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저는 에꼴드빠리에 가보고 싶어요. 거기서 조옥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성자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매일그대와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선택]
8-4. 지혜 작가에게 한 마디
오늘도
<북명 너머에서>를 읽으며 제게 북명이나, 성자, 이무기, 구덩이 같은 것들이 있는가, 있다면 과연 무엇(누구, 어디)인가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는 어느 순간 커피를 붓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조옥을 참을 수 없어 합니다. 처음에는 조옥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든 걸 보면 그동안 조옥과 함께 해오면서 참을 수 없는 마음들이 쌓여온 거 겠죠?
처음에는 좋아보이는 것들도 어느 순간 퇴색하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아픔의 흔적도 있지만 반짝이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 생각하며 <북명 너머에서>를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혜입니다
저는 또한 이 소설에서 사랑이라는 상태가 애정과 미움, 호감과 질투, 선망과 살의.. 같은 양립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온갖 먼지와 흙, 공기와 바람이 머무는 정체불명의 구덩이처럼요. 그건 이십 대 초반의 서툰 사랑의 감각일수도 있고 익숙치 않은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린 당황스런 감정일수도 있을거예요. 그런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해 가능하면 신문 한쪽 면처럼, 감정을 펼쳐 보이도록, 성자와 조옥을 통해 표현하려고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
Adler
성자의 세밀한 심리묘사에 저도 모르게 몰입한 작품이였습니다.
불우(?)한 어릴적 가정 환경에서 자란 성자가 주옥의 모습을 이상향에 투영시킨 듯 보였습니다.
'구덩이' 라는 플롯도 흥미로웠구요.
보통 작품을 쓰실때, 입체적 구성이나(중간에 현대로 와서 남편의 모습을 묘사) 플롯같은 소설속 장치들을 미리 설계 후에 쓰시는지, 아니면 바로바로 즉흥적으로 쭉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지혜입니다
플롯...을 완벽하게 쓰고 시작하려고 매번 노력하지만 초기의 플롯이 소설 후반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는 플롯도 중요하지만 시간적 구성(현재의 성자가 과거의 성자에 대해 회상하는 구조)을 설정하는데 공을 들였어요. 즉흥적으로 쓰이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무엇을 쓸지 알게 되면(혹은 알고 싶어지면) 다른 부분을 만들어가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계획과 즉흥이 한데 섞이는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는 백화점, 성자의 회상, 조옥 같은 중요한 소재부터 시작하고 다른 부분은 쓰면서 완성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고를 아주 많이 합니다. :)
메이플레이
8-4
작가님의 사진을 보니 젊은 작가 같은데 부모님세대 전의 이야기를 어떻게 현실감있게 글로 표현했는지 직접 경험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의 등장하는 북명 백화점은 무엇을 모델로 삼은 건지 궁금하네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북명의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하구요.
지혜입니다
이 소설을 쓰고 나서 특히 '나이가 몇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만큼 과거 부분의 묘사가 잘 되었다는 평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ㅎㅎ 북명은 실제 모델이 있는,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백화점이에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그곳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언젠가 가본 적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북명는 중의적인 단어인데요, '동서남북' 중 가장 신비로운 방향이자 소설 속 분위기에 어울리는 '북명'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혹은 읽어주신 분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북명'이 있다면, 그 의미 또한 맞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