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1983년도에 등단을 하고나서 많은 작품과 많은 상을 수여한 경력이 있으신 중견 작가인 듯한데 저는 처음 보는 이름의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어느 부잣집며느리 였던 할머니가 금싸라기 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할머니는 호더 였다. 온 천지에 쓰레기 냄새와 벌래가 진동하는 그 집은 시세로 따지면 아주 값이 나가는 집이었다. 하지만 그누구도 그 집엔 접근 하기 조차 힘들었다. 엄마가 일찍죽고 딸인 주인공이 유일한 상속자 인데 손녀는 가끔 할머니 집에 얼굴만 비춘다. 그후로도 할머니는 오래산다. 아주 오래 살았고 주인공도 나이가들 었다. 주인공은 소설가가 되었고 호더 할머니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 어느날 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집에 갔는데 그곳에서 사람 뼈가 나왔다. 아빠일지도 모르는 사람뼈가... 연륜이 있는 작가이다보니 문장에 흡입력이 있었다. 단편임에도 장편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앞으로도 김인숙이라는 작가 이름은 잊지 않으리라.
6-1 쉽게 읽히면서 끌리는 내용들이 많네요. 방송에서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때 왜 그렇게 사나 싶었는데 소설 속 호더인 할머니의 삶이 애처롭게 다가왔네요. 할머니가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고 살아가는 법이 할머니만의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그 삶을 바라보는 손녀는 할머니의 마음속 힘들었던 삶을 이해해주었던 것 같아요.
다들 마음 속 어딘가에 호더처럼 붙들고 있는 기억이나 감정 꾸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공간을 메꾸며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있었겠죠. 할머니를 잃고나서야 실상 하나도 버릴게 없었던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쓰레기처럼 무겁고, 더럽고, 괴롭기만 한, 할머니에게서 내려온 무언가를 받으면서 살아온 손녀였지만, 할머니가 떠나고 보니, 다 소중한것들이라는걸 느낀걸까요. 소재도 상속의 의미도 새로웠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6-1. 자작나무 숲이라는 제목과 첫 페이지의 느낌과 이후 내용이 확연히 다른 소설이네요. 자작자작, 자작나무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읽다 마지막에 혼란이 왔습니다. 이게 뭐지, 하고 영문을 모르겠다 싶다가도 또 뭔가 그렇구나, 하고 이해되는 그런 상반된 생각이 같이 드네요.
6-1.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사는 할머니와 그 집을 탐하는 엄마와, 나의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같은 쓰레기 집을 탐하지만 각자에게 그 의미와 욕망은 모두 다르고, 그건 '나'의 글쓰기 작업과도 같아서 어쩌면 내 글쓰기도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워올린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메타픽션으로도 읽혔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치워도 치워도 비워지지 않은 쓰레기 집의 이미지(혹은 비워내도 비워내도 다시 채워지는 쓰레기 집의 이미지)와 한 껍질 한 껍질 벗어도 맨몸이 되지 않은 자작나무 숲의 이미지가 중첩시킨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차 안에 죽어 있는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라는 첫 설정부터 강렬해서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현재 서사는 할머니가 죽은 그 상태로부터 시작하여 그 마지막에 다시 그 장면으로 끝날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과거 서사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이미지가 강렬한 장면들이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쓰레기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도 쓰레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는 쓰레기 집에 사는 할머니와 다를 바 없으므로 그 집을 욕망하는 엄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다섯 작품을 읽었는데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너무 좋은 작품들이라 이 책을 선정해 주신 그믐 북클럽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마구 샘솟았습니다.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쓰레기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도 쓰레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 정말 강렬하면서도 공감가네요. 항상 미미의숲님 코멘트에 감탄하게 되어요 ㅎㅎ
@bookulove '북유러브'(라고 읽으면 될까요?)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공감하셨다니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저도 북유러브님의 정성스러운 댓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액자식 구성인가 싶다가, 할머니와 손녀가 어쩌면 동일인인 유체이탈식 심령소설인가 싶다가..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는 점프컷식 편집으로 이야기가 공간적으로, 심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오가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무언가 혼란스런 과거와 사건을 직면하고서 마주하는 그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주마등'식 드라마트루기를 보는 듯도 했습니다. 흥미로움, 그 느낌으로 내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6-1 할머니와 손녀라는 지극히 평범한 관계가 쓰레기 집이라는 설정과 이를 상속받고자 하는 며느리와 손녀라는 설정에서 색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할머니, 자작나무 숲이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 할머니는 지금 내 차 안에 죽어 있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다.' 첫장면부터 죽은 할머니를 차에 싣고 담담하게 독백하다니... 강렬합니다. '쓰레기와 죽은 쥐와 산 쥐와 죽은 벌레와 산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집. ' 쓰레기 호더 할머니의 집에 대한 묘사도 강합니다. 모두가 더러워라고 말하지만 두려워하는 집... 쓰레기 더미가 가득해서 촬영이 나올정도로 유명한 집이지만 땅값이 상승해 가격은 쓰레기가 아닌... 이 집을 욕망하는 손녀와 며느리.... 한번씩 미디어로만 이런 상황을 접했지 이런 곳에서 이런 이야기가 전개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마지막도 아빠를 찾는 손녀딸을 사람들이 부릅니다. '위험하다니까요, 할머니!' 계속 손녀딸로 주인공이 묘사되었는데 이 쓰레기집에서 이들의 시간이 흐른걸까요??? 스릴러물을 보는 듯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네요... 바로 앞에서 읽은 김병운 작가님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와 상반되는 친족간의 긴장감이 흐르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6-2에 적은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주인공이 한달에 한번씩 돈을 받으러 쓰레기집으로 가야했는데, 쓰레기집에 들어가기 싫은 자신이 쓰레기가 되는것인지 내가 쓰레기인지 햇갈리고 생각되기 때문에 인상깊었습니다.
