런걸까요? ( 그랫듯이 어머니의 영향이 저에게도 유전일까요)
쓰레기가 쌓여 견고한 기둥이 된 집과 나무로 빼곡한 자작나무 숲을 동시에 생각해봤어요. 우리에겐 냄새나는 쓰레기처럼 보이겠지만 할머니에겐 튼튼한 성벽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본인과 집, 정체를 모르는 해골을 지켜내기 위한 견고한 성 말이죠. 출구가 어디인지 모르는 미로를 걷는 듯한 기분이에요. 쓰레기 집을 보는 '나'의 심정도 그러했겠지요. 참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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