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살아남은자들에 대해서 주목하시고 이야기한다는 부분에 공감해요. 가해자는 죽고 피해자는 살아남아 오히려 가해자처럼 취급되고 어떤 이유에서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그걸 삼키고 남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보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살아낸다의 느낌을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나도 여기 있어, 내가 그걸 너와 함께 보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는데, 바로 그때가 제 안에서 문장이 불려 나오는 순간인 것 같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3-1. 작품론을 통해 작품 전반에 대해, 인물에 대해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사건이 있었던 날 승규의 행동은 저에게는 '반격'보다는 '변화'로 읽혔는데, 승규에서 반격과 변화는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반격'은 외부를 향한 것이라면 변화는 내부를 향한 것이고, 그러므로 반격은 승규를 향한 것일 수 있지만 변화는 동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작품이 複數의 애도이지만 復讐의 애도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보윤 작가님 인터뷰에서는 '진심이 왜곡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너무 진심인데 그것이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는 순간'을 생각하여 [어떤 진심]을 구상하셨다는 부분이 와 닿았고 작가님의 골방의 감각은 '누군가의 뒤통수를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라는 지점도 인물을 탐구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3-1 <애도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작가로서 소설이라는 공을 만들어 독자에게 굴리고, 독자가 어떤 형태의 것을 내게 굴려줄까 기대하면서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결국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질문에 답해주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더 그런 마음을 충분히 느끼게 되네요. 일방적인 글이 아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글이 이런 것 같아요.
수상소감을 읽으며 다음의 부사들에서 작가님이 작품들을 손에서 떠나보내기 까지의 마음과 자세를 느껴서 좋았습니닫. 끈질기게 여전히 조심스레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76 <복수와 애도, 복수의 애도> 중, 안보윤 외 지음
76. 애도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을 일컫는다. 정신 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의 비애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남은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죽은이와의 분리는 공유했던 기억을 내면화하고 죽은 이를 향했던 사랑의 에너지를 거두어 새로운 대상에 쏟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승규 엄마에게 승규의 죽음이 이별의 시작이라면 나에게 그것은 나와 승규 사이의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다.
시의적절한 소재라는 건 좋은말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의적절하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버리거나, 퇴색해버린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89, 안보윤 외 지음
현실의 아픈 단면이지만, 그걸 끝없이 환기해야하는게 결국 작가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감각적 와신상담 같아요. 그래서 작가들이 감정적으로 더 힘들고 지쳐 있는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네요.
책을 쓰다보면 새로운 이야기도 쓰고싶어진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만큼 작가님의 세계에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만큼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들은 질문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너무 많이 이야기하려고 하면 세계가 오히려 닫혀버리는 것 같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84_대상작가 인터뷰 (김유대),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안보윤 외 지음
3-1. 수상소감, 작품론, 인터뷰 모두 소설과 작가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일 인상깊었던 건 작품론에서 '애도'에 대해 쓴 부분이예요. 작품을 읽고 작품론을 읽기까지 공백기가 꽤 길게 있었는데 소설 내용을 애도의 관점으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의 비해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남은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76p, '복수와 애도, 복수의 애도', 안보윤 외 지음
이지은 평론가의 언급을 읽고, 막연히 떠올린 '애도'란 말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다가오는 인상이 제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방식하고 정반대였어요.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애도'의 한 가지로, 식인 문화의 사례가 기억이 났거든요. 사망한 가족의 신체를 먹거나 태운 재를 마심으로써 사랑하는 존재를 내 안으로 들여오는 행위로 사랑의 한 가지 발로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와 내가 하나 됨을 받아들이는 애도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은 평론가의 정신분석학적 '애도'가 소설에 언급된 두 가지 방식의 애도와는 조금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상실을 자신 안으로 삼키던 승규 엄마의 '애도'방식은, 인류학자가 말한 '애도'의 방식과 더 결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또 다른 애도의 방식으로 동주의 애도가 있었는데요, 제겐 돟주의 애도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어렵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동주와 승규의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였던 까닭이죠. 앞서서 소설의 감상을 적을 때 생각해보면서 동주의 안부가 궁금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관계에서 동주의 애도가 가능할까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주가 겪었을 법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고통을 치유할 틈도 없이 진실을 억눌러야만 했던 동주였으니까요. 더군다나 부모님을 비롯해서 주변의 어른들은 아무도 동주를 둘러싼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동주가 윤리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글세요. 동주에게 애도란 애초에 가능한 일일까 더욱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애초에 강제적으로 중단되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같에가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주의 애도는 무한히 발산하는 특이점을 향하고 있는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과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시선이 테이블에서 교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88p,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중에서, 안보윤 외 지음
동주가 학폭의 피해자였는데, 가해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발적 사고가 의미심장한 사건처럼 보이는 양상을 띠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의심받는 상황. 여기에 가해자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진실을 부정해야 했을 동주의 입장이 참 기가 막히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작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게 된 셈인데 말이죠. 소설을 읽을 때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고민하셨던 이 부분(으깬 함박스테이크가 나온 장면)이 뭔가 목에 걸린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동주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트라우마는 돈가스 집을 하던 동주네의 기억때문에 터미널 찻집이자 식당에서 돈가스를 팔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부분에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동주 역시 상처를 갖고 있구나 싶었네요. 작가님의 고민과 설명에 좀 더 이해가 되었습니다.
"승규 엄마에게 승규의 죽음이 이별의 시작이라면, '나'에게 그것은 '나'와 승규 사이의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다."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는 평론가님의 해석이 더해지니 작품이 지닌 무게가 더욱 와닿습니다. 매 순간 필사적으로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에 충실한 동주를 마음속에 오래 품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에게 승규 죽음의 책임을 물으려는 쪽도, 반대로 그 책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쪽도, 모두 승규의 죽음이 아닌 '나'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나'의 진실이란 무엇일까. p73
3-1 시의적절하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버리거나, 퇴색해버린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른 문제와 교묘하게 얽히고, 많은 경우 같은 문제가 더 진화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어요. p89
발뒤꿈치에서 밀려 나온 검은 때를 보고 있었다. 내게 있어 소설이란 것은 검은 때와 같았다. 한 꺼풀 벗겨놓으면 냄새나는 한 웅큼에 불과한데도 내 온몸에 끈질기게 달라붙은 검은 때 말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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