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중략)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도저히 안으로 들어 갈 수도 없고 이대로 떠날 수도 없어서 누군가 내 목에 줄이더라도 채워놓은 것처럼 숨 막혔던 밤들. 눈물이 나는데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겠다며 걷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딜 때마다 물에 젖었다. 그대로 얼어버린 신발이라도 신은 것 마냥 비참했던 밤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안전을 바라는 마음?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그거 혐오였어. 헷갈릴 것도 없고 선해할 것도 없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어떤 날들은 말해지지 않아야만 간신히 멀어질 수 있으니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2p, 안보윤 외 지음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삼촌이 예전부터 내 얘기를 자주 하셨대. 금호동 고모네 집에 정말 힘들게 태어난 애가 하나 있는데 어찌나 순한지 계속 안고 있어도 힘들지가 않았다고. 한번은 그 아이가 자기를 힘껏 안아주던 순간에 뭔가 간신히 참고 있던 게 무너져 눈물을 쏟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사는 게 너무 무섭거나 참담한 날에는 그 순간을 한번씩 떠올리게 됐다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5-2. p.168 장희야. 예. 장희야. 예, 삼촌. 말씀하세요. 너 엄마한테 잘했지? 잘했을 거야, 그렇지? ...... . p.168-169에서, 두 사람 사이의 엄마의 모습, 엄마의 태도, 엄마의 표현이 남긴, 이제 어쩌지 못하는 시간이 느껴져서 먹먹했습니다.
5-2. 138p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 그 일시적인 감흥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 아니겠느냐고. 149p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삼촌이 예전부터 내 얘기를 자주 하셨대. 금호동 고모네 집에 정말 힘들게 태어난 애가 하나 있는데 어찌나 순한지 계속 안고 있어도 힘들지가 않았다고. 한번은 그 아이가 자기를 힘껏 안아주었던 순간에 뭔가 간신히 참고 있던 게 무너져 눈물을 쏟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사는 게 너무 무섭거나 참담한 날에는 그 순간을 한 번씩 떠올리게 됐다고. 154p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155p 그 시절 장희는 도대체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가만히 있느냐며 나를 한심해했지만, 사실 나는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나를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내가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믿으라면 믿는 그런 충직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당신들 못지않게, 아니 당신들보다 휠씬 더 도덕적이고 모범적이며 무해하므로 내게도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기꺼이 참고 견뎠던 것이다. 오직 내가 원했던 단 한 자리, P의 곁에 있기 위해서. P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5-3. 김병운 작가의 질문 이 단편의 마지막 문장은 “장희가 먼저 웃으며 말했고 내가 따라 웃으며 들었다.”인데요.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존재를 선명히 드러내고자 ‘들었다’로 끝맺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곤 하는데요. 여러분은 최근에 언제 자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가닿았다고 느끼셨는지, 혹은 그 반대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5-3.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만 있어도 사람은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는 길은 울렁거릴 때가 많습니다. 내 이야기가 제대로 가닿지 못함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오해같은 것들이 자꾸 생각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불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엊그제도 모임을 하고 돌아와 그런 연유로 속이 울렁거리는 걸 거둬내느라 힘들어서인지 작가님이 긍정적인 질문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가능했던 일만 떠오르네요. 인간의 고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저만 그런가요? :)) 아주 가끔 제대로 가닿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편한데, 그때를 기억해보면 대화 주제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도 아니고, 그저 내 말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혹여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다시 물어봐주면서 자신의 의견도 말해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말을 듣고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잘 통한다는 것은 번역하는 언어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곤 하는데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말을 많이 한 날은 내가 말하려던 게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롭고 많이 들은 날에는 다 소화할 수 없다는 생각에 또 괴롭고요. 나와 잘 통하는 누군가와의 대화도 어떤 날은 참 좋지만 어떤 날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저는 그렇더라고요, 같은 사람과도 늘 잘 통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대화야말로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때 그때의 조건과 환경에 영향을 참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통했다는 그 찰나의 순간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게 정말 희귀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내가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서 통하는 것도 아니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서 또 통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온전히 상대의 말을 듣는다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다음에 이어질 말들을 생각하기 바쁜 듯 하니까요.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싶다면, 나또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연습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친정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자식이기에 화가 나기도 하고, 날 선 비난과 비판의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지금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할 날이 올까봐 오늘도 전화기를 듭니다.
저도 오늘 전화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
항상 독서모임을 할때마다 타인의 생각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이런 기회를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한 요즘입니다.
저는 요즘 자발적인 독서가 점점 어렵게 느껴지는데요.(책 말고도 재밌는 게 너무 많네요!) 아무래도 조만간 모임의 힘을 빌려봐야겠습니다.
5-3. 사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제 마음속 이야기를 친한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최근에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제대로 들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저는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나의 일처럼 생각해서 공감을 충분히 해준 후에 해결책도 함께 생각해 보곤 하는데요. 그때의 진심을 친구도 알아준 것 같아서 고맙고 또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 역시 절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아무리 가깝고 내밀한 관계라고 해도 일단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건성이 되더라고요. 분명히 상대방과 마주 앉아 있는데도 실은 나는 여기에 없는 것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내가 충분히 괜찮지 않으면 무리해서 사람을 만나지 말자, 양해를 구하고 다음의 만남을 도모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전에 제가 힘들었던일이나 너무 마음에 쓰이는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을 할때, 상대방이 저에게 제가 그 상황에 할수있는 만큼의 최대한 노력을 하고, 부끄럽지않은 삶을 살았다며 공감을 해주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곁에있는 사람이 저를 생각하며 공감해주고, 내일, 그 이후로도 저의 하루를 힘을 내며 더 잘지내며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와닿을때가 그렇게 느껴지네요.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는 표현이 제게도 위로가 되네요!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것 또한 중요한데 사실 전 이 둘 다를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여기서 이야기는 사소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속 이야기라고 해야겠죠?, 상대에게 전한다는 게 어쩐지 조심스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는 잘 듣지만 정말 잘 듣는가 돌아보면 '나는 듣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집니다. 어제만 해도 누군가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가 지치고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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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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