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만 한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런 조악한 정물화. 오래전에 호경이 내게 준 그것을 베란다에 서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새하얀 캄보자꽃과 원숭이, 노을에 물든 논밭 같은 상투적인 그림들을 제쳐두고 그 애가 굳이 골라 내게 선물한 것. 아무런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 그림을 받았을 때 아연함보다 불쾌감이 앞섰던 이유를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39, 안보윤 외 지음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