한 껍질 한 껍질 벗으면서도 맨몸이 되지 않는 자작나무처럼 목소리를 하나씩 떨궈내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아주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우뚝 선 자작나무 숲처럼 쓰레기로 만들어진 탑이 집을 가득 채웠다는 구절이 다소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책으로 탑을 채운 제 방과 할머니의 집이 뭐가 다를걸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버리고 싶지만 버릴게 없었을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죽은 사람은 대답을 할 수 없겠지만 죽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6-1. 처음과 끝이 만나는 듯, 어려운 구조같아요. 하지만 안이 내용은 어딘가에서 들어봄직한, 짐작 가능한 이야기들이라 TV 프로그램 보듯 읽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쓰레기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내게 소용 없으면 쓰레기이고 그것을 모으면 호더가 되는 것이 맞나. 할머니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소용이 있었다면 쓰레기라는 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어떤 쓰임이든 가진 것이 많았던 할머니의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6-1. 이번 작품을 통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호더'라고 칭하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만들어낸 쓰레기만 쌓는 것이 아닌 밖의 쓰레기까지 가지고 오는 할머니를 보면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심리란 어떤 심리일까 한 번 더 생각해 보았고요. 물리적으로 봤을 때는 주변에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치워져야 하는 쓰레기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거겠죠. 그리고 할머니에게 집을 상속 받으려고 할머니를 찾아가는 것처럼 표현하는 화자의 위악적인 발언들도 슬펐습니다. 그런데, 저는 할머니의 시신을 쓰레기 속에서 찾지 못한 것으로 읽었는데, 시작 부분에서 할머니의 시신을 싣고 가는 장면이 뭔가 맞지 않아 잘못 읽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티비에서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을 무조건 혐오의 눈길로만 바라 봤던 제가 얼마나 편협했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6-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 어떤 기억입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03, 안보윤 외 지음
어떤 방식으로든 오래된 관계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는 법이다. 손이 발에 익숙해지고 발이 손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왼손과 왼발이 같이 나가는 일이 평생 계속되지는 않는 것처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 동네에선 다 죽어, 뭐든지 죽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86, 안보윤 외 지음
쓰레기가 말짱히 치워진 후 텅텅 빈 집을 할머니는 거대한 상실감과 비통함으로 바라보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의 빈 몸에 고통과 슬픔이 넘쳐흐른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79쪽, 안보윤 외 지음
30분 넘게 숲속을 달리는 동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달이 마치 문밖으로 나오듯 뛰어나와 자작나무 숲을 밝혔다. 숲의 달이 그렇게 밝을 줄 몰랐다. 보름달 아래 갑자기 하얗게 밝아진 숲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고작 눈부시게, 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서럽도록, 이나 가슴이 무너지도록, 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런 수식어들은 쓰레기처럼 의미에 냄새를 입힐 뿐이다. 차를 세웠으나 내리지는 못한 채 숲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서 있는 나무들의 숲이었다. 하얗고, 곧게. 그리고 빛을 뿜어내는 숲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77, 안보윤 외 지음
당장 영안실로 달려가야 했으나, 다리가 덜덜 떨려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슬픔 때문인 줄 알았다. 아니면 뭐겠는가. 설마 기쁨이겠는가. 그러나 곧 그것이 슬픔도 기쁨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이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거슬리다 못해 견딜 수가 없었다. 저들은 쓰레기는 다 쓰레기인 줄로만 안다. 그래서 다 쑤셔 넣고 다 던져버린다. 그러고는 다 묻어버리거나 다 태워버리겠지. 자작자작 태울 줄도 몰라 다 꽝꽝 태워버리겠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을 넘어 격렬한 감정이었다.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는 다 버려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인데, 갑자기 무슨 마음인지, 어떤 것은 남겨두라고,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이뿌리의 신 침처럼 고였다. 그러더니 점점 다 그냥 놔두라고, 다 내 거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니까 전부 다 내가 상속받은 것이라고, 내가 상속받은 쓰레기라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01-202,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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