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어느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도 있을 법한 사람들과 이야기 때문에 몰입하여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만큼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채굴이니 블록체인이니하는 암호화폐는 예전에 일부러 책을 찾아 읽기도 했지만 역시나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저도 은재처럼 진주의 설명을 듣고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암호화폐처럼 세상에는 보고도 듣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있는데 없는' 진주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어쩐지 진짜로 우유니 사막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막 한가운데서' 바스라지지 않고 잘 살아내고 있길 바랐습니다. 우유니 사막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산병과 같은 고통을 이겨내야 하듯 우리의 삶 역시 수많은 일들을 겪어내며, 버텨내야 하겠죠? 수많은 일들에 '실족'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금 속에 있는 따뜻하고 섬세한 것들을 발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7-1 허황된 소리만 하는 것도 싫은데 걱정하던 후배가 오히려 나를 절벽 아래로 밀고 있는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월급에 연연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에서 무보직 대기발령을 받는다면... 기대고 싶던 친구가 사기꾼으로 몰리고 사라진다면.... 왜 이 작품속 이야기들은 이렇게 답답하고 화가나는지...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고 그들이 실족하지 않고 구원받기를 기도하게 된다.
가까운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두 사람 거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한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자리 없이도 오래버티신 분의 이야기도 들은 적있고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서 자신의 위치를 다지는 분도 있겠죠. 코인 사태나 다이어트나 공부나 똑같은 것 같아요. 과정보다는 결과와 성과 위주로 무지성으로 따르면 효과가 없다는 걸요. 아무튼 진주는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감당하지 못할 시련은 없고 어느정도는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 살면서 풀어나가면 되지 않겠어요.
7-1. 내비게이션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이름 모를 공동묘지 위의 ‘있는 데 없는 길’을 달리며 진주를 떠올리는 장면, ‘치다’라는 단어와 ‘거짓말, 사기, 뒤통수’가 연결되는 장면, 그리고 은재가 소금을 캐던 여자가 묵직한 소금 자루를 들고 석양을 등지고 사막 저편으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작은 방주들’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일까 짐작이 잘 가지 않았는데, 다 읽고 나서는 어쩌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더 나아가 현실의 우리 개개인이 하나의 작은 방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바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잔잔한 파도에 순항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풍우를 만나 난항을 겪기도 하는 작은 방주가 각자의 인생 아닐까요. 은재도, 진주도, 허니쿠키도 모두 내 주변의 누군가라고 생각하니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네요. 은재가 얻은 깨달음처럼,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7-1. 대기발령도, 코인 하락도, 직장 후배와의 관계도 아직 저에게 닥친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에 40대 직장인으로서 공감되는 상황이 많다는 점을 씁쓸해하며 읽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방주보단 그 전의 상황이 마음에 더 와닿네요
꿈을 쫓아 빠르게 돌아가는 가상의 세계와 달리, 현실의 사정은 정확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
7-1. 은재가 우유니 사막에서 소금을 캐는 여자의 눈을 보며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을 위한 방주는 결국 자신 안에 만들어야함을 알게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단편은 여러가지 대비되는 모습들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방주라는 명칭은 얼핏 구원을 의미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와 대비되는 냉혹한 현실이 뒤이어 묘사가 되고, 코인으로 성공(?)한 허니쿠키와 주인공의 모습이 같은 우유니 사막을 소재로 대비가 되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여자의 그림자가 자기 자신과 대비되는 모습도 보였구요. ai나 비트코인 같은 현대적인 플롯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 도 좋았지만, 이런 대비적인 모습이 더 인상 깊었던 작품이였습니다.
7-1 코인이야기. 무보직 대기발령 등으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지지만 안정되지 못한 현실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뭐 있다고 치는 것.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224쪽)라는 말이 삼포니 사포니 하며 현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현실이 암울해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스스로 젊은세대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인 것 같습니다.
무슨 주식이 오르고, 어디 회사가 상장을 하고.. 남이 주는 정보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사람들과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는 우유니의 여자. 나는 둘 중 어떤 사람에 더 가까운지를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작은 방주에 하나만 실을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요.
7-1. <작은 방주들>은 AI와 암호화폐 같은 실재하지 않은 것들에 휘둘리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까에 대한 글로 읽었습니다. 도통 손에 잡히지 않은 것들에 빠져 지내지만 결국 '그 안에도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 그걸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려,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유니 사막은 은재, 진주, 허니쿠키 모두에게 '방주'와 같은 곳이네요. (진주의 암호화폐 회사에서 만들었던 아크 지갑도 방주고요.) 그러니 결국 셋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방주를 향해 걸어가는 삶을 살고 있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패하거나 실패하는 중이거나 아직 실패를 깨닫지 못하는 중인 인물로 보여졌어요. 그리고 셋 중 가장 방주에 대해 직접적인 욕망이 없던 은재만 우유니 사막에 도달하고, 거기에서 실재하는 소금을 캐는 여인과 아이를 보면서 모든 실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 너머에도 인간의 따스함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앞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스물스물 지펴오르는 이 시대에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7-1. 얼마 전 갑작스럽게 다음주까지 퇴직 희망자를 받겠다는 대표의 발표에 놀란 지인이 있습니다. 본인도 황당했겠지만, 저도 뉴스에서만 보았던 코인 업계의 현실이 이런 건가 해 충격이었습니다. 주변에 다행히도 코인으로 크게 망한 사람이 없어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인 작은 방주들과 코인 회사명과의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도 생가해 보았고요. 그리고, 허니쿠키가 정말 화자의 뒤통수를 친 건지, 무슨 의도로 자꾸 화자에게 접근을 하는 건지, 진주는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 같습니다.
7-1. 직장에서의 위치, 존재감과 친구에 대한 생각, 태도가 블록체인이라든가 우유니에 대한 생소함을 너머 공감을 불렀습니다. 진주의 이야기도 궁금해졌고요. 그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방주를 찾아 안전하기를.
화제로 지정된 대화
7-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33쪽, 안보윤 외 지음
코로나 창궐, 암호화화폐, 무보직 대기발령, AI...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보거나 듣고 있는 소재들을 직장생활의 애환(?)에 녹여낸 이야기라 우선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관계와 관계들 속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제가 알거나 만난 적이 있는 누군가들을 닮아있어서 속이 쓰리다가도 애닳았습니다. 은재님도, 진주씨도, 허니쿠키님까지도 방주가 닿은 아라랏산 정상에서 다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온기 가득한 저들 각자의 암염을 꺼내어 보이면서..
뜨거워졌다 얼어붙었다 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7 <작은 방주들> 중., 안보윤 외 지음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러니까 진주가 한다던 새로운 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붙잡고 어디론가 휩쓸려 가는 일처럼 보였다. p2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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